좌익정권의 국정농단 2021-1/ 01.19 文정부 ‘직권남용 부메랑’…- 04월 30일 문자 폭탄이 ‘적극적 의사 표시’ 궤변은 민주주의 파괴
좌익정권의 국정농단 2021-1/
01.19 文정부 ‘직권남용 부메랑’… 작년 1만4008건 고발당해
2017년 9017건서 꾸준히 늘어
前정권 비판해 놓고 ‘자가당착’
문재인 정부는 ‘직권남용 척결’ 및 ‘적폐 청산’을 내세워 집권했지만 정권 후반기로 갈수록 고위공직자들이 직권남용으로 고발당한 건수가 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검법 대립 등 줄지은 권력형 비리와 갈등 사태에서 보듯 직권남용 사례는 오히려 보수정부를 추월하고 있어 공정과 정의 확립을 구호로 내건 문재인 정부의 정체성에 근본적인 문제 제기를 던져주고 있다.
19일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법무부를 통해 받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고소·고발 및 처리현황’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집권 약 4년간 접수된 직권남용 사건 전체 건수는 5만3147건에 달했다. 연도별로는 △2017년 9017건 △2018년 1만3462건 △2019년 1만6660건 △2020년(1~11월) 1만4008건으로 후반기로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는 박근혜 정부 말기인 지난 2016년의 4489건과 비교하면 연도별로 2~4배가량으로 높은 수치다. 직권남용죄 사건 처분 건수도 접수 건수에 비례해 2016년(4142건)보다 지속적으로 늘어 △2017년 8196건 △2018년 1만2616건 △2019년 1만5000건 △2020년(1~11월) 1만1837건을 기록했다.
법조계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개혁의 당위성만 강조하고 민주주의 절차와 법치주의 원칙을 무시해 오히려 부메랑을 맞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직권남용으로 지난 정부를 옥죄다 보니 본인들도 고발당해 수사를 받지 않느냐”며 “현 정부의 자가당착”이라고 지적했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장을 지낸 김종민 변호사는 “현 정부가 집권 초기부터 ‘적폐 수사’라는 미명하에 직권남용죄 프레임을 남발해 온 결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지영 기자 goodyoung17@munhwa.com
01월 21일 이번엔 한동훈 무혐의 결재 뭉개는 이성윤 ‘수사 농단’
서울중앙지검의 ‘채널A 사건’ 수사팀이 이 사건과 연루돼 수사를 받은 한동훈 검사장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리고 이성윤 지검장에게 결재를 요청했지만 아무 이유 없이 수개월째 뭉개고 있다고 한다. 보다 못한 검사들이 단체로 이 지검장을 만나 항의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후배이기도 한 이 지검장은 이 사건 외에도 울산시장선거 공작, 옵티머스 펀드 등 권력비리 사건도 뭉개는 정황이 역력하다. 대검 중수부 등이 없어지면서 서울중앙지검은 거악(巨惡) 수사의 본산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도 그 책임을 맡은 인사가 앞장서서 그런 수사를 뭉갠다. 법치를 흔드는 ‘수사 농단’이다.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거치며 국정농단 사건과 조국 전 장관 사건을 지휘한 한 검사장은 추미애 장관 취임 이후 ‘검·언 유착’ 사건과 관련해 법무연수원으로 좌천됐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이 한 검사장을 비호하기 위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며 수사지휘권까지 발동했고 징계 사유에도 넣었다. 그러나 형사1부는 한 검사장이 기자에게 신라젠 사건 관련 여권 인사의 비위를 알려준 사실이 없다는 것으로 지난해 말 결론 내리고 100여 쪽의 수사 보고서를 제출했다. 담당 차장검사도 같은 결론을 내렸지만, 이 지검장은 결재를 몇 개월째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이 지검장과 가까운 정진웅 당시 부장검사는 한 검사장 휴대전화 유심 압수 과정에 독직폭행을 행사한 혐의로 재판까지 받고 있다. 이렇게 결재를 미루는 것은 무혐의로 종결될 경우, 윤 총장 징계 및 지휘권 발동 근거가 무너지기 때문일 것이다. 이 지검장은 김학의 전 법무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에도, 박원순 성추행 유출 혐의에도 이름이 오르내린다. 울산 사건 경우엔 청와대 관계자에 대한 수사팀의 기소 의견을 무시하고 불기소를 종용하고 있다고 한다. 한결같이 직권남용이나 직무유기 범죄에 해당될 수 있다.
문화일보 사설
01월 21일 남인순과 ‘여성운동 시체’
장재선 문화부 선임기자
지난 2004년 ‘여성 100인 국회 보내기’ 캠페인이 있었다. 참신한 여성리더를 발굴해 정당에 공천을 요청하기 위한 것이었다. ‘맑은정치여성네트워크’가 이끈 이 캠페인에 추천위원으로 참여했다. 당시 30대 남성 기자가 위원으로 초대된 까닭은 몰랐으나, 기성 정치를 ‘맑게’ 하겠다는 취지가 좋아서 작업을 힘껏 도왔다. 추천위원 중 시민운동 명망가였던 박원순 변호사도 있었다.
그때 실무를 총괄했던 이가 남인순 의원, 당시 남윤인순이라는 이름을 썼던 한국여성단체연합(여성연합) 사무총장이었다. 뒤에 여성연합 대표를 맡았던 그가 비례대표로 의원 배지를 달았을 때 당혹스러웠다. 자신이 정계로 가려고 그 디딤돌을 놨던 것인가.
그런 마음을 접은 것은, 남녀가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만드는 데 그가 기여할 거라는 기대가 있어서였다. 이름에 부모 성을 함께 넣을 정도로 여성인권 의식이 투철한 사람이라고 믿었다.
허망한 착각이었다. 정치인 남인순은 성폭력 피해 여성을 2차 가해에 시달리게 해 놓고도 모르쇠로 뻗댈 수 있는 인물이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고소사건과 관련, 그가 가해자인 박 시장 측에 피소 사실을 사전에 알려준 것이 검찰 수사 결과로 밝혀졌다. 그러나 그는 “불미스러운 이야기가 나도는데 무슨 일 있느냐고 물어본 것”이라고 발뺌했다. 스스로 불미스러운 인간임을 드러낸 것이다. 여성계 몫으로 여당 최고위원이 된 자라면, 피해자 대리인에게 먼저 연락해서 사실을 확인하고 피해 여성 보호책을 논의해야 했다. 박원순처럼 여성주의를 내세운 사람도 위력으로 여성 직원에게 성추행을 자행하는 모순을 직시해야 했다. 그러기는커녕 그는 동료 의원들과의 단톡방 대화에서 피해자 호칭을 ‘피해 호소인’으로 하는 게 맞는다고 주장해 관철시켰다. 가해자와의 정치적 인연과 진영 보호에 몰두한 것이다.
피해자와 그 어머니, 아버지, 동생이 각각 쓴 입장문이 18일 공개됐다. 남 의원 언행으로 인해 진실이 가려진 상황에 대해 호소하는 내용이었다. 피해자와 그 가족은 박 전 시장 열성지지자들로부터 끔찍한 위협을 받으며 “다 같이 죽자”라고 했다가 “살아서 진실을 밝히자”며 서로 붙들고 운다고 했다. 피눈물이 흐르는 그 글들을 읽으며 남 의원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여성연합은 언젠가부터 정계 진출 회전문으로 불린다. 이 정부에서도 당·정 곳곳에 이 단체 출신들이 포진해 있다. 이들은 여성과 사회적 약자를 대변한다고 내세웠으나, 실은 정치진영 이익에 복무했다. ‘여성단체 막내 활동가’가 여성연합 건물 현관에 붙인 대자보를 보면, 정치권과 결탁한 지도부 실상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평생 여성운동을 하고 싶다는 이 활동가는 이렇게 탄식했다. “당신들이 떠난 자리에 남아 있는 것은 당신들의 2차 가해로 인한 상처와 죽어버린 여성운동의 시체뿐이다.”
그 통절함에 공감한다. 그러나 정치꾼 운동가들의 정신이 시체가 됐을 뿐 여성운동 전체가 죽은 것은 아니다. 여성운동을 출세의 끈으로 삼는 선배들에 대해 분노하는 후배들이 있다면 아직 희망이 있다. 그 시체를 넘어 새 길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문화일보
01월 21일 ‘채널A’ 뭉개고 ‘김학의’ 무마한 이성윤, ‘울산선거 靑수사’도 제동
수사팀의 ‘이진석 기소’ 거부
결재권 쥐고 버텨 재판 ‘공전’
한동훈 무혐의 보고서도 묵살
법조계 “직권남용논란 이성윤
공수처 1호 수사 대상 돼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팀의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당시 사회정책비서관) 추가 기소 의견을 사실상 묵살한 채 불기소 처분을 압박해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21일 문화일보 취재에 따르면 해당 사건의 바통을 넘겨받고 지난해 8월부터 맡아온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 수사팀은 이전 수사팀과 마찬가지로 지난 연말 이 실장에 대한 추가 기소의견을 재차 올렸지만 이 지검장은 묵살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검장이 추가 기소 의견을 보고받는 과정에서 “나머지 관련자들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을 내리고 사건을 그만 마무리하자”는 취지의 의견을 내며 결재를 미루는 일이 반복되자 수사팀에서는 “혐의가 확인된 피의자 한 명에 대해 추가 기소하는 것이 이렇게 어려울지 몰랐다”는 분통까지 터져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실장에 대한 추가 기소를 주장했던 김태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장은 지난해 8월 인사에서 대구지검 형사1부장으로 전보됐고, 사건을 지휘했던 이근수 2차장검사는 안양지청 지청장으로 전보된 바 있다.
이 지검장의 ‘버티기’는 다른 사건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채널A 사건 수사팀은 지난주 한동훈 검사장에 대해 자신들이 제출한 무혐의 의견 보고서 결재를 미루고 있는 이 지검장에게 집단으로 찾아가 결단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검장은 수사팀의 집단행동에도 “알았다”고만 한 뒤 또다시 결재를 미루고 있다.
이 지검장은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재직 시절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성 출국금지 조치를 무마하기 위해 서울동부지검 측에 추인을 요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1호 수사대상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아니라 권력비리 수사마다 직권남용 논란을 빚고 있는 이성윤 중앙지검장”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모임이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 사건이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허인석)에 배당돼 이 지검장의 수사지휘 방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시생 모임은 2016년 11월 박 후보자를 만나 사법시험 존치를 호소했다가 회원 1명이 박 후보자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지만 박 후보자 측은 “내가 폭행을 당할 뻔했다”며 반박하고 있다.
문화일보 이희권·이해완 기자
01.22 갈 수 없는 나라
췌장에 걸린 암이 간으로 번졌을 때의 스티브 잡스 얘기다. 간이식을 위해 2009년 1월 캘리포니아주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부자든, 권력자든 합법적인 방법으로 ‘새치기’하는 건 불가능한 게 미국이다. 모든 기증은 공식 웹사이트에서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고, 누구든지 수시로 상황을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잡스는 대략 6개월쯤 기다려야 했는데 의사들은 그의 간이 4월엔 기능을 멈출 거라고 했다.
정의·법집행 책임진 법무장관에
‘반칙 장관’ 연달아 임명하면서
반칙 없는 세상은 어떻게 만드나
다른 주에 이름을 올리는 게 유일한 우회로였다. 동시에 2개 주까지 등록하는 건 법상 허용되는데 그러자면 조건이 붙었다. 8시간 안에 지정 병원에 도착할 수 있어야 하고, 해당 주 의사들이 허락해야 한다. 잡스의 전용기가 조건을 충족시켰지만 아슬아슬했다. 2009년 3월 21일 20대 청년이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바람에 장기를 기증받을 수 있었다. 잡스는 “하마터면 그때 죽을 뻔했다”고 나중에 자서전에 적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들고나온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는 아마도 이런 모습일 것이다. 물론 미국에서도 부자들의 전용기 특혜를 문제 삼아 절망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있다. 하지만 특권층 반칙만 없다면 견딜 만하다. 문 대통령은 자괴감과 열패감이 없는 나라를 약속했다. 지금 그런가? 몇 사람은 그렇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우선 3연속 ‘반칙 장관’으로 이어 달린 법무부 장관들이 있다. 만신창이가 된 조국·추미애 장관에 이어 인사청문회를 앞둔 박범계 장관 후보자가 각종 위법 논란에 휩싸이더니 청문회 자체가 파행 쪽으로 가는 모양이다. 후보자는 야당의 자료 제출을, 여당은 증인 채택을 대부분 거부했다는 것이다. 그럼 다음 주 초 청문회는 하나 마나인데 분명한 건 결과와 관계없이 대통령이 그를 임명할 거란 사실이다. 그것만은 확실하다. 전임자도, 전전임자도 그랬다. 이분들은 ‘끼리끼리’ 정의로운 나라라고 믿을 것이다. 정의를 지키는 법무부 장관직에 충실했다고 하니까.
물론 대통령 측근 위주의 ‘코드 인사’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정권은 없었다. 그래도 검증에서 걸리면 대개는 물러섰다. 그런데 유독 이 정부에선 임명되는 장관마다 불법·탈법 시비가 끊이질 않는데도 습관적으로 모르쇠다. 야당이 반대하든, 말든 임명 강행된 장관급 인사가 30명에 가깝다. 나라 주인은 국민이 아니라 정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황당한 건 그런 말을 자기들만의 술자리에서도 아니고 대놓고 한다는 점이다. 얼마 전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주인에게 덤비지 말라’고 겁줬다.
2016년 최순실씨 딸의 부정입학은 최씨가 기소되기도 전에 대학이 입학을 취소했다. 하지만 조국 전 장관 딸은 대학 측이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를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주인을 알아본 셈이다. 그래서 주인 딸은 법원도 부정을 확인한 가짜 스펙으로 의사 자격을 땄다. 추미애 장관 아들의 군 특혜 의혹이 터져나올 때 당직사병 실명을 공개하며 추 장관을 엄호했던 분은 아무런 인연도, 경력도 없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올랐다. 전체 공공기관장의 3분의 1 정도가 ‘캠코더 인사’라고 한다. 감사 등을 포함하면 4배에 달한다.
이런 주인들이 만드는 ‘정의로운 나라’에선 즉흥적으로 탈원전하고, 제멋대로 빚을 내 제멋대로 신공항을 세우고, 세금 들여 만든 4대강 보(洑)를 세금 들여 부순다. 이걸 감사하려는 감사원에겐 ‘주인 행세한다’고 꾸짖는다. 나라 주인이 따로 있다는데 그냥 백성들이 ‘나라가 네 것이냐’고 묻는 건 딱하고 서로 쑥스러운 일이다. 그래도 또 묻게 된다. 주인이 다짐했던,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는 결국 희망고문이었다는 것인지. 주인들의 반칙 없는 세상은 미국 같은 데서나 가능한 ‘갈 수 없는 나라’의 다른 말이었다는 뜻인지.
중앙일보 최상연 논설위원
01.22 세월호 괴담 세력들, 권력 잡고 돈까지 벌고 있다
2016년 ‘나꼼수’ 출신 김어준씨는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를 일부러 침몰시킨 뒤 항적 데이터를 조작했다는 이른바 ‘고의침몰설’을 주장했다. 김씨는 이 황당한 주장을 담은 영화를 직접 제작했는데 54만명 넘는 관객이 봤다. 해양수산부가 항적 조작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지만 괴담은 계속 퍼져나갔다. 결국 이번에 검찰이 상당한 시간과 예산을 들여 다시 규명해야 했다. 검찰 세월호참사특별수사단은 19일 “세월호 항적 조작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발표했다.
항적은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통해 선박 상호 간 또는 기지국에 자동 송신된다. 다른 나라 배와 기지국도 동일한 데이터를 갖게 된다. 검찰 특수단 관계자는 “김어준씨 말이 맞으려면 당시 정부가 전 세계 기지국 데이터를 모두 조작했어야 한다”고 했다. 가능한 일인가. 그런데 정부가 일부러 세월호를 침몰시켰다고 믿고 싶은 사람들은 검찰 발표를 못 믿겠다며 오히려 고개를 더 쳐든다. 애초 이들에게 진실은 관심사가 아니다. 그 사이 김씨가 만든 영화는 44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세월호 사건은 학생들의 수학여행 배가 비극적 참사를 당한 사고다. 사고 원인은 검경 수사로 다 밝혀져 있다. 배 상부 불법 증축, 평형수 부족, 대형 화물 고박 부실에 운항 미숙이 겹쳐진 사고였다. 이렇게 되면 배는 침몰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있지도 않은 ‘다른 진실’을 찾겠다며 지금까지 여덟 차례나 조사를 했다.
‘잠수함 충돌설’이란 어처구니없는 주장도 한때 풍미했다. 명문대 교수까지 나와 이런 주장을 했다. 처음엔 미 핵잠수함 충돌설이 돌더니 나중에 우리 해군 잠수함 충돌설로 바뀌어 유포됐다. 잠수함 무사고 세계 신기록을 세우기 위해 해군이 숨긴 것이라는 황당한 주장까지 했다. 한 TV 방송은 어느 네티즌의 잠수함 충돌 주장을 1시간 특집 보도까지 했다. 이 방송을 본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은 “진실이 밝혀졌다. 고맙다”고 했다. 세월호를 인양해 보니 어떤 충돌 흔적도 없었다. 그러자 ‘보이지 않는 반대편에 흔적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세월호를 바로 세웠지만 흔적이 없었다. 잠수함이 자신보다 몇 배나 큰 배를 침몰시킬 정도로 충돌했으면 잠수함도 침몰했거나 승조원들이 대거 죽거나 중상을 입었을 것이다. 이것을 숨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도저히 제정신이라고 할 수 없다.
사고 현장엔 가짜 기자까지 나타나 ‘정부가 구조를 막고 있다'는 괴담까지 퍼뜨렸다. 다이빙벨이라는 장비가 마치 특효인듯 방송한 TV 앵커가 인기를 누렸다. 나중에 보니 쓰기도 힘든 장비였다. ‘정부가 일부러 인양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설, ‘국가정보원 개입설’도 있었다. 제주 기지 건설용 철근 때문에 침몰했다는 ‘철근 괴담'도 있었다.
큰 사고가 나면 여러 의문을 가질 수는 있다. 그러나 최소한의 상식에 근거해야 한다. 과학적 근거와 사실이 드러나면 정상적인 사람들은 이를 인정한다. 그런데 괴담을 만들고 퍼트리는 세력은 ‘사실'엔 관심이 없다. 이들은 광우병, 천안함, 사드 등 건수만 생기면 괴담을 만들고 부풀린다. 처음부터 ‘정치'이고 ‘투쟁'이기 때문에 자기 주장이 허위로 판명나도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지금 한국은 이런 사람들이 권력을 잡고 돈까지 벌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01.27 文 30년 지기도 다시 불렀다···속도 붙은 靑겨냥 수사 3건
권력을 겨눈 검찰 수사에 동시다발적으로 속도가 붙었다. 현재 진행 중인 수사는 ▶청와대 하명 의혹 수사 ▶월성 원전 의혹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수사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 금지 의혹 사건 등이다. 이 사건들의 정점에는 ‘청와대’가 있다.
文 30년 지기 다시 불렀다
청와대의 하명 의혹 및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달 초 송철호 울산시장을 또다시 불러 조사했다. 송 시장의 당선을 도왔다는 의혹을 받는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당시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은 기소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이 사건은 문재인 대통령의 30년 지기인 송 시장의 당선을 위해 청와대가 선거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에서 출발했다. 지난해 1월 검찰은 송 시장 등 13명을 기소했지만, 1년 가까이 이렇다 할 진척을 내지 못했다. 이미 수차례 불러 조사한 이 실장에 대한 기소 결정 역시 차일피일 미뤄져 왔다.
최근에서야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권상대)는 이 실장을 2017년 울산시장 선거 과정에 불법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보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겠다고 대검찰청에 보고했다. 지난 8월 인사로 교체되기 전 수사팀이 기소 보고를 올리고 난 뒤, 약 5개월 동안 신중론을 펼쳐온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도 최근 기소 의견에 동의했다고 한다.
탈원전 위해 무리했나, 靑 참모진 곧 소환
/백운규 전 장관 (左), 채희봉 가스공사사장(右) [중앙포토]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대전지검 형사5부(부장 이상현)도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소환조사를 마치면서 관련 수사가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검찰이 탈원전 정책 라인 중 한 명인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을 건너뛰고 백 전 장관을 먼저 조사하면서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당시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을 비롯한 청와대 수사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원전 관련 자료 삭제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산업부 공무원 3명에 대한 첫 공판일인 3월 9일 전까지는 기소 명단을 정리한 뒤, 공소 유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불법 출금 수사, ‘윗선’은 어디까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출금) 의혹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 이정섭)은 지난 21일부터 이틀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등을 압수수색한 뒤 법무부 출입국심사과장과 같은 과 실무진 2명에 대해 참고인 조사를 벌이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 전 차관에 허위 사건번호와 내사번호를 기재해 긴급출금을 요청한 이규원 검사와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당시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의 친분도 논란이다. 야당에서는 이들이 사법연수원 동기(36기)로 변호사가 된 뒤 같은 법무법인에서 활동하는 등 친분이 깊다는 점을 지적해왔다.
▲2019년 3월 22일 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인천공항에서 태국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다 긴급 출국 금지돼 공항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 이 과정이 법무부와 검찰의 서류·기록 조작 등에 의한 불법적 출금이란 공직 제보가 있어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JTBC 캡처]
더군다나 수원지검 안양지청이 지난 2019년 3월 김 전 차관의 출국 금지 의혹에 대해 수사하면서 당시 법무부와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의 불법 행위 정황을 발견했는데도, 대검 반부패·강력부가 수사를 막았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친정권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성윤 현 서울중앙지검장이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본격 가동 전까지 관련 수사가 진척돼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수처법 제25조 제2항은 ‘다른 수사기관이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역시 지난 2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학의 사건은 검사 대상 수사이니 공수처로 이첩해야 하지 않느냐’는 질의에 “공수처법에 의하면 현재 상태에서 이첩하는 것이 옳겠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김수민‧강광우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01.28 앞에선 反日 죽창가, 뒤에선 ‘광복회’ 팔아 자기 정치 한 김원웅
김원웅씨가 회장으로 있는 광복회가 최근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독립운동가 최재형상’을 수여했다. “친일파 재산 국가 귀속을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광복회는 8개월 전 이 상을 만들었는데 그동안 민주당 정치인 3명에게 잇달아 상을 줬다. ‘최재형 기념사업회’가 이미 같은 이름의 상을 제정했는데 광복회는 이들과 협의도 없이 또 상을 만들었다. 기념사업회 측이 항의하자 “회원들이 쳐들어간다고 벼르고 있다”고 했다고 한다. 이름을 가로챈 것도 모자라 협박까지 한 것이다.
광복회는 2019년 김씨 취임 이후 ‘우리 시대 독립군’ ‘단재 신채호상’ ‘역사 정의 실천 정치인·언론인·기업인상’ 등 각종 명목의 상을 만들어 여권 인사 등에게 집중적으로 수여해 왔다. 단체 수상을 제외하면 수상자 44명 중 64%가 민주당 관련 인사라고 한다. 설훈·우원식·안민석 의원, 은수미 성남시장 등이 상을 받았다. 예술인·시민운동가 수상도 좌파에 쏠렸다. 광복회가 여권·좌파 인사들에게 무더기로 상 주는 단체가 돼버렸다. 김씨가 독립운동가의 이름을 팔아 자기 정치를 하는 것이다.
광복회는 독립 선열의 희생정신 계승과 민족정기 선양이 단체 설립 목적이다. 국민을 하나 되게 하는 데 뜻이 있다. 그래서 광복회 정관에서부터 특정 정당을 지지·반대하는 등 정치 활동을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그런데 김씨 취임 이후 광복회가 김씨 주도의 정치 단체가 돼버렸다. 나라를 분열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
김씨는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이승만은 친일파와 결탁했다”며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고 애국가 작곡가 안익태 선생을 민족 반역자로 낙인찍었다. 6·25전쟁 영웅 백선엽 장군의 현충원 안장을 저지하겠다며 운구 차량을 가로막았다. 백 장군을 높이 평가한 주한 미군 사령관을 본토로 소환하라는 서한을 백악관에 보내기도 했다. 그런 김씨는 6·25 남침에 공을 세워 김일성 훈장을 받은 김원봉의 서훈을 주장하고 국가 기간시설 파괴 모의로 투옥 중인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을 찬양했다. “박근혜보다 독립운동가 가문에서 자란 김정은이 낫다”고 했다. 북한 핵 개발을 옹호하고 미군 철수와 한·미 동맹 포기를 주장했다.
김씨는 유신시대 때 공화당 당료를 시작으로 전두환 민정당에서 국장까지 지냈다. 이후 민주당, 한나라당, 열린우리당을 오갔다. 그래놓고는 “생계 때문”이라고 했다. 이 정권에서 광복회장 자리를 주자 이제 종북 행태까지 보이고 있다. 정권이 반일 죽창가를 부르며 정치 선동을 하는 뒤에서 이런 사람들이 ‘독립운동'과 ‘광복'을 팔아 자기 정치를 하고 있었다.
조선일보 사설
01.28 정부 비판글 쓴 연예인 방송 퇴출, 민주국가 맞나
▲가수 JK김동욱이 10년째 진행하던 UBC울산방송의 음악프로그램 ‘열린예술무대 뒤란’에서 돌연 하차했다. 그가 이 정부에 비판적인 SNS 글을 쓴 것에 대해 친문 지지자들은 집단적으로 하차 요구를 해왔다. /JK김동욱닷컴
가수 JK김동욱씨가 소셜미디어(SNS)에 정부 비판글을 올렸다가 UBC울산방송에서 10년째 진행하던 음악 프로그램에서 퇴출됐다. 청취자들에게 작별 인사도 못 했다고 한다. 김씨는 2019년 조국 사태 이후 SNS에 정부 비판글을 수차례 썼다. “조국아 이젠 사과해라”고 했고, 작년 마스크 대란 때는 “마스크가 없어 줄 서는데 중국에 마스크 수출했다? 이런 경우가 어딨느냐”고 했다. 추미애 법무장관에 대해선 “Choo하다 Choo해”라고 했다. 그때마다 그의 SNS는 친문의 악플로 도배됐다.
김씨가 정부 비판을 한 것은 방송이 아니라 개인 SNS였다. 막말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친문이 들고 일어나자 방송사는 그를 내쫓았다. 정권 눈치를 봤다는 걸 모를 국민은 없다. 최근 가수 강원래씨는 소상공인 간담회에서 “한국 방역은 세계 꼴등”이라고 했다가 친문의 호된 공격을 받고 사과했다. 그는 코로나로 식당 운영을 중단한 실제 피해자였다. 일부 연예인도 작년 정부 방역을 비판했다가 ‘너도 신천지냐’는 집단 공격에 시달렸다.
반면 김어준·주진우 등 친문 인사들은 방송에서 특혜를 받고 있다. 김씨는 TBS교통방송에서 정치 편향 발언과 막말을 쏟아내고도 회당 100만원이란 최고 출연료를 받는다. 방송심의위는 솜방망이 징계를 내리고 정부·공공 기관은 광고를 줄줄이 몰아준다. 전 정부의 블랙리스트, 화이트 리스트와 다를 게 뭔가. 개인 SNS에 말 한마디 제대로 할 수 없는데 민주국가라 할 수 있나.
조선일보 사설
01.29 온통 거짓 조작인 ‘채널A 사건’, 정권·사기꾼·어용방송 엄벌해야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채널A 사건’ 관련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검찰에 의해 불구속 기소됐다. 채널A 사건은 정권 불법을 수사하는 윤석열 검찰총장과 한동훈 검사장을 몰아내기 위해 정권과 사기꾼, 어용 방송이 억지로 만든 사건이라는 사실이 다시 확인되고 있다.
채널A 사건은 작년 3월 MBC 보도로 시작했다. 채널A 기자와 한 검사장이 손잡고 금융 사기로 수감된 전 신라젠 대주주에게 유시민씨의 비위를 진술하라고 강요했다는 보도였다. MBC에 이를 제보한 사람은 민주당 지지자인 사기 전과자였다. 제보자는 특종 정보가 있는 척하며 채널A 기자를 끌어들였다. MBC는 제보자와 기자가 만나는 장면을 몰래 찍었다. 제보자는 MBC 보도 며칠 전부터 ‘부숴봅시다! 윤석열 개검들!’이라고 했다.
청와대 비서관 출신인 최 대표와 조국 법무부 인권국장 출신인 같은 당 황희석 최고위원도 MBC 보도 9일 전 “이제 둘이서 작전에 들어간다”고 했다. MBC 보도 직후 여권은 “(정권 불법을 수사하는) 검찰과 언론이 총선에 영향을 끼치려고 유시민 (관련 거짓) 보도를 기획한다”며 총공세에 나섰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이 근거 없는 의혹을 기정사실화하며 윤 총장에게 수사 지휘권 박탈, 직무 정지와 징계 조치를 잇따라 취했다. 추 장관은 “(검언 유착) 증거가 차고 넘친다”고 했다. 하지만 이 사건 수사와 재판에서 ‘차고 넘친다'던 증거는 나오지도 않았다. 추 장관은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강제로 해제하는 법률을 만들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 사건 검찰 수사는 대통령 수족인 이성윤 서울지검장이 맡았다. 수사팀은 한 검사장을 폭행까지 했다. 검사 10여 명이 넉 달 동안 털었지만 채널A 기자만 들어본 적도 없는 ‘강요미수죄'로 재판에 넘겼다. 한 검사장이 기자에게 “유시민에게 관심 없다”고 말한 내용은 공소장에서 뺐다. 공모 관계를 반박하는 핵심 증거인데 일부러 뺀 것이다. 그런데도 기자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한 판사는 “검찰 고위직과 연결하여”라며 한 검사장의 공모를 지레짐작했다. 영장 판사로서 있을 수 없는 행태였다.
채널A 기자가 구속된 다음 날 KBS는 “한 검사장이 채널A 기자와 만나 유시민 주가 조작 연루 의혹 제기를 공모했다”고 보도했다. 오보였다. 하루 만에 KBS가 사과했다. 그 뒤 유시민은 MBC 라디오에 나와 “한 검사장이 (노무현 재단) 계좌를 봤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역시 허위였다. 최근 유 이사장은 이 발언이 사실이 아니라며 사과했다. 뒤늦게 법적 책임을 모면해보려는 것이다.
채널A 사건의 전모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검찰은 최 대표와 함께 ‘작전에 들어간다'고 한 같은 당 최고위원과 MBC 제보자를 기소하지 않았다. 검찰 핵심 간부가 KBS에 허위 녹취록을 흘렸다는 의혹도 규명되지 않았다. 수사팀이 한 검사장 무혐의 결론을 내렸지만 이성윤 검사장이 몇 달째 결재를 미루고 있다. 한 검사장은 좌천됐고, 그를 폭행한 검사는 영전했다. 채널A 사건은 철저한 수사로 책임 있는 사람들을 모두 엄벌해야 한다. 정권이 자신의 불법을 덮기 위해 사기꾼과 손잡고 어용 방송을 동원하는 공작은 다시는 없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1.29 달님을 향해 짖는 부엉이가 없다
대통령 친인척·측근 관리… 靑 민정, 손 놓고 있어
퇴임 전후 되풀이된 비극, 文대통령만 예외일까
노무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일했던 인사를 최근 만났다. “예전엔 대통령 친인척 관리를 하는 척이라도 했는데 이 정부에선 그게 안 보인다”고 했다. 민정수석실이 친인척·측근 관리를 사실상 손 놓고 있는 것 같다는 얘기였다.
노무현 정부 초기 노 전 대통령 친척이 상경했다. 이른바 ‘업자’를 만나려 한 것이다. 민정수석실 행정관이 부리나케 서울역으로 달려갔다. “뭐가 문제냐”고 난리치는 그를 그림자처럼 쫓아다녔다. “절대 못 만난다. 그냥 내려가시라”고 수십 번 만류했다. 그는 성화에 못 이겨 발길을 돌렸다. 하지만 몇 년 후 민정실 통제가 느슨해지자 결국 사고를 쳤다.
대통령 친인척 관리는 그만큼 힘든 일이다. 대통령 가족 주변엔 항상 권력의 부나방들이 꼬인다. 이걸 막는 게 청와대, 특히 민정수석실이 할 일이다. 그런데 그 기능이 고장 났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보인다. 대통령 아들 문준용씨는 전시회·정부 지원금·교제 납품과 관련해 잇단 특혜 논란에 휩싸였다. 하지만 그는 야당과 언론에 호통부터 쳤다. 거친 설전을 벌이고 ‘착각하지 말라’고 눈을 부라렸다. 억울한 감정이야 있겠지만 대통령 아들이 이러는 건 듣도 보도 못 한 일이다. 누구도 권력자의 아들에게 “이러면 안 된다”고 제지하지 못한 탓이다.
대통령 딸이 돌연 태국으로 이주했는데, 왜 그랬는지 어떻게 비용을 마련했는지 청와대는 밝힌 적이 없다. 대통령 사위는 태국에서 이스타항공이 수백억원 지급보증을 선 회사에 취직했다. 이스타항공의 오너로 온갖 비리 의혹에 휩싸인 이상직 의원이 여당 공천으로 배지를 달고 1년째 무사한 이유를 아무도 해명하지 않는다. 문 대통령과 이낙연 전 총리의 동생이 나란히 한 기업 계열사에 고위직으로 취업했지만 수수방관할 뿐이다. 김정숙 여사와 친한 사업가가 공공 부지 매입으로 특혜를 봤다는 의혹도 유야무야 넘어갔다.
청와대는 “가족 개인사이며 법적 문제가 없다”고 했다. 문 대통령 일가엔 ‘비리 DNA’가 없다고 말하고 싶은 눈치다. 청와대는 지난 4년간 친인척·측근 비리를 감시할 특별감찰관 임명도 미뤘다. 그러곤 “공수처만 뜨면 다 해결된다”고 고집을 부렸다.
이 정부 어디에도 대통령 주변을 감시하며 경고음을 보내는 ‘워치도그(watchdog)’가 보이지 않는다. 문 대통령은 자기 수족들만 민정수석에 앉혔다. 김조원·김종호·신현수 수석 모두 노무현 청와대에서 비서관·행정관으로 문 대통령을 모셨다. 이들에게 대통령 가족은 성역에 가깝다. 조국 전 수석을 여러 번 만나봤지만 대통령 친인척 문제에 대해 말하는 걸 본 적이 없다. 오히려 대통령을 ‘재인이형’이라 부른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비리를 눈감아 줬다. 감시는커녕 감싸고 무마하기 바빴던 것이다. 이 정부는 최순실 국정농단을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방조한 게 박근혜 정부를 망하게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더니 자기들도 그 길을 따라가고 있다.
여권은 노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해 검찰을 욕하고 이명박 정권을 탓했다. 하지만 진짜 책임은 대통령 가족의 비위를 사전에 막지 못한 청와대에 있다. 못 봤든 외면했든 결국 아무도 짖지 않았다. 문 대통령도 그 일원이었다.
지금 친문 인사들은 “달님(문 대통령)을 밤새 지키겠다” “노무현의 죽음을 잊지 않겠다”며 ‘호위 부엉이’를 자처한다. 하지만 정작 과거를 반성하고 달님을 향해 울음으로 경고하는 부엉이는 없다. ‘문재인 보유국’이란 아부와 충성 구호만 난무할 뿐이다. 대통령 권력은 5년이다. 지금은 권력기관을 장악해 무사할 듯 보이지만 언제까지나 작동하는 보호막은 없다. 역대 대통령 모두 친인척·측근 비리로 퇴임 전후 성치 못했다. 문 대통령만 예외일까. 미리 막지 않으면 비극은 피할 수 없다.
조선일보 배성규 논설위원
01.30 “최강욱 금일중 바로 기소하라” 윤석열 지시 3번 거부한 이성윤
작년 崔 기소 놓고 尹·李 충돌
최강욱 판결문에 자세히 적혀
법원 “尹총장 수사지휘는 적법”
“여권, 윤석열 총장에 항명 올가미” - 12일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여권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항명이라는 올가미를 씌우려 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주 의원은 또 이성윤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좌천된 검찰 간부들에게 조롱성 문자를 보냈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법원은 지난 28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에게 입시용 허위 인턴 경력 증명서를 발급해준 혐의로 기소된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에게 “입시 공정성을 해쳤다”며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런데 29일 공개된 최 대표의 판결문에는 검찰이 작년 1월 이 혐의로 최 대표를 기소할 때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최 대표 기소를 3차례 지시했지만 이 지검장은 듣지 않았던 둘 사이의 충돌이 자세히 적혀 있었다.
판결문에 따르면 최 대표 기소 전날인 작년 1월 22일 윤 총장은 이 지검장에게 “피고인(최 대표)을 금일 중 바로 기소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이 지검장은 수사팀에 “최 대표에게 충분한 변명의 기회를 주는 것이 온당하다”고 지시했다. 그러자 수사팀은 “이미 세 차례 출석요구서를 보냈는데 불출석했다”고 했다. 윤 총장은 재차 이 지검장에게 “(추가 소환의) 실익이 없으니 바로 기소해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이 지검장은 윤 총장 지시를 또 거부하고 수사팀에 “(최 대표를) 소환 조사해라”고 했다. 당시 이 지검장은 수사팀의 거듭된 ‘기소 재가’ 요청에도 결재를 미루고 22일 오후 누군가와 장시간 통화를 한 뒤 청사 외부로 나갔다 돌아와 “법무부·청와대 등 검찰 외부와 접촉하면서 구체적인 사건 처리 지침을 받은 것 아니냐”는 말이 검찰 내부에서 나왔었다.
윤 총장은 다음 날인 23일 오전 8시 55분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직접 “업무 개시 직후 최 대표를 기소해라”고 지시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이 지검장은 이날 오전 9시 13분 검찰 내부 메신저로 윤 총장에게 “당일(23일) 기소하라는 지시는 이유나 정당성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이의하오니 재고해 달라”고 했다. 윤 총장의 세 번에 걸친 기소 지시를 모두 거부한 것이다.
그리고 17분 뒤인 9시 30분쯤 수사팀은 총장 지시를 따라 법원에 최 대표에 대한 공소장을 접수했다. 이 지검장 결재 없이 윤 총장의 지휘와 송경호 당시 3차장검사 전결로 기소가 이뤄졌다. 이 지검장은 “검찰총장은 검사장을 통해서면 지휘를 할 수 있다”고 반발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수사팀은 “이 지검장은 23일 중간간부 인사로 수사팀 교체가 예상되자 갑자기 소환 조사 필요성을 제기하며 결재를 미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이 수차례 소환장을 받고도 출석하지 않은 점이나 기소 당시 수집된 증거 입증 정도를 보면 총장이 직접 기소 지휘를 했다고 해서 최 대표가 실질적 불이익을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조선일보 이민석 기자
01.30 하루만 버티면 장관되는 나라…박범계는 야당 패싱 27호
박범계 후보의 인사청문회는 ‘맹탕·부실 이벤트’였습니다. ‘패스트 트랙 사건’으로 검찰 수사 대상이고, 재산신고 누락과 허위거래 의혹, 고시생 폭행 시비 등 부적격 사유가 산더밉니다. 그러나 핵심 증인도, 참고인도 없었습니다. 여당이 거부했기 때문이죠.
더 큰 문제는 하루만 잘 버티면 된다는 집권세력의 인식입니다. ‘모르쇠’로 일관하다 대통령이 임명하면 그만이기 때문이죠. 앞서 추미애, 조국 법무장관 모두 같은 패턴이었습니다. 이럴 거면 7대 원칙은 뭣 하러 만든 건가요.
유명무실 인사원칙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때 약속한 인사 기준 5가지를 7개로 확대했습니다. 그러나 세부 내용은 오히려 후퇴했죠. 위장전입의 경우. 부동산 투기나 자녀 학교 배정 등을 이유로, 그것도 2차례 이상일 때만 한정했습니다. 한번쯤은 봐주겠다는 이야기죠. 실제로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딸의 초등학교 입학때문에 위장전입 했습니다. 1996년 북아현동에서 정동 3번지로 주소를 옮겼는데, 이곳은 성당 건물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딸 친구 아버지의 사택'이란 설명을 덧붙였죠.
“국민 여러분들의 지적에 대해서는 아프게 받아들이고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다만 덕수초등학교는 그런 명문 초등학교가 아니었고요” - 유은혜 교육부 장관. 2018년 10월 4일 국회 대정부질문
논란이 되자 이상한 변명도 내놨습니다. 친한 친구와 같은 학교에 보내려는 목적이었다. 민주화 운동 하느라 사회적 지원이 부족한 환경에서 일과 가정을 함께 꾸렸다는 것입니다. 모든 부모는 자기 자녀가 친한 친구들과 함께 진학하길 희망합니다. 다수 부모가 일과 가정을 함께 꾸리지만, 국민들은 위장전입을 꿈도 꾸지 않습니다. 명백한 잘못이기 때문이죠.
누더기가 돼버린 기준
작년 8월에는 청와대 수석 2명과 차관 9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1주택자라는 비공식 기준도 추가됐습니다. 부동산값이 폭등하면서 국민 여론이 들끓었고, 청와대 수석들이 집을 팔지 않으며 논란이 됐기 때문이죠. 물론 예외도 있습니다. 이용구 법무차관은 강남 다주택자입니다. 그러나 전임 고기영 차관이 윤석열 총장 징계를 반대하며 사퇴한지 이틀 만에 곧바로 임명됐죠. 그래서 윤 총장 징계를 위한 졸속 인사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입각한 국회의원은 18명입니다. 노무현·이명박 정부 때 10명, 박근혜 정부 11명보다 훨씬 많습니다. 이럴 거면 차라리 의원내각제를 하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자료 제출도 안하고, 증인 출석도 거부하는 지금의 청문회는 있으나 마납니다. 야당이 아무리 반대해도 어차피 임명을 강행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청문회는 검증도 제대로 못하고 큰소리만 오간 싸움판이었습니다. 이럴 거면 청문회는 도대체 왜 하는 걸까요.
02.02 與의 법원 길들이기 ‘판사 탄핵’에 침묵하는 대법원장
민주당 등 범여권 정당 의원 161명이 임성근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에 대해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법관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되기 때문에 국회 통과도 가능하다. 이후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찬성하면 탄핵이 결정된다. 이 정권이 헌재도 완전히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판사 탄핵이라는 초유의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민주당이 헌정사상 최초로 일선 판사에 대한 탄핵에 나선 이유는 두말할 것도 없다. 그동안 법원은 김경수 경남지사의 드루킹 여론 조작,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억지 징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의 파렴치 범죄 등 정권 불법에 대해 엄정한 심판을 잇따라 내렸다. 앞으로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공작,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등 정권 불법에 대한 중대한 재판을 앞두고 있다. 정권의 위기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임 판사에 대해 본보기용 탄핵을 함으로써 전체 판사에게 ‘조심하라’는 경고를 보내기로 한 것이다.
민주당은 판사 탄핵이 사법 개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법원이 김경수, 조국 가족 등에게 무죄를 주고 윤 총장 징계에 동의했으면 판사 탄핵을 꺼냈겠나. 정의의 판결이라고 추켜세웠을 것이다. 임 판사는 2월에 퇴임한다. 헌재 탄핵 절차는 2월까지 끝낼 수 없다. 소용도 없는 무리한 탄핵을 하는 이유가 뭐겠나. 판사들에게 겁을 주려는 목적일 뿐이다.
정권이 자신의 불법을 덮으려고 법관들을 노골적으로 겁박하는데도 사법부 수장인 김명수 대법원장은 한마디 말도 없다. 대법원장은 취임할 때 사법부 독립을 온몸으로 지키겠다고 했다. 실제 행동은 정반대다. 그가 협조해 ‘사법 농단' 혐의로 재판에 넘긴 판사들은 1심과 2심에서 줄줄이 무죄를 받고 있다. 유죄 판결은 한 명도 없다. 김 대법원장은 여권과 극렬 지지자들이 판사들에게 온갖 막말과 협박을 할 때도 침묵했다. 마지못해 한마디 할 뿐이었다. 이제는 의도가 명백한 겁주기 탄핵에도 입을 닫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02.02 판사 탄핵 추진, 대법원장 입장은 무엇인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임성근 부장판사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4일 국회에서 표결에 부쳐진다. 민주당 의석이 170석을 넘으니 재적 의원(300명) 과반 찬성으로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 대법원장·대법관 탄핵안이 국회에 상정된 적은 있으나(두 건 모두 부결) 일반 판사에 대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취임 때 “온몸으로 재판 독립 수호” 다짐
초유의 판사 탄핵 시도에 침묵으로 일관
판사는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거나 중대한 결격 사유가 생겨 재임용에서 탈락하지 않는 한 파면되지 않는다. 재임용 심사는 10년마다 이뤄지니 금고 이상 형을 받지는 않았으나 중대한 도덕적 문제가 드러난 판사에게 계속 재판을 맡겨야 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을 가정해 보완적 조처로 마련해 놓은 게 탄핵제도다. 사법부 독립 보장이라는 대원칙을 지키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의회의 사법부 통제 수단으로 설계된 게 아니다.
한국 정치 세력이 법원에 불만을 품은 경우는 무수히 많았다. 하지만 일반 법관 탄핵안 발의에까지 이른 적은 없었다. 공격 대상 판사에게 명백한 결격사유가 있다는 국민 공감대가 형성된 적이 없었고, 의원들도 사회적 파장을 고려했다. 사법부 존중과 삼권분립 확립이 공동체 규범으로 인정됐다.
임 부장판사는 후배 법관에게 판결문에 특정 내용을 넣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이 드러나 기소(직권남용 혐의)됐다. 그에 대한 1심 재판에서 재판장이 이를 ‘위헌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임 부장판사 행위가 실제로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고 판단한 법원은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미 판결문 초고가 작성된 상태였다는 게 확인되기도 했다.
과연 임 부장판사는 탄핵당할 만한 일을 했는가. 관점과 시각에 따라 답이 다를 수 있다. 무리라는 쪽에서는 민주당 의원들의 저의를 의심한다.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무효화 결정, 김경수 경남도지사 유죄 판결, 정경심 교수 법정구속,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징역형(집행유예) 판결이 잇따라 나오자 판사들을 겁박하려는 것으로 본다.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묻는다. 임 부장판사 탄핵에 동의하는가. 김 대법원장은 취임 때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온몸으로 막아내고, 사법부의 독립을 확고히 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달 시무식 때도 “재판 독립을 침해하는 부당한 외부의 공격에 의연하고 단호하게 대처해 나가겠다”고 했다. 김 대법원장은 사상 초유의 일반 법관 탄핵 시도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이 침묵을 ‘사법부 독립 침해로 보지 않는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여도 되겠는가. 아니라면 왜 일언반구도 없는가. 이 혼란을 방관하는 사법부 수장을 국민은, 판사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김 대법원장이 자리에 걸맞은 행동으로 존재 의의를 각인시켜 주기 바란다.
중앙일보 사설
02.02 판사 탄핵 추진, 대법원장 입장은 무엇인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임성근 부장판사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4일 국회에서 표결에 부쳐진다. 민주당 의석이 170석을 넘으니 재적 의원(300명) 과반 찬성으로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 대법원장·대법관 탄핵안이 국회에 상정된 적은 있으나(두 건 모두 부결) 일반 판사에 대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취임 때 “온몸으로 재판 독립 수호” 다짐
초유의 판사 탄핵 시도에 침묵으로 일관
판사는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거나 중대한 결격 사유가 생겨 재임용에서 탈락하지 않는 한 파면되지 않는다. 재임용 심사는 10년마다 이뤄지니 금고 이상 형을 받지는 않았으나 중대한 도덕적 문제가 드러난 판사에게 계속 재판을 맡겨야 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을 가정해 보완적 조처로 마련해 놓은 게 탄핵제도다. 사법부 독립 보장이라는 대원칙을 지키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의회의 사법부 통제 수단으로 설계된 게 아니다.
한국 정치 세력이 법원에 불만을 품은 경우는 무수히 많았다. 하지만 일반 법관 탄핵안 발의에까지 이른 적은 없었다. 공격 대상 판사에게 명백한 결격사유가 있다는 국민 공감대가 형성된 적이 없었고, 의원들도 사회적 파장을 고려했다. 사법부 존중과 삼권분립 확립이 공동체 규범으로 인정됐다.
임 부장판사는 후배 법관에게 판결문에 특정 내용을 넣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이 드러나 기소(직권남용 혐의)됐다. 그에 대한 1심 재판에서 재판장이 이를 ‘위헌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임 부장판사 행위가 실제로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고 판단한 법원은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미 판결문 초고가 작성된 상태였다는 게 확인되기도 했다.
과연 임 부장판사는 탄핵당할 만한 일을 했는가. 관점과 시각에 따라 답이 다를 수 있다. 무리라는 쪽에서는 민주당 의원들의 저의를 의심한다.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무효화 결정, 김경수 경남도지사 유죄 판결, 정경심 교수 법정구속,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징역형(집행유예) 판결이 잇따라 나오자 판사들을 겁박하려는 것으로 본다.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묻는다. 임 부장판사 탄핵에 동의하는가. 김 대법원장은 취임 때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온몸으로 막아내고, 사법부의 독립을 확고히 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달 시무식 때도 “재판 독립을 침해하는 부당한 외부의 공격에 의연하고 단호하게 대처해 나가겠다”고 했다. 김 대법원장은 사상 초유의 일반 법관 탄핵 시도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이 침묵을 ‘사법부 독립 침해로 보지 않는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여도 되겠는가. 아니라면 왜 일언반구도 없는가. 이 혼란을 방관하는 사법부 수장을 국민은, 판사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김 대법원장이 자리에 걸맞은 행동으로 존재 의의를 각인시켜 주기 바란다.
중앙일보 사설
02.03 임성근 판사 “사직하겠다”… 김명수 “그럼 탄핵 안되지 않나”
김명수 대법원장이 작년 4월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가 건강 악화를 이유로 직접 사표를 내자 “내가 사표를 받으면 (임 부장판사가) 탄핵이 안 되지 않느냐”며 반려했던 것으로 2일 알려졌다.
국회는 현직 법관만 탄핵을 소추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작년 초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으로 기소된 판사들이 줄줄이 무죄를 선고받자 “국회가 탄핵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민주당은 1년 가까이 흐른 뒤인 지난 1일 대상 법관 중 한 명이었던 임 부장판사에 대해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김 대법원장의 사표 반려는 그와 같은 여당 기류에 보조를 맞춘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오른쪽)과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연합뉴스
본지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임 부장판사는 지난해 4월 대법원으로 김 대법원장을 찾아가 “몸이 아파 법관 일을 하기 어렵다”며 사표를 냈다고 한다. 임 부장판사는 당시 건강 악화로 수술을 받은 직후였다. 그러자 김 대법원장은 “지금 국회에서 (사법 농단 연루) 판사 탄핵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사표를 받으면 탄핵이 안 되지 않느냐”고 했다는 것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임성근 탄핵 발언’이 있었던 이후 임성근 부장판사는 병가를 냈고, 작년 말 법관 연임을 포기해 이달 말 퇴임할 예정인 상태에서 탄핵 대상이 됐다. 한 법원장은 “결국 김 대법원장이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대법원장의 해당 발언은 작년 하반기부터 법원 내부에 퍼지기 시작했다. 이를 전해 들은 일선 판사들 사이에선 “법관 독립을 지키는 대법원장이 현직 판사 면전에서 탄핵을 말했을 리 없다” “사실이라면 김 대법원장이 탄핵감”이라는 말이 나왔다. 일부 판사들은 “대법원장이 인간적으로라도 임 부장에게 이럴 순 없다”고 했다. 두 사람의 ‘인연’ 때문이었다.
◇김 대법원장, 임성근에 “청문회 도와달라”
복수의 법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대법원장은 2017년 본인의 국회 인사청문회 전후로 사법연수원 2년 후배인 임 부장판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국회 임명동의안 통과를 위해 친분 있는 야당 의원들을 접촉해 설득해 달라’는 취지였다고 한다. 임 부장판사는 이 부탁을 들어줬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밑에서 일했던 당시 이민걸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역시 김 대법원장의 국회 임명동의안 통과를 위해 다수의 야당 의원들을 접촉했다. 한 법원장 출신 변호사는 “김 대법원장은 A 부장판사에게도 전화해 ‘야당 위원들을 설득해 달라’고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행정처 심의관(평판사)들도 총동원됐다고 한다.
◇취임 후 ‘피의 숙청’
김 대법원장은 본인의 임명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한 2017년 9월 21일 밤 행정처 판사 거의 전원(30여명)이 모인 회식 자리에서 “제가 대법원장이 되면 피의 숙청, 인사 태풍이 일어날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지만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한 달여 뒤인 그해 11월 1일 그는 일선 법원장 발령이 유력하게 점쳐지던 이민걸 전 기조실장을 재판부도 아닌 ‘사법 연구’로 좌천 발령 냈다. 당시 법원 안에선 “피의 숙청이 시작됐다”는 말이 나왔다. 김 대법원장은 이틀 뒤인 11월 3일 양승태 대법원에서 벌어졌다는 ‘사법 농단’에 대한 2차 조사를, 이듬해인 2018년 1월 3차 조사까지 지시했다. 김 대법원장은 2018년 초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고등법원 부장판사 교육에서도 “나와 생각이 다르면 법원을 나가라”고 했다고 한다.
결국 김 대법원장은 2018년 6월 ‘사법 농단’ 의혹을 검찰로 넘겼다. 100명 넘는 판사들이 검찰 조사를 받았다. 한 법원장은 “검찰 조사를 받고 돌아와 우는 판사들이 많았다. 이후 상당수가 법원을 떠났다”고 했다. 이 중 ‘양승태 대법원’에서 일한 10명의 판사는 직권남용 피의자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대법원장의 인사청문회 통과를 도운 판사도 포함됐다. 이민걸 전 실장의 경우, ‘사법 연구’ 중이던 2018년 5월 옛 통진당 재판 개입 혐의 등으로 법관징계위에 회부돼 2018년 12월 정직 6개월 처분을 받았다. 이어 2019년 3월 거의 같은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임성근 부장판사는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있던 2018년 8월 김 대법원장에 의해 징계위에 회부됐다. ‘임성근을 징계위에 올리라’는 김 대법원장의 요청을 당시 서울고등법원장이 거부하자, 대법원장이 이례적으로 직접 회부했다. 징계 사유는 임 부장판사가 야구선수 오승환씨 재판에 개입했다는 것이었다. 이 사건 담당 판사는 법관징계위에서 “부당한 간섭은 없었고, 임 부장판사의 조언이 재판에 도움이 됐다”고 했으나 견책 징계가 내려졌다. 임 부장판사는 이 혐의와 함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 관련 칼럼을 쓴 산케이신문 기자의 재판에 개입한 혐의로도 기소됐다가 작년 2월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법원 관계자는 “임 부장판사는 몸무게가 30㎏ 빠졌고 수술도 받은 상태에서 작년 4월 김 대법원장에게 사표를 내러 찾아갔다가 ‘탄핵’ 얘기를 들은 것”이라고 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날 본지에 “작년 임 부장을 면담한 건 맞지만 오간 얘기는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임 부장판사는 “일절 확인할 수 없고, 보도를 원치 않는다”고 했다.
조선일보 조백건 기자
02월 03일 부당한 법관 탄핵 사실상 거든 김명수 ‘與 정치인’인가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된다. 무기명 비밀투표 방식이긴 하지만 발의 의원 수가 제적 의원 과반을 넘겨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임성근 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의 부당성, 그리고 이를 추진하는 여권의 사법부 겁박 의도 등이 일반 국민 눈에도 훤히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성호 예결위원장이 “탄핵해야 할 중대한 사유로 보지 않는다”며 “이 정도 사안으로 국회가 법관 탄핵을 추진한다면 사법부를 정치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정치화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하며 발의에 참가하지 않았는데, 이게 정상이다.
그런데 정작 사법부 독립과 재판권 수호에 앞장서야 할 대법원(원장 김명수)은 남의 일 보듯 한다. 대법원이 2일 국회에 전달한 입장문에는 ‘탄핵 절차에 관해 국회와 헌법재판소에 권한이 있고, 대법원이 이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적시돼 있다고 한다. 국회가 알아서 하라는 것인데, 비겁한 침묵을 넘어 부당한 탄핵소추를 거드는 결과를 낳는다. 심지어 김 대법원장이 지난해 4월 사표를 내려는 임 판사를 만류하면서 “사표를 받으면 탄핵이 안 되지 않느냐”고 했다는 주장까지 보도됐다.
임 판사의 1심 판결문에 나오는 ‘위헌적 행위’와 관련, 재판부는 재판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입장은 이 판결도 뒤엎는다. 여당이 오래된 판결문을 놓고 탄핵에 나선 것은, 정권 관련 사건에서 불리한 판결이 잇달아 나오는 데 따른 불만이다. 문재인 정권 출범 뒤 대법관 전원이 ‘사법 농단’은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이 “지난 정권의 사법 농단 의혹을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고 하자 김 대법원장은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재판에 넘겨진 판사들은 1, 2심에서 줄줄이 무죄를 선고 받고 있다.
이젠 법관 탄핵소추를 방관하는 행태까지 보인다. 코드 대법원장도 넘어 여당 정치인 같은 행태다. 그래도 대다수의 판사는 문 정권과 극성 지지자로부터 온갖 협박을 받으면서도 양심과 법리에 따른 판결을 내린다. 이런 법관들이 사법부 중심을 잡고, 법치와 정의 수호에 나서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02.04 김명수 대법원장은 법원 겁박용 판사 탄핵의 공범과 같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탄핵 소추가 발의된 임성근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가 작년 5월 법원행정처에 사표를 내고 김명수 대법원장과 면담했더니 대법원장이 “사표를 수리하면 국회에서 탄핵 논의를 할 수 없게 돼 비난받을 수 있다”며 사표 수리를 안 해줬다고 했다. 앞서 언론이 관련 내용을 보도하자 김 대법원장은 “탄핵 문제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사실은 없다”고 했다. 그러자 임 판사가 “대법원이 사실과 다른 발표를 했기에 부득이 사실 확인 차원에서 입장을 밝힌다”며 즉각 반박했다. 김 대법원장과 임 판사는 서로 같은 대화를 나눈 뒤 정반대로 말하고 있지만 김 대법원장의 태도가 이상하다. 기자의 취재에 명백히 부인하지 않았고, 이날 부인 발표도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야 나왔다. 그 발표도 공보관이 기자 질문에 개별 응대하는 방식이었다.
김 대법원장은 헌정사상 최초인 일선 판사 탄핵이 임 판사를 표적 삼아 진행되고 있는데도 한마디 말이 없었다. 대법원도 “탄핵 절차에 관해 국회와 헌법재판소에 권한이 있고 대법원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도망치기에 급급하다. 대법원장이 판사 탄핵에 침묵하는 이유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탄핵 때문에 임 판사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다가 이제 와서 판사 탄핵을 문제 삼으면 자기모순에 빠진다. 대법원장은 정권이 판사 탄핵의 구실로 삼고 있는 ‘사법 농단’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며 관련 자료를 검찰에 통째로 넘기기도 했다.
민주당의 임 판사 탄핵은 김경수 드루킹 사건, 윤석열 징계 사건, 조국 사건 등에서 일선 법원이 잇달아 엄정한 판결을 내리자 전체 판사들에게 ‘조심하라’는 경고를 보내려는 것이다. 이른바 사법 농단 판결이 모두 무죄가 나고 있어 탄핵 사유 자체가 의문시되는 것, 1년이나 지나 뒤늦게 탄핵한다는 것, 임 판사가 이번 달에 퇴임하는데 억지로 탄핵하겠다는 것, 민주당 의원들이 탄핵 문서도 읽어보지 않고 도장을 찍어준 것 등은 이 탄핵이 정치적이라는 명백한 정황이다. 이를 뻔히 알 대법원장이 침묵하고 있는 것은 공범이라는 뜻이다.
조선일보 사설
02.04 임성근, 김명수 음성파일 공개 “탄핵하자 설치는데 사표 받으면...”
작년 5월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사표를 국회 탄핵을 이유로 반려했는지를 두고 당사자간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임 부장판사가 변호인을 통해 당시 면담 때 녹취한 내용을 4일 공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김 대법원장은 “사표 수리, 제출 그런 법률적인 것은 차치하고 나로서는 여러 영향, 정치적인 상황도 살펴야 한다”며 “(여당에서)탄핵하자고 하는데 내가 사표를 수리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 비난을 받는 것은 굉장히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앞서 대법원은 3일 국회 등에 제출한 답변에서 “김 대법원장은 임 부장판사에게 일단 치료에 전념하고 신상 문제는 향후 건강상태를 지켜본 후 생각해보자는 취지로 말했다”며 “임 부장판사에게 탄핵 문제로 사표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없고, 임 부장판사가 정식으로 사표를 제출하지도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아래는 녹취록 전문.
◇녹취록 전문(김명수 대법원장 발언)
1.
이제 사표 수리 제출 그러한 법률적인 것은 차치하고 나로서는 여러 영향이랄까 뭐 그걸 생각해야 하잖아. 그 중에는 정치적인 상황도 살펴야 되고.
지난 번에도 얘기했지만 나는 임부장이 사표내는 것은 난 좋아. 내가 그것에 관해서는 많이 고민도 해야 하고 여러 가지 상황도 지켜봐야 되는데.
2.
지금 상황을 잘 보고 더 툭 까놓고 얘기하면 지금 뭐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 말이야.
그리고 게다가 임부장 경우는 임기도 사실 얼마 안 남았고 1심에서도 무죄를 받았잖아.
3.
탄핵이라는 제도 있지. 나도 현실성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탄핵이 되어야 한다는 그런 생각을 갖고 있지 않은데.
일단은 정치적인 그런 것은 또 상황은 다른 문제니까. 탄핵이라는 얘기를 꺼내지도 못하게 오늘 그냥 수리해버리면 탄핵 얘기를 못 하잖아.
그런 비난을 받는 것은 굉장히 적절하지 않아.
조선일보 김은정 기자
02.04 김명수 거짓말 드러났다...판사들 “대법원장이 탄핵감, 연판장 돌려야”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 변호인 측이 지난해 5월 김명수 대법원장이 탄핵을 염두에 두고 임 부장판사의 사표 수리를 거부했다는 발언을 담은 녹취록을 4일 공개했다.
변호인이 공개한 녹취록에서 김 대법원장은 “”사표 수리, 제출 그런 법률적인 것은 차치하고 나로서는 여러 영향, 정치적인 상황도 살펴야 한다”며 “(여당에서) 탄핵하자고 하는데 내가 사표를 수리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 비난을 받는 것은 굉장히 적절하지 않다”며 사표를 수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선 판사들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탄핵감이다”, “대법원장이 사법 독립성을 지키긴커녕 사법부를 정치화하는데 앞장섰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출근길에서 녹취록 관련해 침묵을 지키고 별도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다.
◇일선 판사들 “충격, 분노와 배신감. 연판장 돌려야”
대법원은 3일 국회에 제출한 답변 등에서 “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5월 임 부장판사에게 ‘탄핵’을 이유로 말한 적도 없고, 사표가 대법원장에게 실제로 제출되지도 않았다”고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이날 임 부장판사의 변호인이 공개한 녹취록에는 김 대법원장이 “나로서는 여러 영향이랄까 그걸 생각해야 한다. 정치적인 상황도 살펴야 하고”, “툭 까놓고 이야기하면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느냐 말이야”라며 국회의 탄핵 절차, 임 부장판사의 사표를 수리할 경우 본인이 받을 비판 등을 언급하며 사표 수리를 거부하는 정황이 그대로 담겨 있다.
한 부장판사는 “충격적, 법원 내에서도 공론화해야 한다”며 “과거 같으면 벌써 대법원장 물러나라고 연판장을 돌렸을 것”이라고 했다.
◇김명수 대법원, 전날 국회에 ‘허위 답변’ 제출도 논란
앞서 대법원은 3일 국회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실 등에 제출한 답변에서 “김 대법원장은 임 부장판사에게 일단 치료에 전념하고 신상 문제는 향후 건강상태를 지켜본 후 생각해보자는 취지로 말했다”며 “임 부장판사에게 탄핵 문제로 사표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없고, 임 부장판사가 정식으로 사표를 제출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이날 임 부장판사의 변호인이 공개한 녹취록과 정반대의 답변을 국회에 제출한 것이다. 같은 날 임 부장판사 측은 대법원 입장 발표 이후 약 3시간 뒤 입장을 발표하고 대법원 주장을 조목조목 반복했다. 임 부장판사 측은 “대법원장 면담 전에 (김인겸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사표를 제출했고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에게 보고한 뒤, 면담에서 대법원장에게도 보고했다”고 반박하며 “사표는 현재 대법원이 보관 중”이라고 했다. 이후 대법원은 추가 입장을 내지 않고 침묵했다.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장이 ‘대법원’ 조직을 이용해 국회에 허위답변을 제출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대법원장이 허위공문서 작성을 지시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02.05 거짓말쟁이 대법원장 보유국, ‘문재인의 나라’ 진면목
김명수 대법원장이 작년 5월 사표를 낸 임성근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에게 “사표를 수리하면 국회에서 탄핵을 할 수 없게 된다”고 말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던 것이 거짓말로 드러났다. 임 판사가 당시 대화 녹취록을 공개하자 도망갈 수가 없게 된 것이다. 판사는 거짓말을 가려내는 사람이다. 그런데 일반 판사도 아닌 대법원장이 거짓말을 한다. 해외 토픽에 날 일이다. 거짓말이 밝혀졌는데도 크게 부끄러워하는 기색도 없다.
대법원장이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 자체도 놀라운데 그 거짓말이 이뤄진 과정은 정말 기가 막힌다. 정치꾼이나 사기꾼들이 벌이는 막장 수준의 잡아떼기, 뭉개며 버티기, 말 뒤집기 등을 대법원장이 다 보여줬다.
김 대법원장은 “탄핵 문제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사실은 없다”며 딱 잡아뗐다. 둘이서 대화했기에 다른 증인이 없다는 것을 믿고 새빨간 거짓말을 내놓은 것이다. 양심이 없는 사람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거짓말을 대법원 명의 답변서에 담아 야당 의원에게 보낸 것이다. 국회에 사실상의 위증까지 했다. 임 판사가 재차 ‘대법원장이 그런 말을 했다'고 반박했는데도 뭉개며 버텼다. 임 판사가 녹취를 공개하지 않았으면 민주당은 임 판사를 거짓말쟁이로 몰았을 것이다. 그렇게 하고도 남을 사람들이다.
임 판사는 검찰 수사를 받으며 체중이 30kg이나 줄고 큰 병까지 얻었다고 한다. 그런 사람이 사표를 냈는데 ‘탄핵해야 하니 사표 못 받는다'고 하는 것은 사람이 할 말인가. 김 대법원장은 임 판사에게 “툭 까놓고 얘기하면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고 했다. 말이 국회이지 실제론 민주당이다. 사법부보다 민주당이 더 중요한 사람이다. 그는 임 판사 면담 전날과 당일에 문 대통령과 각종 행사에서 잇따라 만났다고 한다.
지금 문 정권이 임 판사에 대한 억지 탄핵으로 일선 판사들을 겁박하는데 대법원장이 후배 판사를 희생양으로 바친다. 자신을 대법원장 시켜준 정권에 보답하려고 사법권 독립을 짓밟고 있다. 김 대법원장이야말로 탄핵감이다. 그러나 국회를 장악한 거대 여당이 탄핵할 리가 없다. 한국은 정권의 수족처럼 움직이며 눈치를 보는 거짓말쟁이를 대법원장으로 보유한 나라다. 무도한 짓을 마음대로 하고 들통나도 오히려 고개를 쳐들고 성내는 문재인 정권의 대법원장답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 사설
02.05 與 법원 겁박용 판사 탄핵 강행, 어쩌다 이런 나라 됐나
▲초유의 판사 탄핵안 가결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한 임성근 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4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표결 직후 국민의힘 의원들이 '김명수 대법원장을 탄핵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인 임성근 판사 탄핵 소추안이 4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국회의 현직 판사 탄핵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법관 탄핵은 헌법·법률 위반 사실이 명확해야 한다. 그러나 후배 판사의 재판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임 판사는 작년 2월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판결문에 ‘위헌적 행위’라는 표현이 있긴 하지만 ‘권유나 조언 정도에 불과해 재판권 침해는 없었다’고 명시돼 있다. 임 판사가 권유·조언한 내용도 허위가 아닌 사실이었다. 더구나 임 판사는 이번 달에 퇴임한다. 헌법재판소가 탄핵 심사를 그 전에 끝내긴 불가능하다. 법적으로 아무 소용도 없는 일을 1년이 지나서야 갑자기 밀어붙인 것이다.
지금까지 이른바 ‘사법 농단’에 연루된 판사 14명 중 6명은 1심에서 무죄를 받았고, 그중 3명은 2심에서도 무죄였다. 나머지는 1심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유죄를 선고받은 사람이 1명도 없다. 처음부터 정치적 억지 소동이었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여당은 ‘위헌적 행위’라는 말 한마디를 들고 탄핵을 강행했다. 상당수 여당 의원은 탄핵안 내용도 모르는 채 백지 발의안에 서명했다. 사유도 따져보지 않고 도장부터 찍은 것이다. 극렬 친문들은 탄핵 발의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들에게 문자 폭탄을 퍼부었다. 법사위의 증거 조사조차 생략됐다. 전 과정이 인민재판과 다를 게 없다. 김명수 대법원장조차도 임 판사에게 “나도 현실성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탄핵이 되어야 한다는 그런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타당성이 없는 탄핵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이렇게 무리수를 쓴 이유는 뻔하다. 민주당은 작년 김경수 경남지사가 드루킹 여론 조작으로 유죄판결을 받자 ‘판사 탄핵’을 본격적으로 외쳤다. 그리고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중지, 조국 전 장관 아내 정경심씨 유죄판결, 최강욱 의원직 상실형 등이 이어지자 실제 행동에 옮긴 것이다. 다른 판사 전체를 향해 ‘몸조심하라’고 협박한 것이다. 앞으로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과 청와대의 울산 선거 공작 사건 등 문재인 정권의 불법과 관련한 재판이 예정돼 있다. 판사 탄핵을 통해 자신들의 불법에 대해 ‘무죄’를 주라고 사법부를 겁박하고 있는 것이다.
판사들이 이런 겁박에 흔들리면 사법부의 존재는 의미를 잃는다. 이렇게 사법부를 무너뜨린 게 베네수엘라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일궈낸 대한민국이 이런 지경의 나라가 됐다. 이 정권은 헌법재판소도 장악하고 있다. 그럼에도 헌재가 판사 억지 탄핵에 대해 엄정한 결정을 내려주길 기대할 뿐이다.
조선일보 사설
02.05 삼권분립 훼손하고 국민 속인 대법원장 사퇴해야
헌정 사상 처음으로 이뤄진 법관 탄핵소추와 관련해 어제 공개된 김명수 대법원장의 음성은 귀를 의심케 한다. 지난해 5월 사표를 받아달라고 찾아간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게 김 대법원장이 “정치적 상황을 살펴야…”라고 말한 것은 사법부의 독립성을 스스로 부정한 행위다. 대법원장이 여당 눈치를 보며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를 수리했다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고 말하는 나라는 삼권분립이 존중되는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 “대법원장의 자질이 전혀 없다는 걸 스스로의 말로 입증한 것”이라는 원로 헌법학자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의 진단에 우리 사법부의 부끄러운 실상이 응축돼 있다.
낱낱이 드러난 김명수 탄핵 발언
사법부 독립보다 여권 반응 의식
몰래 녹음한 임 판사 처신도 충격
김 대법원장이 국민과 국회를 상대로 내놓은 거짓 답변은 더 심각하다. 김 대법원장은 임 부장판사의 ‘탄핵 발언’ 폭로가 나온 직후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자신의 육성이 공개되자 “9개월 전의 불분명한 기억에 의존해 다르게 답변한 것에 대해 송구하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나 발언 내용을 보면 기억이 안 났다는 해명은 설득력이 없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녹취록에서 김 대법원장은 ‘탄핵’이라는 단어를 최소 여섯 번 언급했다. ‘정치’ ‘국회’ 같은 어휘까지 합하면 10번 이상이다. 지나가는 말로 던진 얘기가 아니라 임 부장판사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는 이유를 체계적으로 설명했다. 불과 9개월 전 일어난 이례적 사건을 완전히 다르게 기억할 리 없다.
범여권이 발의한 지 사흘 만에 통과시킨 임 부장판사의 탄핵안은 여러 측면에서 의구심을 샀다. 탄핵 이유인 ‘세월호 7시간 의혹’ 관련 일본 산케이신문 기자 재판에 관여한 의혹은 비록 1심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비난 받을 행위다. 만약 탄핵을 추진한다면 무죄 판결 이후라도 면밀하게 절차를 밟았어야 옳다. 삼권분립 역사에 변곡점이 되는 만큼 국회에서 치열한 논의를 거쳐 결과를 도출할 사안이다.
하지만 이번 탄핵안은 임 부장판사의 자진 사퇴를 앞두고 급작스럽게 추진됐다. 의원 발의 방침이 나오자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 등 161명이 순식간에 서명했고 국회 본회의까지 일사천리로 통과했다. 사법부 독립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졸속이라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최근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무효화 결정과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유죄 판결 등 정권의 심기를 건드리는 판단을 내놓은 법원을 길들이려는 취지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김 대법원장이 지난 5월부터 탄핵을 머릿속에 담아온 사실까지 폭로되자 정치권과 교감을 해온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탄핵을 주도한 이탄희·이수진 의원은 김 대법원장이 만든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이었다. 김 대법원장의 탄핵 발언 파장은 쉽게 잦아들기 어렵다. 당장 시민단체에서 김 대법원장을 직무유기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한편으로는 임 부장판사가 대법원장과 대화한 내용을 몰래 녹음해 갖고 있다가 9개월 만에 세상에 폭로한 행위도 충격이다.
법관 선후배 간에 신뢰가 얼마나 떨어졌길래 임 부장판사가 이런 행동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이는 상식에서 크게 어긋나는 것이다. 수뇌부의 거짓말로 추락한 사법부 위상을 더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김 대법원장은 취임식에서 “국민에게서 진심으로 사랑받고 신뢰받는 사법부를 반드시 만들어 후손들에게 자랑스러운 사법부의 역사를 물려주자”고 했다. 그러나 녹취록 공개로 사법부 사상 가장 민망한 기록을 남기게 됐다. 김 대법원장의 자진 사퇴만이 더 이상의 추락을 막는 길이다.
중앙일보 사설
02.05 "김명수 먼저 탄핵하라" 임성근 사시 동기들, 발칵 뒤집혔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탄핵거래 거짓해명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김 대법원장과의 대화 녹음을 공개했던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사법연수원 17기 동기들은 "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이 선행돼야 한다"고 5일 목소리를 높였다.
사법연수원 17기 140여명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헌정사상 초유의 일선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가 이뤄졌다"며 "이미 형사재판에서 죄가 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한 행위에 대해, 범여권 국회의원들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선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범여권 국회의원들은 숫자의 우세를 이용하여 무도한 입법행위를 자행해 왔다"며 "자신들은 선출된 자로서, 선출되지 않은 법관은 감히 대들 생각을 하지 말라고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그런 논리라면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이 선행돼야 한다"며 "그는 법원의 수장으로서 자신이 지켜야 할 판사를 보호하기는커녕 탄핵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도록 내팽개쳤다"고 비판했다.
또 "(김 대법원장이)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데 급급해 사법부의 독립을 포기했다"며 "이러한 행동은 법원의 권위를 실추시켰고, 다수의 법관으로 하여금 치욕과 자괴감을 느끼게 했다"고 덧붙였다.
17기생 일동은 "탄핵돼야 할 사람은 임성근 판사가 아니라 바로 김명수 대법원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임 판사가 한 행위가 잘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잘못에 대한 책임은 그 정도에 상응해야 한다"며 "이번 탄핵소추의 실체는 법원 길들이기, 범여권의 입지를 세우기 위한 정치적 목적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직권남용임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탄핵사태는 법조와 관련된 것이고, 우리 17기 동기생과 관련된 것이기에 우리가 먼저 나섬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며 "17기가 아닌 다른 법조인을 비롯한 일반 국민들도 우리와 함께하기를 기대한다"고 글을 마쳤다.
한편 시민단체들도 이틀째 김 대법원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은 "명백한 사법부의 독립 훼손이자 정치적 중립을 위반한 것이므로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법시험준비생모임도 성명서를 내고 "김명수 대법원장을 제외한 사법부 구성원들은 더불어민주당의 겁박에 굴하지 말고 법과 원칙에 따라 소신껏 판결해 주기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전날 퇴근길에서 "사과와 죄송하단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던 김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출근길에서 거취 등을 묻는 기자 질문에 입을 굳게 다물었다.
임성근 판사 탄핵에 대한 우리의 입장
2021. 2. 4. 국회에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범여권 국회의원들의 찬성 179표로 가결되었다. 헌정사상 초유의 일선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가 이루어졌다. 탄핵사유는 임성근 판사가 다른 판사의 재판에 개입하는 위헌적 행위를 하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임 부장판사의 행위에 대하여 이미 법원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판결을 선고하였다. 이미 형사재판에서 죄가 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한 행위에 대하여, 범여권 국회의원들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선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를 한 것이다. 한편, 임성근 판사는 이미 사직 의사를 밝힌 바 있고, 2월 말에 임기만료로 퇴임이 예정되어 있다. 오래전에 스스로 사의를 표명하였고, 그와 무관하게 불과 20여 일 후면 임기가 만료됨에도 기어코 탄핵이라는 올가미를 씌우려고 시도하였다.
범여권 국회의원들이 임성근 판사를 탄핵하려고 하는 이유가 과연 이 나라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애국적인 사명감에서 나온 것일까? 아니면 최근에 행해진 몇몇 판결들에 불만을 품고 사법부 길들이기를 시도하는 것일까? 우리는 후자임이 명백하다고 판단한다.
범여권 국회의원들은 숫자의 우세를 이용하여 무도한 입법행위를 자행하여 왔다. 그들과 견해가 다른 정치세력과 다수의 국민은 안중에 없는 듯한 태도를 취해왔다. 자신들은 선출된 자로서, 선출되지 않은 법관은 감히 대들 생각을 하지 말라고 하고 있다.
그런 논리라면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는 법원의 수장으로서 자신이 지켜야 할 판사를 보호하기는커녕 탄핵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도록 내팽개쳤다.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데 급급하여 사법부의 독립을 포기하였다. 자신의 입신을 위한 행동만을 해온 것이다. 그는 심지어 일국의 대법원장으로서 임 부장판사와의 대화 내용을 부인하는 거짓말까지 하였다. 녹음파일이 공개되자 비로소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정확하지 않았다는 등의 변명으로 일관하였다. 이러한 행동은 법원의 권위를 실추시켰고, 다수의 법관으로 하여금 치욕과 자괴감을 느끼게 하였다. 탄핵되어야 할 사람은 임성근 판사가 아니라 바로 김명수 대법원장이다.
우리는 임성근 판사가 한 행위가 잘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잘못에 대한 책임은 그 정도에 상응하여야 한다. 임성근 판사의 행위는 탄핵사유에는 현저히 미치지 아니한다. 따라서 이번 탄핵소추의 실체는 법원 길들이기, 범여권의 입지를 세우기 위한 정치적 목적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직권남용임이 분명하다.
이번 탄핵사태는 법조와 관련된 것이고, 우리 17기 동기생과 관련된 것이기에 우리가 먼저 나섬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우리에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법조 전체, 나아가 우리 국가 전체에 관련된 것이므로, 17기가 아닌 다른 법조인을 비롯한 일반 국민들도 우리와 함께하기를 기대한다.
2021. 2. 5.
사법연수원 17기생 일동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
02월 05일 거짓말 대법원장의 ‘추미애式 인사’와 사법 신뢰 파괴
임성근 부장판사에게 탄핵을 거론하지 않았다던 김명수 대법원장 주장이 새빨간 거짓말로 드러난 데 이어 해명 자체도 거짓말일 가능성이 크다. 김 대법원장은 임 판사가 녹취의 일부 내용을 공개하자 “9개월 전 불분명한 기억에 의존해 다르게 답변한 것에 송구하다”고 해명했다. 두 사람은 심각한 분위기에서 심각한 문제를 놓고 대화했다. 그런데도 가장 민감한 쟁점을 기억하지 못했다고 우긴다. 임 판사는 “앞에선 이 말, 뒤에선 딴말한다. 그 정도 말을 기억 못 한다면 대법원장 하면 되겠나”라고 했다. 미국 리처드 닉슨 대통령도, 빌 클린턴 대통령도 거짓말 때문에 탄핵소추가 이뤄졌다. 거짓말쟁이든, 중요한 내용도 기억 못 하는 지적 상태이든, 당장 사퇴하는 게 옳다.
지난 3일 단행된 법관 인사를 보면 김 대법원장의 후안무치가 자신의 거취 문제를 넘어 사법부 전체를 망가뜨릴 지경이다. 전국 최대 법원이자 주요 사건을 재판하는 서울중앙지법의 법원장과 수석부장판사 자리에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등에 대한 진상조사에 참여하거나 검찰 수사를 주장한 법관을 배치했다. 성지용 원장은 ‘사법부 블랙리스트’ 사건의 1차 진상조사위원장을 맡았고, 고연금 형사수석부장판사는 조사위원이었다. 두 사람 모두 김 대법원장이 회장을 지낸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다. 지난 한 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인사권을 휘둘러 친정권 검사들을 대거 검찰청 요직에 배치하고,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을 몰아내려 했던 인사와 닮았다.
중앙지법 재판장은 한 곳에서 3년 근무하는 것이 관행이지만 조국 일가 사건과 울산시장선거 공작 사건을 맡은 김미리 부장판사는 3년이 됐는데도 유임됐다. 그는 울산 사건의 경우, 1년이 지난 현재까지 준비 기일을 진행하며 재판을 끌고 있고, 웅동학원 채용 비리 사건에서는 주범격인 조 전 장관 동생에게 공범보다 낮은 형량을 선고했다. 설문조사를 한 뒤 김 판사를 유임시킨 과정도 석연찮다. 추 전 장관은 1년 만에 퇴출됐지만, 대법원장 임기는 대통령보다 긴 6년이다. 판사 탄핵을 거들고 거짓말까지 해대는 사람의 사법부 신뢰 파괴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
문화일보 사설
02월 05일 정의용 황희 권칠승 조국…文정권 실세들의 끝없는 위선
문재인 정권의 거짓과 내로남불은 놀라운 일도 아니다. 최근 들어서는 도덕불감증도 넘어 위선과 부도덕이 문 정권의 DNA가 된 듯한 사실이 정의용 외교(5일)·황희 문화체육관광(9일)·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3일)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청와대는 공직 원천 배제 7대 기준을 제시했는데, 2005년 7월 이후의 위장전입도 해당한다. 2010년 위장전입을 했던 권 후보자는 지명 조건도 안 되지만 5일 장관에 취임했다. 친문에겐 그런 약속도 무용지물이다.
권 장관과 황 후보자는 외국어고·과학고 등 특목고 폐지를 앞장서 주장해 왔다. 그런데 권 장관 딸은 외국어고에 진학했고, 황 후보자 딸은 자율형사립고를 거쳐 외국인학교에 다닌다. 권 장관은 “딸이 가겠다는 걸 어떻게 말리겠냐”고 했고, 황 후보자는 “딸이 영어를 잘해서 희망했다”고 했다. 남의 자녀는 특목고에 못 가도록 아예 특목고를 없애려 들면서 제 자녀는 보내는 이중성을 별로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황 후보자 딸이 다니는 학교 1년 수업료는 4200만 원이나 된다고 한다. 6억8000만 원을 전 재산으로 신고한 황 후보자가 어떻게 감당하는지 의문이다.
정 후보자 가족의 부동산 문제는 너무 복잡해 신고 누락, 꼼수 증여 등 여러 의혹을 받는다. 1995년부터 집 3채로 16억 원의 차익을 얻었다. 사회초년생 시절 아파트를 장만한 장남도 위장전입 의혹이 있다. 외교부에 들어갔던 차남은 정부 지원으로 유학을 다녀온 뒤 외국 회사로 이직해 거액의 연봉을 받는다고 한다. 아버지는 외교부 장관이 되고, 아들은 외교부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한편, 조국 전 장관 딸은 한국전력 산하 한일병원에 인턴을 신청해 합격했다. 조 전 장관 아내 1심 판결에서 허위 인턴증명서 발급에 유죄가 나왔고, 딸도 공범으로 지목됐다.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되면 의사자격증을 잃을 수 있다. 그러나 조 전 장관은 아무 반성도 않는 듯 딸의 전문의 과정을 밀어붙인다. 권 장관은 조 전 장관을 옹호하는 소신에 변함이 없다고 청문회에서 말했다. 이런 사람들이 정권 실세로서 고위직을 꿰찬다. 기막힌 나라가 되고 있다.
문화일보 사설
02.06 ‘인간 차단벽’과 쇠사슬로 대법원 출입문 막은 김명수
김명수 대법원장을 항의 방문한 야당 의원들이 30분 가까이 대법원 청사로 들어가지 못했다고 한다. 대법원 측은 청사 출입문에 채운 쇠사슬도 모자라 방호원들로 인간 차단벽까지 세웠다고 한 의원이 소셜미디어에 알렸다. 대법원장은 임성근 판사 사표 수리를 거부해 헌정 사상 최초로 일선 판사를 탄핵한 정권의 조연 역할을 했다. 그래놓고 ‘탄핵 때문에 사표 수리 못 한다고 한 적 없다’는 거짓말까지 했다. 의원들을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의원들이 현관과 복도 바닥에서 1시간쯤 연좌 농성한 끝에 대법원장실에 들어갔지만 대법원장은 사퇴한다는 말은 끝내 안 했다고 한다.
김 대법원장이 15분 동안 만나면서 사실과 다른 말을 또 했다고 의원들은 전했다. 대법원장이 ‘임 판사가 재판을 받고 있어 사표 수리할 수 없었다’고 했는데 관련 규정에는 그런 경우에도 사표를 받을 수 있게 돼 있다는 것이다. 의원들이 반박했더니 대법원장이 아무 말도 못 했다고 한다. 대법원장이 거짓말을 덮으려고 또 거짓말을 했다면 할 말이 없다.
김 대법원장은 임 판사에게 “나도 탄핵이 현실성 있다거나 탄핵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사표를) 수리해버리면 (민주당이) 탄핵 이야기를 못 한다”고 했다. 법률가로서 정권이 강행하는 판사 탄핵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하면서도 그 탄핵에 가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장으로 자리보전만 할 수 있다면 후배 법관을 억지 탄핵에 넘기는 것쯤은 충분히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대법원장 취임할 때 “법관 독립 침해 시도를 온몸으로 막아내겠다”고 했던 것은 순전히 빈말이었다.
헌법재판소도 임 판사 탄핵 사건의 주심으로 민변 회장 출신이며 세월호 관련 단식 농성을 한 이석태 재판관을 지정했다고 한다. 정부, 국회, 대법원과 헌재를 모두 장악한 정권의 폭주가 멈추지 않고 있다. 이제는 판사들을 향해 ‘정권 불법 사건 재판 잘하라'고 겁박까지 한다. 임 판사 사법연수원 동기 140명이 정권의 무도함을 비판하고 김 대법원장 탄핵을 요구했지만 듣지도 않을 것이다. 이번에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만 이기면 모든 문제를 덮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2월 09일 코드 인사에다 판사 동원 임명 로비…김명수版 사법 농단
법관의 ‘정치 중립’은 헌법과 법관윤리강령 등에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을 만큼 사법부 독립의 핵심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이 이른바 ‘사법 농단’으로 재판을 받은 이유도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판사들을 동원해 정치권에 로비를 하고 ‘재판 거래’를 했다는 혐의 때문이다. 그런데 검찰에 전임 대법원장 등을 수사 의뢰한 김명수 대법원장이 국회 임명동의 과정에서 판사들에게 야당 의원 로비를 부탁하고 자료를 삭제한 것은 물론 ‘코드 인사’까지 한 것은 전임보다 더한 ‘김명수판(版) 사법 농단’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그나마 사법부 시스템 개선과 외교 문제 고려 등의 공적(公的) 차원의 일탈이었다면, 이번 경우는 사법의 정치화를 키우고 개인적 차원의 문제에 판사들을 동원했다는 점에서 훨씬 심각하고 사악하기까지 하다.
헌법은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제103조)고 규정하고, 법관윤리강령도 ‘정치적 중립’(제7조)을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2017년 9월 김 대법원장 인사청문회 준비팀은 국회 임명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판사들에게 출신 지역과 대학별로 야당 의원들을 할당해 ‘찬성 로비’를 했다고 한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동의안이 부결된 데 이어, 야당에서 김 대법원장 후보자 반대 기류가 강하자 판사들을 ‘마크 맨’으로 차출한 셈이다. 그렇게 하고도 동의안은 역대 최저인 53.7% 찬성으로 겨우 통과됐다. 청문 준비팀은 관련 컴퓨터 자료를 디가우징 방법까지 동원해 삭제했다.
부당한 로비가 없었으면 부결됐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판사 동원 청탁 문제를 더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이미 일부 드러났지만 코드 인사의 심각성도 커지고 있다. 지난 3일 단행된 인사에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의 1심 재판을 맡고 있는 재판장은 통상 근속 기간인 3년을 넘어 6년째 계속 근무하고 있다. 반면 무죄를 선고한 판사들은 대부분 전보됐다. ‘정경심 징역 4년’이 선고된 가운데 2심 재판부에는 김 대법원장의 행정처 출신 판사가 배치됐다. 조국 전 장관에게 유리한 재판 진행을 한다는 재판부도 3년을 넘기고도 유임됐다. 대한변협 전임 회장들이 ‘권력 앞에 누워버린 대법원장, 국민 앞에 거짓말하는 대법원장은 헌정사의 치욕’이라고 했는데, 실상은 더 나쁘다.
문화일보 사설
02월 09일 金대법원장 사퇴해야 사법부가 산다
김현 변호사 前 대한변협 회장
지난 4일 국회에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여권 국회의원들의 찬성 179표로 가결됐다. 헌정 사상 최초의 현직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여서 충격이 크다. 탄핵 사유는 임 부장판사가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훼손 재판에 개입하는 등 위헌적 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평생을 법조인으로 정직하게 살아온 한 법관의 일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일인데도, 국회 법사위가 탄핵 사유를 신중하게 검토하는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다수의 힘으로 강행 처리했다.
1년 전인 지난해 2월 14일 서울중앙지법은 임 부장판사의 행위가 형사수석부장판사의 일반적 직무 권한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그리고 임 부장판사의 후배 판사들은 “임 부장판사가 선배로서 조언을 해주는 것으로 생각했으며 부당한 간섭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임 부장판사는 오래전 사직 의사를 밝혔고, 2월 말에 임기 만료 퇴임이 예정돼 있는데도 국회는 기어코 탄핵소추를 했다.
여권이 임 부장판사를 탄핵한 진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에 나온 정권에 불리한 몇몇 판결에 불만을 품고 양심적인 판사들을 압박해 사법부를 장악하고 길들이려는 불순한 의도는 아닐까.
사법부는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 아래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법치주의를 실현하는 최후의 보루다. 권력이나 강자로부터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국민이 호소할 수 있는 곳은 법원뿐이다. 사법부의 독립은 법관이 정치권력과 어떠한 외압에서 벗어나 공정한 판결을 통해 정의를 실현하는 장치다. 대법원장은 외부의 압력으로부터 사법부의 독립을 수호해야 하는 사법부의 수장이다.
그런데도 김명수 대법원장은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데 급급해 임 부장판사의 사표 수리를 거부함으로써 현직 법관이 부당한 정치탄핵의 희생양이 되도록 방치했다. 심지어 일국의 대법원장으로서 임 부장판사와의 대화 내용을 부인하는 거짓말을 했으며, 허위 진술서를 작성해 국회에 보내기까지 했다. 예상치 않은 녹음 파일이 공개되자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변명으로 일관했다. 국민의 법원에 대한 신뢰를 실추시켰고, 법관들이 치욕과 자괴감을 느끼게 했다. 탄핵은, 임 부장판사가 아니라 김 대법원장이 대상이다.
임 부장판사의 행위가 잘한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임 부장판사의 행위는 분명히 탄핵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번 탄핵소추는 여당의 정치적 목적을 위한 위헌적 직권 남용으로 보는 법조인이 많다. 김 대법원장은 2017년 취임사에서 “저는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온몸으로 막아내고, 사법부의 독립을 확고히 하는 것이 국민의 준엄한 명령임을 한시도 잊지 않겠습니다. 나아가 법관 개개인의 법원 내부로부터의 독립에 대해서도 각별한 관심을 가지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참으로 공허하고 실망스럽다.
대법원장의 거취는 개인의 차원을 떠나 사법부의 존립과 사법의 신뢰 차원에서 중요하다. 지난 8일 역대 대한변협 회장 8인이 성명서에서 주장한 것처럼, 김 대법원장은 국민에게 사과하고 사퇴하라. 그것이 공인으로서의 떳떳한 자세이고 사법부를 살리는 길이다.
문화일보
02월 10일 대법원장 버티면 사법부 더 망가진다
배병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가인 김병로 선생은 초대 대법원장으로 두루 존경 받는다. ‘사법부 독립의 초석, 가인 김병로’ 평전을 보면, 가인은 난진이퇴(難進易退)의 선비적 삶으로 일관했다고 한다. 예기(禮記)에 나오는 난진이퇴는, 공직에 나아감은 어렵게 하고 물러남은 쉽게 한다는 뜻이다. 전쟁 중이던 1952년 부산정치파동에서도 가인은 대법원장으로서 ‘폭군적인 집권자가 법에 의거한 행동인 것처럼 조작하는 수법은 민주법치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이를 억제할 수 있는 것은 사법부의 독립뿐’이라고 했다.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초유의 국회 탄핵과 관련해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초대 대법원장이 온갖 어려움 속에서 지킨 사법부 독립의 정신을 팽개쳤다는 것이다. 수술을 앞둔 판사가 건강상의 이유로, 그리고 법관의 임기 만료를 이유로 수차례 사표를 제출했으나, 대법원장은 정치권의 눈치를 보느라고 수차례 탄핵을 거론하며 사표 수리를 거부했던 것이다. 무죄 판결을 받은 판사에 대해 거대 여당이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다수라는 이유로 탄핵소추를 의결하는 것은 사법부의 위상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법원을 허물어뜨리기 위한 ‘사법부 길들이기’에 불과하다. 174석을 가진 거대 여당의 사법부 장악 시도는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으로 주권자인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나 마찬가지다.
문제는 탄핵을 거론한 적이 없다는 김 대법원장의 말이 거짓임이 확인되면서 국회에 제출한 진술서도 허위임이 드러났다. 법조계의 비판이 비등한 가운데 역대 대한변협회장 8명은 ‘거짓말하는 대법원장은 국민 앞에 사죄하고 즉각 사퇴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정치권력을 의식해 그 눈치만 살피는 대법원장이야말로 탄핵 대상이라는 것이다. 다수의 법관과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 및 사단법인 대한법학교수회 등의 비판도 비슷한 내용이다. 삼권분립을 통한 기본권 보장 기관으로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인 사법부의 수장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이제 땅에 떨어졌다.
게다가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찬성 로비와 관련 자료의 폐기 의혹 등이 제기됐다. 2017년 9월 대법원장 인사청문회 준비팀은 국회의 임명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판사들에게 출신 지역과 대학별로 야당 의원들을 할당해 ‘찬성 로비’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역대 최저인 53.7% 찬성으로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후 청문회 준비팀은 관련 컴퓨터 자료를 디가우징 방법을 사용해 삭제했다. 이에 대한 국회의 자료 요구에 대해 대법원은 묵묵부답이다. 그러자 야당인 국민의힘은 9일 김 대법원장에게 오는 17일로 예정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법원 업무보고에 직접 출석해 국회를 상대로 거짓말을 한 데 대해 사과하고 각종 의혹을 해명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 3일 단행된 법원 인사에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의 1심 재판을 맡고 있는 재판장은 통상 근속 기간인 3년을 넘어 6년째 근무하게 했다. 그리고 정권의 기대에 반하는 무죄 선고를 한 판사들을 대부분 전보(轉補)하는 등 코드 인사의 폐해도 지적되고 있다.
사법부의 권위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국민의 신뢰가 무너졌다. 그에 대한 책임이 있는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수장(首長)으로서 용단을 내려야 할 때다.
문화일보
02.10 자신들은 ‘블랙리스트’ 아닌 ‘체크리스트’라더니 징역형
▲<YONHAP PHOTO-3376> '환경부 블랙리스트' 김은경 징역 2년 6개월로 법정구속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에 관한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은 이날 선고 공판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2021.2.9 yatoya@yna.co.kr/2021-02-09 15:49:02/< 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1심 재판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함께 기소된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도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이 공모해 산하 기관 임원에 청와대와 환경부 몫을 정하고, 원하는 사람을 임명하기 위해 산하 기관 임원들의 사표를 일괄 징수했다. 거부하면 표적 감사를 실시해 사표를 받았다. 내정자가 서류에 탈락하자 서류 합격자 7명을 모두 불합격 처리하고 담당 국장을 징계성으로 전보 조치했다. 이래놓고 모든 책임을 공무원들에게 전가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은 문재인 정권이 전 정권의 대표적 적폐로 비판해온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과 판박이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전직 대통령과 청와대 비서실장, 장차관 등 수십 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 정권은 대담하게도 그와 똑같은 범죄를 저질렀다. 사건이 불거지자 청와대는 “블랙리스트가 아니라 체크리스트”라고 했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더니 청와대는 “균형 있는 결정이 내려지리라 기대한다”고 했다. 영장 기각을 주문한 것이다. 실제로 법원이 영장을 기각했다. 운동권 출신이라는 판사가 청와대 변호인 같은 설명을 내놓았다. “새 정부가 공공기관 운영 정상화를 위해 인사 수요 파악 목적으로 사직 의사를 확인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했다. “(산하 기관장 사퇴 종용은) 관행이어서 고의나 위법이라는 인식이 희박했을 것”이라고도 했다. 같은 일을 해도 전 정권만 죄가 되고 이 정권은 아니라는 것이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폭로한 청와대 특별감찰반 출신 김태우 전 수사관은 “청와대 특감반장이 ‘현 정부를 위해 일자리를 만들어줘야 한다’며 330개 공공기관 임원 리스트를 작성하라고 했다”고 했다. 국무총리실·기재부·교육부·산업부·법무부·보훈처 산하기관은 물론 과학계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도 검찰은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만 불구속 기소했다. 공공기관 인사책임자인 청와대 인사수석과 민정수석은 조사조차 안 했다. 정권의 불법을 심판해야 할 검찰과 법원이 권력 앞에 고개를 숙이면 정권 불법은 관행화될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2월 10일 文정권 블랙리스트 첫 유죄, 윗선 靑 수사 재개해야
문재인 정권 장관 출신에게 첫 실형을 선고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판결은 비록 1심이지만 ‘역사적’이라고 할 만큼 의미가 크다. 우선, 조직적으로 자행되던 낙하산 인사가 불법임을 판시했다. 구 정권에서 기용된 인사에 대한 사퇴 강요, 신 정권 인사의 부당한 채용이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범죄라는 것이다. 둘째, 정권의 수사 방해로 윗선이나 몸통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상황에서 중형을 선고함으로써 엄정한 추가 수사 필요성을 시사했다. 셋째, 현 정권은 인사권을 휘둘러 권력 범죄 수사팀을 해체하고, 재판부에도 코드 인사를 자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엄정한 법리 적용의 선례를 남겼다.
서울중앙지법 합의25-1부는 9일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해 법정구속하고,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에게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임명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명 13명에게 강제로 물러나게 하고, 내정자가 임명되도록 부당하게 개입하는 등 직권남용·업무방해 죄질이 아주 나쁘다고 보고 일부 경우에는 강요죄까지 적용했다. 관행이었다는 변론에 대해 재판부는 “폐해가 매우 심해 타파돼야 할 불법적 관행”이라고 규정하고, 특히 “공공기관 운영법이 제정된 2007년 이후 이처럼 계획적이고 대대적인 관행은 찾아볼 수 없다”고 적시했다.
이번 사건은 박 정권의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비해 죄질이 훨씬 나쁘다. 공공기관 인사 비리와 정부 지원 대상 차별은 그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청와대와 여당은 “블랙리스트 아니라 체크리스트”라는 궤변으로 수사를 방해했다. 영장전담판사는 관행을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당시 대검 반부패부장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사건을 뭉개자 문무일 검찰총장이 직접 지휘해 겨우 기소했다. 이제라도 수사를 재개해야 한다. 당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과 조현옥 인사수석비서관을 비롯한 청와대 ‘윗선’과 배후이다. 또 김태우 전 특감반원 폭로만 봐도 다른 기관으로 수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정권이 계속 방치·방해하면 은폐 범죄도 엄단해야 할 것이다.
문화일보 사설
02-11 “조현옥 주재한 靑수석 인사간담회서 임원 단수후보 정해 통보”
[‘환경부 블랙리스트’ 논란]‘김은경-신미숙 유죄’ 판결문 보니
과거엔 장관이 추천한 후보 내정
文정부 들어선 靑추천이 원칙 ‘자격미달자도 요건 맞춰라’ 지시
추천인사 탈락 위험성 우려해 정상적인 공모절차 무력화 시켜
▲“모든 공공기관 임원 후보자에 대해 청와대와 협의를 거쳐야 했고, 사실상 청와대에서 후보자를 최종 결정했다.”(환경부 운영지원과 공무원 법정 진술)
9일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대통령균형인사비서관에게 유죄가 선고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판결문에는 환경부와 청와대가 박근혜 정부 때 임명된 공공기관 임원들을 쫓아내고 ‘낙하산 인사’를 하는 데 조직적으로 공모한 사실이 상세히 담겨 있다. 환경부는 산하 공공기관 임원 13명에게 사표 제출을 요구하고 공석이 된 17개 직위 중 15곳에 ‘자기 사람’을 심는 과정을 청와대에 단계별로 상세히 보고했고, 청와대는 수시로 지시를 내리며 꼼꼼하게 관리했다.
○ 481일간 139회 보고·지시 주고받아
동아일보가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1부(부장판사 김선희)의 이 사건 1심 판결문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환경부는 김 전 장관이 임명된 지 6일 만인 2017년 7월 10일부터 2018년 11월 2일까지 481일간 이메일과 전화, 방문 등의 방식으로 114회에 걸쳐 청와대에 진행 상황을 보고했다. 청와대는 25차례 관련 지시를 내렸다. “후보자가 추천됐으니 채용될 수 있게 지원하라”, “자격 미달이어도 경력 추가할 거 최대한 받아 자격요건 충족되게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판결문에는 환경부와 청와대가 전 정권 인사들에게 사표를 받아낸 뒤 내정자를 앉히는 과정이 설명돼 있다. 공모 절차 시작 전 김 전 장관이 ‘환경부 몫’인 자리에 원하는 인사를 청와대에 추천해 승인받거나, 청와대가 ‘청와대 몫’ 인사를 내정해 환경부에 통보하는 식이었다. 환경부 공무원들은 내정자들에게 면접에 도움이 될 내부 자료를 제공하고, 면접관들에게 높은 점수를 줘 합격하도록 했다. 각 단계별 처리 결과가 청와대에 보고됐다. 청와대는 내정자가 탈락할 경우 환경부 담당자를 청와대로 불러 질책하며 사후 대책을 보고하도록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재판에서 “과거 관례로는 장관이 추천한 후보자가 내정되고 후임 인선을 위한 절차가 진행됐지만 새 정부 들어와서는 청와대에서 추천하는 것을 원칙으로 진행했다”고 진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청와대는 공공기관 임원 내정자를 정할 때 조현옥 전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이 주재하는 ‘인사간담회’를 열어 단수 후보를 정한 뒤 환경부에 통보했다. 인사간담회에는 조 전 수석비서관 외에 해당 부처 소관 수석비서관이 참여했고 신 전 비서관이 실무를 총괄했다.
검찰은 이 인사간담회에서 낙하산 인사 관련 밀실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고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영장이 기각되면서 조 전 수석비서관 등에 대한 수사로 진척되지 못했다. 신 전 비서관은 두 차례 검찰 조사에서 “인사간담회 관련 내용은 보안상 얘기할 수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이 정상적인 공모 절차를 진행할 경우 청와대나 환경부 추천 인사가 탈락할 위험성 때문에 공모 절차를 무력화시켰다”고 지적했다.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르면 임원추천위원회가 후보자를 공정하게 평가해 복수 후보를 추천하고, 장관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 공소시효 7년…“수사 끝난 게 아냐”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지면서 법조계에서는 청와대 윗선에 대한 재수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했던 서울동부지검은 조 전 수석비서관 등 윗선까지 수사하려 했지만 법원의 영장 기각 등으로 수사를 확대하지 못했다.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수사는 끝난 게 아니라 수사 중이라고 봐야 한다”며 “법원에서 신 전 비서관이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는데 그렇다면 당시 인사수석비서관 등이 어디까지 개입됐는지 밝히는 게 형평에 맞는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공소시효가 7년이라는 점에서 재수사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해인 2017년 7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발생했다. 또 이 사건 공범의 경우 형사소송법에 따라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이 기소된 2019년 4월부터 두 사람에 대한 확정 판결이 나올 때까지 공소시효가 중단된다. 청와대를 겨냥한 수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권이 바뀐 후에 수사가 시작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신희철 hcshin@donga.com
02.11 피해 내역 단 네 줄 썼는데 세금 지원, 대통령 아들이나 가능한 일
문재인 대통령 아들 문준용씨가 서울시의 ‘코로나 피해 긴급 예술 지원’ 사업에서 딱 네 줄짜리 피해 사실 확인서를 내고도 최고액을 지원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업의 시각 분야에는 총 281명이 지원해 46명이 선정됐다. 문씨는 다른 36명과 함께 최고액인 1400만원을 받았다.
문씨는 피해 확인서에 단 세 문장(4줄)으로 ‘3개 전시회 취소로 손실이 크고 작품 제작비 회수가 불가능하다’는 취지로 썼다. 탈락자 235명 중 215명(91.4%)은 문씨보다 훨씬 상세하게 피해 사실을 기재했다. 이들 중 31명은 4건 이상의 피해를 호소했다. 문씨처럼 짧게 몇 줄 쓰고 선정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일부 탈락자는 A4 용지 6장에 그래프까지 넣어서 빼곡하게 피해 사실을 기술했다. 장애인 예술 육성 사업을 하는 A씨는 “장애인 예술가들을 집으로 돌려보낼 수 없다”고 호소했고, 문씨와 같은 미디어 아트 활동가 B씨는 “4차례 공연·전시가 취소돼 보유한 장비까지 팔아서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모두 탈락했다.
/문준용씨가 작년 코로나 긴급 예술 지원을 받기 위해 서울문화재단에 제출한 네 줄짜리 '피해 사실 확인서'.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실 제공
문씨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새로운 문화기술을 종합한 예술 개척 사례로서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것이라고 기대된다’고 자평했다. 예산 지원에 따른 일자리 창출 효과는 아예 기재하지 않았다. 일부 지원자는 2~10명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떨어졌다. 무슨 기준으로 문씨가 선정됐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사업 주관인 서울문화재단은 ‘피해 사실 확인서’는 참고자료일 뿐 심의 기준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했다. 명목이 ‘코로나 긴급 피해 지원 사업’인데 어떻게 피해 사실이 단순 참고용인가. 더구나 문씨가 낸 사업계획서가 특출난 것도 아니었다. 일자리 창출 효과도 ‘0’이어서 심의 기준인 ‘사업 성과 및 기여도’ 면에서 뒤떨어진다. 한마디로 문씨가 대통령 아들이 아니면 선정됐겠나.
문씨는 작년 말 특혜 논란이 일자 “착각하는 것 같은데, 제대로 쓸 수 있는 사람을 고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문씨는 2006년 한국고용정보원 5급 직원으로 채용될 때도 지원서 경력에 단 세 줄만 썼다. 문씨처럼 달랑 서너 줄짜리 지원서를 쓰고도 쉽게 예산 지원을 받고 채용될 수 있는 사람이 대한민국에 몇이나 될까. 눈물 나게 지원서를 쓰고도 떨어진 사람들이 문씨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지 생각해 보기 바란다.
조선일보사설
02.11 존경하지 않는 판사님께
법원으로 보내는 탄원서를 세 번 써 봤습니다. 부탁 때문에 한 번, 자발적으로 두 번이었습니다. 늘 시작은 ‘존경하는 판사님께’였습니다. 첫 경험 때 요청한 이의 변호인이 그렇게 가르쳐 줬습니다. 포털 사이트에 있는 ‘모범 탄원서’에도 서두가 다 그리돼 있었습니다. 직업상 이유로 재판 방청을 제법 많이 했는데, 드라마에서 본 것과는 달리 ‘존경하는 재판장님’이라고 판사를 향해 말하는 변호사는 없었습니다. 그래도 탄원서의 효험을 바라며 사회적 양식에 따랐습니다.
법과 원칙이 아닌 정치 상황을
처분의 준거로 삼은 대법원장
존경과 예우 받을 자격을 상실
사실 존경하지는 않았습니다. 소속 재판부와 이름이 아는 것의 전부이니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 성적도 우수해 판사로 임용됐다고 해서 존경심이 생기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니 ‘존경하는 판사님’이라는 말은 “훌륭한 판단력과 정의로운 마음을 가졌으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기대를 담은 표현, 즉 공정한 심판에 대한 선(先) 사례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또한 공동체 질서를 지키는 고귀하고 어려운 일을 하는 데 대한 경의의 표시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오래전에 영국의 법조인에게 당신 나라 판사들은 왜 법정에서 가발을 쓰느냐고 물어봤습니다. 옛날 헤어 스타일의 가발을 쓴 법관의 모습이 우스꽝스러웠기에 던진 질문이었습니다. 답은 이랬습니다. “17세기 잉글랜드에서 왕당파와 의회파의 싸움이 치열했다. 왕당파에는 전통적인 긴 머리카락을 가진 사람이 많았고, 의회파에선 새로운 트렌드인 짧은 머리가 유행했다. 따라서 두발 형태를 보고 사람 성향을 짐작하는 풍습이 생겼다. 가발은 머리 모양을 감추기 위한 것이었다. 그게 유래다.” 재판받는 사람이 법관의 정치적 성향을 넘겨짚어 공정성에 대한 의심을 품는 것을 막기 위해 가발이 사용됐다는 겁니다. 불편부당(不偏不黨)하게 보이는 노력을 하는 것도 판사의 책무라는 생각이 듭니다.
법복도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한국 판사들이 입는 검정 가운과 은빛 넥타이는 판사 개인의 취향이나 신념과 무관하게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른 재판을 받을 것이라는 느낌을 줍니다. 모든 판사가 법정에서 똑같은 옷을 입도록 하는 것, 어떤 판사를 만나든 심판의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법원의 약속으로 여겨집니다.
대법원장님, 불행히도 법과 원칙이 아니라 정치적 여건과 자신의 득실을 판단 준거로 삼는 귀하의 속마음이 드러나버렸습니다. 가발이 벗겨진 판사가 됐습니다. 임성근 부장판사의 사직 허용 요청에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 말이야”라고 말했습니다. 관련 규정에 따라 처리하면 될 일을 놓고 “정치적 상황도 살펴야 되고”라고 했습니다. 판사를 포함한 모든 공무원의 의원면직을 허용하지 않는 경우는 징계 처리가 진행 중일 때로 국한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임 부장판사는 이미 징계를 받은 상태였습니다. 대법원장님은 그렇게 마음대로, 불법적으로 한 사람의 자유를 빼앗았습니다. 사법부 수장이 아니라 일반 기관장이 했어도 수긍하기 어려운 행동입니다.
게다가 탄핵 이야기는 한 적 없다고 사실과 다른 해명을 했습니다. 거짓인지 착오인지 확인할 길은 없습니다. 당신만 알 것입니다. 그 해명이 허언으로 판명났을 때는 퇴근길에 잠시 카메라 앞에 서서 “실망을 드린 분들께 깊은 사과와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습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판단의 잣대가 부러지고 휘었다는 게 들통났는데 어떻게 고치겠다는 말조차 없습니다.
대법원장님,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그 앞에 ‘존경하는’을 붙이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제 눈에 법복을 입은 정무직 관료로, 그중에서도 정치적 상황을 살피는 데 급급한 쪽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공정함에 대한 기대도 접겠습니다. 스스로 룰을 어기고 편파성 고백까지 한 심판이 설 수 있는 경기장은 없습니다. 이미 심판이 아닙니다.
중앙일보 이상언 논설위원
02.11 ‘부끄러움의 DNA’가 없는 정권
조국·윤미향·추미애 사태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니 이번엔 김명수 사태다.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게 공통점이다.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하고, 실체가 탄로나자 발뺌하기 급급하다. 그땐 몰랐다, 기억이 불분명했다, 내가 시킨 게 아니다. 도돌이표처럼 되풀이되는 너절한 해명은 지루하기만 하다.
법원 독립의 사명 저버린 김명수
사법정의 믿은 ‘촛불 국민’을 배신
“부끄러운 마음 있어야 국가 영속”
명재상 관중의 경고 되새겨야
“국회 탄핵문제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는 답변서가 거짓임이 들통난 날, 김명수 대법원장은 자신의 ‘흐릿한 기억’을 탓했다. “9개월 전의 불분명한 기억에 의존했다”고. 기억이 안 났을 뿐 거짓말이 아니다? 조국(전 법무부 장관) 사태의 데자뷔다.
딸의 동양대 총장 표창장은 ‘총장이 발급을 위임해준 것’이라던 거짓말은 부인 정경심 교수의 위조극으로 판명났다. 5촌 조카의 사모펀드 개입 사실도 탄로났다. 그런데도 “사모펀드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어 코링크에서 받은 대로 답변한 것”이지 “거짓말이 아니다”고 변명한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보좌관에게 군 간부의 전화번호를 주고 ‘(아들의) 휴가문제 처리했다’는 보고까지 받고도 “전화번호는 줬지만 지시한 게 아니다”는 궤변을 쏟아냈다. 횡령 혐의로 기소된 윤미향 의원(민주당)은 유용된 돈이 미국 유학중인 딸에게 흘러들어갔다는 의혹을 반박하면서 “아이가 검소해서 학교까지 걸어다녔다”는 무협지 수준의 황당무계한 변명을 늘어놨다.
수치심을 모르는 낯 두꺼운 철면피같은 행태다. 사람이 개·돼지와 구분되는 건 부끄러움을 안다는 점이다. 법을 어기고 도덕에서 벗어난 일탈 행위가 남에게, 특히 공중(公衆)에 노출될 때 수치심을 느끼는 게 자연스런 감정이다. 『국화와 칼』의 저자인 문화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는 서구 문화의 뿌리가 신이나 인간 내면에 대한 죄책감에 있는 반면, 동양 문화의 뿌리는 체면을 잃는데 대한 수치심에 있다고 분석했다. 수치심의 감당할 수 없는 무게에 짓눌릴 때, 종종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하는 이유다. 그러니 체면을 차리고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야말로 다른 사람들과 부대끼며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야 하는 인간 사회 형성의 요체인 셈이다.
이뿐일까. 춘추시대 제나라 명 재상 관중(管仲)은 ‘잘못을 숨기지 않고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나라를 지탱하는 데 중요한 덕목이라고 했다. 국가를 영속케 하는 4가지 그물줄(禮·義·廉·恥)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끊어지면 나라가 기울고, 두 개가 끊어지면 위태로워지며, 세 개가 끊어지면 뒤집어지고, 네 개가 끊어지면 멸망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촛불혁명으로 태어난 문재인 정부의 집권 세력에겐 ‘부끄러움의 DNA’가 없는 모양이다. “내가 사표를 수리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 말이야.” 귀를 의심케하는 이 충격 발언의 주인공이 법원의 독립성 확보를 제1사명으로 하는 대법원장이란 사실도 놀랍지만, 거짓말이 탄로난 후에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뻔뻔함이 국민을 경악케한다. 검사가 잘잘못을 가리는 직업이라면, 판사는 거짓말을 가려내는 자리다. 권력과는 숙명적으로 긴장 관계다. 삼권분립의 발명자 몽테스키외가 설파했듯이 ‘권력을 가진 자는 모두 그것을 남용하게 돼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법으로 대법원장의 임기를 못박아 입법·행정 권력의 남용과 유혹으로부터 법원의 독립성을 지키도록 안전장치를 해둔 것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 신성하고도 엄중한 사명을 저버렸다. 보신에 급급해 집권당의 ‘보살핌’을 받는 더부살이 신세로 법원을 추락시켰다는 비난을 사는 이유다. 이런 굴종이 없다. 이는 법치가 회복되고, 법원이 사법 정의를 지킬 마지막 보루가 될 것을 믿으며 촛불을 들었던, 그래서 ‘문재인 보유국’을 탄생시킨 국민에 대한 배신 행위다.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부끄러움을 알면 뉘우치고 회개하게 된다. 부끄러움을 모르면 반성도, 사과도 없다. 이 정권이 유독 사과에 인색한 이유다. “사퇴하라”는 야당 의원들의 면전에서 김 대법원장은 “더 나은 법원을 위해 한번 잘해보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결핍된 ‘수치심’의 자리가 ‘탐욕’으로 채워지고 있다. “짊어진 짐을 함부로 내려놓을 수 없다”(조 전 장관), “흔들림 없이 책임을 다 하는 것이 저의 운명적 책무다”(추 전 장관), “(위안부) 할머니들의 뜻을 이룰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윤 의원). 숱하게 봐왔던 현기증 나는 데자뷔다.
체면과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 있어야 신뢰가 싹튼다. 신뢰가 있어야 큰 일을 도모할 수 있다. 나랏일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지금 이 나라는 지도층이라 할 집권세력이 앞장서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 법을 어기고 거짓말을 하고도 수치심을 느끼지 못한다. 되레 장관·국회의원 같은 고위직에 오른다. 현란한 레토릭과 화장술로 대중의 눈을 속여 권력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국민의 마음을 얻진 못한다. 신뢰가 없으면 나라는 한발짝도 미래로 나아가지 못한다. 그게 관중의 경고다.
중앙일보 이정민 논설실장
02.11 추미애도 안한 시위금지 끌어낸 김명수 대법
“김명수 거짓말쟁이” “대법원장 사퇴하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앞에 10일 이런 문구들이 적힌 ‘근조’ 화환이 140여개 늘어섰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정치 중립 위반과 거짓말 논란을 규탄하는 의미로 시민들이 보낸 것이다.
서초서에 ‘김명수 규탄집회’ 우려
법무부도 허한 집회 이례적 재갈
‘법관 독립 훼손’이 이유, 적반하장
관리를 맡은 시민단체 ‘자유연대’에 따르면 이 화환들은 일요일인 지난 7일부터 대법원 청사 앞에 놓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8일에는 진열이 멈췄다가 9일부터 재개돼 사흘 만에 140개로 늘어났다. 8일 화환 진열이 ‘멈칫’한 데는 사연이 있다. 관할서인 서초경찰서가 “법관의 직무상 독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규탄 집회를 금지하고, 화환 진열도 “법원의 진·출입을 방해해 법원 기능을 침해할 것이 우려된다”고 경고했기 때문이다.
화환 시위는 문재인 정부 들어 권력의 전횡을 비판하는 민심의 표출 수단으로 정착했다. 지난해 10월 대검찰청 앞에 윤석열 검찰총장 격려 화환이 350여개 놓이고, 11월엔 과천 법무부 청사 앞에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을 비난하는 근조 화환이 340여개 놓였다. 시민단체들은 그 화환 앞에서 정권을 규탄하는 시위를 매일 벌였다. ‘추·윤 전쟁’에 대한 민심이 적나라하게 표출된 현장이었다. 당시 대검은 물론이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조차 시민단체의 규탄 시위와 근조 화환 진열을 막지 않았다. 오히려 법무부 청사 관할서인 과천경찰서는 경찰관들이 정기적으로 화환 주변을 순찰하면서 화환이 훼손되지 않도록 보호해줬다고 한다.
그런데 유독 김명수 대법원장 규탄 시위와 화환진열은 경찰이 막겠다고 나서니 배경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화환 진열은 경찰 아닌 구청 소관인 데다 대법원 출입문과 충분히 떨어진 지점에 화환을 진열했는데도 문제로 삼으니 과잉단속이란 비난을 받기 충분하다. 경찰의 이례적인 ‘오버’의 이유는 뭘까. 서초서가 자유 연대에 보낸 집회 금지 통고서에서 실마리가 보였다. “대법원(법원행정처)도 지난 5일 우리 서초서에 ‘규탄 시위가 법관의 독립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귀 단체의 집회시위에 대해 우려를 표한 바 있습니다”란 구절이 그것이다. 대법원은 “경찰이 문의해왔기에 법규에 따라 우려를 표한 것이지 금지를 요구한 적은 없다”고 한다. 그러나 최고 사법기관이 ‘우려’를 표했다면 경찰이 할 일은 뻔한 것 아닌가.
대법원의 이런 행태는 비겁하기 짝이 없다. 대법원 앞에서 시위는 흔한 일이었다. 자유연대만 해도 2019년~20년에 11차례나 대법원과 서울중앙지법 청사 앞에서 사법개혁 촉구 집회를 개최한 바 있다. 법규를 지키는 한 대법원이 막을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자유연대는 코로나 방역 수칙에 따라 참가 인원을 9인 이내로 제한하고, 시위 주제도 ‘김 대법원장의 정치 중립 위반과 거짓말 규탄’에 한정했다. 따라서 법관 개인이나 개별 재판에 영향을 미칠 사안이 전혀 아니다. 오히려 사법부가 권력의 전횡에서 독립하는 걸 독려하는 시위로 볼 수 있다. 그런데 경찰은 “대법원 앞에서 대법원장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 경우 법관의 직무상 독립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법관의 직무상 독립에 영향을 미친 사람은 “국회에서 무슨 얘기 듣겠나”는 이유로 고등법원 부장판사의 사표를 수리를 거부해 사법부의 독립성을 땅에 떨어뜨린 김명수 대법원장이다. 그 김 대법원장의 잘못을 지적하는 시위를 ‘법관의 독립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막는 대법원과 경찰의 행태는 그야말로 적반하장이다.
더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건 집회가 싫으면 싫다고 직접 밝히지 않고 경찰에 ‘우려’를 표해 결과적으로 집회를 막은 발상이다. 법조 출입 기자들에 따르면 김명수 대법원장이 일하는 방식은 늘 이런 식이라고 한다. 그는 인사를 하면서 난처한 사안은 본인 대신 당사자의 직속 상관 등 간접적인 경로를 통해 뜻을 전달하곤 했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임성근 부장판사가 세 번째 사의 표명을 하자 법원행정처 관계자가 “CJ(Chief Justice)의 뜻이다. 가만있으라”고 한 것이 전형적이다.
2017년 9월 본인의 대법원장 임명 동의를 앞두고 일선 판사들을 동원해 야당 의원 설득에 나서도록 한 의혹도 마찬가지다. 당시 야당 의원들은 “수많은 판사로부터 ‘김명수 밀어달라’는 청을 받았다. 김 대법원장이 뒤에서 지시하지 않고선 불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이렇게 자신과 관련된 사안을 직접 다루지 않고 은밀히 부하나 외부 기관을 움직여 처리하는 대법원장이라면 사법부의 독립은 고사하고 판사가 갖는 최소한의 권위도 기대할 수 없다.
중앙일보 강찬호 논설위원
02.11 '문단 미투' 최영미, 황희에 분노…"이 정권 출세, 부패 필수"
▲고은 시인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했다가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당한 최영미 시인이 2019년 2월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이 끝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최영미 작가가 10일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최 작가는 2017년 문단 내 성폭력 행태를 고발하며 문학계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을 촉발한 인물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황 장관의 임명동의안을 재가하기 전 최 작가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황 장관을 언급하며 "어떻게 이런 자가 문체부 장관? 국회 회기 중에 유럽여행, 나빠요"라고 썼다. 황 장관이 병가를 내고 해외여행을 떠났다는 의혹을 지적한 것이다. 최 작가는 "학급 청소 시간에 내빼는 반장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최 작가는 황 장관을 둘러싼 다른 의혹도 거론했다. 그는 "한 달 카드지출이 60만원? 혼자 사는 저도 1년에 카드 1000만원 긁는다"라며 "황희 장관 후보자 가족 명의 통장이 46개! 라고 한다. 아이들이 뭘 배울까"라고 적었다.
최 작가는 "이제 분노할 힘도 없다"며 "이 정권에서 출세하려면 부패와 타락이 필수"라고 비판했다.
/최영미 작가 페이스북. [페이스북 캡처]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이날 오전 국민의힘 위원들이 모두 퇴장한 상황에서 황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적격 의견으로 채택했다.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보고서가 채택된 뒤 이날 오후 문 대통령은 황 장관 임명안을 재가했다.
황 장관은 문재인 정부에서 야당의 동의 없이 임명된 29번째 장관으로, 임기는 오는 11일부터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02월 15일 “거짓말 대법원장 퇴진만이 법원 정체성 회복하는 길”
법원 안팎에서 ‘거짓말 대법원장’이라며 퇴진 압박을 받아온 김명수 대법원장이 연가(휴가)와 설 연휴를 마치고 15일 출근했다. 기존 행태를 보면 뼈아픈 반성과 책임 인정, 사퇴 등 정상적 품성을 갖춘 사람으로서의 대응은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오히려 “더 나은 법원을 위해 한번 잘 해보겠다”며 버틴다. 자신이 회장으로 있었던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 주축인 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침묵하고, 여당도 방패가 돼 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사법부의 독립성과 신뢰는 붕괴하고, 후배 법관들의 열패감도 커간다는 점에서 김 대법원장의 버티기는 더 큰 재앙을 예고한다. 대한변호사협회 역대 회장들, 법학 교수는 물론 현직 판사까지 조속한 퇴진에 입을 모으는 이유다. “법관으로 일하고 싶지만 나라 사정이 여의치 않다”며 사표를 낸 김태규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권력분립의 원칙과 법관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헌법 대원칙을 무너뜨렸으며, 거짓말을 한 대법원장이라는 치욕에 휩싸이게 됐다”면서 “퇴진만이 법원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후배 법관들의 자존심을 되돌려주는 마지막 희생이 될 수 있다”고 호소했다. 국제인권법연구회에 대해선 “특정 성향 법관들이 활동하는 정치노조”라면서 해체를 주장했다.
송승용 수원지법 부장판사도 법원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임성근 판사와 대화에서 탄핵을 언급하지 않았다거나 9개월 전의 일로 기억이 불분명해 거짓 해명에 이르렀다는 발언은 정의를 상징해야 할 사법부 수장의 발언이라고 믿기 힘들다”면서 “국민과 사법부 구성원 전체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하라”고 촉구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런 거짓말과 ‘법관 탄핵 거래’ 의혹에 더해 국회 임명동의를 위해 일선 판사들을 동원해 로비한 의혹도 구체화했다. 이미 직권남용·허위 공문서 작성 등으로 고발 당했다. 여당 1당 독주 국회만 아니면 벌써 탄핵 절차도 시작됐을 것이다.
문화일보 사설
02-16 文정권 개혁, 길을 잃다
정권의 개혁, 고무줄 잣대와 편향 논란 계속
명분 잃어 국민 공감 못 얻으면 역풍 불가피
김명수 대법원장의 거짓말 사태에 대해 집권 여당의 타깃은 김 대법원장 대신 거짓말을 녹취하고, 이를 공개한 판사에 맞춰졌다. “인성도 탄핵감”이라는 강도 높은 비난도 쏟아졌다. 그러나 이 판사의 탄핵을 주도한 판사 출신 여당 의원이 법원행정처 고위 간부와 나눈 대화 내용을 녹취하고, 법정에 증거자료로 제출했던 과거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다. 여당이 판사 탄핵으로 사법개혁의 깃발을 들었지만 누구 편이냐에 따라 대응은 180도 달라졌다.
조국은 최근 “전 국민이 검찰의 폭주를 목도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검찰의 수사권을 사실상 박탈하는 검찰개혁은 멈출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조국 스스로 “검찰이 잘하고 있는” 특수수사 등에 한해 검찰의 직접수사를 인정한다고 말했던 때가 불과 3년 전이다. 3년 사이에 그렇게 잘한다던 검찰이 폭주 검찰로 둔갑한 계기를 멀리서 찾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조국 일가와 월성원전 조기 폐쇄 의혹 등 권력형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를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 윤석열 검찰이 이 정권의 권력형 비리에 눈을 감고 넘어갔다면 조국의 검찰 찬가는 계속됐을 것이다. 친문 세력이 역설하는 검찰개혁이 윤석열 검찰 손보기라는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개혁 드라이브의 전제는 추진 주체와 청산 대상이라는 선명한 양자 구도다. 개혁 주체는 ‘선(善)’이고, 개혁 대상은 ‘악(惡)’이 되는 식이다. 그러나 이 정권에선 개혁 주체가 불가침의 성역으로 남았다. 생각이 조금이라도 다르거나, 정권 비리를 문제 삼으면 개혁 대상이 됐다. 오죽하면 같은 정부의 경제부총리도 곳간 사정을 호소했다는 이유로 ‘개혁 대상’이라는 비난을 받아야 했을까. 상대에겐 너무나 가혹하고, 자신들에게는 한없이 너그러운 고무줄 잣대이다 보니 적과 동지라는 프레임만 앙상하게 남았다. 엄정한 개혁의 대의는 실종됐고, 정치적 유불리만 따지는 ‘선택적 개혁’이다.
1917년 러시아 혁명 직후 집권한 볼셰비키들은 사회주의 혁명이 성공했지만 제국주의 열강들이 러시아를 포위하고 있다고 봤다. 이런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민주주의는 포기할 수 있다고 했다. ‘포위된 요새’인 러시아를 지키기 위해 언론 자유를 제한할 수 있고, 사소한 잘못이나 거짓말 정도는 문제 삼지 말아야 한다는 논리였다.
스탈린 독재에 명분을 제공해준 ‘포위된 요새’ 신드롬이다. 100년 넘는 세월이 지났지만 민주화 세력, 정의의 구현자라는 선민의식으로 무장한 친문 세력의 심리적 기저에도 이런 인식이 깔려 있는 것 같다. 친문 세력이 내건 개혁과 정의가 절대적인 데 비하면 절차나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사소한 곁가지일 뿐이라는 식이다.
그러나 친문 세력은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약자가 아니다. 청와대는 물론 국회 의석을 압도적으로 장악해서 개헌을 제외하면 웬만한 입법은 일방 독주하고 있다. 사법부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엄연한 기득권 세력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자신들은 검찰과 법원 등 사회 곳곳에 퍼져 있는 기득권 세력에 포위되어 있는 것처럼 행동하려 한다. 친문 세력이 주도하는 개혁 드라이브의 정당성을 강조하려는 정치적 계산이겠지만 지나친 현실 왜곡이다. 이럴수록 개혁의 대의나 명분은 빛이 바랠 것이다. 친문 세력만의 개혁이나 정의를 외칠 때가 아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기준과 잣대로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어떤 개혁도 표류할 수밖에 없다.
정연욱 논설위원 jyw11@donga.com
02.17 중앙지법원장의 출세 비결
‘성지용’이란 이름을 고위 법관 인사가 있을 때마다 찾아봤다. 김명수 사법부에서 반드시 출세할 것이라 생각했고, 그때가 되면 그와 관련해 취재했던 내용을 쓰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9일 자로 국내 가장 큰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의 원장으로 취임했다.
성 법원장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만든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이다. 2017년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을 조사한 1·2차 법원 진상조사위 위원이기도 했다. 사법행정권 남용에 휘말린 한 판사의 메모엔 성 법원장의 당시 행동이 자세하게 적혀있다.
2017년 11월 20일. 당시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있던 성 법원장은 이 사건에 연루된 한 부장판사에게 전화를 걸어 “법원행정처 PC 개봉에 동의해달라. 동의 안 했다고 그냥 끝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때는 김 대법원장이 이 사건의 재조사를 지시한 직후였다. 2차 조사위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판사들이 쓴 비밀번호 걸린 업무 PC를 개봉해 그 안의 대외비 검토 문건을 전부 끄집어내려 했다. 행정처 판사들은 “불필요한 오해만 산다”며 개봉에 동의하지 않았다. 강제 개봉은 형법상 비밀침해죄 소지가 있어 김 대법원장에게 큰 부담이었다.
성 법원장은 집요하게 동의를 요구했다. 2017년 12월 13일 그는 이른바 ‘양승태 판사’ 중 한 명을 만나 “조사위에서 형사 고발하자는 얘기가 나온다. 왜 당신이 ○○○(판사 이름)와 똑같이 ‘적폐 3인방’으로 몰려야 하나. 법원과 대법원장을 위해 동의해달라”고 했다. 그는 15·16일에도 ‘동의’ 압박을 했다.
이 판사가 18일 동의하기 어렵다는 최종 의사를 전하자 그는 이렇게 말한 걸로 적혀 있다. “(격앙해) 이제 나도 극단적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대법원장에게 당신과 행정처 간부 3명을 처분해 달라고 요구하겠다. 당신들 같은 사람들과 법관으로 함께 근무한 것이 수치스럽다.”
이 직후 그가 속한 2차 조사위는 행정처 PC를 강제 개봉했다. 그 안의 파일들이 공개되면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은 ‘재판 거래’ ‘사법 농단’으로 둔갑했고, 김 대법원장은 들끓는 여론에 기대 이 사건을 검찰로 던졌다. 이후 성 법원장의 표현대로 ‘수치스러운 적폐 판사들’은 김 대법원장에 의해 ‘징계 처분’을 받고, 검찰에 의해 기소됐으며 민주당에 의해 탄핵 소추되는 ‘극단적 조치’를 당했다.
그는 본지에 “적폐 3인방이란 말은 들은 적도 한 적도 없다”고 했다. 그러나 대법원장 등을 위한 일이라며 PC 개봉에 동의하라고 하고, 거부하는 선·후배 판사를 ‘적폐’라며 ‘형사 처벌’까지 언급했다는 기록 속 그는 판사라기보다는 ‘적폐 감별사’에 가까웠다. 그의 이번 영전은 친정권 검사들에게 요직을 나눠준 검찰의 ‘충성 포상 인사’와 정말 닮았다.
조선일보 조백건 기자
02월 18일 방탄 노려 이성윤 유임시키고 朴·申 갈등 탓으로 돌린 文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파문에 대해 청와대가 공개적으로 입장을 내놨지만, 본질을 교묘하게 호도하고 있다. 핵심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유임 등 검찰 인사안을 문 대통령이 재가했다는 것인데, 실질적 책임자인 문 대통령은 마치 책임 선상에서 빠져 있는 것 같은 입장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신 수석의 갈등 탓으로 포장하려고도 한다. 우선, 문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갈등에 대해 “국민께 송구하다”면서 “국민을 염려시키는 갈등이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검찰 출신의 신 수석 기용도 그 연장선이었다는 점에서, 국민 눈에는 추미애 식의 인사·행태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비쳤다. 신 수석도 그런 전제로 수락했다고 한다.
그런데 신 수석을 ‘패싱’하고 이 지검장을 유임시켰다. 문 대통령 책임 아니면 누구 책임이란 말인가. 그런데도 청와대는 “인사안 조율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보고 되고 발표가 됐다”고 했다. 박 장관이 그런 식으로 독주했다면 문 대통령 스스로 허수아비임을 자인하는 것이다. 당장 박 장관부터 경질해야 할 것이다. 이런 일은 하지 않으면서 청와대는 “대통령은 결부시키지 말아 달라”고 했다. 지난해 말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안을 수용해 놓고 “법무부 징계위의 안을 재가했을 뿐”이라며 했던 것과 마찬가지다. 무책임의 극치이고 국민을 바보로 여기는 행태다.
검찰은 김학의 불법 출금, 울산 선거, 원전 경제성 조작 등에 대한 수사를 이어간다. 이런 수사를 뭉개려는 의도는 최근 검사장 인사에서도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수사 대상인 이 지검장을 차기 검찰총장으로 기용해 권력수사 방탄용으로 삼을 것이란 얘기까지 돌고 있으니 더 한심하다.
문화일보 사설
02월 18일 檢, 이성윤 ‘체포’ 수사해야
허민 전임기자
윤석열 총장의 검찰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법원에 청구해야 한다. 체포 사유는 분명하다. 범죄 혐의로 수사기관으로부터 소환 통보를 수차례나 받고도 이를 거부했다면 영장 발부 사유가 된다. 대한민국 법률에 따르면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을 때는 판사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피의자를 체포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200조 2의 ①)
거짓과 진실을 가리는 것을 업으로 하는 법의 집행자가 범죄를 저질렀다면 일반인의 그것보다 더욱 위중하다. 이성윤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재직 때인 2019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3월)와 관련된 수원지검 안양지청의 수사를 가로막았다는(6월)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문무일 당시 총장을 ‘패싱’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사실이라면 심각한 수사방해에 직권남용이다. 수원지검은 몇 차례 이성윤에 대한 소환 조사를 통보했지만 불응했다고 한다. 일반인 같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학 후배인 이성윤에겐 ‘친정권 검사’란 꼬리표가 있다. 권력 수사를 뭉개고 ‘윤석열 찍어내기’에만 혈안이 돼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으로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등을 추가 기소하는 결정을 미뤘고, 친문 인사인 최강욱 의원을 기소하는 것에 세 차례나 반대했다. 윤 총장과 가까운 한동훈 검사장의 검·언 유착 혐의 없음을 골자로 하는 수사팀의 결재 요구는 무작정 거부하고 있다.
이성윤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첫 검찰 인사학살 시기인 지난해 1월 20일 중앙지검장에 취임했다. 취임사에서 그는 “누가 뭐라 하더라도 검찰은 수사 과정을 통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고 인권을 보호하는 기관이며, 이것은 ‘검찰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그 다짐은 온데간데없다. 그는 인권이 짓밟힌 위법·불법·탈법적 수사를 사실상 묵인함으로써 스스로 천명했던 ‘검찰의 존재 이유’를 허물었다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대통령에게 두 차례나 사의를 표명한 이유도 ‘이성윤 유임’과 관련이 있다. 청와대 사정에 밝은 정치권 인사는 “이성윤 유임을 골자로 한 검사장 인사에서 패싱 당한 것이 대통령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수차례 사의를 표명한 이유라고 한다”면서 “결국 이성윤의 존재가 민정수석 거취에 영향을 미치고 대통령 국정 운영에 부담을 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검사의 법복은 공정함(검은색)과 고귀함(자주색)을 상징한다. 이성윤의 언행에서는 그 어떤 공정함도 고귀함도 찾아볼 수 없다. 스스로 권력의 시녀 노릇을 해온 데다 범죄 혐의까지 받는 그가 아직 법복을 걸치고 있다. 윤석열 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란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심약해져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 검찰의 존재 이유를 되찾고, 법의 정신을 살리고, 민주주의를 구하기 위해 가장 시급하고 당면한 과제는 수사기관의 소환에 불응하는 이성윤을 체포 수사하는 것이다. 그것이 추락하는 정권을 파멸로부터 건져내기 위해 윤 총장이 가야 할 길이기도 하다.
문화일보
02.19 “끝까지 거짓말, 욕밖에 안나온다” 김명수 입장문에 판사들 분노
/김명수 대법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사표 수리를 둘러싼 ‘거짓말’ 파문에 대한 김명수 대법원장의 입장문을 두고 일선 판사들은 “차라리 말을 하지 말지” “보름간 침묵하다 이런 내용을 내놓느냐” 고 했다. “욕밖에 안나온다” 는 격한 반응도 보였다. 판사들은 김 대법원장의 입장문이 사실관계 자체를 왜곡한 데다 반성의 기미도 찾을 수 없다며 조목조목 비판했다.
◇사법부를 둘러싼 여러 일? “대법원장 거짓말 때문”
김 대법원장은 서두에서 ‘최근 우리 사법부를 둘러 싼 여러 일로 국민과 법원 가족 여러분의 심려가 크실 줄 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직 법관이 탄핵소추된 일에 대법원장으로서 안타깝고 무거운 마음을 금할 수 없고 그 결과와 무관하게 국민들에게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의 혼란을 가져온 것은 김 대법원장의 거짓말이었다. 김 대법원장은 작년 5월 임 부장판사가 사표를 제출했을 때 정치권의 탄핵 논의를 고려해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다는 본지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고 했고, 이 같은 답변을 국회에도 제출했다. 하지만 보도 다음날인 4일 “(정치권에서) 탄핵이라는 얘기를 꺼내지도 못하게 오늘 그냥(사표를) 수리해 버리면 탄핵 얘기를 못하잖아”라고 말한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김 대법원장의 거짓 해명이 드러났다. 그러면서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사퇴 요구가 이어졌다. 김 대법원장이 사법행정권 남용 연루 인사들의 유죄판결을 위해 특정 법관을 유례없이 6년간 유임시키는 ‘인사 농단’을 했다는 의혹도 불거지면서 사퇴 주장은 더 힘을 받게 됐다.
한 판사는 “본인의 거짓말로 인해 대법원장 사퇴 요구까지 나오면서 사법부 전체가 조롱 대상이 되고 혼란에 빠졌는데, 마치 탄핵소추를 당한 임성근 부장판사가 혼란을 불러온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부주의한 답변? “명백한 거짓말”
김 대법원장은 이어 “그 과정에서 국민과 법원 가족 여러분께 혼란을 끼쳐 드린 일이 있었다”며 “저의 부주의한 답변으로 큰 실망과 걱정을 끼쳐 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과한다”고 했다. 김 대법원장은 녹취록이 공개된 당시에도 “9개월전의 불분명한 기억에 의존한 발언”이라고 했다.
그러나 녹취록에 따르면 김 대법원장은 “나로써는 여러 영향이랄까 뭐 그런 것을 생각해야 한다”며 “그중에 정치적인 상황도 살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중에는 정치적인 상황도 살펴야 하고..(중략)”라며 “지금 뭐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 말이야”라고 했다. 녹취록 핵심 부분만 보더라도 ‘탄핵’이란 단어가 다섯 번, ‘정치’란 단어가 두 번 등장한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기억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사실이 아니다’라고 하면 위증죄가 성립한다”며 “김 대법원장의 거짓말은 위증죄 요건에도 딱 들어맞는다”고 했다.
◇법 규정 고려해 사표 반려? 녹취록엔 “법규정은 차치하고”
김 대법원장은 입장문에서 “해당 법관의 사직 의사 수리 여부에 대한 결정은 관련 법규정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한 판단”이라고 했다.
그러나 녹취록에서 김 대법원장은 “사표 수리 제출 그런 법률적인 것은 차치하고 나로서는 여러 영향이랄까 뭐 그걸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현행법상 임 부장판사의 사표 수리를 거부할 근거가 없다. 임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 징계절차가 종료됐기 때문이다. 재판절차가 진행중이라는 점도 사표 수리에 장애가 되지는 않는다.
‘법률적인 것은 차치하고’란 김 대법원장의 발언은 적어도 발언 당시 법적으로는 임 부장판사의 사표를 거부할 명분이 없다는 내부 검토를 거쳤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런데 김 대법원장은 19일 입장문에서는 “법 규정 등을 고려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떤 법규정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한 고위 법관은 “김 대법원장이 사표를 수리하지 않는 것은 임성근 부장판사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직권남용인데, 법규정을 고려해 사표수리를 안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정치적 고려 없었다? 녹취록엔 ‘탄핵’ 5번, ‘정치’ 2번, ‘국회’ 1번
김 대법원장은 “해당 법관(임성근 부장판사)의 사직 의사 수리 여부에 대한 결정은 관련 법규정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한 판단이었을 뿐,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과 같은 정치적 고려가 있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했다.
그러나 녹취록에서 김 대법원장은 “법률적인 것은 차치하고 여러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며 “그 중에는 정치적인 상황도 살펴야 되고”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뭐 저렇게 탄핵하자고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 말이야”라고 했다.
그는 “탄핵이라는 제도 있지”라며 “나도 현실성이 있다거나 탄핵이 돼야 한다는 그런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은데 일단은 정치적인 그런 것은 다른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탄핵이라는 얘기를 꺼내지도 못하게 오늘 그냥 수리해 버리면 탄핵 얘기를 못 한다”며 “그런 비난을 받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이처럼 김 대법원장은 여러 번에 걸쳐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국회에서 탄핵이 논의되고 있다’고 발언했다. 법적으로는 수리하는게 맞지만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그렇게 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런데도 19일 입장문에서는 “정치적 고려가 없었다”고 했다.
한 부장판사는 “자기가 한 말이 다 드러났는데 정치적 고려가 없었다고 끝까지 거짓말로 뭉개고 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권한을 내려놓았다? ‘6년 유임’ 윤종섭 인사는?
김 대법원장은 입장문에서 “제도개선을 위해 노력한 목표는 ‘독립된 법관’에 의한 ‘좋은 재판’ 이었다”며 “대법원장이 보유한 여러 권한을 과감히 내려놓은 것 또한 그런 권한이 재판 독립에 미칠 추상적 위험조차 허용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김 대법원장은 지난 3일 법관 인사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문제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표명했던 윤종섭 부장판사를 6년째 중앙지법에 유임시켰다. 중앙지법 재임기간(3년)의 두배에 달한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재판을 비롯해 이민걸 전 행정처 기조실장,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 등의 재판을 맡은 그는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에서 첫 유죄 선고를 할 법관으로 꼽히고 있다.
채용비리로 기소된 조국 전 장관 동생에게 돈 심부름을 한 공범보다도 낮은 형을 선고해 논란을 빚었던 김미리 부장판사도 4년째 중앙지법에 있게 됐다. 그는 18일 사무분담에서도 조국 전 장관,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등의 사건을 맡는 것으로 결론났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김 대법원장이 ‘사법농단’급의 인사농단을 저지르고도 ‘권한을 내려놓았다’는 말을 부끄러움 없이 하고 있다”고 했다.
◇판사들 “차라리 말을 하지를 말지” “초선의원만도 못한 수준”
김 대법원장의 입장문을 두고 판사들은 “불 나는데 기름 부었다” “차라리 말을 하지 말지”등의 격한 반응을 보였다. 한 판사는 “보름간 침묵하다 이런 걸 사과문이라고 내놓느냐”고 했다 또다른 판사는 “수준이 초선 의원만도 못하다”며 “이게 사과문 맞느냐”고 했다.
조선일보 양은경 기자
02.19 수사받는 의원들이 검찰 해체하겠다니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법안을 추진하는 여권의 행태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검찰 수사를 받거나 이미 재판에 넘겨진 의원들이 대거 발의에 참가했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걸린 일에 의원들이 직접 나선 셈이어서 이해충돌이란 비난을 면키 어렵다.
수사·재판 중 여권 인사들 ‘중수청’ 추진
이해충돌에도 권력 수사 막겠다는 꼼수
중수청 추진 인사들의 면면을 보자. 법안의 대표발의자는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울산지방경찰청장을 지낸 황 의원은 ‘청와대의 김기현 울산시장 하명 수사’ 의혹과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다. 같은 당 김남국 의원은 시민단체 개싸움 국민운동본부(개국본)의 사기 및 기부금품법 위반 고발 사건의 피고발인이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확인서를 발급해 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고 항소한 상태다. 중수청을 ‘검찰개혁의 마지막 단추’라고 극찬하며 원외 응원단장을 자처한 조 전 장관 역시 두 건의 재판을 받고 있다.
중수청 추진이 자기모순적이란 지적도 나온다. 중수청 법안의 핵심은 6대 중요 범죄에 대한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정부가 수년째 추진하다 올 초부터 시행한 검찰청법 개정안에 따르면 이 6대 범죄에 한해 검찰의 직접수사권이 보장된다. 정부 스스로가 개혁이라 치켜세운 법 실시 한 달여 만에 무력화하는 법안을 여당이 추진한다니 이런 난센스가 또 어디 있나. 특히 조 전 장관은 민정수석이던 2018년 “이미 검찰이 잘하는 특수수사 등에 한해 직접수사를 인정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이해충돌과 자기모순이 뻔한 상황에서도 왜 여권은 중수청 설치에 힘을 쏟는 것일까. 중수청 추진은 최근 불거진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의 ‘패싱’ 및 사의 표명과 분리해 생각하기 어렵다. 신 수석은 이미 검찰 내 지도력을 상실한 이성윤 서울지검장의 유임과 심재철 검찰국장의 서울남부지검장 전보 등을 반대하며 검찰과 청와대 간에 물밑 조율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신 수석을 통해 전달된 검찰의 의견이 묵살된 가장 큰 이유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다. 조국 전 장관을 비롯한 여권 인사들 스스로가 인정한 ‘이미 검찰이 잘하는 특수수사’가 불편해진 거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단죄하기 위해 활용했던 검찰의 ‘잘 드는 칼’이 현재 권력으로 향하는 것이 두려운 거다. 결국 중수청 설치는 임기 말 정권을 겨냥한 수사를 막겠다는 의지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여기에 수사와 재판의 대상이 된 의원들의 개인적인 ‘한풀이’도 더해졌다. 이미 닻을 올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더해 중수청까지 출범한다면 검찰은 말 그대로 해체 수순으로 돌입하게 된다. 남은 임기 1년 동안 권력 수사를 막기 위해 수사 대상들이 직접 나서서 검찰 분해를 추진하는 뻔뻔함을 국민이 그냥 지켜보진 않을 것이다.
중앙일보 사설
02.19 사법부 수장이 정치권 눈치 보는것, 이게 신 사법농단
대통령에게 쓴소리 한 원로 헌법학자 허영
조강수 논설위원
헌정 사상 첫 부장판사 탄핵소추의 역풍이 사법부에 휘몰아치고 있다.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가 김명수 대법원장과 지난해 5월 나눈 사표 관련 대화 녹취록을 공개한 이후 거짓 해명과 탄핵거래 의혹으로 대법원장이 궁지에 몰렸다. ‘탄핵돼야 할 사람은 오히려 대법원장’이라는 소리까지 나왔다. 양승태 사법부를 해체한 김명수 사법부도 이대로 침몰하는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나. 헌법학 권위자인 허영(85)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에게 진단과 해법을 물었다.
거짓말 대법원장도 탄핵 대상
‘헌법 감각·의지’ 안 보인 대통령
스스로 비판했던 ‘제왕’ 돼버려
‘모두의 대통령’ 전환만이 살 길
독일 대학에서 헌법학을 가르치다가 군사정부의 서슬이 퍼렇던 1980년대에 귀국, 헌법학의 새 관점인 ‘동화적(同化的) 통합론’을 주창했던 그다. 저서 『헌법 이론과 헌법』을 통해 ‘헌법은 국민의 동화적 통합을 위한 가치 질서다. 국민의 기본권 실현을 위해 권력을 통치기관에 한시적으로 위임한 것이고 여기에 국가 권력의 한계가 있다’고 설파했다. 유신 헌법과 권위주의 정권의 독재 정당화에 쓰였던 ‘결단주의’(헌법은 국민 다수가 동의해 정치적으로 내린 결단이며 다수의 결정이 모두 옳다는 관점)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원로 헌법학자는 코로나19 확산이 걱정된다며 언택트 인터뷰를 제시했다. 그의 e메일 답신은 논리 정연했고 통화 목소리는 맑고 또렷했다. 자신의 헌법철학에 근거해 문재인 대통령의 국가 통치 방식과 ‘위헌적 행위’를 거침없이 비판했다. 경희대 법대 선·후배 사이라는 사적 인연이 무색했다. 현안부터 파고들었다.
▲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는 14~15일 본지와의 언택트 인터뷰에서 “현 정부의 최대 실책은 선거 공약을 국가 정책화하는 과정에서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를 건너 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 무시가 총체적이어서 하나를 딱 꼽기 어렵다”고 했다. 사진은 2018년 청와대발 개헌안에 반대 입장을 밝히는 허 교수. 오종택 기자
국회의 임성근 부장판사 탄핵소추 의결을 어떻게 보나.
“과정·절차·사유 등에서 정당성이 전혀 없는 보여주기식 정치 행위에 불과하다. 1심이 무죄를 선고한 임 부장판사의 판결문에 ‘위헌적 행위’라는 표현이 있다는 것이 유일한 소추 이유다. 그러나 판결문의 이유 설명은 주문을 이끌어 내기 위한 논증의 과정일 뿐이고, 주문이 판결의 핵심이고 결론이다. 판결 이유 설명 중의 한 문구를 탄핵사유로 삼는 것은 법리적으로 난센스다. 탄핵 당사자에게 해명 기회조차 주지 않은 것도 적법절차 원리에 어긋난다.”
대법원장의 사표 수리 거부 이유, 납득되나.
“법관징계법령상 임 부장판사는 사표 수리 거부 대상이 아니다. 특히 대법원장이 사표 수리를 거부하면서 국회(사실상 더불어민주당)의 탄핵 논의 때문이라고 한 발언은 귀를 의심케 한다. 인격과 자질이 의심되는 중대한 일탈행위다. 사법부 수장이 법관의 사표 수리 여부까지 정치권의 눈치를 보며 결정한다는 건 사법권의 독립과 법관의 독립을 침해한 위헌적인 처사다. 헌정사상 초유의 사법행정권 남용이다. 그게 ‘신(新)사법농단’이다. 정치적인 이유와 자기 보신을 위한 위법 행위라서 충분히 탄핵사유가 된다. 임 부장판사의 사법연수원 동기 153명이 대법원장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탄핵심판 대리인단에 각계의 변호사 155명이 자원한 이유가 뭐겠나. 법관대표회의도 입장을 밝혀야 하는데 꿈쩍하지 않는다. 사법부 정치화의 현주소다.”
이른바 ‘사법농단’ 수사에 대한 견해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사법행정권 남용이라는 죄명으로 전직 대법원장을 구속하고 100명 이상의 법관을 검찰 수사의 먹잇감으로 내던져 사법이 더 나아졌나. 오히려 퇴보했다는 평가가 많다. 김 대법원장이 문 대통령의 뜻에 따라 밀어부친 ‘사법농단 세력 척결’의 목표도 결국은 사법부의 주류세력 교체 아닌가. 조선시대 사화(士禍·사림의 화)에 버금가는 사화(司禍·사법의 화), 즉 ‘사법의 정치화’, ‘사법 길들이기’에 다름 아니다. 최근 사법농단 사건이 법원에서 줄줄이 무죄가 선고돼 실체마저 의심받고 있다. 임 부장판사 탄핵소추는 다른 법관들에게 잘 알아서 재판하라는 정부·여당의 겁박이자 경고 말고 달리 해석하기가 어렵다.”
문재인 정부 사법부를 평가한다면.
“문민정부 이후 대법원 역사에서 ‘코드 대법관’들로 채워진, 가장 편파적 구성이다. 그러다 보니 이념 조직인 우리법연구회나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법관들이 사법부 요직을 차지하는 편향성이 어느 때보다 강하다. 최근 법관 인사도 그 연장선에서 나온 것이다. 사법의 정치화가 심화된 대표적 시기로 기록될 것이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재판이 좋은 재판”이라는 데는 동의하나.
“그게 어떤 의미냐가 중요하다. 독일의 헌법재판소와 모든 법원은 판결을 선고할 때 ‘국민의 이름으로(Im Namen des Volkes)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고 밝힌다. 이는 국민의 보편적 상식과 일치하는 재판을 의미한다. 국민 여론에 따르는 재판이 아니다. 재판은 여론에서 자유롭게 오로지 법리적 판단의 결과여야 한다. 그런데 대법원부터 견강부회격 정치 재판을 하고 있어 안타깝다. 은수미 성남시장, 이재명 경기지사 사건 등이 그렇다. 그나마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사건에서 일선 판사들이 진영에 상관없이 ‘법의 지배’가 뭔지를 보여준 것은 다행이다. 사법의 정치화를 막으려는 현장의 몸부림이었다고 생각한다.”
향후 사법개혁의 방향은.
“사법권의 독립을 강화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그러려면 대법원장과 대법관의 인선부터 중립적인 기구에서 이뤄지도록 대통령의 자의적인 코드 인사권을 견제하는 것이 선결 과제다. 대법원장의 법관 인사권도 실질적인 견제장치가 필요하다. 이념 중립적인 재판의 기능과 결코 양립할 수 없는 법원 내 이념 서클은 당장 해체해야 한다.”
검찰개혁에 대한 견해는.
“사법개혁과 마찬가지로 국민이 바라는 검찰개혁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해 공정하고 형평성 있게 수사·기소권을 행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정부는 검찰의 힘을 뺏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와 공소권 행사를 통제하는 쪽으로 갔다. 뺏은 권한은 ‘충견’ 경찰과 위헌적인 공수처에 나눠줬다. 그나마 남겨둔 6대 범죄 수사권을 아예 박탈하려고 중대범죄수사청 신설도 추진 중이다. 결국 본질은 검찰 무력화, 검찰 장악이다. 발상 자체가 위헌적이다.”
이 정부 통치 방식과 정책 추진의 문제점은.
“한마디로 헌법에의 의지 또는 헌법 감각이 없어 보인다. 원전 폐쇄 등의 선거 공약을 국가 정책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법적 절차를 밟아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국무회의는 패싱하고 청와대 참모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했다. 선거 공약의 합법적 정책화 과정은 생략됐다. 대통령 말 한마디로 밀어붙였다. ‘문재인 정부엔 사찰 DNA가 없다’는 주장(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에 빗대자면 애초에 헌법 DNA가 없었다. 법치주의가 망실된, 불법적 의식 구조가 문제의 근본이다. 그러다보니 문 대통령은 스스로 그토록 비판하던 제왕적 대통령이 되어 3권(입법·사법·행정) 위에 군림하고 있다. 입법부인 국회를 하명기관으로 만들고, 사법부와 헌법재판소를 코드 측근 인사로 채워 3권간의 견제와 균형의 틀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가장 위헌적인 통치 행위를 꼽는다면.
“매우 총체적이라서 (어느 하나를) 딱 집어 말하기가 어렵다.”
박근혜 전 대통령보다 문 대통령의 탄핵 사유가 더 많은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동의한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사유는 ‘최순실 게이트’로 요약된다. 이에 비해 문 대통령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등 여러 권력형 비리사건에 직·간접으로 연관돼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받고 있지 않은가.”
현 정부에 조언할 게 있다면.
“지금까지 보여온 아집과 독선적인 통치행태를 과감하게 탈피해야 한다. 매일 아침 한번씩 취임사를 읽고 자문해 보길 권한다. 나는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고 있는가’ ‘평등과 공정과 정의는 실현하고 있는가’ ‘국민의 자랑으로 남을 수 있겠는가’라고 말이다. 대통령은 무엇보다 편가르기의 분열정치를 청산하고 팬덤정치에서 벗어나 모두의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그런 환골탈태만이 퇴임 후의 안전을 보장하는 수단이 될 것이다.”
◆허영
1936년생. 경희대 법학과 졸업, 독일 뮌헨대학 박사, 독일 바이로이트대학 교수, 경희대·연세대 법학과 교수, 헌법재판연구소 초대 이사장
중앙일보 조강수 논설위원
02월 19일 코드 판사에게 위헌적 재판 배당, 정치적 판결 주문이다
최근 대법원의 법관 인사 이동, 그리고 18일 서울중앙지법의 사무분담(재판부 지정)을 통해 특정 법관에게 특정 사건을 계속 맡기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법원의 재판 ‘무작위 배당’은 재판 공정성을 위한 핵심 장치인데, 결과적으로 이를 부정했다는 점에서 이번 인사는 위헌적이다. 여당이 2018년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에 대해 특별재판부를 설치하는 법안을 발의했을 때 안철상 당시 법원행정처장은 “사건 배당은 사법행정권의 핵심”으로 규정하고 “위헌적 법률”이라며 반대한 사실도 있다.
이런 법리적 측면과 별개로, 대법원의 코드화에 이어 최근 법원장 인사에도 그런 경향이 나타났고, 이번에 예외적으로 유임된 판사들 역시 현 정권과 관련된 ‘코드 재판’ 의혹을 받고 있었다는 점 등을 종합하면, 법관 인사를 통해 정치적 판결을 주문한 것이나 다름없다. 서울중앙지법의 사무분담 결과에 따르면, 김미리 부장판사는 3년째 청와대의 울산시장선거 개입 사건과 조국 전 장관 사건 재판부에 남게 됐다. 판사들은 ‘한 법원에 3년, 한 재판부에 2년’을 근무하는 것이 원칙이다. 김 부장판사는 중앙지법에 근무한 지 3년이 넘었는데 유임된 데다, 지난해 1월 배당받은 울산 사건은 1년이 넘도록 1차 공판조차 열지 않았다. 조 전 장관 사건에 대해 “검찰개혁을 시도한 피고인(조국)에 대한 검찰의 반격”이라고 하는 등 편향성을 드러냈다. ‘웅동학원 채용비리’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장관 동생에게 공범보다 낮은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의 재판을 맡은 판사 3명은 4년째 같은 재판부에 남게 됐다. 윤종섭 부장판사는 6년째 서울중앙지법에 근무 중이다. 이들은 불공정 재판을 이유로 기피 신청을 받았으며, 8개월째 재판이 중단되기도 했다. 판사들 정기 전보와 사건 무작위 전산 배당이라는 기본을 뒤흔든 것이다. 성지용 중앙지법원장은 김명수 대법원장과 같은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다.
한편,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검찰 인사는 추미애 시절보다 더 나쁜 상황으로 치닫는다. 수사 대상이기도 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유임 자체도 심각한 일인데, 후속 인사를 통해 ‘이성윤 호위대’를 만들고, 몇 안 되는 올바른 검사들을 ‘핀셋 교체’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기 때문이다.
문화일보 사설
02월 19일 與 일각의 황당한 檢수사권 폐지 저의
김상겸 동국대 교수·헌법학
검찰개혁은 수십 년 동안 우리 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화두다. 하지만 검찰개혁이 실현되진 못했다. 그 속을 조금이라도 들여다보면 검찰개혁이 얼마나 정치적인지 알 수 있다. 검찰개혁의 핵심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다. 그런데 그동안 여러 차례 정권이 교체되면서 검찰개혁이 추진됐지만,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한 독립적·중립적 인사제도 등 실질적 제도 개혁은 없었다.
검찰개혁이 정치개혁·사법개혁보다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검찰에 부여된 권한에 있다. 검찰은 국가 조직의 하나로, 행정부의 법무부 장관 하에 있는 형사사법기관이다. 검찰의 법적 근거는 헌법을 비롯해 정부조직법과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등이다. 헌법은 구성원인 ‘검사의 영장신청권’을 규정함으로써 검찰의 간접적 근거가 된다.
검찰에 관한 법 규정은 검찰이 국가의 필수적인 조직이라는 점을 알 수 있게 한다. 헌법과 형사소송법 및 검찰청법 등에 근거해 검찰은 영장신청권, 수사권과 기소권 등 형사사건에서 핵심적인 권한을 갖고 있다. 검찰의 권한은 국가의 형벌권 행사를 위한 권한으로 범죄자에게는 중대하게 영향을 미치는 권한이다. 그래서 검찰이 권한을 오·남용하게 되면 국가의 법질서는 불신을 받게 되고 사회정의는 무너지게 된다.
헌법과 법률에 따른 검찰의 권한은 범죄자를 처벌함으로써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국가의 법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것이다. 검찰의 지위·권한·기능 등은 구체적 내용에 차이는 있어도 어느 국가나 대동소이하다. 검찰은 형사사법 절차에서 필수 불가결한 국가조직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여당 일각에서는 검찰의 수사권 폐지에서 검찰청 폐지까지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검찰이 현 정권 인사와 관련된 울산시장 선거 수사, 라임·옵티머스 사태에 대한 수사, 월성 원전 평가 조작 관련 수사와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 등에서 수사권을 행사하면 할수록 의혹을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검찰의 수사권 행사가 불편할 것이다. 검찰의 공소권을 제외한 부패·경제·선거 등 6개 분야 범죄 수사권마저 박탈하려는 것으로 보이는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 설치 법안 추진에 비판이 쏟아지는 것도 그 연장선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검찰의 수사를 받거나 재판 중인 여당 의원들이 발의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한 구상이라는 의심을 불식하지 못하는 한 수사청 설치도 검찰개혁과는 거리가 멀 수밖에 없다.
시대가 변하면 국가조직과 그 조직의 권한도 변화에 따라야 한다. 검찰의 권한이 과도하다면 수사권 조정이나 분산도 필요하다. 그런데 수사와 기소는 형사 절차에서 필연적으로 연결돼 있다. 수사와 기소는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국가조직의 권한이다. 그래서 수사권 조정이나 분산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실현돼야 한다.
국가조직의 권한도 인간이 행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남용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오·남용의 우려 때문에 수사권을 폐지해야 한다면 궁극적으로 모든 수사기관은 폐지돼야 할지도 모른다. 검찰의 수사권을 폐지하는 것은 결코 검찰개혁이 아니다. 검찰개혁은 정치권으로부터 독립해 헌법과 법률에 따른 공정한 수사권과 기소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문화일보
02.20 그들은 그래도 장관이 된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스포츠 선수였다면 자리를 지키기 어려웠을 것이다. 여자 프로배구 선수 이다영·이재영 자매는 중학교 시절 같은 팀 선수를 괴롭히고 때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당하고 무기한 출전 정지 처분을 받았다. 남자 프로배구 선수 송명근·심경섭도 학창 시절 폭행이 알려지면서 올 시즌 경기에 나오지 못하게 됐다. 국가대표, 주전 선수, 광고·예능계의 블루칩 같은 수식어로 불렸던 이들은 하루아침에 모든 걸 잃었다. “그래도 능력 있는 선수인데”란 말은 통하지 않았다. 젊은 대중, MZ세대는 결과만큼이나 과정을, 능력만큼 인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과(過)를 공(功)으로 덮을 순 없다고 믿는다.
민정수석을 ‘패싱’하고 검찰 인사를 단행했다는 논란을 빚고 있는 박 장관은 한 고등학교 강연에서 “고등학교 때 음성 서클을 만들어 나를 때린 애들에게 복수했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졌음에도 타격을 받지 않았다. 스스로 폭력 서클을 조직한 학폭 가해자였다고 한 것이나 다름없는 발언이다. 요즘 상황에서 스포츠 선수가 이런 말을 했다면 선수 생활을 접어야 했겠지만 그는 법무부 장관 임명장을 받았다. 자신을 찾아온 고시생 멱살을 잡고 욕설한 혐의로 고발당하고, 국회에서 야당 당직자를 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앞두고 있음에도 여당은 “큰 흠결이 없다”고 했고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다.
황희 문체부 장관이 방송인이었다면 그는 이미 퇴출당했을 것이다. 가수 홍진영은 석사 학위 논문을 표절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하차했다. 한국사 강사인 설민석씨도 논문 표절 의혹이 불거지자 자취를 감췄다. 반면 황 장관은 지도교수에게 국회 연구 용역을 수주한 뒤 해당 보고서를 그대로 베끼고 번역해 자신의 박사 학위 논문에 넣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음에도 문체부 장관이 됐다. 세 가족의 한 달 생활비를 60만원이라고 신고하고, 국회 본회의에 불출석하고 가족과 해외여행을 다녔지만 대통령은 이번에도 야당 동의 없이 장관에 임명했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어떨까. 그가 기업인이었다면 회사 문을 닫아야 했을 것이다. 서울메트로 하청 업체 직원 김모(19)군이 홀로 지하철 스크린도어 정비 작업을 하다 달려오는 전동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어 숨진 것을 두고 “걔만 신경 썼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었다”고 했다. 유가족은 분노했고 시민단체는 사퇴를 요구했지만 대통령은 그를 국토부 장관에 앉혔다. 몇몇 기업 대표가 막말 논란으로 불매 운동에 시달리다 대표직에서 물러났던 것과 상반된다.
국민의 세금을 쓰는 고위공직자를 검증하는 청와대의 잣대가 체육계 선수나 연예인, 일반 기업인을 향한 것보다 허술한 것은 누가 봐도 비상식적이다. 이런 기현상(奇現象)을 29번째 보고 있다.
02월 22일 ‘대통령 패싱’ 정황도 드러난 이성윤 유임과 國政 문란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파문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유임’이 직접적 계기가 됐지만, 본질은 훨씬 심각하다는 사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친정권 코드 검찰의 상징으로 부상했고, 여러 사건의 수사 대상으로도 전락한 이 지검장 교체는 당연한 일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물론 서울중앙지검 검사·간부들도 대체로 그런 입장이며, 신 수석도 같은 소신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일요일에 작전하듯 발표했고, 문 대통령도 일부 ‘패싱’ 당했을 수 있다는 정황이 구체적으로 나온다.
청와대와 법무부, 검찰 안팎의 얘기는 일맥상통한다. 박 장관이 문 대통령 사전 재가가 없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발표했고, 사후 승인을 받았다는 줄거리다. 신 수석은 그런 박 장관에 대한 감찰을 문 대통령에게 요구했지만, 이를 수용하지 않자 사의를 밝혔다는 내용까지 보도됐다. 청와대는 “사실이 아니다”라고만 할 뿐, 구체적인 과정에는 함구 중이다. 실제로 청와대 당국자는 지난 17일 “결론적으로 법무부 장관 안이 조율이 덜 된 상태에서 보고가 되고 발표가 된 것”이라고 발표했다. 따라서 문 대통령에 대한 박 장관의 ‘패싱’은 두 경우로 가정할 수 있다. 첫째, 박 장관이 발표 전까지의 비공식 조율을 통해 문 대통령 의중에 따른 인사안을 만들었고, 신 수석의 반대가 뻔한 상황에서 일단 이를 발표해 기정사실화하고 절차의 결함은 그 뒤에 수습하면 된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다. 둘째, 실제로 박 장관 인사안이 내용과 절차에서 모두 문 대통령의 최종 결심이 없는 상태에서 발표됐을 가능성이다.
일단 첫째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경우, 신 수석은 완전히 배제된 셈이고, 문 대통령은 부분 배제에 해당한다. 박 장관이 나름의 판단이나 여권의 다른 ‘실세 그룹’과 논의해 권력 비리 수사를 막거나 정권 재창출을 위해 이 지검장의 유임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선(先) 기정사실화, 후(後) 승인’을 도모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경우든, 대통령의 재가 이전에, 청와대 표현대로 ‘조율이 덜 된 상태에서’ 발표됐다면, 국정(國政) 시스템의 붕괴이고 문 대통령 말기 국정 문란의 시작이 될 수 있다.
박근혜 정권 시절 야당 대표이던 문 대통령은 당시 김영한 민정수석의 사표에 대해 “국가 기강이 쑥대밭이 됐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파동의 전말을 소상히 국민 앞에 설명할 책임이 있다. 문 대통령이 임기 말에 접근하면서 이른바 ‘민주주의 4.0 연구원’멤버들에 휘둘리기 시작했다는 분석과 정황이 뚜렷해진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문화일보 사설
02.25 거짓투성이 ‘검수완박’
검찰을 없애겠다고 한다. 이렇게 간단한 방법이 있는데 왜 고쳐 쓰겠다고 그 야단법석을 떨었는지 모르겠다. 이미 국회에 법안 두 개가 제출됐다. 더불어민주당·열린민주당 의원 13명이 발의했다. 하나는 검찰청법 폐지 법안이고, 다른 하나는 공소청 설치 법안이다. 검찰 존재의 근거가 되는 법을 없애고, 검찰을 공소(기소)만 맡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법안이 의결되면 검사는 수사할 수 없다. 수사기관이 넘겨주는 자료를 보고 공소장을 쓰고 재판에서 공소를 유지하는 역할만 하게 된다. 검찰총장은 차관급인 고등공소청장이 된다. 이것을 그들은 ‘검수완박’이라고 부른다.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선진국 검사는 수사권 없다고?
미국·일본·프랑스 등에 다 있어
차라리 검찰을 없애고 싶다 하라
이런 상상을 해 본다. 언론 개혁을 외치는 정치인들이 취재와 기사 작성의 분리를 강제하는 법을 만든다. 기자의 권한 남용을 막는 것이라고 한다. 기사 작성자가 취재 내용을 스크린하게 되니 오보나 함량 미달 기사가 걸러지게 된다고 주장한다. 그럴듯한 이야기가 된다. 결과는 어떻게 될까. 작성자는 건네받은 자료와 취재 기록을 보고 글을 써야 한다. 취재 담당은 듣고 본 것들을 미주알고주알 다 적어야만 한다. 둘의 소통이 원활치 않거나 관점이 다르면 엉뚱한 기사가 탄생한다.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하나. 취재 부실인가, 작성 미숙인가.
취재는 기사 작성을 위한 것이다. 기사 쓸 생각은 없으면서 상대의 약점을 잡으려고 벌이는 취재는 사이비 기자가 하는 짓이다. 마찬가지로 수사는 기소를 위한 것이다. 수사 중에 공소시효가 끝났다는 것을 알게 됐거나 혐의 구성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곧바로 수사를 접어야 한다. 기소할 수 없는 사안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수사하는 것은 인권 침해다. 기소를 전제로 하지 않는 수사는 무모하거나 위험하다.
수사·기소 분리가 가능한 것이냐는 물음에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사와 기소는 분리돼야 한다는 게 선진 각국 형사사법 체계의 스탠더드”라고 말했다(17일 YTN 인터뷰). 명백한 거짓이다. 대다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검사에게 수사권이 있다. 프랑스에는 정경 유착 부패를 파헤쳐 ‘국민 검사’로 불리다가 수년 전에 퇴임한 몽골피에라는 인물이 있고, 이탈리아에도 비슷한 역할을 한 피에트로 전 검사가 있다. 미국에서는 뉴욕 검찰이 트럼프 전 대통령 비리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 연일 나온다. 일본 도쿄지검 특수부는 지난해 말 이른바 ‘벚꽃 모임’ 사건에 연루된 아베 전 총리를 직접 조사했다. ‘선진 각국’은 대관절 어디를 말하는 것인가.
영국이 좀 특이하긴 하다. 기소청(CPS)이라는 기구가 별도로 있다. 그곳 검사들이 수사기관이 추적한 사건의 기소를 담당한다. 그런데 그 나라엔 중대범죄수사청(SFO)이라는 조직이 있다. 규모가 큰 부패 범죄(뇌물·횡령·시장 교란 등)를 색출해내기 위해 30여 년 전에 설립됐다. 그곳의 요원들은 수사도 하고 기소도 한다. 검사라 불리지는 않지만 하는 일은 다른 나라 검사와 똑같다.
‘검수완박’에 걸림돌이 있다. 검찰이 직접 수사권을 가진 6개 분야(부패·선거·대형 참사 등) 수사를 어디로 넘기느냐의 문제가 있다. 경찰로 보내면 ‘경찰 공화국 만드느냐’는 말이 나올 게 뻔하니 영국에 있는 것 같은 중대범죄수사청을 설립하겠다고 한다. 여당 의원들이 조만간 법안을 낸다고 한다. 검찰을 없애면서 새 이름의 검찰청을 하나 만드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검찰 해체는 현 정권 출범 때는 없던 계획이다. ‘거역하는’ 검찰총장 찍어내기가 불발에 그쳐 당분간 검찰 ‘우리 편’ 만들기가 불가능해지자 등장한 방탄 기법이다. 검사에게 주어진 수사권이 위험천만하다는 것도 지어낸 명분일 뿐이다. 그렇게 몹쓸 수사권을 임은정 검사에겐 콕 짚어 선사하지 않았나. 거짓말도 앞뒤가 맞게 해야 속아 줄 마음이 생긴다. 사실은 그저 밉고, 싫고, 무서운 것 아닌가.
중앙일보 이상언 논설위원
02월 25일 검찰 수사권 없애는 ‘정권 방탄용’ 수사청 立法 접으라
여당이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없애는 ‘수사청’ 설치 입법(立法)도 밀어붙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24일 “수사청 입법에 당·청 이견이 있는 것처럼 알려진 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명백히 밝힌다”고 했다. 유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국회에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임명장을 받으러 온 날 문재인 대통령은 속도 조절을 당부했다”고 했다가, 민주당 원내대표의 공박에 “워딩은 다르지만 그런 의미로 표현했다는 것”이라며 둘러대야 했다.
수사권의 경찰 대폭 이관 등에 따라 검찰에 남은 것은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대 범죄 수사권이다. 이마저 박탈하는 수사청 설치를 위해, 민주당이 ‘3월 발의, 6월 입법 완료’ 일정으로 서두르는 것이 ‘검찰 개혁’일 순 없다. 수사청을 또 하나의 ‘정권 보위 기구’로 만들려는 것이다. 그렇잖고는 해당 범죄 수사에 역량을 축적해온 검찰을 형해화(形骸化)할 리도, ‘중·장기 과제’라던 입장을 바꿨을 리도 없다. 윤호중 민주당 검찰개혁특위위원장은 지난해 말 기자회견을 자청해 “앞당기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한 건 윤석열 검찰총장이나 검찰의 행태·구습이 변화하지 않고 있기 때문” 운운했다. 검찰의 ‘문 정권 수사 본격화’를 막겠다는 저의를 실토한 셈이다.
민주당은 ‘정권 방탄용’일 입법을 당장 접어야 한다. 현재 형사 피고인 신분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라인으로 분류되는 황운하·김남국·김용민 의원,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 등이 지난 9일 별도 발의한 법안도 폐기해야 마땅하다. 황 의원은 울산경찰청장이던 2018년 ‘문 대통령 친구의 울산시장 선거 경쟁 후보에 대한 청와대 하명(下命) 수사’ 혐의의 피고인이다. 최 의원은 조 전 장관 아들 허위 인턴증명서 발급으로 지난달 28일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다른 불법 혐의로도 고발됐다. “이들의 셀프 구명용” 지적도 외면해선 안 된다.
문화일보 사설
02.26 검찰이 정권 불법 수사한다고 검찰 없애는 法 만든다는 與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특위는 25일 검찰 수사권 폐지를 위한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법을 내주에 발의하겠다고 했다. 사실상 검찰을 없애는 법인데 이를 6월 중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설마' 했는데 정말 사람 잡을 태세로 가고 있다.
검찰은 그 존재가 헌법에 명확히 규정돼 있는 기관이다. 수사와 인신 구속 권한을 가진 유일한 기관이기도 하다. 이 법이 통과되면 검찰은 남은 6대 범죄 수사권까지 모두 빼앗기고 2000명 넘는 검사가 일시에 껍데기가 된다. 이 정권은 “검찰이 잘하는 특수 수사로 수사 범위를 축소하는 게 검찰 개혁”이라고 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마저 빼앗아 법무부 산하 수사청에 넘기자고 한다. 대통령과 여당이 주요 수사를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이다. 여당은 “선진국들은 수사·기소권이 분리돼 있다”고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독일·프랑스·일본은 검찰이 중요 사건을 직접 수사하며, 미국도 검찰이 수사권을 갖는다.
유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박범계 법무장관에게 이 법과 관련해 속도 조절을 당부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생각해도 너무 무리한 법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 원내대표가 반발하자 꼬리를 내렸다. 이후 청와대는 아무 입장도 내지 않고 있다. 사실상 동조하는 것이다.
민주당 검찰개혁특위 위원장은 “(수사권 폐지를) 앞당겨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한 건 윤석열 총장이나 검찰이 해온 행태 때문”이라고 했다. 그 ‘행태'는 두말할 것 없이 이 정권의 월성 1호 경제성 조작,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기, 조국 파렴치 등 정권 불법 혐의에 대한 수사다.
정부는 애초 검찰 수사팀을 학살 인사하고, 윤석열 총장을 식물 총장으로 만들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등 친정권 검사들을 정권 수사 방탄용으로 심었다. 그런데도 월성 1호 조작 수사가 계속되자 아예 검찰을 없애버리겠다고 협박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의 공청회에선 “검찰 건물도 없애버려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고 한다. 지금이라도 윤 총장 등 검사들이 모든 정권 불법 수사를 포기하면 검찰폐지법은 당장 없던 일이 될 것이다. 검찰 없애는 법을 주도한 의원들은 하나같이 불법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들이다. 도둑이 몽둥이를 들고 검찰을 위협한다. 정말 무슨 일이 벌어져도 놀랍지 않은 나라로 가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03.02 “정권 바뀌어도 못자른다” 200곳에 친문 낙하산
1년 남은 文정부… 마사회·새마을회 등 공공기관에 줄줄이 앉혀
문재인 대통령의 퇴임 1년여를 앞두고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등 정치권 인사들의 공공 기관 ‘낙하산 인사’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올해 전체 공공 기관 340곳 중 170여개 가까운 곳의 기관장이 공석 혹은 임기 만료로 교체된다. 이 때문에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이 최근 공공 기관 인사를 두고 의견을 나눈 것으로 1일 알려졌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강원랜드 사장 등 굵직한 기관장뿐 아니라 임기가 보장된 감사, 상임위원 등을 포함하면 낙하산 인사 자리는 200곳을 크게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청와대 출신 등 일부 여권 인사는 삼성과 넷마블 등 민간 기업에도 취업했다. 이른바 ‘임기 말 낙하산 인사'가 공공 부문과 민간을 가리지 않고 내리꽂히고 있다.
강원랜드 사장에는 민주당 소속으로 경북 안동에 출마했던 이삼걸 전 행안부 차관이 사실상 낙점된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랜드 사장은 임기 3년, 연봉 2억원대를 보장받는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자리를 옮기면서 공석이 된 LH 사장을 두고도 여권 인사들과 전·현직 관료들이 막판 인사 로비를 벌이고 있다. 이 밖에 건설공제조합, 전문건설공제조합 이사장 등도 올해 안에 새로 뽑는다. 여권 관계자는 “업무추진비 등을 합치면 연봉 7억~8억원에 달하는 건설공제조합 이사장은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고 했다.
주요 기관은 이미 ‘낙하산 인사’가 완료됐다. 대선 캠프에 참여했던 염홍철 전 대전시장은 새마을운동중앙회장, 제주에서 3선을 지낸 김우남 전 민주당 국회의원은 한국마사회장, 청와대 반장식 전 청와대 일자리 수석은 한국조폐공사 사장이 됐다. 여권 관계자는 “임기가 1년 남은 지금이 인사의 마지막 기회”라며 “지금 임명되면 3년 정도 임기가 보장된다”고 말했다. 작년 10월 국민의힘 자료에 따르면 공공 기관장 3명 중 1명이 대통령 캠프 출신 등 친문 인사로 채워졌다.
여권에선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한 ‘블랙리스트’ 판결이 낙하산 인사에 경종을 울리기보다 오히려 ‘알 박기 인사’의 명분으로 작용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 전 장관이 임기가 보장된 산하 기관 임원들에게 사표를 제출하게 한 혐의로 실형을 받았기 때문이다. 낙하산 인사를 하지 말라는 판결인데, 여권은 이를 ‘임기 보장'으로 해석하고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야당으로 정권 교체가 되더라도 지금 임명되면 임기 중간에 내쫓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靑출신이 삼성·넷마블까지… 與내부 “그자리 내것” 치열
문재인 정부 임기가 1년여 남은 가운데 청와대와 민주당 출신 인사들이 공공기관뿐 아니라 민간 기업까지 ‘낙하산 인사’ 형태로 진출하고 있다. 올해 새로 뽑아야 하는 공공기관, 공기업 등의 요직을 놓고도 청와대, 민주당 출신들이 물밑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고 한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권 초에 일어날 만한 일들이 임기 말까지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의 블랙리스트 유죄 판결이 ‘낙하산 인사’에 경고 메시지가 되기보다, “지금 임명되면 정권이 바뀌어도 눌러앉을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그래픽=이철원 기자
최근 친여 인사들은 연달아 공공기관장 자리를 꿰찼다. 공항철도 사장에는 지난달 이후삼 전 민주당 의원이 취임했다. 2001년 공항철도 설립 이후 정치권 출신 사장이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생명보험협회 회장에는 작년 12월 3선 국회의원 출신의 정희수 전 의원이 취임했다. 그는 야당 출신이지만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 참여했다. 보험연수원장에도 민병두 민주당 전 의원이 취임했다.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에는 조재희 전 청와대 국정과제비서관이 사실상 내정된 상태다. 조 전 비서관은 작년 4월 총선 때 서울 송파갑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정구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도 최근 임기 2년짜리 IBK캐피탈 사내이사에 선임됐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으로는 지난달 2일 김경욱 전 국토부 2차관이 취임했다. 김 사장은 작년 총선에서 충북 충주에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했다 낙선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국회의원들 사이에선 ‘연봉 높은 공공기관장이 되려면 오히려 낙선하는 게 좋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했다. 공공기관장은 연봉 1억에서 4억원까지도 받는다. 여기에다 업무추진비 등을 합치면 그액수는 두배로 높아진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자회사인 인천공항시설관리 사장에는 지난달 26일 황열헌 전 문화일보 편집국장이 취임했다. 2017~2018년 당시 국회의장이던 정세균 국무총리의 비서실장을 지낸 인사다. 한국교직원공제회도 작년 11월 신임 이사장에 김상곤 전 교육부 장관이 취임하며 낙하산 논란이 일었다. 정치권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레임덕을 막고 국정 과제를 밀어붙이기 위해 정치인 등 낙하산을 대거 내려보내고 있다”고 했다. 이 밖에 청와대 비서실 출신 A씨와 B씨는 작년 12월과 올해 1월 넷마블 상무, 삼성경제연구소 비상근고문 등 민간으로 자리를 옮겼다. A씨의 경우 사표를 낸 지 3개월 만이었다. 비서실 소속의 C씨는 국제금융센터 이사로 갔다.
올해 상반기 공공기관 수십 곳의 기관장 교체를 앞두고선 여권 인사들의 물밑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전력(4월 21일)과 한국수력원자력(4월 4일)은 물론 중부·동서·남동 발전(2월 12일)과 서부·남부 발전(3월 7일), 석유공사(3월 21일) 기관장이 줄줄이 상반기에 임기를 마친다.
통상 정부 임기가 1년여 남은 상황에서는 공공기관 자리는 인기가 없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은 임기 중간에 물러나는 게 관행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임기를 보장받은 산하 기관 임원들의 사표를 받아내려고 한 혐의로 실형을 받으면서, 과거와 다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자리를 보장받을 수 있으니 ‘지금이 기회’라는 것이다. 정권 임기는 1년 남았지만 지금 임명되면 공공기관 임기는 보통 2~3년이 보장된다는 인식이다.
실제로 청와대와 민주당 등에서는 인사 로비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민주당 당직자, 보좌진들까지도 민간 기업 등으로 자리를 옮기니 일할 사람이 없다고 할 정도”라며 “청와대 한 비서관은 임기 3년짜리 재외공관 대사로 보내달라고 로비도 한다더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공기관에 대한 ‘낙하산 인사’ 근절”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었다.
03월 02일 檢 수사권 박탈은 힘 있는 세력 치외법권 제공“ 尹 옳다
여당이 의석 수를 앞세워 법안 요건을 갖추지 못했거나 위헌적 법률까지 쏟아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특위는 검찰 수사권 폐지를 의미하는 ‘중대범죄수사청’ 법안을 3월 발의, 6월 입법 완료 일정을 내놨다. 문재인 대통령의 ‘속도 조절’ 입장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전하기는 했지만, 박 장관 스스로 ‘기본적으로 국회의원’이라며 당론 우선을 밝혀 진정성도 실효성도 의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검찰은 오직 수사와 기소로 말해야 한다는 점에서 검찰총장의 입장 표명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윤 총장 스스로 첫 인터뷰라고 고백한 것처럼 부득이한 고육책으로 이해된다. 윤 총장은 수사청 설치에 대해 “민주주의의 퇴보이자 헌법 정신의 파괴”라며 “검찰 수사권의 박탈은 정치·경제·사회 분야의 힘 있는 세력들에게 치외법권을 주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거악(巨惡) 수사를 맡을 압도적 역량을 갖춘 검찰에게서 수사권을 제거하는 것은, 그런 수사 역량을 현저히 약화시킨다는 점에서 당연하고 옳은 판단이다. 여전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위헌 논란, 막 출범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역량 등의 문제를 별개로 따지더라도 현시점에서 최고 수사 역량을 가진 검찰을 사실상 해체하겠다는 것은 ‘국민의 법익’ 아닌 ‘권력자 법익’만 지키겠다는 것으로 보는 것은 합리적이다.
권력 수사 경험이 많은 윤 총장의 지적처럼 수사와 기소는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떼어 놓을 수 없다. 대기업 비자금 사건, 국가정보원 선거 개입 사건, 국정농단 사건 등 자신이 관여한 사건에 대해 윤 총장은 “이 사건들이 ‘수사 따로 기소 따로 재판 따로’였다면 절대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한국 검찰만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졌다는 여권 주장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권을 부정하는 입법례는 없다”면서 오히려 정반대라고 설명했다.
윤호중 민주당 검찰개혁특위 위원장은 “앞당기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한 건 윤 총장이나 검찰의 행태·구습이 변화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권력 범죄도 원칙대로 수사하는 윤 총장 자체가 눈엣가시라는 의미다. 윤 총장은 “직(職)을 걸어 막을 수 있는 일이라면 100번이라도 걸겠다. 그런다고 될 일이 아니다. 국민이 관심을 가져주셔야 한다”고 호소했다. 윤 총장 우려대로 권력층만 살판나고 국민은 피해자가 되는 세상이 닥치려 한다.
문화일보 사설
03월 03일 거짓말로 선동한 ‘수사청’ 국민 앞에 사과하고 접으라
검찰의 수사권을 전면 폐지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해야 한다는 여당 주장의 근거부터 거짓말이었으며, 방향도 세계적 추세와는 반대임이 거듭 구체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국내 형사소송법 분야의 대표적 전문가 모임인 형사소송법학회 정웅석 회장은 “황당한 주장”이라고 잘라 말했다. 앞서 윤석열 검찰총장은 “민주주의 퇴보이자 헌법 정신 파괴”라며 입법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동안 여당은 “수사·기소권의 분리가 세계적인 추세”라고 주장해 왔다. 이미 법안을 발의한 황운하 의원은 지난달 23일 공청회에서 “문명국가 어디에서도 검찰이 직접 수사권을 전면적으로 행사하는 나라는 없다”고 했다. 추미애 전 장관은 일본 검찰에 수사권이 없다는 주장도 했다. 그러나 정 회장은 2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국가 중 어느 나라도 수사와 기소를 전적으로 분리하는 곳은 없다”며 “여권 주장은 거짓말일 뿐 아니라 자기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현 정권이 만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갖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럽 평의회 소속 46개국 중 33개국의 검찰이 기소권과 직접 수사권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여당이 수사청 모델로 삼는 영국 특별수사검찰청(SFO)에 대해 윤 총장은 “검찰제도가 없던 영국이 경제·부패 범죄 전담 특수청을 만든 것”이라고 반박했다. 미국과 일본 검찰은 지금도 전직 대통령과 총리의 비리를 수사 중이다.
김준욱 공수처장도,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검찰을 생각한다’를 출간하는 등 현 정권 검찰개혁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다는 김인회 인하대 교수도 문제점을 지적했다. 문 대통령 입장처럼 ‘속도 조절’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국민을 속이고 선동한 데 대해 사과하고 당장 폐기해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03월 03일 검찰 수사권 폐지는 명백한 헌법 파괴
이헌 변호사 한변 공동대표
상당수 국민이 반대하고 우려했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야당 측 비토권을 박탈하는 법 개정까지 강행하면서 기어코 출범시킨 여당이, 검찰개혁의 마지막이라는 ‘중대범죄수사청’의 입법을 시도하려고 한다. 2019년 말 패스트트랙 입법에 의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에 일반 사건의 수사권을 넘겨주고 검찰에 남겨둔 6대 중요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 대한 수사권을 수사청이 전담토록 하는 내용이다. 검찰은 기소와 공소유지 권한만 행사케 한다는 것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 2일 한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지금 추진되는 입법은 검찰 해체다.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법치를 말살하는 것이며, 헌법 정신을 파괴하는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그리고 법조계에서는 이 섣부른 수사청 입법에 관해 공수처 때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여당 의원들은 ‘선진 문명국가 어디에서도 검찰이 직접 수사권을 전면적으로 행사하는 나라는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2017년 자료를 보면, OECD 35개 회원국 중에서 검찰에 수사권이 부여된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 미국·독일·프랑스·일본 등 27개국이다. 검찰에 수사권이 부여되지 않은 8개국 중 핀란드와 슬로베니아는 검찰에 수사지휘권을 준다. 따라서 엄격한 의미에서 수사와 기소가 분리된 국가는 영국 등 영연방 국가와 이스라엘 등 6개국뿐이다. 더욱이 여당이 수사청의 모델이라는 영국의 특별수사검찰청(SFO)은 중대부정사건에 관해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검찰 제도로 1985년 출범했다.
또 하나, 검찰에 의한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 검찰개혁을 한다는 식의 주장을 포함해 여당이 검찰개혁에 관한 사실과 제도의 왜곡과 선동을 서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중대범죄의 수사는 검찰의 기소와 공소유지의 전제가 되는 것이니, 수사와 기소가 완전히 분리돼야 한다고 하는 식의 주장도 성립될 수가 없다.
민주국가의 권력구조는 헌법에 의해 구성돼야 하고, 권력 행사는 헌법으로부터 수권이 있는 때만 발동될 수 있다. 헌법에 의한 권력구조와 그 행사는 전체 국민을 위한 국민주권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민주적 정당성’과 법의 지배와 국가권력에 대한 적절한 통제를 기초로 하는 ‘절차적 정당성’을 가져야 한다.
거듭된 위헌적 입법을 앞세워 밀어붙인 공수처와 밀실에서 느닷없이 출현한 국가수사본부에 이어, 여권 내 속도 조절의 논란을 빚는 이번 수사청 입법 시도 등 정권으로부터 중립적이거나 독립적일 수 없는 이 3개 권력기관의 등장은 결코 전체 국민을 위한 게 아니다. 여당의 지지 세력만을 위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정권을 위한 권력기관을 만들려는 것이며, 덮거나 숨기고 싶은 정권비리 사건에서 ‘친문 무죄’를 구하려 한다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집권층의 묻지마 식 입법 폭주는 법 절차뿐만 아니라 내용상으로도 도저히 법의 지배와 국가권력에 대한 적절한 통제를 기대할 수가 없다. 따라서 민주적 정당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는 이번 수사청 입법 시도에 대해 사실과 제도 및 연혁을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윤 총장의 작심 발언처럼 거듭되는 헌법 파괴임을 지적해 둔다.
문화일보
03월03일 오거돈 일가, LH 직원들…文정권 ‘투기 악취’ 위아래 없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현직 직원 14명과 가족들이 광명·시흥 신도시에 100억 원대 땅 투기를 했다는 의혹은 국민 억장을 거듭 무너뜨린다. 문재인 정부의 주택정책 실패로 집값·전셋값이 폭등해 국민 고통을 키웠는데, 이에 따른 대책을 추진해야 할 공기업 직원들이 투기에 앞장섰다. 더욱이 공공주택 공급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LH 사장이던 시절에 일어난 일이다. 변 장관은 그동안 “주택 공급은 부족하지 않으며, 부동산 불안은 투기 수요가 상당한 원인”이라고 했다. 그런데 자신도 아파트 매입을 위해 카드사 대출까지 받은 게 드러났다. 국민에겐 부동산을 잡을 테니 기다리라고 하고, 정작 정권 내부 인사들은 ‘영끌 투기’까지 한 셈이다.
민변과 참여연대가 단기간에 확인한 땅 투기가 이 정도이니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실제 3기 신도시의 하나인 고양 창릉은 신도시로 지정되기 전인 2018년 개발 도면이 유출됐던 전례가 있다. 신도시 지정 후인 지난해에도 토지이용계획이 사전 유출됐다. 광명보다 더 광범위한 투기가 다른 3기 신도시에서 벌어졌을 의혹을 씻기 어렵다.
전면 조사를 해서 진상을 밝혀야 한다. 변 장관 책임도 무겁다. 그런데 이번 일이 드러난 이후인 2일 오후에도 마치 남의 일인 양 기관장들을 불러 청렴 구호를 외쳤다.
성추행으로 부산시장을 사퇴한 오거돈 전 시장 일가가 가덕도 신공항 인근에 수만 평을 보유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온다. 장조카와 그의 회사가 신공항 부지 인근과 가덕도 진입 길목에 각각 사유지와 공장 부지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 전 시장은 땅이나 회사 지분이 없다고 하지만, 그동안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주장해 왔다. 그 일가의 가덕도 대박을 오비이락으로만 보긴 어렵다.
조현옥 전 청와대 인사수석은 지난해 11월 독일대사로 임명되기 전에 배우자 명의로 서울 강남 오피스텔 두 채를 매입해 3주택자가 됐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은 특혜 대출·투기 논란을 낳았던 흑석동 상가주택을 처분해 수억 원 시세차익을 올렸는데, 의원직을 승계하게 됐다. 위아래를 가리지 않고 현 정권의 부동산 투기 악취가 진동한다.
문화일보 사설
03.04 ‘오거돈 공항’ 개발 이익은 오 일가, 신도시 이익은 LH 직원들에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에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장조카가 토지 1488㎡(450평)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 대선 때 ‘남부권 신공항 추진’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다시 오 전 시장이 2004년 부산시장 재보선 때도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공약했다. 그 직후 오 전 시장의 장조카가 땅을 샀다. 땅값은 5배 올랐다고 한다. 오 전 시장 일가는 가덕도에 인접한 공단에 공장부지 7만8000㎡(2만3000평)도 갖고 있다. 가덕도 특별법은 공항 인근 지역을 개발 부지로 지정할 수 있는 특혜를 부여하고 있다. 만약 공항이 들어서면 이 땅 가치도 대폭 오를 것이다. 가덕도 신공항은 민주당이 부산 시장 선거를 위해 들고 나온 매표용 카드임을 세상이 다 안다. 성범죄로 중도 하차한 시장 때문에 만들어질 공항 개발 이익을 그 시장의 일가들이 향유하는 꼴이다.
오 전 시장 일가 외에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땅 투기꾼들도 ‘가덕도 로또’의 주인공이 될 전망이다. 가덕도 전체 사유지 859만㎡(205만평) 중 79%를 외지인이 소유하고 있다. 가덕도가 신공항 후보지로 공식 발표된 2009년 이후 거래된 가덕도 사유지의 83%는 외지인이 사들였다. 외지인 상위 지주 10명의 보유 토지는 무려 59만㎡(18만평)에 달한다. 4만여㎡를 사들인 일본인도 있다.
닷새 만에 또 가덕도를 찾은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민주당 후보에게) 여러분의 지지를 ‘가덕가덕(가득가득의 부산 사투리)’ 담아달라”고 했다. 민주당이 이겨야 공항이 된다는 얘기도 빼놓지 않는다. 그러나 그 뒤에선 오거돈 일가와 외지 땅 소유자들이 웃음을 짓고 있다.
섬 사이의 간석지를 메워 건설한 인천국제공항도 1단계 완공에 8년 이상 걸렸다. 가덕도 공항은 이보다 훨씬 힘든 난공사다. 2016년 사전 타당성 조사를 했던 프랑스 파리공항엔지니어링(ADPi) 팀은 물론 국토부조차 가덕도 공항은 매립 건설 자체가 어렵고 활주로 불균등 침하, 매립 토양 액화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난공사를 속도전하듯 해치우겠다고 한다. 부실의 엄청난 책임은 누가 지나. 정권이 무리를 거듭하며 ‘가덕도 표 장사'에 열을 올리는 사이 땅값은 더 뛰고 그 혜택은 투기꾼들이 누릴 판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개발 정보를 빼돌려 신도시 땅 투기를 한 의혹도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광명 시흥만이 아니라 3기 신도시 전체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국토부나 경기도 공무원들도 개발 정보를 사전에 알 수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LH 직원들이 땅 투기를 할 때 LH 사장이 변창흠 현 국토부 장관이다. 변 장관은 가덕도 공항에 앞장서겠다는 정치적이고 무책임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먼저 LH 투기 사태에 대한 입장부터 밝히기 바란다.
조선일보 사설
03.04 온갖 의혹 이상직 수사 사실상 중단, 文이 뒷배면 이래도 되나
▲이상직 의원이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시절인 2018년 5월 8일 서울 양천구 목동 중소기업유통센터에서 발언하고 있다. 각종 횡령 배임 의혹으로 고발됐지만 그에 대한 검찰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김연정 객원기자
국민의힘은 2일 수백억원대 횡령과 배임 등 혐의로 고발된 이스타항공 창업주 이상직(무소속) 의원에 대한 신속 수사 요청서를 전주지검에 보냈다. 작년 12월과 올 1월에도 보냈는데 수사는 6개월째 아무런 진전이 없다. 사실상 수사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의원의 범죄 혐의를 소명하는 자료도 함께 보냈다. 이씨의 친척인 회사 재무 담당 간부는 5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됐지만, 정작 소유주였던 이 의원은 제대로 조사조차 받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신속 수사 요청에 ‘수사 중’이란 형식적 답만 되풀이한다고 한다.
이 이상한 일은 문재인 대통령의 사위가 이스타항공이 태국에서 지급 보증을 서준 회사에 취직한 일과 관련 있을 것이다. 대통령 딸 가족의 태국 이주를 그가 사실상 도와준 것이다. 이 덕분에 이 의원은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을 거쳐 여당 공천을 받아 배지까지 달았다. 민주당은 문제가 불거지자 이 의원을 윤리감찰단에 회부한다더니 그가 탈당하자 유야무야했다.
이 의원은 두 자녀에게 지분을 편법 증여하고, 가족 명의로 주식을 차명 보유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두 자녀가 지분 100%를 보유한 페이퍼컴퍼니는 100억원대 대출을 받아 이스타항공 지분을 사들여 대주주가 됐는데 세금 한 푼 내지 않았다. 이스타항공은 8개월간 임금을 체불하고 600여명을 무더기 정리해고 했지만, 이 의원 일가는 아무 책임을 지지 않고 재산을 챙겨 빠져나갔다. 이래도 고용노동부 등 감독 당국은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검찰도 수사를 하는지 마는지 알 수가 없다. 대통령이 뒷배라고 상식 밖의 특권을 누리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03월 04일 검찰 해체 겁박해 尹총장을 사퇴로 내몬 與 법치농단
윤석열 검찰총장이 곧 사임할 것이라고 한다. 살아 있는 권력의 범죄 혐의도 원칙대로 수사하는 바람에 자신이 문재인 정권의 눈엣가시가 됐고, 그 때문에 검찰 기능을 해체하는 무도한 입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법치 시스템 파괴를 멈추거나 지연시켰으면 하는 고육책으로 보인다. 윤 총장은 3일 “내가 총장직을 지키고 있어서 중대범죄수사청을 도입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을 망가뜨리려 한다”면서 “내가 그만둬야 멈추는 것 아니냐”고 했다고 한다. 법으로 보장된 윤 총장 임기(2년)는 오는 7월 24일까지이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박탈, 인사권 배제, 징계 등의 모욕적 행태에도 꿋꿋이 검찰을 지켜왔지만, 여당이 수사청 설치 입법을 공식화하자 직을 던져 국민에게 호소하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이런 사태에 이른 것은 전적으로 문 정권의 책임이다. 윤 총장은 전직 대통령은 물론 대법원장, 국정원장 등도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했지만, 조국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면서 정권의 탄압을 받기 시작했다. 울산 선거공작 사건,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등 현 정권 핵심부를 향한 수사가 계속되자 추 전 장관은 온갖 방법으로 윤 총장을 몰아내려 했지만 결국 법원에 막혀 실패했다. 박범계 장관 취임 이후에도 변함이 없었다. 급기야 여당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권이 6개로 줄어든 것이 제대로 시행도 되기 전에 수사청 설치로 아예 검찰을 해체시키려고 하고 있다. 윤 총장은 3일 대구지검 방문 때 “‘검수완박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결국 부패가 마음 놓고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으로, 국가와 정부의 헌법상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 총장의 정당한 이의 제기에 대해 정세균 총리는 “정말 자신의 소신을 밝히려면 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처신해야 한다”고 적반하장식 대응을 하고 있다. 3권분립을 훼손한 정 총리가 할 말이 아니다. 법무부는 이미 국회에 검찰 해체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조직 해체를 눈앞에 둔 윤 총장에게 ‘입 다물고 있으라’는 것이야말로 독재시대 행태다. 문 정권의 법치 농단 폭주는 반드시 심판 받을 것이다.
문화일보 사설
03월 05일 ‘올해도 사법 독립 노력’ 김명수의 파렴치한 딴소리
김명수 대법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 지명될 때부터 법조계 안팎에서 역량, 도덕성, 정치 성향 등 전방위로 ‘부적격’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이 때문에 일선 판사들까지 동원해 여야 의원들에게 협조 요청을 했지만 역대 최저 찬성률로 가까스로 국회 임명동의를 통과했다. 취임 이후엔 ‘코드’ 행태에 더해 문 대통령의 휘하인 것처럼 비쳐 사법부(府) 아닌 사법부(部) 비아냥도 들었다.
이른바 ‘판사 탄핵 거래’ 파문과 관련한 거짓말은 결정타이다. 공인 의식과 최소한의 염치가 있다면 당연히 물러나야 할 심각한 일이다. 사퇴 요구가 확산한 이유다. 그런데 4일 전국법원장회의에서 “올해도 법원과 재판의 독립을 지키기 위해 변함없는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파렴치한 딴소리이다. 실제 행태는 그 반대였기 때문이다.
‘올해도 노력하겠다’는 것은 법관 인사도, 코드 판결도 계속하겠다는 다짐으로 들릴 뿐이다. 법관 인사는 2∼3년 주기 교체가 원칙인데, 울산 선거 개입과 조국 일가 비리 재판을 맡은 판사는 3년 넘게,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재판을 맡은 판사는 6년째 서울중앙지법에서 근무 중이다. 김명수 체제 대법원은 이재명·은수미 유죄라는 2심 판결을 뒤집었다. 허위사실 공표는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해괴한 논리와 검찰의 항소 절차 부실을 이유로 내세웠다. 야당 정치인이었어도 그랬을까. 김 대법원장은 여 정치인·강성 지지자들의 판사 공격 때 침묵해 왔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5월 임성근 전 판사 면담에서 여당의 탄핵 추진으로 사표 수리가 어렵다고 해놓고, 그런 얘기가 없었다며 국회와 국민 앞에 대놓고 거짓말을 했다. 내부 회의에서 세 번째로 “제 불찰”이라며 두루뭉수리로 넘어갔다. 진정성이 전혀 안 보인다. 코드 법원장들은 침묵했다. 법원과 사법 신뢰를 더는 허물지 말고 하루빨리 사퇴하는 게 사법부와 대한민국 법치를 위하는 길이다.
문화일보 사설
03.06 文정권의 야바위 수법, 檢 수사권 박탈法은 尹 제거용 쇼였다
민주당이 검찰 수사권 폐지를 위한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법 발의를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이후로 미루겠다고 했다. 당 관계자는 “현시점에서 급하게 추진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당초 3월 초 발의를 말하다가 연기하더니 아예 보선 이후로 미루겠다는 것이다. 검찰수사권 폐지가 안 되면 나라가 망하기라도 할 듯 밀어붙이더니 언제 그랬느냐는 듯 입장을 바꿨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퇴한 것 말고는 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어제 “검사들은 크게 걱정 안 해도 된다”고 했다. 이제는 이 법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박 장관은 불과 얼마 전 “저는 장관 이전에 여당 국회의원”이라며 검찰 수사권 폐지 입법에 속도를 내자고 하던 사람이다. 정권 불법 수사를 지휘하던 윤 총장이 쫓겨난 이상 검찰 수사권 폐지법은 필요 없게 된 것이다. 검찰이 다시 정권의 사냥개가 될 텐데 뭣 하러 수사권을 박탈하느냐는 생각일 것이다.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법은 헌법에 존재가 규정돼 있는 검찰을 사실상 없애는 법이다. 애초에 말도 되지 않는 법이었다. 그런데 정권은 실제로 할 것처럼 밀어붙였다. “선진국들은 수사·기소권이 분리돼 있다”는 가짜 뉴스까지 동원했다. 하지만 이들은 실제 그런 입법을 할 생각이 아니었다. 마치 검찰 말살법을 만들 것처럼 실감나게 연기하며 전체 검사들을 위협하면 윤 총장이 견디지 못하고 사표를 낼 것이란 계산이었다. 이 연극에 문 대통령이 앞장섰다. 작전이 성공하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입법을 연기하겠다’ ‘검사들은 이제 걱정 안 해도 된다’고 한다. 교묘한 수법으로 남을 속여 돈을 따먹는 것을 야바위라고 한다. 문재인 정권의 이 행태는 야바위와 무엇이 다른가. 어떻게 대통령이 야바위 짓을 하나.
한 검사는 이런 상황을 ‘법무부 장관님, 살려주십시오’라는 글로 풍자했다. “월성 원전 사건, 라임·옵티머스 사건, 김학의 출국 금지 사건 등에 대하여 수사를 전면 중단함은 물론, 현재 재판 중인 조국 전 장관과 그 가족 등의 사건, 울산시장 하명수사 사건 등에 대해서도 모두 공소를 취소하면, 저희 검찰을 용서해주시겠느냐”고 했다. 실제 정권이 바라는 바가 그것이다.
새 검찰총장에 문 대통령 수족을 자처하며 ‘정권 불법 뭉개기’에 앞장서온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 등이 거론된다고 한다. 하나같이 정권 불법 혐의 수사를 막으며 윤석열 축출에 앞장선 정권의 충견들이다. 문 대통령과 정권이 그토록 원하던 충견 검찰이 복귀하는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3.08 與 징벌적 손배法 강행, 러·필리핀 수준 언론 통제국 된다니
국제언론인협회(IPI) 바버라 트리온피 사무총장은 “언론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릴 수 있는 법률이 도입되어 언론 자유가 제한된다면 한국을 ‘코로나 유행 시기 언론 통제를 도입한 국가’ 리스트에 추가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언론보도에 최대 3배의 징벌적 배상을 물리는 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가짜뉴스를 막겠다’는 명분이지만, 실제론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속셈이다.
IPI는 전 세계 100국의 신문·방송 발행인, 편집인 등이 회원으로 있는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 단체다. 현재 IPI의 언론 통제국 리스트에는 러시아·필리핀·태국·캄보디아·요르단·루마니아·아제르바이잔 등 17국이 올라있다. 트리온피 총장은 “이들은 이른바 ‘가짜뉴스방지법’을 언론 통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면서 “한국도 문제적 상황으로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자 민주국가인 한국이 독재·저개발국들과 함께 언론 통제국의 오명을 쓰게 될 판이다.
러시아는 공공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되는 오(誤)정보를 유포하면 최대 1억5000만원의 벌금을 물리게 했고, 국가에 해가 되는 글을 걸러내지 않는 웹사이트를 차단하는 법도 만들었다. 헝가리는 코로나 방역에 방해되는 정보를 유포하면 벌금과 징역형을 선고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무엇이 오보이고 해가 되는지 기준조차 명확지 않다.
문재인 정권이 추진하는 법도 마찬가지다. 허위·불법 정보로 손해를 볼 경우 징벌적 배상을 물리겠다고 했지만 그걸 판정할 기준이 없다. 인터넷 가짜뉴스만 대상이라더니 언론과 포털도 모두 포함시켰다.
수시로 가짜뉴스를 퍼뜨린 장본인은 오히려 여권 인사들이었다. 이 법을 추진하는 여당 TF 단장은 청문회에서 가짜 사진을 갖고 기업인을 공격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1368명이 사망했다’고 했지만 가짜뉴스였다. ‘외국 제약사가 우리에게 백신 계약을 빨리 하자고 한다’는 복지부 장관의 말도 사실이 아니었다. 이런 사람들이 거꾸로 언론을 잡겠다고 몽둥이를 휘두르며, 대한민국을 언론 통제 국가로 몰아가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03.08 이러니까 도둑이 축배를 든다
대통령은 발본색원을 지시했고, 부총리는 무관용을 반복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투기 사건에 대한 발언의 수위만 보면 비장함마저 느껴질 정도다. 선거는 코앞인데, 하필이면 표심을 가장 크게 좌지우지하는 부동산과 연루된 공직 비리가 터졌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런데도 돌아가는 모양새가 국민의 눈에는 영 마뜩잖다.
검찰이 나서지 못한다는 LH 사건
수사권 조정·검찰 개혁의 결과
누가 수혜자이고 누가 피해자인가
총리실에 꾸려진 정부합동조사단의 주축은 국토교통부라고 한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LH 직원들이 땅 쇼핑에 나섰을 때의 사장이다. 그들의 투기 전모를 파헤칠수록 장관의 책임이 더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그는 “직원들이 개발정보를 미리 안 것도 아니고, 이익 볼 것도 없다”며 제 식구를 감쌌다. 독재정권 시절 많이 듣던 ‘축소·은폐’의 범의(犯意)가 읽히는 발언 아닌가. 비유하자면 이렇다. 고양이 일가에게 어물전을 맡겼더니 맛있게 살 오른 생선 몇 마리가 어느 날 사라졌다. 알고 보니 새끼 고양이 몇몇의 배 속에 들어간 뒤였다.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어물전의 공동 소유주인 마을 주민들이 단단히 화가 났다. 그러자 어물전 점장은 어미 고양이에게 발본색원과 무관용을 명한다. 과연 그 어미 고양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많은 국민의 눈길이 검찰을 향하고 있다. 국민뿐 아니라 문재인 정권의 인재 공급처이자 둘도 없는 친(親)정부 세력인 참여연대와 민변까지 “감사원과 검찰이 나서야 할 사안”이라고 한다. 검찰의 직접수사를 최대한 줄이거나 아예 없애야 한다는 쪽에 섰던 두 단체조차 그렇다. 왜 그럴까. 부동산 투기 수사에 대한 노하우와 경험을 가진 검찰의 수사력이 경찰보다는 믿을 만하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검찰이 LH 사건을 수사할 수 없다는 점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개정된 형사소송법은 검찰의 직접수사를 6대 중대범죄로 제한하고 시행령에서 이를 구체화했는데, LH 사건은 이 범위 밖에 있다는 것이다. 굳이 찾자면 검찰에 맡길 방법이 없지야 않겠지만, 정부로선 내키는 일이 아니다. “믿을 건 검찰밖에 없다”는 여론에 손을 들어주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결국 국토부가 자체 조사를 하고, 경찰(국가수사본부)이 그 결과를 통보받아 수사하는 방식이 뼈대가 될 것이다. 검찰의 수사 역량은 본의든 아니든 묵혀둘 가능성이 높다. 누가 득을 보게 될 것인지는 뻔하다.
김학의 전 법무차관 출국금지 과정의 불법에 대한 수사도 마찬가지다. 이 사건은 검찰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이첩됐다. 아직 손발도 없는 공수처가 인력을 뽑고 진용을 갖출 때까지 기다렸다 수사할지, 검찰로 되돌려 보낼지, 이도 저도 아니면 경찰로 보낼지가 미정이다. 그 사이 검찰이 하던 수사는 올스톱이다. 일시적 공백이 빚은 과도기 현상으로 볼 일이 아니다.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검찰이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뒤 생겨날 중대범죄수사청이건, 혹은 비(非)중대범죄를 맡을 경찰이건 수사를 하다 보면 고위 공직자가 연루돼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그럴 땐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원 수사기관이 하던 일을 멈추고 공수처가 다시 시작하는 혼선이 불가피하다. 시간 낭비는 물론이고 수사 방향이 틀어질 가능성이 상존하게 된다. 더구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김학의 출금 사건을 검찰로 재이첩해선 안 된다고 했다. 이 지검장은 이 사건의 피의자다. 피의자가 내 사건은 검찰이 해서는 안 되고 공수처가 맡아야 한다고 주문하는 전대미문의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런 코미디 같은 일들이 3∼4년의 난리통 속에 진행된 검찰 개혁의 결과물이다. 새로이 마련된 형사사법 체계의 톱니바퀴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 불협화음을 들으며 범법자들은 축배를 든다. 정의감으로 무장한 검사나 형사가 관할 지역을 떠나면 조직폭력배들이 축배를 드는, 영화에서나 보던 일들이 눈앞에서 벌어지기 시작했다.
중앙일보 예영준 논설위원
03월 09일 檢 수사권 뺏으면서 다급하니 경찰 도우라는 文의 궤변
문재인 정권의 엉터리 검찰개혁이 국가 수사 역량을 망가뜨리고 있음이 벌써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검찰이 빠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투기 의혹 수사가 갈팡질팡하는 것은 물론 제대로 된 수사 성과를 올릴지조차 불투명하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범죄수사대는 9일 민변과 참여연대에 의해 의혹이 제기된 LH 직원 13명 자택과 LH 본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요란하게 진행했지만, 이미 지난 1주일 대서특필됐다는 점에서 실효성부터 의문이고, 여론에 밀려 허둥대는 모습도 보인다.
이런 와중에 문재인 대통령은 8일 “검찰은 수사 노하우와 기법을 공유하고 수사 방향을 잡기 위한 논의 등에서 경찰과 협의해 달라”고 했다.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이 수사할 수 없게 해놓고, 경찰로는 미덥지 못하니 지휘가 아닌 지원하라는 요구다. 문 대통령은 “검·경 유기적 협력이 필요한 첫 사건”이라고 의미도 부여했지만, 현실적으로 말이 협력일 뿐 수사권 없는 검찰더러 경찰 뒤치다꺼리하라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수사가 제대로 될 것으로 생각한다면 탁상공론이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기소·수사권 분리는 꾸준히 나아갈 방향”이라고 했다. 검찰 수사권을 뺏으면서 경찰 수사를 도우라는 궤변이다.
1, 2기 신도시 투기 수사 때는 대검이 중심이 돼 합동수사본부를 만들어 큰 성과를 냈지만, LH 사태는 지난 2일 폭로 이후 일주일이 지나도록 말만 요란하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을 집무실로 불러 “사생 결단의 각오로 파헤쳐 비리 행위자를 패가망신시켜야 한다”고 했다. 패가망신 같은 초법적 조치 요구부터 문제이지만, 거기에 머리 조아리는 수사본부장 모습을 보면 이미 성역 없는 수사는 기대하기 힘들다. 검찰·감사원을 배제한 이유도 알 만하다. 박근혜 정부까지 거슬러 올라가 모두 조사하겠다고 한다. 물타기 꼼수까지 훤히 비친다.
문화일보 사설
03.12 “이상직이 주범” 조카 법정 자백에도 막무가내 봐주기, 무법천지다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의원의 조카는 5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 재판에서 “실무자로서 위에서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했다. 이스타항공 재무 담당 간부로서 이 의원의 지시에 따라 범행을 저질렀다고 법정에서 자백한 것이다. 그의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보면 이 의원이 주도적으로 범행을 했고 이로 인한 경제적 이득을 이 의원이 얻은 것으로 돼 있다”면서 “(그런데도) 이번 수사의 최정점에 있는 이 의원은 기소도 되지 않았다”고 했다. 수사에서도, 조카의 진술에서도 이 의원이 수백억대 횡령·배임의 주범임이 드러났는데 검찰이 봐주고 있다는 얘기다.
이스타항공 그룹 관계사들은 보유 주식 540억원 상당을 이 의원 자녀들에게 5분의 1 가격인 100억원에 매도했다. 이 의원 조카는 이 작업에 관여해 회사에 430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또 다른 100억원대 배임·횡령 혐의도 있었다. 이 모든 걸 실제 지시한 사람이 이 의원이었다는 것이다. 검찰도 공소장에 적시할 정도로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고발된 지 6개월이 되도록 이 의원은 제대로 조사 한번 받지 않았다. 야당이 전주지검에 세 차례나 신속수사요구서를 보냈지만 ‘수사 중’이란 답만 되풀이했다.
이 의원 자녀들은 100억원을 빌려 헐값에 주식을 매입했다. 자기 돈 거의 들이지 않고 그룹 대주주가 됐고 430억원의 시세 차익도 챙겼다. 그런데 세금 한 푼 내지 않았다. 전형적인 불법 증여이자 배임이다. 이스타항공은 8개월간 임금을 체불하고 600여명을 무더기 정리해고 했다. 하지만 이 의원 일가는 아무 책임도 지지 않은 채 재산을 챙겨 빠져나갔다. 이런 악덕 업주에 대해 고용노동부 등 감독 당국은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다. 이 의원은 문재인 대선 캠프에서 일했고 문 대통령 딸 가족의 태국 이주를 도왔다. 그 덕에 그는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을 거쳐 의원까지 됐다. 명백한 범죄 혐의가 드러나도 수사조차 받지 않는다. 나라를 무법천지로 만들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03.12 대통령에 신발 던진 사람이 당하는 집요하고 과도한 보복
/제21대 국회 개원식이 끝나고 나오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정모씨가 던진 신발이 본청 앞 계단에 놓여 있다. /이덕훈 기자
작년 국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신발을 던지며 항의했던 북한 인권 단체 대표 정모씨에 대해 최근 법원이 다른 모욕죄 혐의로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지금까지 6개월간 구속돼 있었는데 구속 기간이 6개월 더 연장된 것이다. 정씨는 1년이나 감옥에 있게 된 것이다.
정씨는 세 가지 혐의로 재판받고 있다. 작년 1월 세월호 기념관 앞에서 스피커로 유족들을 모욕했다는 혐의, 작년 7월 국회에서 문 대통령에게 신발을 던진 혐의, 작년 8월 광화문 광복절 집회 때 경찰을 폭행한 혐의다. 정씨는 신발 투척 혐의로 청구된 구속영장은 기각됐지만 한 달 뒤 경찰 폭행 혐의로 구속돼 지금까지 구속 재판을 받아왔다. 그런데 서울중앙지법 신혁재 부장판사가 정씨 구속 기간 만료를 하루 앞두고 세월호 유족 모욕 혐의를 다시 꺼내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이다. 작년 한 해 명예훼손죄와 모욕죄 등 명예 범죄로 구속된 경우는 0.09%뿐이었다. 이번 경우엔 심지어 검사가 영장 청구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판사가 직권으로 구속했다. 이 역시 매우 드문 일이다. 극히 드물고 희귀한 일이 연이어 겹쳐지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뜻이다.
신 판사는 정씨에 대해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했다. 정씨는 한 번도 경찰 등의 출석 요구에 불응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가출 청소년 등을 돌보는 비영리 단체와 북한 인권 단체 대표를 맡고 있는 정씨는 아내와 함께 살고 있는 서울 집과 아들이 사는 경기도 집을 오가며 생활했다고 한다. 대통령을 향한 신발 투척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을 때 영장전담 판사는 “도망할 염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그런데 신 판사는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했다. 단순한 판단이 어떻게 이렇게 상반될 수 있나.
경찰은 신발 투척으로 신청한 영장이 기각되자 기어코 한 달 뒤에 경찰 폭행 혐의를 적용해 정씨를 구속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판사가 극히 이례적으로 정씨 구속을 연장시켰다. 상식적으로 이 정도 문제로 사람을 1년이나 감옥에 가둘 일인가. 경찰 폭행이라지만 다친 사람도 없었다. 경찰은 민노총으로부터 훨씬 심한 폭행을 당해도 대부분 눈감았다. 던진 신발은 대통령에게는 미치지도 못했다. 이 사람이 대통령 아닌 다른 사람에게 신발을 던졌으면 감옥에 가는 일 자체가 없었을 것이다. 한국은 이런 나라가 돼 있다.
조선일보 사설
03.13 피의자 위원장이 또 다른 피의자 이성윤을 검찰총장 추천한다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12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 금지 관련 피의자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등에 대한 수사를 검찰로 되돌려 보냈다. 문재인 대통령의 수족이라는 이 지검장은 그간 검찰 소환에 불응하면서 사건을 공수처로 넘기라고 버텼다. 이렇게 해서 공수처로 넘어간 사건이 검찰로 돌아간 것이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현재 검사와 수사관을 선발하는 중이라 수사에 전념할 여건이 못 된다”고 했다.
이 지검장은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금 요청서가 가짜 사건 번호와 내사 번호를 붙인 위조 공문서였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 담당인 서울동부지검 측에 “내사 번호를 추인한 걸로 해달라”고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동부지검은 출금 사실조차 알지도 못했고 당연히 지검장 직인도 없었다. 이 불법행위를 이 지검장이 은폐하려 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출금 닷새 전 “(김 전 차관 사건에) 검경 지도부가 조직의 명운을 걸고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라”고 지시하자 이런 불법적인 일이 벌어졌다.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의 수차례 소환 통보를 모두 무시했다. 그러더니 ‘검찰은 수사에서 손 떼고 사건을 공수처로 넘기라’고 했다. 공수처가 정권 수족 역할을 해줄 것이란 계산을 했을 것이다.
이 지검장은 그동안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불법 개입 사건,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기 등 정권 불법에 대한 검찰 수사를 뭉개는 방패 역할을 해왔다. 정권이 억지로 꿰맞춘 채널A 기자 사건은 무혐의 처리를 못 하도록 끝까지 막았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쫓아내는 데도 적극 협력했다. 그래서 선후배 검사들에게 “당신도 검사냐” “양심은 엿 바꿔 먹었느냐”는 비판을 들었다. 그런데 이런 사람이 지금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된다고 한다.
차기 검찰총장 추천위원장은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이다. 박 전 장관은 김 전 차관에 대한 출입국 불법 조회 177차례를 묵인하고, 불법 출국 금지를 승인한 혐의로 고발당해 있다. 형사 사건의 두 피의자가 검찰총장을 추천하고 추천받는 초유의 일이 벌어지려 한다. 다른 총장 추천위원도 대부분 친정권 인사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총장 인선을) 전광석화처럼 하겠다”고 했다. 박 장관은 국회 등에서 폭행한 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을 주무르는 사람 모두가 피의자다. 코미디가 아니라 현실에서 곧 벌어질 모양이다.
조선일보 사설
03.13 진보의 무능과 보수의 비리... 文정권, 단점만 모아 K정치
기든스 ‘제3의 길’로 본 한국 정치의 세 부류
서민 단국대 기생충학과 교수·'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 공동저자
/일러스트=안병현
조지 레이코프가 제자와 같이 쓴 책 ‘나는 진보인데 왜 보수의 말에 끌리는가?’에 따르면, 가정에는 두 가지 모델이 있다. 하나는 아버지가 절대 권위를 가지고 선악 기준을 정하는 ‘엄격한 가정’이고, 다른 하나는 아버지가 자녀들과 합의해서 가치 기준을 정하는 ‘자애로운 가정’이다. 엄격한 가정의 아버지는 자녀들에게 말한다. “세상은 정글이고, 너는 힘을 길러야 해. 그래야 저 바깥의 악당들과 싸워서 이길 수 있어.” 자애로운 가정의 아버지도 말한다. “너는 나중에 다른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 범죄를 저지르는 것도 그들이 나빠서가 아니라, 다 사회 탓이기 때문이란다.” 여기서 엄격한 가정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보수’다. 이들은 특정인이 잘되고 안되고는 개인의 노력에 달려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자애로운 가정, 즉 ‘진보’는 사회 구조적 문제가 특정인의 성공을 좌우하며, 개인의 노력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보자. 늦은 밤 집에 있는데, 며칠 굶은 듯한 이가 초인종을 누른다. “배가 고파요. 밥 좀 주세요.” 보수인 집주인은 생각한다. ‘저 사람이 이 꼴이 된 것은 노력을 안 해서다. 내가 여기서 밥을 주면 저 사람은 앞으로도 계속 이런 식으로 밥을 얻어먹고 다닐 거야. 내가 거절하는 게 오히려 저 사람을 돕는 길이지.’ 그는 인터폰에 대고 말한다. “당장 나가지 않으면 경찰을 부르겠소!” 진보인 집주인은 다르게 생각한다. ‘저 사람은 뭔가를 열심히 해보려다 잘 안돼서 이런 신세가 된 거야. 그가 재기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해.’ 그는 문을 열어주고 그 사람에게 따뜻한 밥을 준다. 둘 중 어느 게 더 쉬울까? 당연히 전자다. 책 제목이 ‘왜 보수의 말에 끌리는가?’인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현실을 보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지금 이 나라를 장악한 세력은 분명히 진보이건만, 이들의 행동을 보면 진보로 사는 게 전혀 어려워 보이지 않고, 오히려 보수보다 행복해 보인다. 그들은 모두에게 평등한 교육을 외치면서 자기 자식들은 다 특목고에 보내고, 혹시 좋은 대학에 갈 실력이 안 되면 스펙을 위조하기까지 한다. 졸업 후 외국 유학을 보내는 것도 필수인데, 젊은 시절부터 쭉 반미를 외친 분들답지 않게 주요 행선지가 미국이다. 이들은 재테크에도 능해서, 국민에게는 집을 못 사게 하면서 자신들은 폭등한 집값으로 수억~수십억 시세 차익을 얻는다. 심지어 금융 사기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정권 측 인사들 이름이 거론되기도 한다. 자기 사람 챙기는 데도 뛰어나, 비리로 점철된 인물들을 아무 거리낌 없이 장·차관 등 고위 공직에 임명한다. 레이코프가 이 정권의 행태를 봤다면 ‘나도 진보로 살고 싶다'는 책을 쓰지 않았을까? 이 혼란은 문 정권 인사들이 레이코프가 말하는 진보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생긴다. 그렇다고 이들을 보수라 부를 수도 없는 게,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억압하고 근근이 유지되어 온 사회 시스템을 전혀 존중하지 않기 때문이다.
보수도 진보도 아닌 자들을 가리키는 말이 ‘제3의 길’이다. 앤서니 기든스라는 학자가 창안한 이 말은 1990년대 영국에서 집권에 성공한 노동당이 자신들 특기인 복지를 주로 하는 사회민주주의만 추구하면 경제성장이 안 되니, 신자유주의 이념을 일부 받아들이겠다는 노선이다. 보수와 진보의 장점을 두루 취한다는 뜻. 하지만 문 정권은 한국 진보의 고질적 병폐인 ‘무능'과 한국 보수의 문제점이었던 ‘비리'라는, 양측의 단점만을 딴 노선을 걷고 있다. 이들에게 ‘제3의 길'이란 말을 썼다간 팔순을 넘긴 기든스 교수가 화병으로 쓰러질지 모르는지라, 난 문 정권 인사들의 행태를 ‘K정치’라 표현하겠다.
이해를 돕기 위해 문 정권이 추구하는 K정치가 어떤 것인지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겠다.
사례1. 횡단보도를 건너던 사람이 신호를 무시한 채 달리던 차에 치였다.
보수: 운전자가 나쁘다. 신호를 지키지 않는 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진보: 횡단보도 사고를 부추기는 사회 시스템이 문제다. 횡단보도에 오기 한참 전에 차량이 멈추도록 신호등을 멀찌감치 세우고, 보행자를 보호하도록 신호가 바뀌는 순간 횡단보도에서 차단막이 튀어나오는 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K정치: 조건에 따라 반응이 달라진다. 가해 운전자가 보수인 경우에는 ‘천인공노할 범죄’이며, 가해자의 범행에 배후가 있다고 주장한다. 진보의 범행일 때는 ‘횡단보도가 애매한 위치에 있어서 사고가 유발됐다’ ‘이 사고로 충격을 받은 운전자가 실질적 피해자’라고 한다.
사례2.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신도시 개발 정보를 미리 빼돌려 땅을 샀다.
보수: 연루된 직원들을 처벌하고, LH 직원들에 대한 윤리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진보: 땅에 주인이 있는 게 문제의 근본 원인이다. 모든 토지를 국유화한 뒤 필요한 이에게 나누어 주자.
K정치: 역시 조건에 따라 반응이 달라진다. 박근혜 정권인 경우 ‘현 정권의 도덕성 파탄이 제대로 드러난 사건’이라며 내각 총사퇴를 주장한다. 반면 자신이 집권당일 때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명박, 박근혜 때도 있던 일이다.” “해당 공무원들이 어느 정권에서 임용됐는지 따져봐야 한다.” “설마 개발되겠어 하며 땅을 샀는데 갑자기 신도시가 됐다.” 신내림을 받은 게 틀림없다.
기든스가 주창한 ‘제3의 길'은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다. 진보가 우클릭을 하다 보니 전통적 진보 지지층에게 욕을 먹어야 했고, 그렇다고 보수 측에서 이들을 지지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 정권이 주창한 K정치는 임기 말임에도 레임덕이 없을 정도로 열광적 지지를 받고 있으니, 잘만 홍보한다면 전 세계로 확산될 수 있을 것 같다. 전 세계 정치의 표준을 만들어가는 문 정권 여러분, 당신들이 자랑스럽습니다.
조선일보
03.18 박범계의 한명숙 사건 지휘권 발동, 부적절하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대검 부장들(검사장급)에게 한명숙 전 총리 사건 증언자들의 위증 의혹에 대한 기소 여부를 판단하라고 지시했다. 한 전 총리가 불법 정치자금 수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건에 대한 것이다. 이 위증 의혹에는 한 전 총리를 수사한 검사가 재소자들에게 위증을 교사했다는 의혹이 결부돼 있다. 검사가 증언을 조작했고, 그에 따라 한 전 총리가 누명을 썼다는 주장과도 연결돼 있다.
재소자 위증 여부에 사건 본질 안 바뀌어
검찰 공격하고 부패 전력 지우려는 의도
문제의 증언들은 한 전 총리 사건 항소심 법정에서 나왔다. 9억원 제공 혐의로 기소된 한만호씨가 1심과 달리 돈을 준 적이 없다고 주장한 직후였다. 한씨와 함께 수감돼 있던 재소자 두 명이 한씨로부터 한 전 총리에게 돈을 건넸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그런데 지난해 다른 재소자 한 명이 당시 검사가 한씨 주변 재소자들을 불러 위증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친여 성향 법조인과 여권 정치인들이 한 전 총리 사건에 대한 재수사까지 요구했다.
위증 논란은 한 전 총리 사건을 검찰이 조작했다는 주장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2015년 대법원 판결을 보면 재소자 증언 외에도 한 전 총리의 금품 수수를 입증할 증거가 많았다. 한 전 총리의 동생이 한만호씨 측에서 나온 1억원어치 수표를 사용한 게 계좌 추적으로 확인됐고, 수사 시작 전에 작성된 한씨 비자금 장부에도 공소사실과 부합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한씨 측근의 진술도 있었다. 게다가 한씨 회사가 망하게 되자 한 전 총리 측이 2억원을 건넨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은 받은 돈 중 일부가 반환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대법관 8명은 9억원이, 5명은 3억원이 한 전 총리에게 제공됐다고 판단했다. 대법관 전원이 최소 3억원은 건네졌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지난해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은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대검 감찰부에 검사의 위증 교사 의혹 조사를 지시했다. 대검은 최근 위증과 위증 교사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혐의 처분 결정을 했다. 그랬더니 박 장관이 다시 수사지휘권을 이용해 뒤집기에 나섰다. 박 장관은 대검 간부들이 한 전 총리 수사의 문제를 계속 제기해 온 임은정 검사의 의견을 들으라고까지 지시했다. 마치 비 올 때까지 제사를 지내는 ‘인디언 기우제’를 보는 것 같다.
한 전 총리가 정치 검찰에 의해 억울하게 희생됐다는 프레임은 검사를 악마화하고 여권의 부패 전력을 가리는 이중의 효과를 낸다. 이런 정치적 의도가 뻔히 보이는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사용은 권한 남용이다. 추 장관이 물러나고 새 장관이 임명될 때 어지러운 ‘법무 정치화’가 다소나마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는데 외려 한술 더 뜨는 모양새다. 허황된 기우제를 눈 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는 국민의 심정이 착잡하다
중앙일보 사설
03.18 여의도 ‘별건 정치’가 낳은 괴물, 수사 쪼개기
개발이 예정된 신도시 땅에는 욕망과 불법이 뒤엉켜 춤춘다. 은밀한 도시 계획 정보는 불로소득으로 직결된다. 짧은 기간에 부의 증식과 경제적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이전 SNS 말씀에 빗대보면, 구름 위의 용까지야 언감생심이지만 개천의 ‘행복한 가붕개’(가재·붕어·개구리)로 사는 데는 보탬이 된다. 샛길이지만 빠른 길이다. 유혹의 손길을 뿌리치기 쉽지 않다. 1·2기 신도시 개발에 이어 3기 신도시 개발에서 부정과 불공정·불평등이 횡행한 이유다.
별건 수사 없앤다며 검찰권 쪼개
신도시 투기 수사 타이밍 놓치고
스피드 떨어지자 결국 특검 행
3기 신도시에선 민간 토지주의 사유재산을 헐값에 인수해온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 신도시 계획을 짜는 공무원들이 잇속을 챙겼다. 세종시 행복청장을 지낸 사람도 국가산업단지가 들어설 주변 요지에 땅을 사는 행복을 누렸다. 배당액이 높은 도박일수록 위험이 큰 법. 참여연대와 민변의 폭로로 투기 의혹이 불거졌지만 실체 확인과 처벌은 요원하기만 하다. 진상 규명과 사법 처리를 목표로 하는 수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타이밍은 이미 놓쳤다.
“2014년 12월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 수사가 성공한 것은 첫날(10일) 고발장 접수와 동시에 고발인 조사, 다음날 압수수색(11일), 피의자 소환조사(19일), 구속영장 청구(24일)와 구속 등이 신속하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반면 정윤회 의혹 사건과 총리실 민간인 사찰 사건의 경우 타이밍을 놓쳐 재수사 등으로 이어졌다.”(조은석, 『수사 감각』)
검찰총장 직속 수사기구였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1961~2013)가 막강했던 이유로는 신속성이 꼽힌다.
“중수부나 서울중앙지검이나 다 똑같은 법적 권한을 가진 검사와 수사관이 일한다. 그런데 성과가 다르다. 왜냐고? 검찰총장과 수사팀장이 매일 오전 30분간 회의를 하는데 거기서 모든 수사 진행이 매듭지어진다. 중앙지검 속도의 2~3배, 경찰 속도의 10배 정도 빠르다. 범죄자는 뭐든지 숨긴다. 말을 맞추고 증거를 감춘다. 그 스피드를 앞질러야 수사가 성공한다.”(특수통 A변호사)
이번에 타이밍을 놓친 결정적 사유는 정부가 조사 방식과 수사 주체를 놓고 갈팡질팡했기 때문이다. 개혁 대상인 검찰은 제쳐놓고 갓 신설된 국가수사본부에 수사를 맡겼다. 국수본은 700여 명의 수사 인력을 투입하며 물량공세로 나섰지만 여야가 정치적 이유로 특검 도입에 합의하면서 닭 쫓던 개 신세가 됐다. 검·경의 이원 구조였던 수사기관이 국수본, 공수처까지 네개로 늘어나면서 빚어지는 혼선도 컸다. 특히 공무원 직급별로 수사 주체가 다른 것은 골칫거리다. 국수본이나 검찰이 수사하다가 해당자가 나오면 수사를 중단하고 공수처로 보내야 한다. 흐름이 끊긴다. 수원지검이 ‘김학의 불법 출금 금지 의혹’ 사건에 연루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건을 공수처로 이첩했다가 9일만에 재이첩받은 것만 봐도 그렇다. 100미터 달리기를 하던 중 호루라기 소리에 멈춰야 하는 꼴이다. 공수처에 보낼 사건을 굳이 캘 동력도 약하다. 이처럼 뒤죽박죽, 엉망진창인데 더해 김진욱 공수처장은 “검찰은 수사만 하고 기소는 공수처에 맡겨라”는 공문을 보냈다가 검찰의 반발을 샀다. 재이첩 직전 공수처장이 피의자인 이 지검장을 면담하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어느결에 한국이 피의자가 수사기관을 ‘쇼핑’하고 ‘황제조사’를 받는 ‘수사 선진국’이 돼버린 셈이다.
멀쩡하던 검찰 조직을 사분오열로 쪼갰지만 결과는 초라하다. 망국적 부동산 투기 범죄를 수사할 적절한 주체를 찾지 못해 특검에 맡기자는 것 아닌가. 수사 쪼개기로는 쪼개기 투기 범죄를 근절할 수 없다. 범죄를 보고도 수사하지 못함으로써 사실상의 범죄없는 나라를 건설하겠다는 것이 아니라면 국가 형사사법체계를 다시 짜야 한다. ‘조국 표(票)’ 검찰 개혁은 현장의 수사감각과 ‘법의 지배’에 기반한 정의를 끌어안지 못했다. 처음엔 노무현 전 대통령, 그 다음엔 본인의 복수심에 불타고 빈곤한 철학이 겹친 상황에서 엉뚱한 방향으로 돌진하며 도깨비 방망이 휘두르듯 뚝딱뚝딱 처리한 결과다.
수사권·기소권을 다 가진 검찰이 별건 수사를 통해 인권을 침해하고 권한을 남용하는 행태를 막겠다고 공수처를 창설한 것 아닌가. 거기다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다 없애고 이를 담당할 중대범죄수사청까지 만든다면 피의자 국회의원들에 의한 명백한 별건 입법이고 별건 정치다. 그래도 중수청을 만들 생각이라면 공수처를 폐지하거나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복원하는 게 이치에 맞을 것이다.
중앙일보 조강수 논설위원
03.22 1억 수표 나온 한명숙 수뢰 뒤집기, 언제까지 계속할 건가
검찰이 증인에 위증을 강요하는 바람에 한명숙 전 총리가 유죄를 받게 됐다며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검찰에 재심의를 요구하며 수사 지휘권까지 발동했지만 ‘혐의가 없다’는 결론이 다시 나왔다. 검찰총장 직무 대행, 대검 부장과 일선 고검장 등 14명 중 10명이 무혐의에 표를 던졌다. 정권이 임명한 친정권 검사들이 다수 참여한 투표 결과다. 한 전 총리 대신 검찰에 죄를 뒤집어씌우려는 정권의 무리수가 벽에 부딪친 것이다.
한명숙 전 총리의 유죄는 증거가 너무나 명백해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는 2007년 열린우리당 대선 후보 경선 비용 명목으로 9억원을 건설업자로부터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13명)는 9억원 중 3억원에 대해 만장일치로 유죄라고 판결했다. 건설업자가 건넨 1억원짜리 수표가 한 전 총리 친동생 전세 자금에 쓰였고, 한 전 총리가 2억원을 업자에게 돌려준 사실이 드러났다. 한 전 총리가 안 받았으면 어떻게 그 수표를 동생이 썼겠나. 말 그대로 빼도 박도 할 수 없는 증거다. 나머지 6억원도 유죄 8명, 무죄 5명으로 판결 났다. 한 전 총리는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만기 복역했다.
그런데도 정권은 집요하고도 끈질기게 흑백을 뒤집으려 한다. 민주당 원내대표는 작년 총선 압승 직후 “한 전 총리는 검찰 강압 수사와 사법 농단의 피해자”라며 “검찰과 법원이 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작년 추미애 법무장관은 사기·횡령죄로 20년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사람과 손잡고 수사지휘권까지 동원하며 검찰을 압박했다. 그래도 검찰에서 무혐의 결론이 나오자 후임 박 장관이 또 지휘권을 행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5년 한 전 총리 유죄가 확정됐을 때 “역사와 양심의 법정에서 무죄임을 확신한다”고 했다. 2017년 한 전 총리가 출소할 때 이해찬·유은혜·전해철·김경수 등 정권 핵심들이 총출동했다. 한 전 총리는 친노 세력의 대모로 불린다. 문 대통령 스스로 ‘한빠(한명숙 열렬 지지자)’라고 했다. 여권은 한 전 총리가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사를 했다는 이유로 ‘정치 보복' 당했다고 한다. 돈을 받은 명백한 증거가 있어도 보려 하지 않는다. 막상 당사자인 한 전 총리는 재심을 청구한 적이 없다. 1억원 수표가 다시 거론되는 게 부끄러웠을 것이다. 정권도 이제 한명숙 무죄 만들기 억지를 그만둘 때가 됐다.
조선일보 사설
03.22 권력 앞에 두 손 모은 수사기관장들
총리 부름에 냉큼 응하고 피의자 요청엔 ‘황제 면담’
수사독립 강단·결기 없는데 권력 비리 수사 기대하겠나
국가수사본부장이 지난 8일 국무총리 앞에서 마치 선생님으로부터 야단을 맞는 학생인 양 경직된 자세로 다소곳하게 앉아 있는 모습을 보였을 때, ‘이 수사는 물 건너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투기 의혹 폭로로 시작된 부동산 투기 의혹 수사는 신도시나 산업단지 개발 계획의 내부 정보에 접근권이 있는 사람이, 계획이 발표되기 전 그 정보를 활용해 땅 투기를 했는지 규명하는 게 핵심이다. 그러기 위해선 개발 계획을 기안하고 확정하기까지 결재 라인에 있었던 사람들, 그들과 관련 정보를 공유했던 사람들을 신속히 조사하는 것이 기본이다. 고위직에 있을수록 개발 계획 결정권과 내부 정보 접근권도 크다. 국토부는 실무 총괄 부처이고 총리실과 청와대는 보고 라인의 정점에 있는 정부 조직이다. 당연히 총리실도 잠재적인 수사 대상에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그런데 해당 수사를 총괄하는 국가수사본부장이라는 사람이 총리가 부르자 바로 달려가 그 앞에 두 손을 모으고 다소곳이 앉았다. ‘성역 없는 수사’ ‘권력형 비리 엄단’이라는 국가수사본부(국수본)의 숱한 공언(公言)은 본부장의 그 사진 한 장으로 날아가 버렸다.
국수본은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으로 탄생한 조직이다. 6개 범죄 분야를 제외한 모든 분야의 수사 착수 및 종결권을 확보한 경찰의 수사를 총괄한다. 수사 독립성을 위해 경찰청장의 지휘도 받지 않는다. 이 막강한 권한을 가진 수사기관의 장(長)에게서 독립성을 지켜내겠다는 최소한의 강단과 결기를 볼 수 없는데, 어떻게 ‘성역 없는 수사’ ‘권력 앞에 위축되지 않는 수사’를 할 수 있겠는가.
아니나 다를까 국수본이 770명 매머드급 수사팀을 구성한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지금까지 수사는 언론이 이미 의혹을 제기했거나 시민단체가 고발한 사람들 언저리만 훑고 있다. 국토부를 압수수색한 것은 참여연대가 투기 의혹을 폭로하고 보름 뒤에야 이뤄졌다. 그것도 전날 여야가 특검에 합의하자 뒤늦게 수사 의지가 있는 양 압수수색에 들어간 것이다. 국토부 내에서 투기와 관련한 범죄 혐의가 실제로 있었다면 보름 동안 증거인멸 작업이 없었을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출범 이후 첫 조사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금 의혹에 대한 수사 무마 혐의를 받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대상으로 했다. 그 사실을 공개한 공수처장의 지난 16일 국회 답변은 앞으로의 공수처를 짐작하게 했다. 김도읍 의원이 ‘이 지검장을 만난 사실이 있느냐’고 묻자 “면담 신청이 들어와 면담 겸 기초 조사를 했다”고 답했다. 수사 기관의 피의자 조사가 ‘면담 겸’이었다고 하니 그 조사가 어땠을지 짐작이 간다. 진술 조서도 작성하지 않았다. 그 자리에서 무슨 대화가 오갔는지 알 수가 없도록 만들었다. 그래놓고는 사건을 검찰에 재이첩하면서 “수사 부분만 이첩한 것이고 기소 여부는 공수처가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런 공수처의 권력 수사를 믿을 수 있겠는가. 검찰을 권력 수사에서 배제시키고 만든 공수처와 국수본이 모두 이 모양이다.
국가 기능의 원형은 국방, 형사·사법, 조세가 다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정권은 그 엄중한 사법 체계를 뜯어고치고 나서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또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들고나왔다. 정파(政派)의 이익을 위해 국가의 근간을 훼손하는 시도에 거리낌이 없다. 검찰이 청와대로 향하는 월성 원전 수사를 계속 진행한 것 외에는 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다. 이러니 권력 수사의 씨가 말라 ‘부패완판(부패가 완전히 판치는)’ 세상이 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조선일보 조중식 부국장 겸 사회부장
03월 22일 한명숙 살리기 지휘권 ‘파탄’ 文 사과하고 朴 사퇴해야
문재인 정부 들어 추미애·박범계 등 여당 국회의원들이 잇달아 법무부 장관에 임명되면서 법치 파괴의 폐해가 갈수록 악화한다. 추 전 장관 시절에도 권력 수사를 방해하고 검찰총장을 내치기 위한 인사·감찰·지휘권 발동의 문제가 심각했는데, 박 장관 취임 후에는 불법 자금 수수로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고 만기 출소한 한명숙 전 총리를 ‘살려내려는’ 행태까지 보인다. 박 장관은 ‘검사의 위증 유도’ 주장과 관련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했지만, 대검 부장단과 일선 고검장 등 14명의 지휘부는 지난 19일 ‘불기소(혐의 없음)’를 다시 결정함으로써 파탄났다.
이에 대해 박 장관 측이 합동 감찰 등으로 보복하려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황당한 일이다. 한 전 총리의 유죄 판결이 재소자의 허위 증언과 검사의 교사 때문이라는 주장으로 촉발된 ‘모해위증 의혹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 대검 감찰 조사 결과 이미 무혐의로 결론 내려진 바 있다.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이번에 지휘권을 발동해 재심의를 지시하면서 자신이 6000쪽에 달하는 사건 기록을 살펴보는 사진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나름대로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친정권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조차 불기소 의견을 냈다. 사건 관련 기록을 검토했던 한 관계자는 “기록을 제대로 살펴봤다면 도저히 이런 지휘를 내리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박 장관은 판사 출신 정치인이다. 검사 경력 30년 넘는 인사들의 결론이 틀렸다면 구체적으로 반박해 보라. 다른 방법으로 보복한다면 법률 지식이 부족함을 자인하는 셈이다. 법무장관 역량은 고사하고 판사 시절의 판결 신뢰도 무너질 지경이다. 이미 박 장관의 부적격 이유는 차고 넘친다. 이런 사태의 뿌리는 “한 총리가 역사와 양심의 법정에선 무죄임을 확신한다”는 문 대통령 주장이다. 문 대통령은 잘못을 사과하고 박 장관은 당장 사퇴하는 게 옳다.
문화일보 사설
03.25 이번엔 오거돈 성범죄 재판 연기, 與 선거에 짓밟히는 피해자들
/<YONHAP PHOTO-3545> "재판 즉각 실시하라" (부산=연합뉴스) 이종민 기자 = 부산여성100인행동 등 여성계 인사들이 24일 오전 부산지법 앞에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공판이 4·7 보선 이후로 연기된 데 대해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1.3.24 psj19@yna.co.kr/2021-03-24 14:40:53/< 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범죄 사건 첫 재판이 지난 23일 예정돼 있었지만 변호인 요청으로 부산시장 선거 이후로 연기됐다. 여당 득표에 영향을 미칠까 봐 연기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재판은 선거에 관계없이 열려야 한다. 그런데 부산지법 류승우 판사는 무슨 이유로 재판을 연기했나.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재판이 1년 넘도록 열리지 않고 있는 것과 함께 진짜 사법 농단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오씨가 여직원을 업무 시간에 집무실로 불러 성범죄를 저지른 건 작년 4월 총선 전이다. 부산 유권자들은 이 중대한 사실을 알고 총선 투표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했다. 그럴 권리가 있다. 그러나 이를 철저히 숨기다 여당이 대승한 후에 발표하고 사퇴했다. 유권자 속이기에 완벽히 성공한 것이다. 농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너무나 단순한 사건인데도 검찰은 이후 9개월이나 시간을 끌다 올해 초에야 기소했다. 기소 농단과 다름없다. 그러더니 이제 여당 선거 악재를 없앤다고 재판까지 연기한다. 사법 농단 아닌가. 피해자가 자기들 아내, 딸이었어도 이런 농간을 부리겠나.
재판 연기를 신청한 변호사의 로펌은 문재인 대통령이 설립한 것이다. 이 로펌 대표는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의 공동선대위원장도 맡고 있다. 이런 사람의 재판 연기 요청을 받아들인 류 판사는 여당 선거운동에 동참한 것인가. 재판이 연기되자 오거돈 성범죄의 피해자는 “얼음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듯한 끔찍한 시간이 3주나 더 늘어났다”고 절규했다. 성폭력을 당한 뒤 1년이 지나서야 첫 재판이 열리고 그것마저 여당 선거 때문에 연기되는 게 대한민국의 법치인가. 판사라고 이렇게 피해자를 무시하고 짓밟아도 되나. 류 판사는 피해자의 호소에 당장 대답하라.
선거용 사법 농단이 벌어지는 것과 때를 맞춰 교육부에서도 언뜻 이해하기 힘든 일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 의원인 유은혜 교육부총리는 조국씨 딸 조민의 입학 비리에 대해 지금까지 일관되게 외면해왔다. 법원에서 ‘입학 비리'라는 명확한 판결이 나왔는데도 못 본 척해 조민씨가 병원 인턴이 되는 황당한 사태까지 만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부산대에 조민씨 입시 비리 의혹을 조사하고 조치를 하라고 지시했다. 태도를 180도 뒤집은 것이다. 이 역시 선거 때문이라는 속셈이 뻔히 보인다. ‘공정'에 민감한 젊은 층에서 정권 지지율이 급락하자 조국 딸이라도 내쳐서 무마하려는 계산이다.
이번 서울, 부산시장 선거는 우리나라 1, 2위 대도시 시장이 모두 성범죄로 물러나거나 자살해 치르는 것이다. 국가적 망신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소속 정당이었던 여당은 최소한 부끄러운 줄은 알아야 한다. 그런데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이 선거에서 이기겠다고 당헌을 바꿔 출마하고 국민 혈세 수십조원을 제 돈처럼 뿌리고 있다. 성추행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이라는 해괴한 용어로 부르던 여성 의원 세 명이 여당 후보 공동선대위원장과 대변인을 맡기도 했다. 오거돈은 지금도 “혐의는 인정하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로 국민을 우롱한다. 이 사법 농단의 진상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3월 26일 인권법硏 ‘진성 명단 73人’ 소동과 사법부 코드화 실상
문재인 정권 들어 사법권력의 핵으로 부상한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들의 명단이 일부 드러나면서 서글픈 소동이 일었다. 변호사들이 ‘실세’ 또는 ‘코드 판결’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로 보고 명단을 구하러 수소문하고 다닌다는 것이다. 알음알음으로 누가 소속됐다는 소문이 나돌긴 했지만, 명단이 알려진 적은 없다. 이 모임은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 들어서면서 정권과 상통하는 코드 사조직 성격이 부각됐고, 이번 명단 소동으로 구성원들이 요직을 차지하는 등 사법부 코드화의 실상도 확인됐다.
서울형사지법 윤종섭 부장판사는 지난 23일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등의 판결문 별지에 그 연구회 소속 101명의 판사 명단을 게재했다. 2017년 당시 법원행정처가 다른 모임에도 중복 가입한 101명에게 하나를 택하게 했고, 이 중 73명이 잔류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진성(眞性) 멤버’로 볼 수 있는 73명에는 성지용 서울중앙법원장을 비롯해 송경근 민사1수석부장, 고연금 수석부장 등 요직 인사들이 모두 포함됐다. 김 대법원장을 비롯해 김기영·이미선 헌법재판관도 회원 또는 발기인이다. 대법관인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유남석 헌법재판소장도 이 모임 전신인 우리법연구회 회원이다.
우리법연구회와 인권법연구회가 군부정권의 하나회 같은 권력형 서클처럼 된 것은 김명수 대법원장 임명 때 예견됐다. 이들이 사법권력을 장악한 뒤 과거보다 더한 사법농단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윤 부장판사의 6년 붙박이 인사부터 의문투성이다. 김 대법원장의 거짓말과 판사탄핵 공조가 드러났지만 이 모임 인사들이 주류인 전국법관대표회의는 회의 한 번 열지 않았다. 더 이상 사법 불신을 키우지 말고 속히 해체하지 않으면 큰 후유증을 남길 것이다.
문화일보 사설
03월 26일 국정 망친 靑참모 줄줄이 ‘임기 말 낙하산’ 파렴치하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1년 남짓 남으면서 막판 ‘알박기’ 식의 낙하산 인사가 난무한다. 청와대 전임 참모들이 고위 공직에 줄줄이 재취업하는 것이다. 과거 정부에서도 있었던 일이지만 이 정도로 막무가내는 아니었다. 소득주도성장 설계자라는 홍장표 전 경제수석비서관은 25일 기어이 한국개발연구원(KDI) 새 원장 후보자 3명에 포함됐다. 경제·인문 사회분야 정부 출연기관을 총괄하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이날 결정했다. 최종 결과는 두고 봐야겠지만, 응모 단계에서부터 유력설이 나돌았다.
그는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소주성특별위원장을 지냈다. 직속상관 격인 정해구 정책기획위원장이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이다. 보건사회연구원·조세재정연구원·산업연구원에도 유사한 하마평이 무성하다. 소주성의 참담한 결과는 이미 확인됐다. 문 정부도 그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요직을 차지한다면, 문 대통령 임기 이후까지 취업하면서 다음 정부의 정책에 시비도 걸 수 있는 이중의 알박기와 같은 파렴치의 극치다.
반장식 전 일자리수석은 지난달 8일 조폐공사 사장, 문정인 전 특보는 지난달 12일 세종연구소 이사장에 각각 취임했다. 문미옥 전 과학기술보좌관은 지난 1월 과학기술정책연구원장이 됐다. 조현옥 전 인사수석은 독일 대사, 이상철 전 국가안보실 차장은 전쟁기념사업회장이 됐다.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의 유죄 판결도 다음 정권에서 버틸 안전판쯤으로 여기는 것 같다. 국정을 망쳐 국민 고통을 키워 놓고 제 밥그릇은 악착 같이 챙긴다. 문 정부 들어 취업 원서 낼 곳도 없어졌다는 청년들이 더 불쌍해 보인다.
문화일보 사설
03월 30일 운동권 자녀에 의료·주택費 주자는 파렴치 셀프 법안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사람과 그 가족에게까지 물적 특혜를 주자는 법안이 또다시 발의돼 논란이 일고 있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73명이 지난 26일 발의한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제정안은 4·19, 5·18뿐만 아니라 유신 반대, 6월 항쟁 참가자도 유공자로 지정해 배우자·자녀를 지원하는 내용이다. 지난해 9월 우원식 의원이 유사한 법안을 제출했다가 운동권 ‘셀프 특혜’ 논란으로 포기한 바 있는데, 다시 추진하는 것이다.
이번 법안은 우원식 안보다 적용 대상이 크게 늘어났다. 민주화운동 관련 사망·부상·행방불명자뿐만 아니라 유죄 판결과 해직 또는 퇴학 처분을 받은 사람까지 포함했다. 특히, 자녀에게 대학 수업료, 직업훈련, 의료 비용 등을 지원하고 주택 구입과 임차 때 20년 분할 상환이 가능한 대부 혜택도 주도록 했다. 운동권 인사 자녀들의 성장에 맞춘 특혜 대물림 성격까지 비쳐 더욱 부적절하다.
1999년 제정된 민주화운동보상법을 통해 이미 5000명 가까이 생활지원·보상금을 받았다. 5·18에 대해선 특별법으로 별도 지원도 한다. 엉뚱한 인사도 상당수 포함됐다. 대표적 민주화 인사인 장기표 씨는 “민주화는 모든 국민의 업적”이라며 지원을 사양했다. 그의 딸은 “아버지는 10억 원대 보상금을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면서 “세금을 낭비하고 민주화운동의 진정성을 해친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전했다. 자녀에게까지 특혜를 주자는 것은 민주화운동 자체를 욕보이는 파렴치한 일이다. 당장 그만두는 게 옳다.
문화일보 사설
04월 01일 박주민 僞善이 거듭 보여준 ‘민변·참여연대 정권’ 민낯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내로남불’에 국민 억장이 무너졌는데, 하루 만에 더 기막힌 위선(僞善) 사례가 공개됐다. ‘세월호 변호사’로서 서민 권익을 위하고 정의와 공정에 앞장선 것으로 알려져 국회의원 배지까지 단 박주민 의원의 경우, 분노도 넘어 허탈함을 느끼게 한다.
박 의원은 지난해 7월 제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주택 임대료를 5% 넘게 올릴 수 없도록 하는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런데 법 통과 20일을 앞두고 본인 아파트 임대료를 9% 인상한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된 전·월세 전환율을 적용하면 26% 올린 셈이 된다. 변명은 더 가관이다. “시세보다 싸게 했다는데, 월 20만 원 정도만 낮게 계약된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책임을 부동산 업체에 돌릴 뿐만 아니라, 5% 법안 발의자가 9% 이상 올렸다는 본질도 비켜 갔고, 그 주장조차 사실과 다르다. 박 의원 아파트는 보증금 1억 원에 월세 185만 원인데 동일한 아파트의 국토교통부 등 시세도 같은 수준인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아파트에 대해선 그렇게 해 놓고, 법 통과 하루 전 국회에서 “임대차법 시행 전 미리 월세를 높이려는 시도가 있을 것”이라고 질의를 하기도 했다. 보통 사람은 엄두도 못 낼 낯 두꺼운 행태다.
박 의원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출신이다. 이 정권에는 유독 민변 출신이 많은 요직을 맡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부터 민변 부산·경남지역 대표 출신이다. 그런데 문제도 유난히 많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지사, 최강욱 의원, 이용구 법무차관,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 차규근 법무부 본부장 등만 봐도 알 수 있다.
문 정권을 ‘참여연대 정권’이라고 부를 정도로 또 다른 인재 풀인 참여연대도 마찬가지다. 대를 이어 청와대 정책실장을 맡은 장하성·김수현·김상조, 청와대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을 맡았던 조국 등이 그들이지만 모두 쫓기듯 떠났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의 권익을 보호하는 연대는커녕 ‘부패 연대’로 비친다. 시민운동도 타락시켰다. 이제 국민도 그런 민낯을 낱낱이 알게 됐다. 박 의원이 다소나마 책임을 느낀다면 김상조처럼 공직에서 떠나기 바란다.
문화일보 사설
04.06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방송이 광적인 與 선거운동
/더불어민주당 박영선(왼쪽) 서울시장 후보와 방송인 김어준씨./김어준의 뉴스공장 페이스북
TBS교통방송의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5일 방송 시간 내내 4·7 보궐선거에 출마한 야당 후보들에 대한 일방적인 의혹을 제기하는 제보자들을 잇달아 출연시켰다. 야당 측 반론도 없이 약 1시간 반 동안 익명의 제보자들을 앞세워 야당 후보들을 공격한 것이다.
익명의 식당 주인은 지난 2일 이 프로그램에 출연해 2005년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내곡동 땅 측량 현장에 왔다가 자기 집에 들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4일 전 다른 매체와 인터뷰에선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말을 바꿔 16년 전 오 후보의 옷차림까지 기억해내며 식당에 왔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렇다면 주장의 진위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데 ‘뉴스공장’은 5일 다시 식당 주인과 아들까지 출연시켜 “오 후보가 왔었다”는 주장을 내보냈다. 사실이 아니라는 야당 측 반론은 무시하다시피 한다.
이날 ‘뉴스공장’은 국민의힘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를 공격하는 제보자들도 출연시켰다. 또 박 후보가 특혜 분양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관계자도 등장시켰다. 모두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다. 익명을 앞세워 90분 분량의 방송을 거의 야당 후보 공격으로 채워 넣은 것이다. 여당 선거운동도 이렇게까지는 하지 못할 것이다.
보궐선거를 앞두고 ‘뉴스공장’은 매시간 야당 후보 공격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해 왔다. 여당 후보에 대한 비판은 거의 없다. 방송이 아니라 대놓고 여당 선거운동을 하는 것이다. TBS는 시민 세금이 전체 세입의 70%로 한 해 350억원이나 된다. 세금 지원이 없는 일반 방송도 이런 편파 방송을 하면 안 되는데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방송이 어떻게 이런 여당 선거운동을 하나.
KBS도 오 후보를 비난하는 관련 뉴스를 네 차례나 보도했다. MBC도 국회 조형물 납품, 레스토랑 운영 특혜 등 국회사무총장 시절 박 후보 관련 의혹을 잇달아 보도하고 있다. 정권 방송이 야당 후보 의혹을 보도하면 여권이 받아 고발하는 등 공세를 펼친다. 사기꾼의 제보를 받아 방송이 먼저 보도한 뒤 여권이 의혹을 키우는 ‘채널A 사건’ 방식 그대로다. 과거 김대업이 야당 대선 후보를 허위로 공격할 때 MBC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이를 보도해 ‘광(狂)적인 방송'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금 정권 방송들의 행태가 크게 다르지 않다.
조선일보 사설
04월 06일 서울시민 혈세 年 375억 쓰는 TBS, 與 선거기구인가
교통·생활 정보를 방송하는 서울시 소속 기관으로 1990년 설립됐으나, 2020년 2월 17일 시행된 ‘서울시미디어재단티비에스(tbs) 설립 및 운영 조례’에 따라 재단법인화하며 ‘방송사업 전반’ 등으로 영역을 확대한 TBS가 ‘정권 나팔수’ 역할을 더 노골화하며 ‘여당(與黨) 선거기구’인지도 묻게 한다. 친여 방송인 김어준 씨가 진행하는 프로그램 ‘뉴스 공장’은 4·7 서울·부산시장 보선 투표일을 이틀 앞둔 5일에도 편파성이 적나라했다.
국민의힘이 내세운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와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익명의 제보자 5명을 출연시켜, 일방적 의혹 증폭으로 방송 시간 90분을 거의 다 채웠다. 오 후보가 2005년 서울 내곡동 처가 땅의 측량 현장에 참여했는지를 두고, 여·야 후보가 서로 다른 주장을 펴는 가운데 “오래전의 일이어서 기억나지 않는다”던 말을 4일 후에 뒤집으며 여당에 유리한 증언을 한 음식점 주인 모자(母子)도 다시 불러 거듭 주장하게 했다.
제기된 의혹 보도 자체는 당연하다. 하지만 일방적 의혹 제기를 어느 한쪽 편을 들며 기정사실로 모는 것은 여론 조작 선동과 다름없다. 김 씨는 지난 3월 18일 방송에서,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 피해 여성이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2차 가해 중단’을 눈물로 호소한 데 대해 “선거기간의 적극적인 정치 행위”라며 “그걸 비판한다고 2차 가해라고 하면 안 된다”고도 했다. TBS는 서울시 출연금이 2021년 기준 연(年) 375억 원으로, 전체 예산의 75%다. 시민 혈세가 그런 방송에 쓰여선 안 된다. 정치 분야는 물론, 교통·생활 정보 등도 관영 방송이 제공해야 할 시대도 아니다.
문화일보 사설
04월 06일 文정권 타락 본색과 진짜 反부패 개혁
김종민 변호사 前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김상조 진짜 문제는 재산 형성
매월 2000만 원 정도 예금 증가
김두관 임종석 황희 마찬가지
美는 조국 사건도 부패로 열거
위선적 도덕주의자 척결 시급
박원순 8년 비리부터 파헤쳐야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퇴진은 지난 2013년 사회당 집권 당시 프랑스의 예산부 장관 제롬 카위작의 부패 스캔들과 닮은꼴이다. 연간 소득 100만 유로 이상 고소득자에게 75% 부유세 도입을 추진했던 하원 재경위원장 출신의 주무장관이 스위스 UBS은행 비밀계좌에 자금세탁을 거쳐 60만 유로(약 8억7000만 원)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들통난 사건이다.
김 전 실장의 진짜 문제는 전세보증금을 14.1% 올린 게 아니다. 그의 예금과 재산 형성 과정이다. 2017년 5월 공정거래위원장 청문회 당시 본인과 배우자의 예금 5억2000만 원을 신고했는데, 2020년 말 재산등록에서는 본인과 가족 명의로 14억7000만 원의 예금을 신고해 3년 7개월 만에 9억 원이 늘었다. 공정위원장과 청와대 정책실장을 하는 동안 생활비를 제외하고도 매월 2000만 원씩 증가한 비결이 뭔가.
문재인 정권은 유독 정의와 공정을 강조한다. 과거 대한민국의 위대한 성취까지 모두 부정하며 적폐 세력으로 몰았다. 민간기업의 채용 비리까지 샅샅이 수사해 법정에 세웠다. 그렇게 정의와 공정을 독점한 정권에서 의문스러운 장면들은 계속된다. 2011년 경남지사 시절 1억1919만 원의 재산을 신고한 김두관 의원의 경우 아들이 2011년부터 7년간 영국 유학을 했고, 딸은 중국 유학을 거쳐 중국은행에 취업했다.
또, 2017년 4억3445만 원의 재산을 신고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딸은 학비만 연간 1억 원이 든다는 미국 시카고 아트스쿨에 유학했고, 명품으로 치장한 해외 각국 여행 사진을 올려 논란이 됐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월 60만 원 생활비를 쓴다면서 계좌 46개를 보유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자녀 조기유학비 2억5000만 원의 출처도 불분명하다. ‘정의기억연대’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경우는 거론하기조차 부끄러운 부패의 상징이다.
부패를 뜻하는 코럽션(corruption)이란 단어는 라틴어 ‘모두(cor)’와 ‘파괴한다(rumpere)’를 합친 코룸페레(corrumpere)에서 유래했다. 부패는 국가와 사회의 모든 것을 산산조각내 버리는 공동체의 적(敵)이다. 2002년 부패방지위원회가 설치된 지 20년 가깝지만 갈 길은 멀다. 2020년 미국 국무부 국가별 인권보고서에서 조국 전 법무장관 등의 사례가 대표적 부패 사건으로 지적됐다. 그리고 2019년 국제투명성기구(TI) 부패인식지수에서도 33위를 기록하며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그 가장 큰 원인은 ‘윗물이 더러운’ 문재인 정권의 위선(僞善)과 내로남불이다. 청와대 특별감찰관을 4년째 임명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청문회에서 문제가 드러난 장관 후보자들도 임명을 강행했다. 정권 실세들의 부정과 비리 수사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검수완박’을 외치며 검찰 무력화에 전력을 다 기울였고, 그 결과가 이성윤 서울지검장을 ‘황제 영접’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다. 또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 투기 관련 수사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경찰 국가수사본부다.
기원전 1750년쯤 만들어진 함무라비법전에는 ‘건축업자가 집을 지었는데 그 집이 무너져 거주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 건축업자는 사형에 처한다’는 규정이 있다. 행동에 대한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는 사회는 존속할 수 없다. 행동에 반드시 책임이 뒤따르는 시스템만이 부패를 막는다. 카위작의 부패 스캔들로 충격을 받은 프랑스는 2016년 공공과 민간 부문을 포괄하는 대대적인 반부패 개혁을 단행했다.
2022년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은 공정한 사회, 정의로운 일류 국가를 만드는 것이다. 그 중심에 반부패 개혁이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당이 승리한다면 최고의 감사팀을 꾸려 박원순 시장 재임 8년 8개월 동안의 부정과 비리를 파헤치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 진보가 항상 내일을 만들지 못한다. 공정함이 없는 권력, 탐욕에 가득 찬 위선적 도덕주의자들이 남긴 사회적 해악의 치유 없이 미래로의 전진은 불가능하다.
내년 대선이 정권 교체를 넘어 무능하고 낡은 모든 부패 세력을 일소하는 세력 교체, 시대 교체가 돼야 하는 이유다.
문화일보
04.09 경이로운 김어준의 정신세계
선거 방송에서 기계적 균형은 '사기'일 수 있다. 가령 똑같이 20초짜리 유세 장면을 내보낸다 치자. 한쪽은 청중이 운집한 영상을 쓰고, 한쪽은 빈자리가 듬성듬성한 영상을 쓰는 방법으로 특정 정당 편을 들 수 있다. 방송의 부끄러운 모습이기도 했다. 그래도 선거 때마다 방송인들이 기계적 균형에 신경 쓰는 것은 다른 마땅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제재가 무서워서만은 아니다. "실제 공정한 것도 중요하지만, 공정해 보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은 판결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선거 이틀 전 5명의 야당 저격 증인의 인터뷰를 아무런 반론 없이 90분 동안 내보낸 TBS의 '뉴스공장'은 편파 방송의 역사를 새로 썼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에서 벌어진 일이라곤 믿기지 않는다. 그 방송의 주인공 김어준씨가 서울시장이 바뀐 날 아침, "TBS는 독립방송이기 때문에 그만두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범인(凡人)들이 지니는 '염치'쯤은 사뿐히 초월하는 그의 논리가 놀랍다. 방송 독립의 취지가 뭔가. 임명권자나 권력의 이해에 휘둘리지 말라는 뜻 아니었나. 자신을 자리에 앉혔던 전임 시장의 소속 당과 혼연일체가 돼 뛰었던 당사자가 선거에서 지자 독립 운운하며 버틴다. 경이로운 정신세계다.
여당 위해 노골적 편파방송 하다
오세훈 당선되자 '독립방송' 강변
'김어준식 담론' 언제까지 통할까
사실 나는 김씨 스스로 그 자리를 박차고 나갈 것으로 봤다. 자신이 '보수의 관용'을 보여주는 들러리가 되는 상황을 거부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순진했다. 어쩌겠나. 김어준을 비이성적 진영 담론의 상징으로 남겨 놓는 것도 보수의 중도 외연 전략상 나쁠 건 없다. 진중권씨 말대로 그는 정권의 '엑스맨' 아닌가. 그가 끓이는 생태탕에 여당이 덴 것도 보지 않았나.
설마 그의 자리 보전 의지가 회당 100만~200만원이라는 출연료가 아까워서라고는 믿고 싶지 않다. 혹시 '오세훈의 서울시'에 남아 이른바 '깨시민'을 위한 진지전의 보루가 되겠다는 생각일까. 글쎄, 그런 전략이 통하기는 할까.
최근 김어준이 펼치는 음모론 화법에 지식인과 진보 진영 안에서 비판이 쏟아지는 현상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친문 성향의 시사·정치 유튜브 채널 '최인호 TV'의 운영자가 쓴『김어준이 최순실보다 나쁘다』는 책이 대표적이다. 이 책에서 최씨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온라인 공간에서 상당수 시민이 완장을 차고 부대를 만들어 동료 시민들을 겁박하고 세뇌하는 '파쇼적 현상'의 광풍 뒤에 김어준의 실루엣이 어른거리고 있다"고 직격했다. 젊은 커뮤니케이션 학자 김내훈씨는『프로보커터』('도발자'라는 뜻)에서 "아주 무겁게 다뤄야 할 논의를 농담처럼 툭툭 던지면서 입증 책임은 피하되 공론장에 논쟁과 소란을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황우석 줄기세포 바꿔치기설, 2012년 대선 조작설, 세월호 고의 침몰설, 이용수 할머니 배후설 등이 그런 예들이다.
신뢰를 의심받는 김어준을 네거티브 저격수로 내세운 것은 여당의 패착이었다. 김씨가 생태탕 재료를 제공하면 민주당은 열심히 우려냈다. 사실상 여당의 선거대책위원장 역할을 담당한 김씨의 그늘에 '진짜' 선대위원장 이낙연은 묻혀 버렸다. 50년 집권을 꿈꾸는 여당의 지략이 이 정도라면 보수 야당은 아무 걱정 없다.
하지만 어쨌거나 이번 재·보궐선거 패배로 여당은 백신을 맞았다. 그 백신이 집권당의 체질 강화로 이어질지, 온몸을 망가뜨리는 사이토카인 폭풍이 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허황한 음모론 따위나 펼치는 김어준과의 공조가 별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는 것 정도는 깨달을 것 같다. 반면에 이명박·박근혜 이후 김어준류 담론에 당하기만 했던 보수는 이제 자신들의 콘텐트로 중도층에 다가가야 하는 도전을 맞게 됐다. 김씨가 진행자 자리를 지키든 아니든, 그가 펼치는 음모론과 궤변의 위력은 예전 같지 않을 것이다. 김어준이 없는 아침, 진보와 보수 진영의 진짜 싸움이 시작됐다.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중앙일보 이현상 기자
04월 12일 독립유공자 후손이 오죽하면 광복회장 멱살 잡았겠나
항일 독립운동에 목숨을 바친 선열(先烈)들의 숭고한 뜻을 제대로 기리긴커녕 되레 욕보이기까지 해온 김원웅 광복회 회장이 급기야 공식 행사장에서 분노한 광복회원에게 멱살을 잡히기에 이르렀다. 독립유공자 후손인 김임용(69) 씨는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 야외광장에서 11일 열린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제102주년 기념식에서 김 회장에게 다가가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고 한다.
“형사 고발을 각오하고 한 일”이라고 밝힌 김 씨는 오죽하면 그랬겠는지부터 돌아보게 한다. 그는 대한민국 임시의정원 의장과 임시정부 국무위원 등을 지낸 당헌(棠軒) 김붕준(1888∼1950) 선생의 손자로, 일가족 7명이 모두 독립운동을 한 애국지사 집안 출신이다. 기념식장에 게시된 임시의정원 태극기도 그의 조부모가 제작했다. “김 회장이 사익을 위해 광복회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광복회원들의 명예를 크게 실추시킨 것에 울화통이 치밀어 견딜 수 없었다”는 그의 심정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 그의 개탄대로 김 회장은 2019년 취임 이후 각종 명목의 상을 만들어, 문재인 정권 인사에게 집중적으로 수여해왔다.
광복회원 일각이 단체 대화방에서 “광복회에서 영원히 쫓아내겠다”며 분개하는 배경도 마찬가지다. 문 정부도 김 회장의 독립운동 모독을 더 방관·방조해선 안 된다. 그런 단체까지 국민 세금인 국가 보조금을 지원할 순 없다.
문화일보 사설
04.13 정권과 김원웅의 ‘광복회 농단’에 분노한 독립 유공자 후손
▲11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 야외광장에서 열린 제102주년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기념식에서 김원웅(가운데 한복) 광복회장의 멱살을 잡는 등 거친 항의를 하는 김임용(왼쪽) 광복회 회원을 관계자들이 저지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광복회 회장 김원웅씨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식에서 독립 유공자 후손인 광복회원에게 멱살을 잡혔다. 임시정부 국무위원 등을 지낸 김붕준 선생의 손자는 “김원웅씨가 광복회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광복회원들의 명예를 크게 실추해 분노했다” “그의 뻔뻔스러운 얘기를 듣자니 울화통이 치밀어 견딜 수 없었다”고 했다. 많은 이가 그의 말에 공감할 것이다.
선열의 뜻을 받들어 국민을 하나 되게 하라는 게 광복회 설립과 세금 지원 이유일 것이다. 광복회는 정관에서부터 특정 정당을 지지·반대하는 등 정치 활동을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 들어 광복회는 완전히 정권의 외곽 단체가 됐다. 광복회 내에서도 김씨가 광복회 명예를 떨어뜨린다는 분노가 커지고 있다고 한다.
김씨는 2019년 회장 취임 후 독립운동가 이름으로 각종 상을 만들어, 추미애 등 문재인 정권 인사들에게 집중적으로 뿌렸다. 야당을 향해선 “토착 왜구”라는 황당한 말로 공격했다. 초대 대통령 이승만, 애국가 작곡가 안익태 선생에게 갖은 모욕을 퍼붓고, 나라를 지킨 백선엽 장군 운구 차량을 가로막기도 했다. 백 장군을 높이 평가한 주한 미군 사령관을 본토로 소환하라는 서한을 백악관에 보내기도 했다.
김씨는 6·25 남침에 공을 세워 김일성 훈장을 받은 김원봉 서훈을 주장하고 국가 기간 시설 파괴 모의로 투옥 중인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을 찬양했다. “박근혜보다 독립운동가 가문에서 자란 김정은이 낫다”고 했다. 북한 핵 개발을 옹호하고 미군 철수와 한·미 동맹 포기를 주장했다. 이런 김씨는 어이없게도 유신 시대 때 공화당 당료를 시작으로 전두환 민정당에서 요직을 지낸 사람이다. 그래 놓고 “생계 때문이었다”고 변명한다. 반일을 정치에 이용해온 정권은 줄곧 김씨를 옹호했다. ‘광복회 농단'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 사설
04.14 상식과 정도를 벗어난 친정권 판사들 행태
이른바 ‘사법 적폐 청산’ 사건에 첫 유죄 판결을 내렸던 윤종섭 판사가 자신이 재판하고 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앞서 나온 유죄 판결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내라’고 했다. 윤 판사는 지난달 전직 판사 2명에게 유죄를 선고하며 임 전 차장과 공모(共謀)했다고 판단했다. 판사가 그 당사자에게 견해를 요구했다. 사실상의 압박이다. 법조계에서는 “매우 부적절한 처사” “평생 처음 보는 일”이라고 한다.
윤 판사는 임 전 차장에게 ‘재판부 기피 신청을 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고 했다. 이 역시 극히 드문 일이다. 앞서 임 전 차장은 윤 판사가 “재판을 편파적으로 한다”며 기피 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윤 판사의 말은 기피 신청 또 할 테면 해보라는 것 아닌가. 이것이 판사가 취할 태도인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공작 재판을 1년 3개월간 뭉개온 김미리 판사는 병가를 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해졌다. 김 판사는 울산시장 선거 공작, 조국 전 장관 범죄, 유재수 전 부시장 감찰 무마 등 정권 불법에 대한 재판을 집중적으로 맡고 있다. 진보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김 판사는 조씨 재판에서 ‘검찰 수사는 검찰 개혁을 시도한 조국에 대한 반격’이라고 했고 조씨 동생이 교사 채용 명목으로 돈을 받았는데 돈을 전한 브로커보다 낮은 형을 선고했다. 판사가 아니라 정권 변호인처럼 보인다. 김 판사는 60일간 병가를 낼 수 있다. 다른 판사가 충원되더라도 기록을 처음부터 읽어야 하기 때문에 정권 관련 재판들이 또 장기간 공전할 수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런 친정권 정치 판사들을 붙박이로 두고 있다. 윤 판사의 경우 6년째 같은 법원에 근무하게 했다. 유례가 없다고 한다. 김 판사도 인사 관행을 깨며 4년째 같은 법원에 뒀다. 윤 판사, 김 판사 모두 김 대법원장의 의도에 맞게 재판을 하고 있다. 모두 상식과 정도를 벗어났다. 사법 농단이 있다면 이런 일일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4.14 정부, ‘보 개방’후 수질 최대 40% 악화 첫 인정
금강·영산강 보 3년간 개방 결과
금강과 영산강의 5개 보(洑)를 개방한 이후 강 본류의 보 구간 수질과 지류 수질이 최대 30~40% 악화했다고 정부가 13일 발표했다. 보 개방 후 수질 악화 사실을 정부가 공식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 금강 세종보와 영산강 죽산보는 해체하고, 금강 공주보는 부분 해체키로 결정하는 등 ‘보 개방·해체’에 몰두해 왔다. 그러면서 정작 수질 관리에는 손을 놓아 이 같은 결과를 불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단이 발표한 ‘금강·영산강 등 11개 보 개방 관측 결과 공개’에 따르면, 보 개방 이후인 2018~2020년 3년간 금강 공주보와 백제보의 인 함량(TP) 수치가 보 개방 이전(2013~2016년)에 비해 각각 29%씩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주보·백제보의 BOD(생화학적 산소 요구량) 역시 19~21% 올라갔다. 세종보에서도 TP값이 12% 올라갔다.
▲지난 2017년 6월 1일 전남 나주 영산강 죽산보 수문을 개방하는 모습. 환경부 조사 결과 보 수문 개방 이후 수질이 더 나빠졌다. 영산강 죽산보 구간은 BOD(생화학적 산소 요구량), TP(인 함량), 클로로필a(엽록소) 수치가 13~65% 상승했다. /김영근 기자
영산강에서도 승촌보와 죽산보가 TP는 12~13% 증가, BOD는 22~36% 높아지는 등 전반적으로 수질이 악화했다. 녹조와 관계된 클로로필a(엽록소)값은 세종보·공주보는 개선됐지만 백제보·승촌보·죽산보에서 악화됐다. 반면 수위 조절 등을 이유로 보 개방 실적이 미미했던 낙동강 수계 6개 보에서는 거꾸로 수질이 개선됐다. 보 수문을 오랫동안 연 곳에서는 수질 악화, 수문 개방 기간이 짧은 곳에서는 수질이 개선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환경부는 이날 “보 해체 결정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환경부가 이날 밝힌 보 구간 및 지천 수질 현황은 환경부 스스로 지난 3년간 측정한 것이다. 이를 통해 보 수문 개방 후 수질이 악화한 사실을 확인했으면서도 수질 개선 대책을 내놓기보다 오히려 보 해체를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또 “보 개방 이후 녹조가 줄어들고 생태계 건강성이 회복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보 개방 덕분에 유속이 빨라지면서 녹조와 유기물질이 감소했고, 멸종 위기 어종인 ‘흰수마자’가 관측되는 등 수생태계가 개선됐다”고 했다. 그러나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녹조는 2019~2020년 여름에 비가 많이 오고 기온이 낮아져 줄어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드러난 금강, 영산강의 수질 악화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유역 관리에 총체적으로 실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천 수질 개선을 제대로 하지 않는 바람에 강 본류로 더 많은 오염 물질이 흘러 들어오는 등 정부가 오염원(源)을 포함한 전반적인 하천 관리를 소홀히 해온 사실이 수치로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보 개방’에만 몰두한 탓”이라면서 “그동안 강 상류 축사 밀집 지역과 비료를 쓰는 논농사 지역 등에서 오염원 관리가 전혀 안 됐다”고 했다.
정부가 지난 3년간 강행한 보 개방에 따른 부작용은 수질 악화만이 아니다. 환경부가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보 해체에 따른 금강과 영산강 지하수 공급 및 양수장·취수장 시설 개선에 총 1057억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정부가 해체를 결정한 3개 보의 건설에는 5000여억원 세금이 들어갔다. 정부가 실제로 보 해체에 나설 경우 해체 비용도 800억원 이상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별도로, 정부가 보 해체 결정에 앞서 한 ‘수질 모니터링’과 ‘조사·평가’ 등에만 쓴 세금도 53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조선일보 선정민 기자 편집국 사회정책부 기자
04.14 野 “김어준 회당 출연료 200만원, TBS는 계약서도 작성 않고 지급”
200만원 지급한 게 사실이라면 TBS 제작비 규정의 2배 지급한셈
TBS “대표가 재량으로 지불 가능”
친여(親與) 성향 TBS(교통방송)가 김어준, 주진우, 이은미씨 등 외부 진행자들에게 서면 계약서 없이 구두(口頭) 계약만으로 회당 수십만원에서 100만원 이상의 출연료를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TBS는 ‘김어준씨의 회당 출연료 200만원’ 논란에 대해서는 “당사자 동의 없이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야당은 “지자체 출연 기관은 명문 규정에 따르지 않고는 예산 집행을 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며 “TBS의 탈법적 출연료 지급 행태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13일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실에 따르면, TBS는 김씨에 대한 출연료 확인 요청에 대해 “외부 진행자는 관례에 따른 구두 계약으로 별도의 계약서는 없다”며 “출연료는 민감한 개인소득 정보에 해당해 당사자 동의 없이 공개할 수 없다”고 답했다. TBS는 ‘구두 계약만으로 예산을 집행할 수 있는 관련 규정’에 대해서는 아무런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TBS 내부 규정에도 출연자 계약서 작성에 대해선 명문 규정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안전부의 지자체 출연기관 예산 집행 기준에 따르면 법령, 조례, 정관, 내부 규정 등 정당한 사유가 없이는 예산 집행을 못 하도록 돼 있다.
김씨의 회당 출연료가 200만원이라는 주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이 제보를 받았다며 처음 제기했다. 당시에도 김씨 출연료를 공개하라는 국회와 서울시의회의 요구가 이어졌지만, TBS는 “김씨 본인이 동의하지 않는다”며 응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200만원이라는 액수 자체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 TBS는 서울시에도 외부 진행자들의 출연료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김씨의 출연료가 200만원이 맞는다면 TBS의 제작비 지급 상한액의 2배에 해당한다. TBS 제작비 지급 규정에 따르면 라디오 진행자는 100만원을 상한액으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표이사의 방침에 따라 상한액을 초과한 제작비를 지급할 수 있도록 한 예외 규정을 둔 것으로 전해졌다. 윤한홍 의원은 “다른 지상파 방송의 경우 라디오 고정 진행자와 서면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TBS가 계약 절차와 내부 규정도 무시한 채 거액의 출연료를 주는 것은 ‘친정권 방송’에 대한 보상은 아닌지 의문스러운 대목”이라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번 주 내로 TBS에 대한 업무 보고를 받은 뒤 편파성 해소에 대한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TBS가 서울시 출연 기관이지만 독립 법인인 만큼 시장이 인사나 편성 등에 직접 개입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출연 기관 관련 조례를 보면 어느 정도 통제할 여지가 있고, 오 시장이 후보 시절 언급한 재정 지원 중단 방안도 있다”면서도 “부동산과 코로나 대응 등 현안이 시급하기 때문에 TBS에 대한 조치가 당장 이뤄지진 않을 것 같다”고 했다. 한편 ‘김씨를 TBS에서 퇴출해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 동의자는 이날 청와대 공식 답변 요건인 20만명을 넘었다.
조선일보 김승재 기자
04.14 전효관 靑비서관, 자기가 만든 회사에 ‘50억 일감’ 논란
서울시 근무때 특혜 수주 의혹
/전효관 청와대 문화비서관.
전효관(57) 청와대 문화비서관이 2014~2018년 서울시 혁신기획관으로 근무할 때 과거 그가 창업한 회사가 총 51억원 규모의 서울시 사업 12건을 수주했던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2014년 전까지 주로 소규모 문화 관련 사업을 하던 이 회사는 이 기간 다수 경쟁사를 제치고 굵직한 서울시 사업을 줄줄이 따낸 것으로 파악됐다. 이 회사는 억 단위 사업을 경쟁 없이 수주한 적도 있었고, 일부 경쟁 입찰에선 평가위원에 전 비서관 지인이 포함돼 특혜 수주 논란이 일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가 입수한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전 비서관이 2004년 설립한 A사는 2014~2018년 4년간 서울시 주요 사업 12건을 수주했다. 사업비 10억5000만원 규모의 ‘홍대 걷고 싶은 거리 문화관광 명소화 사업’, 11억8800만원 규모의 ‘미디어시티서울 운영대행 용역’ 등 12건의 사업비 총액은 50억9150만원이었다. 이 사업들을 수주하기 전까지 A사가 서울시에서 수주한 사업은 3건이었으며, 사업 규모도 800만~4000만원대 수준이었다. 그랬던 A사가 전 비서관이 서울시 혁신기획관(3급 개방직)에 임용돼 4년간 재직하는 동안 다수의 대형 프로젝트를 따낸 것이다.
지난 3월 청와대에 들어간 전 비서관은 본지 통화에서 “A사를 2006년 지인인 조모씨에게 넘겨준 이후 이 회사와 아무 연관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전 비서관이 서울시 혁신기획관으로 재직한 2014~2018년 4년 동안 A사 대표를 맡은 조씨는 전 비서관과 오랫동안 문화예술 관련 일을 해온 사이였다. 전 비서관은 A사 설립 전부터 조씨와 시민단체 활동을 하며 알게 됐으며 A사 설립 때도 도움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A사 대표 조씨는 지난해 1월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에 임명돼 지금까지 재직 중이다. 조씨가 서울시 센터장에 임명되면서 A사 대표이사직은 그의 아내가 이어받았다. 이후 A사는 지난해에도 2억8500만원 규모의 ‘거버넌스 운영을 통한 한강 지역성 회복 기본 계획 수립’이란 서울시 사업을 수주했다. 전 비서관이 서울시 간부일 때 그의 회사 후계자인 조씨가 서울시 사업을 수주하고, 전 비서관이 서울시를 떠난 뒤엔 조씨가 서울시 간부가 되고 그의 아내는 회사를 물려받아 서울시 사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A사는 서울시 사업 수주 과정에서 ‘특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가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A사가 2016년 수주한 도시재생 관련 ‘누리공간만들기’ 사업(사업비 4억원대) 심사위원 중 일부는 전 비서관 지인들이었다. 한 심사위원은 전 비서관과 2015년 ‘가는 길이 내 길이다’란 책을 함께 쓴 인물이었다. 또 다른 심사위원은 전 비서관과 포럼 활동을 함께한 사이로 파악됐다. 2016년 서울시의회에선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들도 이런 점 등을 들어 ‘공직자 이해충돌’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회의록을 보면, 민주당 소속 한 시의원은 “서울시 용역 할 때 진짜 박원순·전효관 라인을 통하지 않고는 용역할 수 없다란 얘기가 돌 정도”라고 말했다. 한 보도에 따르면, 이 시의원은 “이것이야말로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니냐”라고도 했다.
전 비서관이 설립한 A사를 둘러싼 특혜 수주 논란은 2018년에도 불거졌다. A사가 2018년 4억6100만원 규모의 서울시 도시재생엑스포 행사를 수주할 당시 사업 선정 평가위원들 일부가 전 비서관 지인들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심사위원 김모씨, 정모씨 등은 전 비서관과 과거 사업을 같이한 전력이 있어 A사가 전 비서관이 설립한 회사란 점을 알 수 있었다는 것이다. A사는 2017년 7월 1억5500만원 규모의 용역도 경쟁 없이 수의 계약을 맺었다. 이태규 의원은 “자신이 가진 지위와 정보를 이용하여 자신과 관련이 있는 업체에 사업을 몰아주고 특혜를 주었다면 공직자의 이해충돌로 볼 수 있다”며 감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조선일보 노석조 기자
04.15 정권 인물들 이권 놀이터 된 국회, 서울시, 공수처, 마사회, 끝도 없다
청와대 전효관 문화비서관이 서울시 혁신기획관으로 근무할 때 그가 창업한 회사가 총 51억원의 서울시 일감을 12건이나 수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회사는 억 단위 사업을 경쟁 없이 수주했고, 경쟁 입찰 때는 전 비서관의 지인들이 심사·평가 위원에 들어갔다고 한다. 전 비서관은 시민단체 출신으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측근이었다. 사업 수주 당시 민주당 서울시의원까지도 “짜고 치는 것 아니냐”고 문제 제기를 했다고 한다.
민주당 의원 출신인 김우남 한국마사회장은 자신의 보좌관을 마사회 간부로 채용하려다 말리는 직원에게 “천하의 나쁜 놈 XX”라고 폭언을 했다. 국민권익위는 작년 말 회장이 비서실 직원을 뽑을 수 있게 한 마사회 내규에 ‘채용 비리’ 우려가 있다며 개선 권고를 내렸다. 농식품부도 특별 채용에 반대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말리는 직원에게 “정부 지침이든 나발이든 이 XX야”라고 했다.
이 정부에서 이런 특혜와 불공정, 갑질, 내 편 봐주기, 비양심적 행태는 끝도 없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은 수사 업무 경험도 없는 여당 정치인의 아들을 5급 비서관으로 특채했다.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지 1년도 안 된 이 비서관은 지난달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황제 조사’ 때 직접 관용차를 운전했다고 한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같은 당 주진형 최고위원의 딸을 자신의 비서로 채용했다. 최 대표는 “뽑고 보니 주 최고위원 딸이었다”고 했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그는 조국 전 법무장관 아들의 인턴 확인서를 허위로 발급해 준 혐의로 1심 유죄를 받았다. ‘아빠 찬스 대행 전문가’라는 말이 안 나올 수 없다.
은수미 성남시장은 자신의 선거 캠프 인사들을 성남시와 산하 기관에 무더기로 부정 채용한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민주당 의원 73명은 민주화운동 관련자의 자녀들에게까지 교육·취업·의료·양육·대부 지원을 해주는 ‘셀프 특혜’ 법안을 냈다. 박원순 전 시장은 ‘시민단체 공모 사업’을 3배나 늘려 5년간 3300여개 시민단체에 무려 7100억여원을 지원해 줬다. 박 전 시장 재임 기간 중 5급 이상 개방형·별정직·산하기관 임원 666명 가운데 25%(168명)가 시민단체와 여당 출신이었다. 이 정부는 입으로 공정과 정의를 내세우고 뒤로는 이런 짓을 하고 있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니 이제 이상하지도 않다.
조선일보 사설
04.15 김어준에게 계약서도 없이 시민 세금 22억원이 갔다면
편파 방송과 거액 출연료 논란을 빚고 있는 김어준씨에 대해 TBS가 구두 계약만으로 보수를 지급하고 있다고 한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실에 따르면 TBS는 김씨의 출연료 확인 요청에 대해 “외부 진행자는 구두 계약으로 계약서가 없다”고 했다. 김씨는 2016년부터 TBS에서 매주 5회씩 시사 프로를 진행하고 있다. 국민의힘 주장대로 회당 출연료가 200만원이라면 김씨는 일주일에 1000만원, 1년 동안 5억원을 가져간 것이다. 방송 횟수로 계산하면 지금까지 총출연료는 22억원을 웃돈다. TBS는 지금까지 개인정보보호법을 방패로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제 계약서조차 없다고 한다. 200만원이 맞느냐 틀리느냐는 질문에도 답을 하지 않고 있다. 맞는다고 볼 수밖에 없다.
구멍가게 알바도 임금을 받기 위해 서면으로 계약하는 시대다. 소상공인이 긴급 대출을 받으려고 해도 수십 가지 절차와 서류 작성을 요구받는다. TBS가 올해만 서울시에서 받는 돈이 375억원이다. 일 년 예산의 73%를 시민의 세금에 의존한다. 나머지 수입도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정부 광고에서 충당하고 있다. 공영방송이다. 이런 공기관이 서류 한 장 없이 거액의 출연료를 구두 지시만으로 지급했다는 것이다. 회당 출연료 200만원은 TBS가 자체 규정한 지급 상한액의 2배에 달한다. 그러니 계약서를 쓸 수도 없었을 것이다.
TBS는 교통 정보를 안내하던 방송이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이를 정치 방송으로 바꿨다. 방송법 위반인데도 방통위는 모른 척한다. 김씨 이외에도 주진우, 이은미, 이정미, 안진걸씨 등 친여 인물을 외부 진행자로 써 왔다. 이들에게도 적정 출연료를 훨씬 웃도는 금액이 지급됐을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공공재인 TBS를 이용해 이들이 벌인 편파방송 사례는 헤아리기 어렵다. 방송이라고 할 수도 없는 수준이다. 이런 인물들에게 시민 세금이 계약서도 없이 갔다면 누가 동의할 수 있나. TBS는 서울시 감사 대상이지만 박 시장 재임 시절 제대로 감사를 받았을 리 없다. TBS 정상화는 이 감사를 제대로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4월 15일 공식 조사로도 확인된 보(洑) 해체 농간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환경공학 환경문제연구소 소장
환경부가 지난 13일 금강·영산강 등 11개 보(洑) 개방 관측 결과를 발표하면서, 보 개방으로 수질이 나빠졌음을 처음으로 공식 인정했다. 보 해체를 결정한 금강 세종보·공주보, 영산강 죽산보와 같이 수문을 오래 연 곳에서 대부분 수질이 최대 40%까지 악화했다. 반면, 수위 조절 등을 이유로 보 개방 실적이 미미했던 낙동강 수계 6개 보에서는 수질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년 반 동안 보 개방을 통해 관찰된 현상은 오래전부터 알려진 학술적 이론과 잘 부합한다. 강에 맑은 수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활하수나 산업폐수 등과 같은 외부 유입원을 처리 기술로 방지하는 게 우선이다. 하지만 유역에 대도시·산업단지·농경지 등과 같은 오염원이 산재해 있는 큰 강에서는 한계가 있다. 특히 비가 올 때 도시 지면에 쌓인 먼지나 쓰레기, 농경지에 살포된 비료나 농약, 나대지에서 유출되는 토사 등은 상당량 그대로 들어오게 마련이다.
그래서 외부 차단에 한계가 있는 강에는 주요 지점에 보를 만들어 일단 들어온 오염물질을 바닥에 가라앉히고 쓰레기를 걷어낸다. 강바닥에 가라앉은 오염물질은 미생물과 저서생물에 의해 분해되고, 이때 증식한 저서생물들은 물고기의 먹이가 되어 정화된다. 수생태계의 자연정화는 육상생태계에서 낙엽이 썩고 지렁이가 청소하고 다시 생태계 먹이사슬로 이어지는 것과 같다. 19세기 후반 영국 템스 강에서 처음 시작된 이 방법은 지금까지 많은 강에서 사용해 오고 있다. 또, 이 자연정화가 발달해 도시 하수처리장의 원리가 된 것이다.
도시의 강에 보가 필요한 이유는 또 있다. 하수처리장 방류수에 섞여 있는 각종 난분해성 미량 유해물질과 미세 플라스틱, 염소소독 부산물 때문이다. 이러한 물질로 인한 생태계 피해를 줄이기 위해 보로 강에 물을 채우고 빨리 희석하는 것이다. 금강 보 상류에는 인구 150만의 대전시와 85만의 청주시가 있다. 그리고 영산강 보 상류에는 150만 광주시가 있다. 이곳 하수처리장 방류수는 수량이 풍부한 강에서 희석이 돼야 생태계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보가 주는 긍정적 효과가 4대강에서 잘 나타나고 있지만, 현 정부는 애써 외면하고 있다. 오히려 보를 개방하니 큰 강에 모래톱이 생기고 개천에 살던 생물종이 내려와 생태계 건강성이 회복됐다고 주장한다. 또, 강에 물이 빠진 상태를 ‘물 흐름 개선’이라는 코미디 수준의 미화를 하고 있다. 지난 2019년과 2020년 여름철 긴 장마에 녹조가 줄어들자 보 개방으로 인한 물 흐름 개선 결과라고 했다. 이는 완전히 잘못된 해석이다. 녹조 발생은 유속과 무관하고 수온과 일조량이 원인이다. 물과 함께 흐르는 단세포 미생물이 어떻게 속도감을 느껴 종이 바뀌고 증식 속도가 빨라질 수 있는가? 여름철 수온 상승으로 생긴 녹조 덩어리가 보에 걸렸는데, 보가 만든 것이라고 거짓 주장을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보 개방 결과는 수질 악화, 강의 사막에 불과한 모래톱 증가, 개천 생태계 확인 등으로, 정부가 보 해체를 위해 찾았던 것과는 정반대되는 현상이다. 특히, 수질은 보 해체 비용편익(B/C) 분석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제 정부가 보 개방 시 수질 악화를 스스로 공식 인정한 이상 보 해체와 상시 개방은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
문화일보
04월 15일 김어준 고액출연료 논란 확산…‘편법수령 1인법인’ 의혹까지
‘주식회사 김어준’ 등본 확인
법인으로 받았다면 절세 가능
김어준 “전액 소득세 신고해”
TBS,구두계약 ‘관행’이라더니
KBS·EBS는 100% 서면계약
‘200만원 출연료’ 사실이라면
TBS 전체예산의 13.2% 차지
방송인 김어준(사진) 씨를 계약서 없이 구두(口頭)로 고액 섭외해 논란을 부른 TBS(교통방송)가 ‘업계 관행’을 취지로 내놓은 해명마저 거짓이라는 국회 지적이 15일 나왔다. TBS 해명과 달리 KBS(한국방송)·EBS(교육방송)는 100% 계약서 작성 원칙으로 세금 지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실이 이날 공개한 KBS·EBS 서면 답변서에 따르면 양사는 100% 계약서를 쓰고 외부 인사를 섭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TBS와 같이 세금 지원을 받는 KBS·EBS 측은 고용보험법과 문화체육관광부 양식 등을 따른다고 밝혔다. 앞서 TBS가 “(업계) 관례”라고 윤 의원실에 해명한 것과 배치된다.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도 당사자의 기명 날인 등 계약서 원칙을 어기는 경우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규정한다. 김 씨 외 TBS 프로그램 진행을 계약한 외부 인사는 전직 기자 주진우·가수 이은미 씨 등 10명에 달한다. 앞서 TBS는 “서면 계약 도입 중”이라며 김 씨와의 구두 계약에 잘못이 있다는 사실을 우회로 시인한 바 있다.
▲ EBS 출연계약서
김 씨가 자신을 사내이사로 등기한 1인 법인을 통해 TBS 출연료를 받고 있다는 의혹도 있다. 불법은 아니지만 김 씨가 세금을 줄이기 위해 편법을 썼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지가 확인한 ‘주식회사 김어준’ 등기부등본을 보면, 본점 주소가 서대문구 충정로다. 김 씨가 오래 운영했던 ‘딴지일보’ 주소와 동일하다. 이 회사 설립일이 지난 2019년 5월 15일로, 김 씨가 유일한 사내이사로 등재됐다. 한 세무사는 “억대 연봉을 받는 사업자가 종합소득세를 납부한다면 지방세까지 최대 50% 이상의 소득이 날아갈 수 있어 1인 법인을 흔히 만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 씨는 1인 법인을 통한 편법적 세금 납부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김 씨는 이날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자신의 의혹을 거론하며 “저는 출연료를 한 푼도 빠짐없이 종합소득세로 신고한다”며 “그 법인(주식회사 김어준)은 방송 관련 사업을 구상하고 설립한 것이다. 여차여차해서 사업은 안 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어준 씨가 세간에 알려진 바처럼 실제 회당 100만∼200만 원의 출연료를 받을 경우 올해 TBS FM 방송제작 및 운영 관련 전체 예산의 최소 6.6%에서 최대 13.2%까지 독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TBS 자료 등에 따르면 올해 FM 방송제작 및 운영 관련 예산으로 약 39억4636만 원이 책정됐고 김 씨 출연료도 이에 포함됐다. 현재 TBS 홈페이지에 명시된 FM 방송 프로그램이 16개인 점을 고려하면 김 씨 출연료로만 상당한 비용이 쏠리는 셈이다.
윤 의원은 “업계 관례라는 TBS 해명 달리 KBS와 EBS는 계약서를 작성 중”이라며 “김 씨가 본인 명의 회사로 거액 출연료를 계약서조차 없이 받고 있는 것을 어느 국민이 정상으로 보겠는가”라고 비판했다.
문화일보 서종민·최준영 기자
04.19 김어준 문제없다는 선거방송위, 같은 편이라지만 너무하다
4·7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 기간 중 노골적으로 여당 편들기 방송을 했던 TBS교통방송의 김어준씨에 대해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가 수차례 면죄부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선거 기간 내내 야당 후보는 공격하고 여당은 감싸는 편파 보도를 했다. 선거 막판엔 익명의 제보자 5명을 줄줄이 출연시켜 90분 동안 국민의힘 오세훈·박형준 후보에 대한 의혹만 내보냈다. 야당 측 반론도 없었다. 야당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한 선동 방송이었다. 여야 후보의 주장을 글자 수까지 세가며 기계적 균형을 맞추는 선거 보도에선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야만적 행태였다.
방송사들이 공정하게 선거 보도를 하는지 평가·규제하는 선방위는 선거 보도에 대해 깐깐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그런 선방위가 김어준 방송에 대해서만큼은 ‘문제없음’ 결정을 내렸다. 국정원 사찰 의혹이나 오세훈 후보 가족 땅 의혹에 대한 김씨의 일방적 주장에 대해 “거칠지만 문제 삼을 보도는 아니다” “뉴스공장 치고는 굉장히 조심스럽게 한 것”이라고 감쌌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을 옹호하는 발언에 대해서도 “사실관계가 틀렸지만 문제는 없다”고 했다. 중립을 지켜야 할 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결론을 유도하기도 했다.
선방위의 제재는 5번의 경미한 행정지도에 그쳤다. 방송 평가에서 감점을 받는 법정 제재나 과징금 등 중징계는 한 번도 없었다. 사실상 봐준 것이다. 선방위는 여야 교섭단체와 선관위·방송사·방송학계·대한변협·언론인단체·시민단체의 추천을 받아 구성한다. 위원 9명 중 7명 안팎이 친여 성향이다. 방송통신심의위도 김씨의 숱한 편파·가짜 뉴스 논란에도 솜방망이 처분으로 일관했다. 정권 비판 언론이 이랬다면 당장 진행자가 교체됐을 것이다. 선관위도 지난 선거 과정에서 여당은 봐주고 야당은 줄줄이 제동을 걸어 편파 논란을 빚었다. 이 기관의 위원들이 모두 친여 일색이기 때문일 것이다. 심판을 맡아야 할 기관들이 눈 질끈 감고 여당 편을 들어주니 김어준 같은 친문 패거리들이 공영방송에서 선거 직전까지 선전 선동을 해대는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4월 19일 기소 훼방 꼼수에 ‘정치 선동’ 이성윤, 檢事 자격도 없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행태는 검찰 간부로서 엄정한 자세는 고사하고 검사(檢事)로서의 기본 자질조차 의심케 할 정도다. 그런 사람이, 정권의 압박에 버티다 어쩔 수 없이 사퇴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후임으로 거론되는 것 자체가 국민과 법치에 대한 모독도 된다. 이 지검장은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4차례나 수원지검의 소환에도 불응하다가 지난 17일 뒤늦게 출두해 9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공수처 ‘황제 조사’를 받고 검찰로 재이첩된 뒤에도 소환에 불응하더니 검찰의 기소 방침이 흘러나오자 부랴부랴 나온 것이다.
검찰 간부이면서 수사에 협조하긴커녕 온갖 꼼수로 훼방하고, 기소 직전에 조사 받은 것도 문제인데, 변호인을 통해 A4용지 6쪽 분량의 입장을 발표했다. 검찰 간부가 아니라 대통령을 지낸 사람도 ‘수사에 성실하게 임했다’는 식으로 간략한 입장을 밝히고 법정에서 사실과 법리를 다툰다. 이 지검장 혐의가 어떻게 귀결될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장문의 입장문 발표를 정상으로 보기는 힘들다. 수원지검이 어지간하면 ‘친정권 실세 검사’를 기소하겠다고 하기 힘들 것이다. 현 정권이 피의사실 공표 금지를 검찰개혁의 주요 내용으로 내세우는 것과 대비된다.
입장문에서 그는 검찰 조사를 꺼린 이유를 ‘사건의 배당과정 및 수사 방향, 계속적인 언론 유출 등을 이유로 조사가 검사들 간의 내부 다툼으로 해석되기도 했다’면서 수사가 검찰총장이 되는 것을 방해하기 위한 내부 알력이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또, 뒤늦게 관련 검사들과 대질도 요구했다. 시간을 끌어 기소를 늦추고, 청와대엔 무혐의를 알려 총장 임명의 명분을 주겠다는 행동으로 비친다. 사실을 왜곡하고 유리한 것만 공표하는 ‘정치 선동’에 나선 것은 아니냐는 의심까지 부르는 이유다.
검찰은 차기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 직후 기소할 만큼 충분한 증언·증거를 확보했다고 한다. 검찰을 신뢰하지도 않은 이 지검장이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되는 것 자체부터 블랙코미디다. 이미 공수처 셀프 이관 요구 등으로 많은 물의를 빚었다. 법치 농락이 어디까지 갈지 주목된다.
문화일보 사설
04.22 1년 만에 이상직 영장, 文 정권 앞에만 가면 멈춰 서는 법적 정의
이스타항공 창업주로 횡령·배임 혐의를 받는 무소속 이상직 의원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이 가결됐다. 이 의원 문제가 불거진 것은 작년 4월 총선 직후다. 이스타항공은 수개월간 임금을 체불했지만, 이 의원 일가는 아무 책임을 지지 않고 재산을 챙겨 빠져나갔다. 두 자녀에게 지분을 편법 증여하고, 가족 명의로 주식을 차명 보유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본인과 친척이 회삿돈을 500억원 넘게 횡령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런데도 고용노동부 등 감독 당국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검찰은 수사를 하는지 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 의원은 민주당을 탈당했지만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었다. 검찰은 의혹 제기 1년이 돼서야 이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다른 사람이었으면 이미 재판 결과까지 나왔을 시간이다.
이 의원이 이런 특혜를 받은 것은 그가 문재인 대선 캠프에서 일했고 문 대통령 딸 가족의 태국 이주를 도운 덕일 가능성이 높다. 그는 문 정권 출범 후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을 거쳐 여당 의원까지 됐다. 전 정권에 대해선 티끌까지 찾아내 감옥에 보내는 정권이 자신들 비리는 인정도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제대로 수사·재판도 하지 않는다. 입법, 사법, 행정부를 다 장악한 사람들이 마치 자신들은 법 밖에 있는 것으로 안다.
문 정권 최대 비리 중 하나인 청와대 울산 선거 공작 사건은 작년 1월 검찰이 기소했지만 우리법연구회 출신 김미리 판사가 유무죄를 가리는 공판을 한 차례도 열지 않았다. 김 판사가 휴직을 신청하면서 재판은 또 공전할 가능성이 크다. 김판사는 조국씨의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 재판도 4개월 넘게 열지 않고 있다. 김 판사가 맡고 있던 조국 전 장관의 자녀 입시 비리,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 판결도 미뤄질 공산이 크다.
대통령의 수족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그동안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불법 개입 사건,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기 등 정권 불법에 대한 검찰 수사를 뭉개는 방패 역할을 해왔다. 이 지검장이 피의자인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국 금지 사건은 검찰에서 공수처로 다시 검찰로 다시 공수처로 왔다 갔다 하며 시간만 끌고 있다.
민주당 소속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공식 사과는 결국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이 했다. 피해자가 서울시에 성폭력 사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뒤 서울시 책임자가 공식 사과하는 데 무려 1년이 걸린 것이다. 그동안 서울시는 대변인 입장문에서 ‘피해 호소인’이라는 해괴한 표현까지 썼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범죄 사건의 첫 재판은 지난달 예정돼 있었지만 선거 이후로 연기됐다. 단순한 사건인데도 검찰은 기소하는 데 9개월이나 시간을 끌었고 법원은 또 재판을 연기했다. 문 정권에서 법은 어떤 사람들에겐 아주 늦게, 그리고 매우 이상하게 적용된다.
조선일보 사설
04.23 "김정일도 안그래!"…생중계된 '김원웅 멱살' 상벌위 몸싸움
▲광복회원 김임용씨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에서 상벌위원회의 언론 공개를 요청하며 취재진과 함께 입장하려다 광복회 관계자들의 제지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일도 이렇게는 안 해!"
"너 나이 몇살이야. 70대냐? 난 80대야!"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에서는 몸싸움과 고성이 난무했다. 지난 11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식에서 김원웅 회장의 멱살을 잡은 광복회원 김임용(69)씨가 이날 상벌위원회에 출석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벌어지면서다. 김씨를 비롯해 상벌위원회 개최에 반발하는 광복회 회원들이 회의 공개 진행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40분가량 충돌이 이어졌다.
앞서 상벌위원회 측은 김씨가 김 회장의 멱살을 잡아 광복회장 및 광복회, 광복회원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관련 정관·상벌규정에 따라 징계사유에 해당한다며 김씨 측에 출석을 통보했다. 김씨는 대한민국 임시의정원 의장과 대한민국임시정부 국무위원 등을 역임한 김붕준(1888∼1950) 선생의 손자로 지난 6일 광복회장 사무실에 들어가 김 회장 등에 항의하기도 했다.
상벌위 10분 만에 폐회…물리적 충돌도
광복회 개혁모임·광복회 정상화 추진본부는 상벌위원회에 앞서 오전 10시 광복회관 앞에서 '김원웅 광복회장 사퇴 촉구 집회'를 열었다. 상벌위원회 시간이 가까워져 오자 김씨는 "취재진과 회원들 다 함께 올라가자"고 했고, 건물로 진입하려는 회원들과 막아서는 광복회 측의 마찰이 빚어졌다. 김씨는 "상벌위원회에 광복회 측 위원 8명이 참석하는 반면, 난 혼자라 '겁박'하는 자리가 될 수 있어 무섭다"며 회원들의 동석을 요구했다. 광복회 상벌위는 의장을 포함해 총 9명으로 구성돼 있다.
광복회가 있는 이 건물 4층에서는 약 40분간 대치가 벌어졌다. 광복회 회원증을 꺼내 들고 "나도 광복회원인데 왜 못 들어가냐"고 외치는 회원들과 유튜버, 취재진까지 뒤엉키면서 장내는 혼란이 가중됐다. 일부 회원들과 광복회 지부장은 서로 욕설을 퍼부으며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이 모습은 현장에서 실시간 방송을 하던 유튜버들을 통해 고스란히 중계됐다.
결국 집회를 관리하기 위해 투입된 경찰까지 가세해 상황을 중재하면서 마무리되는 듯싶었다. 그러나 회의는 김씨가 입장한 지 10분도 안 돼 폐회됐다. 광복회 측이 김씨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다. 김씨는 "광복회 측처럼 우리 쪽도 카메라를 한 대 대동하자고, 더 넓은 자리로 옮겨서 진행하자고 했더니 거절하며 결국 폐회했다"며 "광복회가 사실적인 모든 문제가 국민에게 드러나는 게 싫어서 그런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광복회 8000명 동지의 자식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며 "처음만 어렵지 김 회장이 그만둘 때까지 (멱살잡이 같은 일이) 연속적으로 벌어질 것이며, 김 회장은 조심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웅 회장, 독립정신 왜곡"
▲지난 11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 야외광장에서 열린 제102주년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기념식에서 독립지사 유족인 김임용씨(왼쪽)가 김원웅 광복회장의 멱살을 잡자 관계자들이 이를 제지하고 있다. 뉴스1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치인 출신 김원웅이 광복회장이 된 이후 지난 2년간 정치판의 중심에 서서 순수한 독립정신을 왜곡했다"면서 "기고만장한 돌출 언행으로 회원들의 실망을 넘어 규탄의 대상이 됐으며, 국민 분열과 회원 편 가르기를 일삼는 것이 일상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광복회장으로 인해 광복회 위상과 명예실추는 물론 회원들의 불만이 한계점에 도달했다"며 "더는 공법단체인 광복회 김원웅의 오만과 독선을 묵과할 수 없어 사직을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광복회의 내분은 지난 1월 광복회가 독립운동가 이름을 딴 '최재형상'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에게 수여하면서 본격화했다. 김 회장은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친일재산을 국가로 귀속시킨 공로를 인정한다"며 광복회 이름으로 상을 수여했다.
당시 광복회 지회장 일부가 정관에 명시된 '정치적 중립' 준수 등을 요구하는 건의서를 김 회장에게 보내자 집행부가 긴급 간담회를 열고 사태 수습에 나섰으나, 집행부가 간담회 뒤 배포한 '현 지도부 지지' 성명서에 대해 허위라는 주장이 나오는 등 갈등이 심화했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04.24 뉴스 공작 전문가 김어준이 탄압받는 언론인이라니
TBS 교통방송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씨가 다른 방송인의 4~5배인 1회당 200만원의 특혜성 고액 출연료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서면계약서 없이 정식 등급도 아닌 ‘별결(별도 결정)’로 분류돼 출연료 상한액의 2배나 받은 것이다. 출연료 공개를 피해 온 김씨는 감사원 감사가 시작되자 “마음에 안 드는 진행자를 방송에서 퇴출시키려는 것”이라고 했다. 비정상적인 출연료에 대한 정상적 감사인데 마치 자신이 탄압받는 언론인인 양 행세한 것이다.
민주당도 김씨를 감쌌다. 일부 의원은 “김어준은 탁월한 혜안과 천재성을 지녔고 진실에 대한 탐사보도도 압권”이라고 했다. 박영선 전 서울시장 후보는 선거 기간 중 “하나의 언론을 이런 식으로 탄압하는 것은 굉장히 과거 지향적”이라고 했다. 민주당 당권 주자인 송영길 의원은 “김어준 없는 아침이 두렵지 않으냐”고 했다.
김씨는 그동안 근거도 없이 음모론을 흘리고 노골적으로 여권을 편들면서 정치 장사꾼, 정권 나팔수처럼 행동해 왔다. 그는 2016년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를 일부러 침몰시킨 뒤 항적 데이터를 조작했다는 ‘고의 침몰설’을 주장했다. 이런 황당한 내용의 영화를 제작해 44억원 넘는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8차례에 걸친 수사·조사 결과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가짜 뉴스로 돈까지 번 것이다. 김씨는 이번 서울·부산시장 선거 때 익명의 제보자 5명을 잇달아 출연시켜 90분 내내 야당 측 반론도 없이 야당 후보들을 공격했다. 공영방송에서 전례가 없는 선동 방송이었다. 작년 총선 때는 여권 지지층을 향해 “압도적 다수당을 위해 밭을 갈아라”라고 했다.
백신 부족 사태엔 “화이자의 마케팅에 넘어갈 이유가 없다”고 했다. 장자연 사건과 관련해 윤지오씨를 출연시켜 희대의 ‘후원금 사기극’을 벌일 수 있게 해줬다. 조국 전 장관 딸을 불러 “표창장을 위조한 적이 없다”는 거짓 주장을 펴도록 했다. 추미애 전 장관 아들의 휴가 특혜에 대해선 익명의 카투사를 출연시켜 제보자 현모 병장을 거짓말쟁이로 몰았다. 하지만 현씨 주장은 모두 사실이었다.
김어준의 ‘뉴스 공장’은 사실상 ‘뉴스 공작소’였다. 정권을 돕기 위해 가짜 뉴스로 국민 눈을 속이는 데 조금도 주저함이 없었다. 같은 시간대 프로그램 중 모든 지표에서 최저 점수를 받았다. 그런데도 여권은 그를 정의로운 인물, 탄압받는 언론인인 것처럼 감싸고 있다. 그의 뉴스 공작이 그만큼 절실하다는 뜻일 것이다.
04.24 삐그덕 공수처·국수본…구멍난 국가 수사 역량
정부가 무소불위의 검찰 수사권을 분산·견제하겠다며 출범시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국가수사본부 등의 신설 수사기관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삐그덕거리고 있다. 국가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을 바꾸는 큰 일임에도 청와대와 여당이 검찰 개혁이라는 명분에만 집착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부작용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국가 수사 역량의 총량에 대한 예측 조사나 국가 수사 기구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졸속 출범시킨 탓이 크다.
올초 나란히 출범 두 기관 수사역량 부족
황제조사·비서 특채로 휘청, 성과 초라
공정하고 성역없는 철저 수사만이 살 길
올해 1월 권력형 비리수사 전담 기구로 공식 출범한 공수처는 3개월여 동안 갖가지 논란에 휩싸였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첫 단추부터 잘못 뀄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황제 조사’ 논란을 자초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위법 출국금지 수사에 외압을 가한 의혹을 받는 이 지검장을 휴일에 관용차까지 제공해 청사에서 비공개 면담을 한 자체가 수사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다. 면담 조사라고 해명했지만 구차한 변명에 불과하다. 수사의 ABC를 망각한 치명적 일탈이다. 공수처의 수사대상은 대통령, 국회의원,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대통령경호처·국가정보원 3급 이상 공무원,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 공무원 등 고위 공직자들이다. 이제 이들에 대해 성역 없이 수사하겠다는 공수처장의 말을 누가 곧이곧대로 믿겠나. 김 처장이 대한변협 전 회장의 추천으로 여당 정치인 출신 인사의 아들을 5급 비서관에 특채한 것을 두고 보은 인사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잇단 ‘공수처장 리스크’에 공수처는 1호 수사에 착수하기도 전에 만신창이가 됐다. 일주일 전 일부 진용을 갖추고 수사 체제로 전환했으나 선발 검사 숫자가 당초 계획(23명)보다 10명이 모자라 국가의 중추적 독립 수사기구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수준이다.
올해 1월 초 검경 수사권 조정 및 경찰 개혁에 따라 범죄 수사 전담 기구로 첫발을 내딛은 경찰청 국수본은 조직 규모에 비해 눈에 띄는 성과가 없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등의 신도시 투기 의혹 사건 수사에 수사 인력 770여명을 투입했으나 성적표는 초라하다. 지방자치단체장 10명 등 공무원 157명, 국회의원 5명, 지방의원 40명 등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강조하지만 속 빈 강정이다. 구속자가 경기 포천시 공무원, LH 직원 등 단 6명에 불과하다. 과거 1,2차 신도시 투기 사건을 수사했던 검찰이 올린 성과와 대비된다. 더욱이 부동산 투기의 구조적 비리 규명에는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국수본의 일반 형사 사건 처리 속도도 지속적으로 둔화하고 있어 우려스럽다. 대검 형사정책담당관실이 공개한 검·경 수사권 조정 운영 현황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경찰이 검찰에 사건을 송치(기소 의견)하거나 사건 기록을 송부(무혐의 의견)한 사건은 총 22만7241건이었다. 전년 동기 29만874건의 78.1% 수준에 해당한다. 처리 사건이 21.9% 감소했다는 의미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형사사법체계 전반이 바뀌면서 국가 전체의 수사 역량이 떨어지고 있음이 수치로 증명된다.
검찰 역시 윤석열 검찰총장 퇴임 이후 ‘수사 휴업’ 상태다. 직접 수사 범위가 대형참사나 방위산업 등 6대 범죄로 국한된 영향이 크다. 수사기관의 본령은 범죄 척결을 통한 정의 구현이다. 국가의 수사 역량이 저하되면 반칙이 횡행하고 법치와 민주주의의 근간이 무너진다.
공수처와 국수본의 수뇌부들이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수사 지휘부부터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는 어떤 작은 행동도 삼가야 한다. 그동안 검찰이 축적해온 선진 수사 기법과 역량을 신속하게 전수받는 것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공정하고 성역 없는 수사만이 살 길이다. 공수처든, 국수본이든 정권의 하명을 받드는 출장소가 되어선 수사기관으로서 존재할 가치가 없다.
중앙알보 사설
04.26 조희연의 전교조 특채, 밀어주고 끌어주는 그들만의 ‘불공정 리그’
전교조 지원으로 당선됐던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선거에서 자기를 도운 전교조 해직 교사 등 5명을 불법 채용한 혐의를 감사원이 밝혀내고 경찰에 고발했다. 5명 다 선거법 위반으로 유죄를 선고받았던 사람들이다. 특채 과정에서 서울시교육청 임용 담당 과장·국장, 부교육감 등은 “직권남용으로 수사받을 수 있다”며 반대했지만 조 교육감은 “모든 책임을 내가 다 지겠다”면서 단독 결재하고 전교조 대변인 출신의 자기 비서실장에게 일을 맡겼다고 한다. 비서실장은 자신과 친분 있고 해직 교사들과도 아는 이들에게 외부 심사위원을 맡기면서 “전교조 해직자들을 뽑기 위한 특채”라고 암시를 줬다. 특채에 지원했던 다른 12명은 왜 떨어졌는지 알지도 못하고 들러리만 선 것이다.
좌파의 내로남불 위선을 보여주는 사건이 끝도 없이 벌어지더니 드디어 교육계까지 왔다. 좌파 진영에서 안 썩은 데가 어디 있는가 싶을 정도다. 겉으로 ‘참교육'을 내세웠던 전교조 역시 위선으로 가득 찬 불공정 특권 집단이었다. 조 교육감은 두 아들을 모두 외고에 보냈으면서도 외고·자사고 없애는 일에 앞장서는 데 대해 비판이 일자 “양반 제도 폐지를 양반 출신이 주장할 때 더 설득력 있다”고 했던 사람이다.
청탁을 받고 금감원·국정원 등의 고위 간부 및 고액 거래처 임직원 자녀들을 특혜 채용한 전 우리은행장이 징역 8개월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은 청와대 낙점 인사들을 산하기관 간부로 채용하면서 면접 예상 질문을 내주거나 업무계획서·자기소개서를 대신 작성하게 지시한 혐의 등으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조 교육감의 혐의는 이보다 더 심각한 불법 행위다.
조 교육감이 특채한 5명 중엔 2018년 교육감 선거에서 예비후보로 나왔다가 막판에 조 교육감과 단일화하면서 사퇴한 전교조 전직 간부가 포함돼 있다. 서울교육감을 지낸 곽노현씨는 2010년 선거 때 좌파 진영의 경쟁 후보였다가 사퇴한 박모씨에게 당선 후 2억원을 제공했다가 사후 매수죄로 징역 1년 판결을 받았다. 조 교육감의 특채 역시 경쟁 후보에 대한 사퇴 대가였을 가능성이 있다. 수사를 통해 이 부분도 규명돼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4.26 선열들 욕보이는 광복회장 김원웅 물러나야
국가보조금을 받는 법정 보훈단체로 56년의 역사를 지닌 광복회가 김원웅 회장의 잇따른 망언과 전횡으로 두 쪽으로 찢긴 끝에 막장극을 연출하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11일 임시정부 국무위원을 지낸 김붕준 선생의 손자 김임용씨에게 공개적으로 멱살을 잡혔다. 지난달 30일에는 항의 방문한 광복회 회원들에 의해 명패가 부서지는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김임용씨는 “김 회장이 광복회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회원들 명예를 실추시켜 격분한 끝에 멱살을 잡았다”고 했다. 김 회장은 이런 김씨를 징계하겠다고 23일 상벌위원회를 열었지만, 징계에 반대하는 ‘광복회 개혁 모임’ 등의 회원들이 주먹다짐까지 벌이며 항의한 끝에 위원회는 파행으로 끝났다.
노골적인 친여·친북 행태로 정부 외곽단체 전락
나라를 분열시켜…오죽하면 멱살잡이 봉변까지
김씨의 행동이 바람직하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많은 국민은 김씨를 동정하며 김 회장에게 사태의 책임을 묻고 있다. 김 회장과 광복회는 이런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김 회장은 2019년 회장에 취임한 이래 노골적인 친여 행보와 친북·반미 발언으로 정치적 독립이 생명인 광복회를 현 정부의 외곽 단체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 회장은 ‘독립운동가 최재형상’을 최재형기념사업회 측과의 협의 없이 만들어 추미애 등 특정 인사들에게 수여한 것을 비롯해 각종 명목의 상을 제정해 77명에게 줬다. 그런데 단체수상(33명)을 제외한 44명 중 64%가 설훈·우원식·은수미 등 여권 인사들이었다.
김 회장은 또 이승만 초대 대통령과 애국가 작곡가 안익태 선생의 묘를 국립현충원에서 파내는 법을 만들라고 촉구했고, 고(故) 백선엽 장군의 현충원 안장을 저지한다며 운구 차량을 가로막았다. 반면에 월북해 김일성 훈장을 받은 김원봉에겐 훈장을 주자고 촉구했고, 내란 음모 혐의로 구속된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을 칭송했다. “박근혜보다 독립운동가 가문에서 자란 김정은이 낫다”는 주장까지 하는 등 도를 넘은 친북·반미 행태로 국민의 분노를 샀다. 광복회의 모토는 ‘나라와 겨레를 위해 국민 화합을 선도한다’인데 김 회장의 언행은 하나부터 열까지 나라를 분열시키는 것들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1일 오전 서울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임시정부 수립 기념식에서 관계자들이 김원웅 광복회장(왼쪽 한복)의 멱살을 잡은 김임용 회원(오른쪽 선글라스)을 제지하고 있다. 2021.4.11 오종택 기자
김 회장은 자신을 비판하는 야당을 “토착 왜구 정당”이라 몰아붙였는데, 정작 본인은 그 당의 전신인 공화당·민정당에서 국장급까지 당직을 지냈으니 이런 자가당착이 없다. 그래 놓고 “생계 때문이었다”고 변명하는 그를 현 정부는 묻지마 식으로 감쌌다. 김 회장은 그런 정부를 업고 국민을 반목과 분열에 빠뜨리고 선열들의 숭고한 희생에 먹칠을 했다. 그 결과 광복회는 독립정신 계승과 국민 통합이란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김 회장은 더는 광복회를 이끌 자격을 상실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간의 언행을 진심으로 사과하고 회장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
04월 26일 고용절벽 청년 분노 더 키울 조희연 ‘전교조 不法 특채’
감사원 감사로 드러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불법(不法) 특채’ 문제는 여러 측면에서 충격적이다. 내부 직원들 반대와 불법성 지적에도 밀어붙인 행태,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진보 교육감’의 짬짜미 의혹 등 전방위로 공정과 정의를 훼손하기 때문이다. 전교조 도움을 받은 조 교육감이 “직권남용 수사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도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다”며 특채를 강행했다고 한다. 이런 대담성을 보면,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른다.
감사원은 23일 전교조 출신 등 해직 교사 5명을 2018년 일선 중고교 교사로 부당하게 특별 채용한 혐의로 조 교육감을 경찰에 고발하고, 공수처에도 수사 참고자료를 넘겼다. 국가공무원법 위반은 물론, 선거운동을 도와준 인물과 관련해서는 사후 뇌물죄 의혹도 짚인다. 그들 중 4명은 전교조 출신으로 2008년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불법 선거운동 혐의로 벌금형이 확정됐고, 다른 1명은 2002년 대선 당시 특정 후보 비방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또, 이들 중 1명은 2018년 교육감 선거에 예비후보로 나왔다가 조 교육감과 단일화한 뒤 선거운동을 도왔고, 다른 1명도 2014, 2018년 조 교육감 선거운동을 지원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조 교육감은 응시자의 역량이 아니라 “교육계 과거사 청산이라는 취지에서 단행했다”고 했다. 특정한 의도를 갖고 특채했음을 시인한 셈이다.
공채로 진행된 특채엔 17명이 지원했는데, 이들 5명과 나머지 지원자들의 점수가 크게 차이 나게 하는 방식으로 채용해 결국 12명을 들러리로 삼았다. 이에 대해 담당 과장·국장·부교육감 전원이 위법을 지적하며 반대했지만, 전교조 출신 비서실장을 통해 외부 심사위원을 구성해 강행했다. 학령인구 급감으로 교사 취업은 좁은 문이다. 초등교사의 경우 올해 초 기준 임용 대기자가 2421명에 달한다. 중등 교사 합격자 중에도 그런 사람이 많다. 전교조와 조 교육감의 불공정 행태는 취업 절벽에 좌절하는 청년들의 피눈물을 또 한번 쏟게 하고 분노도 키울 것이다.
문화일보 사설
04월 27일 법조계 “김명수 코드인사 이 정도까지인줄 몰랐다”
인권법연구회 대법 요직 장악
460명… 전체 판사중 14%
행정처 42%·자문위에 40%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들이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법원 내 주요 요직에 대거 진출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법조계 안팎으로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인권법연구회 초대 회장인 김 대법원장의 ‘코드 인사’가 노골적으로 드러난 만큼, 이에 대한 해명은 물론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국 지원장 41명 중 10명(24%)이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장은 법원의 ‘허리’로, 김 대법원장이 도입한 법원장 추천제를 통해 법원장 후보군에 오를 기회에도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요직으로 꼽힌다.
법원의 인사 등 사법행정을 담당하는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 판사 12명 중 5명(42%)도 해당 연구회 소속이며, 대법원 산하 사법행정자문위원회 위원 10명 중 4명(40%)도 연구회 소속이었다. 인권법연구회 회원 수는 460여 명으로 전체 판사(3214명) 중 14% 정도이며, 비율로 따져도 월등히 많은 숫자가 요직을 두루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법원 안팎에서는 “이 정도까지 영향력을 미치고 있었는지는 몰랐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현직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김 대법원장이 자신의 사람으로 법원 행정을 꾸리고 싶은 것은 당연하겠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자기 사람을 배치한 것은 적절하지 않았던 것 같다”며 “지원장 인사의 경우에도 어느 정도 법원 내 이어져 온 인사 원칙이 있었는데 김 대법원장 들어 그 원칙이 깨지고 예측 불가한 인사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직 부장판사도 “김 대법원장이 ‘코드 인사’를 해왔다는 것이 심증이 아닌 물증으로 이제는 그 민낯이 드러났다”며 “법복에 숨어서 정치를 하고 있었던 정치 판사들의 실체가 드러난 이상 김 대법원장은 인사에 대한 해명은 물론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권법연구회는 성소수자 인권, 양심적 병역거부 등 인권 관련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법원 내 학술 단체로,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이은지 기자 eun@munhwa.com
04.28 사조직 ‘인권법’이 농단하는 법원, 용기 있는 판사들이 나서야
법원 내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의 전체 회원 명단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2011년 초대 회장을 맡아 판사 31명으로 출범한 인권법연구회는 현재 전국 판사(3214명)의 14%(460여 명)를 회원으로 둔 법원 내 최대 조직이 됐다. 스스로 학술 단체라고 하지만 친정권 사조직처럼 움직인다. 군사 정권 시절 ‘하나회’와 다를 게 없다. 김 대법원장 취임 이후 인권법은 대법원부터 일선 법원까지 요직을 대거 장악했다. 법원 전체의 인사·예산을 총괄하는 법원행정처 판사의 42%가 인권법 회원이다. 대법원 재판연구관의 34%도 인권법 소속이다. 지방법원장 후보 1순위로 꼽히는 전국 지원장의 24%, 형사 피의자의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영장전담판사의 15%도 인권법이라고 한다.
인권법 판사 중 상당수는 법복을 입은 정치인과 같다. ‘재판이 곧 정치’라는 글을 올린 판사도 인권법 소속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 당선된 다음 날 ‘오늘까지의 지난 6~7개월은 역사에 기록될 자랑스러운 시간’이라는 글을 올린 판사도 인권법 회원이었다. 김영식 청와대 법무비서관, 민주당 이탄희 의원과 이수진 의원도 인권법 출신이다. 이들은 이 정권 들어 판사를 사직한 뒤 청와대와 여당에 합류했다.
인권법은 정권 전위대 역할도 해왔다. 대부분 무죄로 결론 나고 있는 이른바 ‘사법 적폐’ 사건도 인권법 판사들이 만든 것이다. 법원 자체 조사에서 ‘사실무근’ 결론이 나왔는데도 추가 조사와 검찰 수사를 요구했다. 대법원장은 판사를 탄핵시키기 위해 사표 수리도 하지 않았고 외부에 거짓말까지 했다. 대법원장이 새빨간 거짓말을 하고 그것이 들통나도 버틴다. 이 모든 일을 인권법 판사들이 하고 있다.
요즘 변호사들은 사건을 맡으면 판사가 인권법 소속인지부터 확인한다고 한다. 인권법이냐 아니냐에 따라 재판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판사의 정치 성향에 따라 판결이 달라지는 나라가 된 것이다. 사법 농단이 있다면 바로 이런 것이다. 용기 있는 판사들이 나서 사법부를 바로 세워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4.28 “불사조”라던 이상직 구속... ‘이스타항공 500억대 횡령·배임’ 혐의
▲'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무소속 이상직 의원(전북 전주을)이 27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검찰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연합뉴스
이스타항공 창업주 이상직(무소속·전북 전주을) 의원이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됐다. 전주지법 김승곤 영장전담판사는 28일 “주식의 시가나 채권가치에 대한 평가 등 일부 쟁점에 대하여 다툼의 여지가 있어 보이나 구속영장 심사단계에서 요구되는 혐의사실에 대한 소명은 충분하다”며 “수사과정에서 나타난 피의자의 행태를 감안할 때 증거변조나 진술 회유의 가능성이 있고, 피의자가 관련자들에 대하여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 피의자에게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이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의원은 2015년 11월부터 12월까지 이스타항공 그룹 계열사들이 보유한 540억원 상당의 이스타항공 주식을 자신의 딸이 대표이사로 있는 이스타홀딩스에 100억여원에 넘겨 430억원의 손해를 회사에 끼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현역 의원 구속은 더불어민주당 정정순 의원에 이어 두 번째다.
이 의원은 민주당 소속으로 당선됐으나, 이스타항공의 임금 미지급 의혹 등으로 논란이 일자 작년 9월 탈당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 사위가 이스타항공이 지급보증을 서 준 태국 회사에 취직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조선일보 김정엽 기자
04.29 1년 만에야 구속된 이상직, 권력과 관련된 모든 의혹 밝히라
민주당 출신 이상직 의원이 자신이 설립한 이스타항공 그룹 회삿돈 555억원을 횡령·배임한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무기징역을 선고받을 수 있는 중범죄다. 이 의원의 혐의는 ‘파렴치 범죄 종합 세트’ 수준이다. 그는 2015년 당시 10~20대인 두 자녀 이름으로 새로운 계열사를 만든 뒤 주당 1만원인 이스타항공 주식 524만주를 5분의 1 가격에 헐값 매수했다. 이를 통해 44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이 의원은 본인과 가족의 호화 생활에도 회삿돈을 마구잡이로 썼다. 딸을 위해 고급 외제차를 리스하고 오피스텔을 임차하는 비용, 가족이 거주할 빌라 매입 계약금도 회사에 전부 떠넘겼다. 해외 골프장, 호텔 등에서 업무와 관계 없이 법인카드로 수억원을 쓰기도 했다. 경제 사범으로 구속된 형의 변호사 비용과 공탁금도 회삿돈으로 대줬다. 형수는 계열사 유령 직원으로 올려 월급을 주고 아파트도 회삿돈으로 얻어줬다. 그러려고 계약서, 이사회 회의록, 회계 자료도 가짜로 꾸몄다.
이 의원이 저지른 범죄의 최대 피해자는 이스타항공 직원들이다. 600명이 무더기 정리 해고됐고 밀린 임금과 퇴직금 600억원도 받지 못했다. 신고 재산만 200억원대인 이 의원은 회사가 고용보험료 5억원을 안 내는 바람에 직원들이 실업급여조차 못 받는데도 모른 체 했다.
이런 기막힌 일이 벌어지는데 이 의원은 한동안 치외법권 지대에 있었다. 고용노동부 등 감독 당국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지난 1년간 검찰 수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민주당 대변인은 이스타항공 노조와 대신 교섭에 나서기도 했다. 이 의원은 반성은커녕 “나는 불사조” “어떻게 살아나는지 보여주겠다”고 했다고 전해진다. 믿는 구석이 있다는 것이다.
믿는 구석은 청와대다. 그가 문 대통령 딸 가족의 태국 이주를 도운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 의원은 문 정권 들어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을 지냈고 작년 4월 임금 체불 논란에도 불구하고 여당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검찰은 권력과 이 의원의 관계 등 모든 의혹을 파헤쳐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4.30 “이성윤, 과도한 정치 편향” 탈락… 검찰총장에 김오수 유력
후보추천위는 왜?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후보추천위)가 29일 차기 총장 후보군을 4명으로 압축해 박범계 법무장관에게 추천하는 과정에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탈락했다. 박상기 전 법무장관(추천위원장)을 포함해 법조인 9명으로 구성된 추천위는 이날 오전 10시 3분에 시작해 3시간 50분 만에 후보군에 든 4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김오수(58·연수원 20기) 전 법무차관, 구본선(53·23기) 광주고검장, 배성범(59·23기) 법무연수원장, 조남관(56·24기) 대검 차장 등이었다.
◇1,2차 투표, 순위에 못 든 이성윤
이날 추천위에는 법원행정처 차장, 법무부 검찰국장, 대한변협회장,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등 법조계를 대표하는 인사 9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국민 천거’를 받은 13명에 대해 1차 투표에서 각자 선호하는 4명을 적어내 5표 이상 받은 2명을 선정했다. 이어 나머지 11명에 대해 각자 2명씩 적어내 상위 2명을 추가로 뽑았다.
이 지검장은 두 번다 순위에 들지 못했다. 일부 위원이 “후보를 더 추가하자” “이 지검장 근무평가가 좋다”고 했지만 다른 위원들이 “당초 합의대로 4명으로 하자”고 반대해 그대로 확정됐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는 추천 위원들이 회의장에 입장할 때부터 예견됐다. 이종엽 대한변협회장은 기자들에게 이 지검장을 겨냥해 “자기 조직을 믿지 못하는 사람은 수장(首長)이 될 자격이 없다. 특정 정치 편향성이 높은 분도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다. 정영환 한국법학교수회장과 길태기 전 법무차관도 모두 발언에서 “국민의 눈높이”를 강조했다.
이날 오전 추천 위원들 간에 벌어진 토론에서도 여러 명의 위원이 이 지검장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석자 가운데 한 명은 “이 지검장이 검찰 조직 내부 신망을 잃었고 과도한 정치적 편향을 보여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박상기 전 법무장관과 안진 전남대 로스쿨 교수 등이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 지검장을 지원했으나 분위기를 반전시키진 못했다고 한다. 안 교수는 지난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징계위에 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차기 총장, 김오수 전 차관 유력”
이날 추천된 4명을 두고 법조계에선 “김오수 전 법무차관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왔다. 전남 영광 출신의 김 전 차관은 박상기·조국·추미애 전 법무장관을 모두 보좌했고 금융감독원장, 공정거래위원장, 국민권익위원장 등의 하마평에 단골로 올랐다. 지난해는 청와대가 감사원 감사위원으로 밀었으나 최재형 감사원장에 의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차관 재직 때 이성윤 지검장(당시 법무부 검찰국장)과 함께 윤석열 검찰총장을 제외한 ‘조국 수사팀’을 제안했다가 검찰 내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다. 최근 들어선 차관 시절 ‘김학의 전 차관 불법출금’에 관여한 의혹으로 수원지검의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수원지검의 소환에 응하지 않다가 최근 서면진술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법조인은 “임기 말 ‘안전’을 책임질 사람이 필요한 청와대로선 김 전 차관 외에 다른 카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검찰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관리형 총장’으로 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그 경우, 구본선 고검장이 차기 총장으로 부상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인천 출신인 구본선 고검장은 정치색이 옅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 고검장은 박범계 장관과는 연수원 23기 동기이기도 하다. 대검 차장으로 윤석열 전 총장을 보좌하면서도 윤 전 총장과 추미애 전 법무장관 중 어느 쪽과도 충돌하지 않았다.
경남 마산 출신 배성범 연수원장도 정치색이 약하지만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조국 일가 사건’과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수사를 총괄한 게 결정적 걸림돌이다. 한 법조인은 “조국을 옹호했던 여권 핵심부가 부정적일 것”이라고 했다.
조남관 대검 차장에 대해선 “검찰 내부 신망이 높지만, 그게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전북 남원 출신의 조 차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노무현 청와대’에서 같이 근무한 인연이 있다.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요직을 거쳤지만 작년 ‘윤석열·추미애 갈등’ 국면에서 윤 전 총장 쪽에 서면서 정권과 어긋났다. 지난달 박범계 장관이 재검토를 지시한 ‘한명숙 전 총리 사건 수사팀의 위증 교사 의혹’을 최종 무혐의 처리하기도 했다.
04월 30일 문자 폭탄이 ‘적극적 의사 표시’ 궤변은 민주주의 파괴
여당에서 벌어지는 친문 강경 지지자들의 ‘문자 폭탄’ 논란은 단순한 당내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현재 진행 중인 더불어민주당 대표 및 최고위원 경선에 영향을 미쳐 그것을 옹호하는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에도 그런 적이 있었다. 그렇게 되면 강경 세력이 여당을 흔들고, 그런 여당이 나라를 흔드는 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특정 세력이 ‘좌표’를 설정한 뒤 조직적 공작으로 이뤄지는 문자 폭탄도 많다. 내용도 논리적 반박이나 새로운 제안, 잘못된 팩트의 시정 등이 아니라, 무조건 욕설이나 협박을 퍼붓는다. 사이버 테러 수준이다. 민주주의 대전제인 합리적 여론 형성과 거리가 멀고, 오히려 민주적 토론 자체를 틀어막는다. 올바른 정치인이라면 당연히 비판하고 자제를 요구해야 하는데, 정반대로 편승하는 사람이 많다. 윤호중 원내대표부터 “국민 목소리”라고 옹호했고, 최고위원에 출마한 김용민 의원은 “적극적 의사 표시로 권장할 일”이라고 했다. 조응천 의원이 “권리당원 70만 명 목소리가 강경 지지자 2000명에 묻혔다”면서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고 했지만, 문재인 대통령 측근이라는 윤건영 의원은 “선출직이면 감당해야 한다”고 했다.
문자 폭탄이 적극적 의사 표시라는 주장은, 고문이 적극적 수사라는 식의 궤변이다. 지난 2017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문재인 후보가 문자 폭탄에 대해 “경쟁을 흥미롭게 만드는 양념”이라고 옹호하면서 더 심각해졌다. 이제라도 반성하고 시정에 앞장서야 할 책임이 무겁다.◎
문화일보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