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安保18/ 2021.03.01 북한은 비핵화 의지가 없다 - 03월 31일 홍길동軍으론 北 못 막는다
무너진 安保18/ 2021
03.01 북한은 비핵화 의지가 없다
바이든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 특히 북한 핵문제 대응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북 정책에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투입할지는 정책 우선순위, 북한이 요구하는 안전보장의 수용 수준, 그리고 대북 설득을 위한 중국의 협조 확보 여부로 판명될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사정상 우선순위는 기대만큼 높지 않고, 내놓을 수 있는 카드도 제한적이며, 전략적 대립 상태의 중국과 타협할 여지도 좁아 보인다.
핵 완성한 북한은 이란과 달라
한국, 선택지 확보에 진력해야
핵옵션 유지는 협상위상 키우고
중국의 대북 설득에도 도움될 것
바이든 행정부의 전신으로 볼 수 있는 오바마 행정부는 국제 분쟁의 능동적 해결보다는 수동적 대응에 머물렀다는 평가를 받았다. 북핵에 대한 ‘전략적 인내’는 물론,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 축조와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령에 대한 대응이 그 사례들이다. 지금 미국이 쓸 수 있는 수단은 그때보다 더 줄었다. “미국이 돌아왔다”고 선언하지만 ‘오바마 시즌 2’의 우려도 있다. 자칫 4년 후 한국이 더 굳어진 북핵을 머리에 이고 있을 모습이 어른거린다.
북핵 대응에 새로운 시도가 더욱 절실해진 나라는 한국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안전보장을 전제로 한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확고하다”고 하염없이 반복한다. 정부는 먼저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와 ‘안전보장’이 무엇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북한의 비핵화 의지’만을 강조한다면 ‘진실의 일부’만을 말하는 것이다. 거짓보다 못할 수 있다.
북한 지도자와 협상가들은 ‘조선반도 비핵화가 김일성 주석의 유훈’임을 주장해 왔다. 요약하자면 조선반도 비핵화란 남·북 공히 핵우산을 없애는 것이고, 안전 보장을 위해 정치적으로는 제재 해제와 북·미 외교관계 수립, 경제적으로는 재건 지원, 군사적으로는 주한미군 철수를 하라는 것이다.
우선 이 조건들이 충족 가능한지를 살펴봐야 한다. 북·미 외교관계 수립과 제재 해제는 핵 폐기에 맞추어 진행 가능하다. 경제 지원도 한국 주도로 추진할 수 있다. 그러나 주한미군 문제는 북한의 안전보장 차원을 넘어선다.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와 세계 질서에 파괴적 지각변동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주한미군의 존재에 대한 북한의 명시적 동의를 받으면 ‘비핵화 의지가 확고함’을 입증하고, 핵 협상도 간명해진다.
그런데 북한은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일관되게 반대하면서 미군 철수를 요구한다. 충족 불가한 조건을 내거는 북한을 다독거려 비핵화와 평화에 도달할 것이라고 믿는 것은, 북극성을 좌표로 노를 젓는 사공이 실제로 북극성에 도달할 것이라고 믿는 것과 같다.
과거 북한이 핵 개발 단계일 때는 협상을 통한 속도조절을 기대했다. 그러나 북한은 2017년 말 핵보유국 문턱을 넘었다. ‘에덴의 동산’ 전과 후만큼이나 판이 바뀌었다. 이를 직시한 바이든 팀은 취임 전부터 북핵을 폐기가 아닌 축소 대상으로 설정했다. 미국은 2015년 이란과의 협상경험을 원용하여 4자 또는 6자 방식으로 북핵을 관리하고자 할 가능성이 있다. 핵을 완성한 북한은 핵을 시도 중인 이란과는 사정이 크게 다르다. 북핵 아래 선 한국의 처지가 더욱 초라해지기 전에 선택지를 확대해야 한다.
첫째, 협상의 국면을 크게 바꾸어야 한다. 북한의 완전한 핵 포기를 전제로 주한미군 문제를 제외한 정치·경제적 안전보장 조건을 과감하게 수용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 폐기를 거부할 경우, 다음 단계의 행동을 위한 명분을 축적하는 것이다.
둘째, 미국 핵우산의 신뢰성 강화를 위해 핵 공유 방안을 세워야 한다. 아시아판 ‘핵계획그룹’설치도 포함된다. 물론 전술핵을 재배치하더라도 나토의 경우에서 보듯이 최종 키는 미국이 갖기 때문에 한계는 있다. 그래도 상징적 효과는 있다.
셋째, 독자 핵능력을 위한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다. 당장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수단을 동원한 후의 선택지로 갖고 있어야 한다. 핵의 민수용과 군사용 사이에는 방화벽이 얇다. 과학자 양성과 연구 증진 같은 토양 조성이 필요하다. 일본과 독일은 미국의 핵우산 아래 있으면서도 두터운 핵 인력과 재처리 및 고농축 시설을 각각 갖추고 있다. 의미하는 바가 크다. 한국이 탈원전 캠페인으로 시설을 해체하고 연구 환경을 위축시키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
한국의 핵 옵션 유지는 당사자로서의 협상 위상을 키우고, 북·미의 협상자세와 중국의 대북 설득도 자극할 것이다. 스스로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안보 성인’으로서 국가의 기풍에도 중요하다. 이처럼 확대된 선택지들은 상호 배타적이 아니라 보완적이다. 협상을 하면서도 판을 크게 벌이는 병행전략이 요구된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이번은 다르다는 자만(hubris), 남·북이 민족 정서로 뭉치면 된다는 도취(euphoria), 실패의 기록들을 직시하지 않는 기억상실(amnesia)이 다분히 작용하는 것으로 보였다. 흔히 이런 심리 상태가 겹치는 것을 ‘위험한 배합’이라고 한다. 정부가 남은 기간에 해야 할 일은 이 배합에서 벗어나 한국이 가야 할 선택지를 확대하는 데 진력하는 것이다.
중앙일보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03.02 천안함 함장 최원일 “이 악물고 버틴 10년… 전우들 명예회복에 생 바칠것”
천안함 함장 최원일 ‘울분의 전역사’… 첫 심정 토로
북한의 천안함(PCC-772) 폭침 도발 당시 함장이었던 최원일(53·해사 45기) 예비역 해군 대령은 1일 “승조원 104명과 천안함의 명예를 온갖 억측과 허위로부터 지켜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긴 세월 이를 악물고 버텨왔다”며 “인생 2막은 천안함과 사랑하는 전우(戰友)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 살겠다”고 했다. 폭침 이후 오랜 기간 비(非)전투 임무를 수행하다 최근 30년 군 생활을 마친 그는 “사무실 벽에 권토중래, 와신상담 글자를 붙여 놓고 절치부심했지만 끝내 적(북한)에게 복수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절망했다”고 했다.
▲전역을 앞두고 천안함 전사자들이 안장된 국립 대전현충원 묘역을 찾은 최원일 함장. /천안함생존자전우회 제공
최 함장은 이날 본지에 공개한 A4 용지 다섯 장 분량의 전역사에서 “한반도 평화라는 이름 아래 사랑하는 전우들을 희생시킨 원수들과 손잡는 것을 볼 때 분통이 터져 잠들지 못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함장은 천안함 폭침에 따른 지휘 책임 때문에 인사 때마다 승진에 탈락하다가 지난 28일 전역<본지 2월 27일 자 A6면 보도>을 앞두고 대령으로 명예 진급했다. 천안함 폭침 이후 침묵을 지키던 그가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재인 정부는 천안함 폭침을 기획·실행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2018년 2월 평창올림픽 참석차 방남했을 때 국빈급으로 대우해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부·여당 인사들은 천안함 도발을 ‘불미스러운 충돌’ ‘우발적 사건’이라고 했다. 최 함장은 “분통이 터져 잠 못 든 날들도 많았지만 우리의 희생이 헛되지 않기를 기대하며 견디고 또 견뎠다”고 밝혔다.
▲최원일(가운데) 전 천안함 함장(예비역 해군 대령)이 2010년 4월 7일 성남 국군수도병원에서 천안함 폭침 사건 12일 만에 열린 생존 장병 기자회견에 참석해 마지막 질문에 답변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최 함장은 “천안함을 둘러싼 온갖 억측과 허위 사실의 유포는 1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고,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장에서 살아 돌아온 장병들은 수치심을 느껴야 한다’던 어느 사령관의 교육 ▲‘넋 놓고 있다가 천안함처럼 당한다’고 했던 모 전대장 ▲‘모든 것은 함장의 잘못’이라 역설하던 예비역 제독의 초빙 강연 같은 구체적인 사례를 언급했다. 군내(軍內)에서조차도 천안함을 향한 따가운 시선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언제 끝날지 모를 고난과 고통의 날들, 끝이 보이지 않는 암흑의 긴 터널을 지나왔다”고 했다.
▲2010년 4월 24일 서해에서 인양 중인 천안함 함수. /이덕훈 기자
최 함장은 “우리는 선조들이 피땀 흘려 일군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지시된 위치에서 임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고 했다. 이어 “천안함 사건이 국민들에게 점점 잊혀 간다는 것이 더 참담했다”며 “평화는 공짜가 아니다. 언제 또 깨질지 모를 평화를 지키기 위해 숭고한 희생을 기리고 ‘항재전장(恒在戰場·항상 전쟁터에 있다)’의 각오로 적과의 일전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최 함장은 원래 언론인을 꿈꿨다. 하지만 투병 중이던 부친이 “네 이름은 초대 해군참모총장인 손원일(1909~1980) 제독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며 입대를 권했다고 한다. 최 함장은 “유언일지도 모르는 말씀에 아버지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드리고자 꿈을 접고 운명적으로 해군에 입대했다”고 했다.
▲지난 2008년 11월 부임 후 전우들과 함께 천안함 함수에서 찍은 사진. (왼쪽부터) 고 이상민 하사, 전준영씨, 함장 최원일 중령, 고 이재민 하사, 고 이용상 하사, 전 주임원사. /조선일보DB
최 함장은 “대양 해군의 지휘관을 꿈꿨지만 2010년 3월 26일 사랑하는 전우들과 희망찬 미래를 모두 잃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술과 담배에 의지하며 버텨오던 기나긴 세월 동안 눈물로 지켜준 사랑하는 아내, 당시 중3·초6이라는 어린 나이에 따가운 시선과 눈총만 받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잘 자라준 아들과 딸에게 미안하고 고맙다”고 했다.
최 함장은 “해군에서 오랜 항해를 마쳤고 사회에서 다시 천안함 가족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긴 항해를 시작하려 한다”며 “현역의 신분으로 천안함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힘들었던 부분들을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는 전역과 동시에 ‘Forever 772′라는 블로그도 개설했다. 그간 속에만 담아 놓고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하나둘씩 풀겠다고 한다.
최 함장은 1일 올린 글에서는 “천안함 전우들아 기죽지 마라. 그대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철저히 근무했다”고 썼다.
◇ 최원일 前 천안함 함장 전역사 전문
먼저,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것이 멈춰버린 일상과 힘든 시기를 잘 극복하고 계신 유가족, 전우 여러분을 비롯한 천안함을 사랑해주시는 모든 분께 깊은 위로와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저는 2021년 2월 28일 부로 34년 간 다사다난했던 해군 생활의 오랜 항해를 마치려 합니다. 지난 2월 23일 참모총장님께 전역 신고를 드렸고, 현충원을 찾아 하늘에 있는 46명의 전우들에게도 전역 신고를 마쳤습니다.
1987년 1월 23일 당시 병원에서 투병중이시던 어쩌면 마지막 모습일지 모르는 아버지께 인사드리고 버스터미널에서 눈물로 배웅하시던 어머니의 꼭 잡은 두 손을 놓고 해군사관생도가 되고자 옥포만에 들어왔습니다. 당시 일반대학에 진학해 언론인을 꿈꾸던 저에게 해군 수병으로 군 생활을 하신 아버지께서 “네 이름은 초대 해군참모총장이신 손원일 제독 이름을 따서 지었다”던 어쩌면 유언일지 모르는 말씀에 당시 가정형편을 고려하고 아버지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드리고자 꿈을 접고 그렇게 운명적으로 해군에 입대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낯선 진해 옥포만에서 사관생도가 되어 멋진 해군장교라는 새로운 꿈을 키웠고 임관 후에는 눈부시게 푸르고 아름다운 동∙서∙남해와 광활한 태평양을 누비며 대양해군 지휘관의 꿈을 펼쳐 왔었습니다.
그러나 손원일 제독님을 동경하고 꿈 많던 40대 초반의 젊은 장교는 2010년 3월 26일 밤 한순간에 몸과 마음을 부대끼며 살아왔던 사랑하는 전우들과 희망찬 미래를 모두 잃게 되었습니다.
이후 시작된 10여 년, 언제 끝날지 모를 고난과 고통의 날들, 끝이 보이지 않는 암흑의 긴 터널을 그렇게 지나왔습니다. 한순간에 자식과 남편, 아버지, 형제를 잃고 눈물로 세월을 보내는 유가족들과 혼자 살아 돌아왔다는 죄책감에 자신의 고통을 호소조차도 못하는 생존 전우들에게 무거운 책임을 느끼며 해서는 안 되는 생각도 여러 번 했습니다.
정보와 작전의 실패를 천안함의 경계실패로 몰아가던 상황과 “전장에서 살아 돌아온 장병들은 수치심을 느껴야한다”던 어느 사령관의 교육, “넋 놓고 있다가 천안함처럼 당한다”고 했던 모 전대장, 초빙강연에서 “모든 것은 천안함장의 잘못”이라고 역설하던 예비역 제독, 온갖 억측과 허위사실의 유포는 1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고, 조금도 나아지고 있지 않습니다.
자신이 승조하던 함정에서 “천안함 장병들은 졸다가 당했다”는 교육을 받고 와서 해군에서 더 이상 복무할 수 없다며 목 놓아 울며 전역해 버린 생존 전우를 보며, 하늘에 있는 전우들을 포함한 승조원 104명과 천안함의 명예를 온갖 억측과 허위로부터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긴 세월 이를 악물고 버텨왔습니다.
사무실 벽에 권토중래, 와신상담 글자를 붙여 놓고 절치부심하기도 했지만 적에게 복수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음에 절망도 많이 했습니다.
또한, 한반도 평화라는 이름 아래 사랑하는 전우들을 희생시킨 원수들과 손잡는 것을 볼 때와 군내에서 조차 따가운 시선과 외부에서 말도 안 되는 의혹제기를 하는 사람들이 나올 때 마다 분통이 터져 잠 못 든 날들도 많았었지만 우리의 희생이 헛되지 않기를 기대하며 견디고 또 견뎠습니다.
하지만 더 참담한 것은 억측과 진실공방 보다 천안함 피격 사건이 국민들에게 점점 잊혀 간다는 것이었습니다. 평화는 공짜가 아닙니다. 긴 세월 외세의 침략에 맞선 호국영령들의 희생이, 한국전쟁 당시 생면부지의 땅에서 쓰러져간 연합군 장병들, 최근에는 천안함, 연평해전, 연평도 포격전 등에서 장병들의 숭고하고 값진 희생이 있었기에 현재의 평화가 가능했던 것입니다. 우리는 언제 또 깨질지 모를 평화를 지키기 위해 평소에 그분들의 희생을 기리고 항재전장의 각오로 적과의 일전을 준비해야 합니다.
불변한 진실은 우리 천안함과 104명의 용사들은 1953년 이후 정전상태인 한반도의 서해에서 국민들이 주말을 시작하며 편히 쉬던 금요일 밤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선조들이 피땀 흘려 일군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지시된 위치에서 임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저는 오늘 해군에서 오랜 항해를 마치고 사회에서 인생 2막을 시작하며 영원한 천안함장이 되어 영광스러운 천안함과 사랑하는 104명 전우, 천안함 가족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다시 긴 항해를 시작하려 합니다.
또한, 그동안 현역의 신분으로 천안함의 명예를 회복하기 힘들었던 부분들을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평온하던 가정의 가장이 한순간에 죄인이 되어 숱한 조사를 받으며 온갖 비난과 악플에 시달리고 어느 누구도 도와주지 않고 외면하던 현실에 좌절하며 술과 담배에 의지하며 버텨오던 기나긴 세월동안 옆에서 눈물로 저를 지켜준 사랑하는 아내와, 당시 중3, 초6이라는 어린 나이에 아빠가 곁에 있어주지 못하고 주위의 따가운 시선과 눈총만 받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잘 자라준 아들과 딸, 자식에 대한 근심과 걱정으로 늙어가신 양가 부모님과 돌아가신 아버지께 죄송함과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아울러 고난의 시간을 잘 이겨내고 있는 전우들과 눈물의 세월을 함께 하시고 버티고 계신 우리 유가족들께 깊은 존경과 감사를 드립니다.
끝으로 천안함 유족과 장병들을 격려해 주시고 위로해 주신 국민들과 국군전우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한시도 잊은 적이 없는 그리운 하늘의 전우들이여! 이제는 평안히 함장을 기다리시오. 함장은 비록 군을 떠나지만 여러분의 영원한 함장으로서 천안함의 명예을 지켜 당당하게 다시 만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1년 2월 28일
천안함장 최원일
조선일보 김은중 기자
03월 02일 3·1절에 도쿄올림픽 빌미로 또 對北 환상 늘어놓은 文
문재인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언제든 일본 정부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눌 준비가 돼 있다”고 유화 제스처를 보내며 도쿄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위한 한·일 협력을 언급했다. 도쿄올림픽이 “한일간, 남북간, 북일간, 그리고 북미간의 대화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도쿄올림픽을 북한과의 다자 대화 무대로 만들어 보자는 제안을 한 것이다. 김정은 초청 의도도 있을 것이다.
3·1절 때마다 일본의 과거사 직시와 친일잔재 청산을 언급하며 대일 강경 기조로 일관해온 문 대통령이 집권을 1년 남겨둔 상황에서 대일 관계 개선 의지를 보인 것은 평가할 만하나, 그 이유가 북한 때문이라면 본말전도다. 위안부·징용 갈등의 해법을 찾기보다 죽창가, 토착왜구 등을 앞세워 한일관계를 국내 정치에 이용한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이젠 대북 환상 실현의 수단으로 삼겠다는 구상과 다름없다. 더구나 도쿄올림픽은 코로나19 확산세와 백신 보급 불균형 때문에 개최 여부마저 불투명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도널드 트럼프식 톱 다운 쇼 외교는 하지 않겠다고 밝혀 북핵 폐기 협상이 진전되지 않는 상태에서 도쿄올림픽이 열린다 해도 ‘김정은 쇼’가 재연될 가능성은 작다. 그런데도 대북 환상에 집착하며 국제 스포츠 제전까지 이용하려 하다간 국제적 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한·일 양국의 협력은 한·미·일 협력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한·일관계 정상화를 위해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때의 화해치유재단을 복원하고 대법원 징용 판결에 따른 일본 기업의 국내자산 현금화 방지 해법부터 내놓아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03월 03일 北 꺼리니 한미훈련 말자는 利敵 행태
박휘락 국민대 교수
오는 8일부터 한미연합 훈련을 한단다. 그런데 명칭도 없이 그냥 ‘연합연습’이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그친단다. 어떤 상황을 가정해 어떤 규모로 하는지도 설명이 없다. 일각에선 한국군 주도 미래연합사령부의 2단계 완전작전능력(FOC) ‘검증을 예행연습’한다고 한다. 그것도 지난해에 이어 두 번씩이나. 미 국방부도 훈련 내용을 설명하지 못한 채 한국과 보조를 맞추겠다는 말로 얼버무린다. 정부가 북한의 눈치를 봐서 훈련을 꺼리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미래연합사 체제로의 전환은 앞당기라니 군(軍)에서는 예행연습과 같은 희한한 말을 만들어내고, 함께 훈련해야 하는 미군은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더 이상한 일은, 대한민국 역사에 한 번도 없었던 일로서, 며칠 전 범여권 국회의원 35명이 연합훈련 연기를 촉구하는 성명을 낸 일이다. ‘북측의 강경 대응을 유발한다’는 이유다. 국책 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도 남북대화 재개를 위한 연합훈련 연기나 취소가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세계의 어느 나라가 적국(敵國)이 싫어한다는 이유로 훈련을 주저하고, 어느 국민의 대표가 공공연히 그런 주장을 할까?
남북대화 운운하며 훈련에 간섭하려는 이들에게 묻는다. 한·미 연합훈련만 연기하면 남북대화가 재개되고 북핵이 폐기되며 평화 공존이 되는가. 그렇게 안 되면 책임질 것인가. 무기 없고 군기 없는 군대가 군대 아니듯, 훈련 않는 군대도 군대가 아니다. 그것은 싸우지 않겠다는 것이고, 그런 군대는 군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훈련 않는 군을 호통쳐야 할 선량들이 훈련하지 말라니, 이적(利敵)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정부와 여당 인사들이 알면서도 애써 회피하는 불편한 진실은 남북평화의 장애는 연합훈련이 아니라 북한의 핵무기라는 사실이다. 북한이 핵무기만 포기하면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시아의 평화도 일사천리로 보장된다. 한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가 북한과 수교하고, 북한의 경제와 사회 발전을 지원할 것이다. 그래서 속을 줄 알면서도 국민은 현 정부의 외교적 비핵화 노력을 전폭적으로 지지했었다. 그런데 판문점과 싱가포르에서 철석같이 약속하고도 예상대로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에는 전혀 노력하지 않았다. 정반대로 핵무기 증강을 계속했고, 이제는 미국 공격을 위한 핵잠수함과 다탄두 미사일, 한국 공격용인 전술핵무기까지 만들겠다고 한다.
지난 1월 당대회에서는 아예 대놓고 핵무력 증강으로 남북통일을 앞당기겠다고 공언했다. 책임 있는 정부와 여당 인사라면 북한의 핵무장에 적극 항의하고, 중단을 촉구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여당은 북핵 폐기에 관한 성명서는커녕, 북한의 남북공동 연락사무소 폭파나 우리 공무원의 총살·소각에 대해서도 제대로 항의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우리의 무장해제만 요구한다. 정말 양심의 가책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가.
헌법 제66조 2항에 대통령의 책무로 ‘국가의 독립과 영토의 보전’이 명시돼 있듯이, 정부·여당의 최우선 과제는 북핵으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는 일이다. 그런데 그 헌법 임무는 등한시하면서 연합훈련을 하지 말잔다. 이게 집권당이 할 일인가? 제1 야당의 말을 인용해 둔다. ‘오매불망 북한 반발을 걱정할 시간에 국민의 불안부터 돌아보라.’
문화일보
03.04 ‘경계 실패’ 이유 정말 모르나
▲합동참모본부는 17일 오전 "우리 군이 어제 동해 민통선 북방에서 신병을 확보한 인원(귀순 추정)은 잠수복과 오리발을 착용하고 해상을 통해 GOP(일반전초) 이남 통일전망대 부근 해안으로 올라와 해안철책 하단 배수로를 통과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사진은 강원도 고성군 통일전망대 인근 남측 해변. 2021.02.17.뉴시스
지난달 강원 고성에서 발생한 ‘오리발 귀순’ 경계 실패와 관련, 군 당국이 육군 제22보병사단에 대한 정밀 진단에 착수했다. 고강도 진단을 거쳐 부대를 ‘재창설’ 수준으로 바꾸겠다고도 한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17일 국회 국방위에 출석, “22사단만 이번 기회에 정밀 진단하겠다”며 “22사단은 철책과 해안을 동시에 경계, 작전 요소와 자연환경 등 어려움이 많다”고 한 데 따른 조치다.
서 장관이 ‘정밀 진단’을 강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서 장관은 지난해 9월 취임 직후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카투사 휴가 특혜 논란에 대해 “정밀 진단을 통해 개선점을 찾겠다” “부족한 부분이 군 전체 상황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번 22사단 사건에 대한 답변과 판박이다. 그러나 아직도 진단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문제는 말로만 ‘정밀 진단’ ‘실태 파악’을 외칠 뿐 달라진 게 없다는 사실이다. 현 정부 출범 후 2019년 6월 목선 귀순, 지난해 5월 태안 보트 밀입국, 7월 배수로 월북, 11월 철책 귀순에 이어 오리발 귀순까지 5번째 경계 실패가 이어졌다. 9·19 군사합의 이후 최전방 감시초소(GP)를 부수고 해·강안 철책을 대규모로 걷어낸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GP 철거 당시 군은 “CCTV 등 과학화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에 경계에 문제가 없다”고 했었다.
CCTV 같은 장비가 아무리 발달한들 감시하는 사람이 즉각 대응하지 않으면 아무런 쓸모가 없다. 이게 최근 경계 실패의 핵심 원인이다. 태안 밀항은 13회, 목선 귀순은 3회, 배수로 월북은 7회 감시 장비에 포착됐지만 잡지 못했다. 철책 귀순 때는 북한 민간인 남성이 일반전초(GOP) 철책을 넘는 장면을 포착하고도 즉각 검거에 실패했다. 남성이 14시간 30분 동안 우리 영토 9km를 휘젓고 다녔는데도 서 장관은 “경계 실패가 아니다”라고 했다.
군 안팎에선 ‘서 장관의 그런 태도가 3개월 만의 경계 실패를 또 허용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번 오리발 귀순 때도 북한 남성이 8차례나 감시 장비에 포착됐다. 여당 의원들조차 “왜 매년 똑같은 사건이 반복되느냐”고 할 정도였다. 그런데도 서 장관은 “원인 조사가 우선”이라고 했다. 5번째 경계 실패에도 ‘진단’이 먼저라는 것이다.
프로이센 전략가 클라우제비츠(1780~1831)는 ‘전쟁론’에서 “전쟁의 수단은 오직 싸움(Kampf)뿐”이라며 “군인이 훈련하고 잠자고 먹고 마시는 것은 오로지 싸우기 위함”이라고 했다. 하지만 대한민국 55만 장병을 통솔하는 국방부 장관은 경계 실패의 근본 원인을 외면한 채 ‘정밀 진단’만 외친다. 군대가 병원, 장관이 의사라도 되는 양 말이다. 당장 내일 북한군이 도발하면 총기와 화포 대신 청진기와 MRI 장비로 맞설 모양이다.
조선일보 원선우 기자
03월 04일 北에 ‘쓸모 있는 멍청이’ 文정권
김숙 前 駐유엔 대사
외교·안보를 국내정치로 접근
대선 앞둔 남북 정상회담 집착
한미동맹까지 심각하게 왜곡
北 반대한다며 훈련 연기 요구
대북 제재 완화하고 中에 굴복
스탈린처럼 김정은도 웃을 것
미국은 지난달 25일 시리아 내 친이란 민병대 시설을 공습했다. 같은 날, 조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왕과 통화하고 인권과 법치를 강조했다. 민주주의 가치와 동맹 중시를 기치로 내건 바이든 행정부의 이러한 행동에 대해 김정은은 속으로 뜨끔했을 것이다. 정부도 미국과 포괄적 대북 전략을 협의 중이라는데, 요즘 돌아가는 사정을 지켜보자니 정부는 궁극적으로 내년 대선에서의 승리에 집중해 남북 정상회담 성사만을 목표로 국내정치의 틀 속에서 외교·안보를 끌고 가는 듯하다.
미국에서도 대외정책은 국내에서 시작한다든지 대외정책과 국내정책 간 명확한 구분은 없다는 말이 있지만, 방점은 국내와 대외 정책 간의 조화로운 추진 강조에 있다. 반면, 우리의 경우는 국내정치가 대외·대북 정책 및 동맹관계를 심각하게 오도, 왜곡시키고 있다. 취임 초기의 바이든 대통령에게 도널드 트럼프의 성과를 계승하고 싱가포르 합의에서 출발하라는 조언은 동맹 약화, 비핵화 목표 실종, 북한 인권 경시 등 심각한 결과를 야기하는 훈수다.
북한 우선주의자들의 관점은 오랫동안 ‘그럼에도 불구하고(in spite of)’였다. 북한의 대남 비방과 적대행위, 도발, 핵·미사일 개발 등에도 불구하고 동족이니까 무한대의 포용과 유화의 자세를 갖자는 것이다. 반면, 미국에 대해서는 ‘그렇기 때문에(because of)’의 태도를 견지하고 끝없는 비판과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분단의 원흉, 6·25 책임, 미 제국주의자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자유 민주 제도하의 통일을 목표로 한다면 이러한 ‘불구하고’와 ‘때문에’의 대상은 정반대로 바뀌어야 한다.
그런데 비핵화 거부와 대량파괴무기(WMD) 증강 및 대남적화를 추구하는 북한과, 근본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에 대한 전도된 시각이 현 집권층의 생각을 지배하고 있다. 북한은 20세기에 이미 실패했으나 아직도 연명하고 있다. 주민을 제대로 먹이거나 사람다운 삶을 제공하는 데 실패하고 국제사회에서 낙오됐으면서도 선군사상 아래 군사력 증강에만 몰두한다. 국가로서 실패했다고 곧 망하는 건 아닌 셈이다. 그 주된 이유는, 지배층의 압제 시스템이 유지되고 있고, 75년간 체제에 순치된 주민의 체념이 있으며(자국 군부의 쿠데타에 대한 반대를 유엔총회에서 외친 주유엔 미얀마 대사의 저항 의식은 북한에선 시기상조다), 밖으로는 중국의 뒷배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중요한 네 번째 요소가, 어려울 때마다 정권 유지에 도움을 줘 온 한국 정부의 존재다. 그런데 이젠 도움을 넘어 안보와 군사 면에서 북한에 끌려다니며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 핵·미사일 개발은 방치해 놓고 9·19 남북 군사합의서는 혼자 지킨다면서 안보의 발목을 스스로 잡고 있다. 중국에 대해서도 사드(THAAD) 관련 3불 요구에 굴복하고 부당한 경제 보복은 감수하면서 대북 제재 이탈 행위는 못 본 척한다.
반면, 미국에 대해서는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염려해 전략적 모호성이란 이름 아래 쿼드 플러스와 인도·태평양 구상에 미온적이다. 한·미 동맹을 냉전동맹으로 보며 기회 있을 때마다 제재 효과를 폄하하고 완화를 주장하는 인사가 대한민국 정부 고위직에 앉아 있다. 세계가 의심하고 있는데도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가 확고하다고 선전해 주고 있다. 한·미 연합훈련을 축소 또는 취소하고, 무리하게 정권의 임기에 맞춰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추진하려는 것은, 침대 길이에 맞추려고 사람의 다리를 자르려는 프로크루스테스의 행위를 보는 것 같다.
김정은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한·미 연합훈련 연기를 요구한 여당 국회의원 35명의 모습에는 경악할 지경이다. 폭정의 소비에트 체제를 무작정 동경·찬양했던 소수 서방측 지식인들을 ‘쓸모있는 멍청이들(useful idiots)’이라고 좋아했다던 이오시프 스탈린처럼 김정은도 이런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다. 개탄스러운 현상이다. 이래서는 진정한 평화 프로세스도 어렵고 동맹 도움 속에 우리 주도로 통일을 이룰 수도 없다. 휘어진 인간의 속성으로부터는 제대로 생긴 것이 나올 수 없었다는 이마누엘 칸트의 말처럼 이 정권으로부터 올바른 안보 전략을 보기란 그토록 어려운 것인가.
문화일보
03.05 김정은 '낙동강 후퇴' 피눈물…또 뚫리면 도미노처럼 무너진다
최근 한·미의 연합 군사훈련 실시 여부를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한·미 연합 훈련을 하는 목적에 대한 이해 부족과 시각이 상충하기 때문이다.
북, 핵무기 개발 등 위협 높여
다시 남침 기회 엿볼 수 있어
‘도미노’ 처럼 무너질 위험도
훈련으로 북 도발 단념시켜야
한 국가를 구성하는 3가지 요소는 ‘영토’와 ‘국민’ 그리고 ‘주권’이다. 국가 간의 관계 속에서 어느 한 국가가 다른 국가(들)의 위협으로부터 자국의 영토와 국민 그리고 주권을 보호하려는 행위를 ‘국가안보’라고 말할 수 있다.
국가에는 국가안보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외부로부터의 가장 큰 위협인 핵무기를 포함한 군사력을 사용하는 위협은 국지도발, 제한전쟁 그리고 전면전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토머스 셀링은 ‘적대국이 자국에 위협을 감행하지 못 하게 하는 것’을 억제(deterrence)라고 정의했다. 적대 국가가 상대에게 위협을 행하여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대가로 치르는 비용이 더 많아질 것이고, 때로는 패망의 길로 치달을 수도 있다는 응징 보복을 적대국에 경고해 감히 위협을 시작하지 못 하게 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이러한 억제 전략이 성공하려면 자국이 취할 행동을 적대국이 예측하도록 미리 인식하게 해 적대국의 선택과 행동에 영향을 줘야 한다.
적대국에 대한 자국의 위협을 각인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의 하나가 곧 훈련이다. 그것이 단순 지휘소 연습(CPX), 실기동 훈련(FTX), 핵 전력 전개 훈련 등 방법은 다양하다.
이러한 훈련 목적 중 가장 궁극적인 목적은 핵무기를 포함한 군사력을 실제로는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기본적으로는 상대가 도발이나 전쟁을 유발하지 못하도록 제어하는 기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2016년 12월 11일 북한 관영매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이뤄진 청와대 기습 작전을 공개했다. 노동신문
한·미 연합 훈련의 주목적이 바로 북한의 군사 도발과 전쟁 재발을 억제하는 것이며, 이러한 억제는 한·미연합군의 최우선 임무이기도 하다. 물론 억제 실패 시 완전 격퇴 및 격멸의 의지를 표명하는 것도 억제의 논리다. 한·미 연합 훈련은 주한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하는 한 필수불가결하다.
대한민국은 미국이 진주만을 공격한 일본을 핵무기로 항복하게 해 해방된 셈이다. 그러나 공산국가인 소련의 남진을 저지하기 위해 미군이 한국에 처음 주둔했다. 해방 이후 미군은 한국군 창설을 지원하고 완전히 철수했다.
그런데 북한이 소련군의 지원으로 ‘6·25 남침’을 감행했다. 그래서 주한미군이 다시 주둔하게 됐다. 현재까지 북한의 대남 침투 및 도발 건수는 무려 3120여 건에 달하지만, 한·미연합군은 6·25와 같은 전면전을 억제해 왔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유엔군사령관·주한미군사령관 겸임)과 김승겸 연합사 부사령관이 설 명절을 앞둔 지난달 9일 한미 장병들에게 '합동 명절인사'를 전했다. 사진은 영상 중 일부. 주한미군 페이스북 캡쳐=연합뉴스
북한은 이러한 사실들을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북한은 어제오늘도 아니고 매번 한·미 연합 훈련을 외부의 위협으로 빌미 삼아 위기를 조성하여 내부 결속을 다지는 데 이용해 왔다.
특히 김정은 정권은 급기야 핵무기를 완성했고 지금은 대미·대남관계에서 현상을 변경하려는 강압적 태도를 보인다는 점을 간파해야 한다. 핵무기를 확실히 거머쥔 북한은 핵보유국인 파키스탄이 인도를 공격해 자신들의 목적과 의지를 달성하려 했던 것처럼 오판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태에 직면해 있다.
지난해 7월 2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른바 ‘조국해방전쟁 승리의 날’ 67주년 노병대회에서 “우리는 총이 부족해 남해를 지척에 둔 낙동강 가에 전우들을 묻고 피눈물을 삼키며 돌아서야 했던 동지들의 한을 잊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조차도 남침에 따른 6·25전쟁의 목적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며, 아직도 변함이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8차 당 대회에서도 김 위원장은 (기본형) 핵무기 완성을 자찬하고, (응용형인) 전술핵과 극초음속무기 그리고 핵잠수함까지 개발하고 있다고 공언했다.
▲북한은 1월 14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제8차 노동당 대회를 기념하는 군 열병식을 열었다. 뉴스1
당규약에는 “강위력한 국방력에 의거…조국통일의 역사적 위업을 앞당기려는 당의 확고부동한 입장”을 반영했다며 이제는 총보다는 핵무력으로 적화통일을 앞당기겠다는 야욕을 드러내기까지 했다.
군대는 국가의 영토와 국민 그리고 주권을 수호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다. 훈련받지 못한 군대는 패배와 죽음뿐이다. 역사가 증명한다. 청일전쟁 초기 일본군이 요동 반도를 하루 만에 점령한 것은 청의 여순 지역 방어군인 1만 2000여 명 중 9000여 명이 훈련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훈련받지 않은 행정 군대는 정치 군대 외 쓸모없다. 미군은 국민과 세계로부터 신뢰받는 실전적 군이다. 한국군이 존재의 목적을 잊고 기준 없이 방황할 때 서해안이, 비무장지대(DMZ)가, 다시 동해안이 도미노처럼 뚫리고 이제 애꿎은 혈세로 부대만 전면 뜯어고친다 하니 잠이 안 온다.
한·미 연합 훈련은 대북 억제전략의 일환이다. 위장 평화공세로 인해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핵을 가진 북한의 도발과 전쟁을 어떻게 억제할 것이며 국민의 안위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묻고 싶다.
중앙일보 김황록 전 국방정보본부장
03월 08일 김정은 지침 좇아 ‘컴퓨터 게임’도 더 축소한 한미훈련
한·미 연합훈련인 전반기 연합지휘소 훈련이 8일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으로 시작됐다. 지난해에 비해 규모를 대폭 줄였고 1부 방어 및 2부 반격 구분도 없앴다고 한다. 2018년 키리졸브, 을지프리덤가디언, 독수리훈련 등 3대 훈련 중단 후 야외기동훈련은 대대급 이하로만 진행, 훈련 자체가 형해화했는데 올해에는 ‘컴퓨터 게임’ 수준의 훈련조차 축소한 것이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증대한 상황에서도 훈련을 줄인 것은 내년 대선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답방’까지 염두에 둔 포석으로 비친다.
김정은은 지난 1월 노동당 대회에서 ‘3년 전 봄날’을 위한 조건으로 한·미 훈련 중단을 요구했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 훈련 문제를 북측과 협상할 수 있다고 했고, 범여권 의원 35명은 김정은이 반발한다는 점을 들어 훈련 연기 요구 성명까지 냈다.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아예 “올해는 안 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김정은의 지침을 좇는 바람에 문 대통령이 오매불망하던 전작권 전환도 어려워졌다. 훈련 중단으로 전작권 전환 검증 작업이 멈춘 탓이다. 오는 17일 미 국무·국방 장관이 방한, 2+2회담을 한다고 한다. 방위비 협상의 원칙적 합의도 조 바이든 행정부의 한·미 동맹 정상화 노력의 일환일 것이다. 문 정부는 한·미 2+2회담 재개를 계기로 하반기 훈련을 정상화해 대북 억지력 강화에 나서기 바란다.
문화일보 사설
03.13 김정은이 ‘실용적’이라는 사람들
北, 노동당 규약 개정하며 ‘힘으로 통일 앞당기자’ 선언
北 반대에 한미훈련 중단, 中 눈치에 미사일방어 거부… 나라 지키기 포기하는 것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지난 1월 북한은 5년 만에 조선노동당대회를 열고 당 규약을 개정하면서 “강력한 국방력으로 근원적인 군사적 위협들을 제압하겠다”고 했다. 노동신문은 이것이 “조국 통일의 역사적 위업을 앞당기려는 당의 확고한 입장의 반영”이라고 했다. 핵무기를 포함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남한을 압도하여 적화통일을 달성하겠다고 공표한 것이다. 노동당 규약은 북한 헌법에 우선하기 때문에 이를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만일 우리 정부가 ‘북한을 군사적으로 제압해 빠른 시일 내 통일을 하겠다’고 발표했다면 북한은 노골적 선전포고라며 엄청나게 반발했을 것이다.
남북관계에서 우리는 쉽게 ‘화해와 협력’을 말한다. 하지만 진정 화해와 협력을 하려면 북한 정권의 목표와 김정은 위원장의 생각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김 위원장을 가리켜 “실용적”이라며, 마치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인 듯 칭송하는 이들이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북한은 중국이나 러시아는 물론 어떤 공산 국가에도 없는 독특한 체제이다. 3대 세습 체제를 튼튼히 하는 것이 최우선적 목표이고, 이를 위해 그는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 고모부 장성택을 고사포로 처형하고 이복형 김정남을 독극물로 암살한 것이 이를 보여준다. 장성택 처형을 두고 존 케리 당시 미 국무장관은 “기괴하고 끔찍하며 참혹하다”고 말했다.
북한은 한미 동맹이 자신들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라고 주장한다. 과연 그런가?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에 따르면 북한은 세계 4위 규모인 정규군 128만명과 예비 전력 700만을 갖고 있고, 보유 핵무기도 수십 개로 추정된다. 이에 더해 중국과는 ‘조중(朝中)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조약’을 통해 동맹을 맺고 있고, 러시아의 지원도 받고 있다. 우리의 동맹인 미국은 멀리 태평양 너머에 있고 주한미군은 2만8000명인데, 북한의 동맹인 중국 상비군은 200만이 넘는다. 요즘 컴퓨터 게임으로 전락했다는 걱정을 듣는 한미 연합훈련도 북한 침략으로부터 우리를 방어하는 훈련이지 북한을 공격하려는 것이 아니다. 김 위원장도 이를 잘 알 텐데, 북한에 군사적 위협이라고 하는 주장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 주한미군 철수를 위한 억지 주장에 불과하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발표한 민주주의 지수에서 우리나라는 167국 중 23위, 북한은 최하위인 167위이다. 2019년 세계은행 국내총생산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12위인데, 북한은 203위밖에 있는 10여 나라 중 하나이다. 김 위원장은 정치적으로 자유롭고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대한민국이 코앞에 있다는 것 자체가 자신의 권력에 대한 정치적 위협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북한의 잘못된 선택 때문이지 우리의 잘못이 아니다. 북한과 김 위원장이 변해야 해결될 문제이다.
대한민국의 존재 자체가 정치적 위협이므로, 김 위원장에게는 대한민국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한 목표이다. 북한이 중국, 러시아 등 비자유주의(illiberal) 국가들과 협력을 모색하는 것도 이를 위해서다. 한국, 미국, 일본 등 자유민주주의 국가들과 맞서는 전초 기지로서 북한의 중요성을 부각시켜 중국과 러시아의 지지를 받아내려는 것이다. 제8차 당대회에서 김 위원장이 ‘역사적 뿌리를 가진’ 북·중 관계 공고화와 북·러 관계의 강화를 외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그의 목표는 한결같이 대한민국을 지도에서 없애는 적화통일이다.
김 위원장의 생각이 바뀔 때까지 우리는 “화해와 협력”이라는 정치적 수사에 현혹되지 말고 그의 오판을 줄여 전쟁을 방지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북핵에 노출된 수도권 방어를 위해 방어 미사일도 추가 배치해야 한다. 지금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집착할 때가 아니다. 우리는 1978년 한미연례안보협의회 이후 지난 40여 년간 미국에 핵우산을 확실히 보장해달라고 요구해왔다. 그러면서 미국 주도 미사일 방어체제에는 참가하지 않는 자기 모순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전반적인 상황이 어렵지만, 북한의 동맹인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설득하여 GDP의 24%에 달하는 과도한 군사비를 주민의 복지를 위해 쓰도록 하고 중국 수준의 개방을 하도록 한다면 여러 문제가 해결될 수도 있다. 중국이나 러시아가 김 위원장을 설득하도록 외교적 노력을 경주해야 할 이유다.
북한과의 대화는 계속해야 하고, 필요하면 비위도 맞춰야 할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반대한다고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하고, 중국이 반대한다고 북한 핵미사일로부터 우리 생명을 지킬 방어용 미사일까지 배치 못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조선일보
03월 16일 김여정 급기야 한미훈련 철폐 요구…또 ‘하명’ 따를 건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이 급기야 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전면 폐지를 대놓고 요구했다. 한미훈련에 대한 북한의 반발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철폐하지 않을 경우에 취할 구체적 위협까지 적시한 것은 이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미훈련 문제를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는 굴욕적 입장까지 밝혔음에도 이를 묵살했다. 1월 초 김정은은 노동당대회에서 한미훈련과 첨단 군사장비 반입 중단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요구했다.
김여정은 16일 담화를 통해 “50명이 참가하든 100명이 참가하든, 그리고 그 형식이 이렇게저렇게 변이되든 침략전쟁연습이라는 본질과 성격은 달라지지 않는다”면서 한미훈련 자체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남조선 당국의 태도와 행동을 주시할 것”이라며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 대남 교류 기구 해산, 남북 군사합의 파기 등 후속 조치까지 예고했다. 지난 8일 시작돼 이날 끝나는 한미훈련은 컴퓨터게임 수준으로 전락했고, 반격 작전도 제외되는 등 형해화했다. 이런데도 김여정은 ‘붉은 선을 넘어서는 얼빠진 선택’이라는 모욕적 표현까지 동원했다.
북한 주장은 동맹과 안보를 포기하라는 요구다. 그런데 문 정권은 그런 북한에 질질 끌려왔고, 지금도 김정은 답방에 매달리고 있다. 김여정이 ‘3년 전 따뜻한 봄날’ 운운하는 배경이다. 김여정이 문 정부를 “특등 머저리”라며 대북전단을 막을 법이라도 만들라고 했을 때 위헌적인 대북전단금지법을 만들어 ‘김여정 하명법’ 별칭을 얻었다. 국제회의에서 “북한스럽다”는 발언을 한 강경화 외교장관은 김여정이 “망언” “지켜보겠다”고 한 뒤 경질됐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방한 전날이라는 시점도 의미가 있다. 문 대통령이 이번에도 김여정 하명을 따를지, 동맹을 선택할지 지켜볼 일이다.
문화일보 사설
03.17 김여정 담화에 반박조차 못한 정부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16일 담화를 통해 “한ㆍ미 연합훈련은 붉은 선(레드라인)을 넘어서는 얼빠진 선택”이라며 한국과 미국을 맹비난했다. 사진은 김여정이 지난 1월 14일 노동당 8차 대회를 기념하는 열병식에서 박수를 치는 모습. [연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한국과 미국을 맹비난하며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전면 폐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3년 전의 따뜻한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라며 남북 군사합의 파기까지 언급했다.
“한·미 훈련 폐기” 공세 펼치는 북한
정부가 침묵하면 더 큰 오판 부른다
차제에 정부와 국방 당국은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천명할 것을 촉구한다. 정부는 이달 초순 시작된 올해 연합훈련의 규모를 축소하고 실기동훈련 대신 컴퓨터 게임 수준의 지휘소 훈련으로 대체했다. 북한이 싫어하는 연합훈련만 조용히 잘 넘기면 대화 제의에 응해 올 수 있다는 기대도 숨기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연합훈련을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까지 밝혔다. 하지만 김여정은 “50명이 참가하든 100명이 참가하든, 그 형식이 이렇게 저렇게 변이되든 침략전쟁 연습이라는 본질과 성격은 달라지지 않는다”면서 정부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붉은 선(레드라인)을 넘어서는 얼빠진 선택”이라는 모욕적 표현까지 동원했다.
▲북한 노동신문에 실린 한미 연합훈련에 반발하는 김여정의 담화. [뉴스1]
더 실망스러운 것은 담화에 대한 정부 당국의 반응이다. 방어 훈련이라고 반박하고 비판해야 마땅한 일인데도 통일부는 “연합훈련이 한반도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는 계기가 돼선 안 된다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밝혔다. 마치 북한의 주장에 호응하는 듯한 모습이 아닌가. 오늘 방한하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뭐라 생각하겠는가. 정부는 명확한 언어로 북한의 억지 주장을 반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미 훈련이 침략전쟁 연습이라는 북한의 주장을 묵인하는 결과가 된다.
정부는 북한 비위 맞추기를 당장 그만둬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북한의 대남 비난과 억지 주장이 점점 더 수위를 높이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김여정의 비난에 때맞춰 대북전단법 제정이 이뤄진 게 그 사례다. 남한 당국을 압박하면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북한에 주게 되고, 훨씬 더 심각한 오판을 부를 수 있다.
김여정은 “앞으로 4년간 발편잠을 자고 싶은 것이 소원이라면 시작부터 멋없이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미국에 대한 경고도 빠뜨리지 않았다. 조만간 모습을 드러낼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대북 정책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여차하면 도발까지 서슴지 않을 것이란 위협이다. 이런 위협이 있다고 해서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정책의 큰 줄기를 바꿀 것이라 믿는다면 커다란 오판이다. 오늘부터 미 국무·국방 장관이 방한해 각각 외교·국방 장관 단독회담 및 ‘2+2’회의를 한다. 북한의 오판과 도발을 막고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치밀한 전략을 짜고 일치된 목소리를 내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중앙일보 사설
03.17 한미 회담 전날 ‘훈련 없애라’ 김여정 협박에 통일부 맞장구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청와대에서 김여정이 전하는 김정은의 친서를 받고 있다. /뉴시스
북한 김여정이 16일 한미 연합 훈련을 비난하며 “3년 전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훈련을 ‘컴퓨터 게임’으로 만들고 ‘한미 훈련도 북과 협의할 수 있다’고까지 했는데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김여정은 “50명 참가든 100명 참가든 전쟁 연습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3년 전 봄날' 같은 쇼를 다시 하려면 한미 훈련을 아예 없애라고 한 것이다. 안보를 포기하라는 요구나 다름없다. 그러면서 문 정부를 향해 “태생적 바보” “판별 능력마저 상실한 떼떼(말더듬이)”라고 조롱했다. 대한민국은 북 집단에 일상적으로, 습관적으로 능멸당하는 나라가 됐다.
그런데 통일부는 이날 “한미 훈련이 어떤 경우에도 군사적 긴장을 조성해선 안 된다”고 했다. ‘한미 훈련은 침략 연습’이란 김여정 주장에 맞장구를 친 것이다. 공격받은 뒤에 반격도 하지 않는다는 ‘키보드 방어 훈련’이 어떻게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나. 올 초 ‘무력 통일’을 천명하고 지금 순간에도 핵 미사일을 증강하고 있는 게 누군가. 그런데도 통일부는 북한 통전부가 할 말을 대신했다.
김여정이 “(대북 전단 금지) 법이라도 만들라”고 하자 통일부는 4시간 만에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어 ‘그 법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김여정 하명은 그대로 법제화됐다. 김여정이 우리 외교장관의 ‘코로나가 북한을 더 북한답게 만들었다’는 발언을 “계산돼야 할 것”이라고 비난하자 한 달 뒤 장관이 경질됐다. 김여정의 지휘를 받는 김영철이 국방장관을 “경박하고 우매하다”고 비난하자 우리 장관이 교체됐다. 한미 훈련도 김여정 비난에 따라 없어질 수 있다.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는 정권이다. 김여정은 한미 훈련을 하면 자신들 대남 기구인 조평통과 금강산 관광국을 없애고, 남북 군사 합의서를 파기하겠다고 했다. 문 정권이 업적으로 선전하는 군사 합의나 대북 채널, 집착하는 금강산 관광 등을 건드리면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김여정은 미 바이든 행정부가 “4년간 편히 자려면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게 좋다”고 했다. 오늘 방한하는 미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을 겨냥한 것이다. 5년 만에 열리는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담을 앞두고 비핵화 요구 같은 것은 꺼내지도 말라는 것이다. 미·일 외교 국방 장관은 16일 “북의 완전한 비핵화 실현 결의를 확인했다”고 했다. 하지만 북핵의 피해자인 한국의 정부에선 ‘비핵화'란 말이 금기어가 될 수도 있다.
조선일보 사설
03-17 북한 김정은 배상 판결 두 얼굴, 미국은 선박 몰수, 한국은 안면 몰수
미국 연방법원은 지난 달 북한에 대해 거액의 배상 판결을 내렸습니다. 1968년 북한 원산 앞바다에서 정찰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나포한 푸에블로호 사건과 관련, 23억 달러 약 2조5천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것입니다. 나포 당시에 고문, 가혹행위 등에 대해서 승조원, 승조원 가족, 유족 171명에게 배상하라는 것입니다. 미국 법원은 3년 전에도 북한에 여행을 갔다가 숨진 대학생 오토 웜비어 가족들에게 5억 달러 배상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분단이후 처음으로 아주 의미 있는 판결이 있었습니다. 서울 지방법원이 탈북 국군포로 두 분이 북한과 김정은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처음으로 배상하라고 판결을 했습니다. 역사의 법정에 시한이 없고 반인권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데 있어서 남북에 구분이 없다고 하는 사건이라고 하겠습니다. 푸에블로호 배상을 계기로 북한과 김정은에 대한 손해배상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오늘 구충서 변호사님을 모시고 말씀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구 변호사님은 사단법인 물망초와 함께 탈북 국군포로 소송을 대리하고 계십니다.
Q. 먼저 지난해 7월에 나온 판결이 시간이 많이 지났습니다. 작년에 소송 대리하신 것이 어떤 내용이고 어떤 의미가 있고 지금 어디까지 진행이 되고 있는지 간단히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A. 작년 2020년 7월 7일 서울 중앙법원에서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귀환한 국군포로 두 분이 피고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피고 2를 김정은으로 해서 국군포로 6.25전쟁 휴전이후에 국군포로를 당연히 송환해야 하는 데도 송환하지 않고 북한에 그동안 억류하고 탄광에서 강제 노역을 시키고 이런 비인도적이고 불법행위를 저지른데 대해서 판결이 선고 되었습니다.
이분들이 탈북을 해서 한국으로 오셨습니다. 2000년 2001년 이 무렵입니다. 이 분들에 대한 손해를 배상해라 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거기에 대해서 우리 법원이 북한과 김정은이가 공동으로 손해를 배상하라 이런 판결을 한 것입니다. 이 판결의 의미는 대한민국 법정에서 북한이라는 단체 또 거기에서 더 나아가서 그 수령인 김정은을 피고로 우리 법정에 세우고 우리 법원이 거기에 대해서 재판권을 행사해서 배상하라는 판결을 한 그런 의미를 가지는 것입니다.
지금 미국의 경우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만 피고로 했지 그 수령인 김정은을 피고를 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배상금을 받는데 북한을 피고로 하면 충분하지 그 수령 개인에 대한 책임, 이것까지는 안했습니다. 저희들은 그것은 아니다 이 불법행위는 김일성으로부터 김정일 김정은으로 세습 독제체제가 상속되어 가면서, 그런 과정에서 불법행위를 한 것은 그 수령이다. 1차적인 책임이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에게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하자, 그리고 그 수령의 잘못으로 인한 배상책임은 그 단체인 북한, 북한이 같이 지는 것이다 이렇게 주장을 한 것인데 우리 법원이 거기에 대해서 재판권을 행사해서 판결을 한 것입니다.
그래서 이 판결에서는 북한을 국가로 우리나라 헌법상 법체계상 북한은 국가가 아니다 이렇게 하면서 그렇기 때문에 외국의 주권면제 문제는 생기지 않는 것이고 우리 법정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라는 법리를 전개했던 것입니다. 그런 대단히 큰 의미가 있고 최초의 판결을 우리 법원이 판례로 남겼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Q. 말씀하신 것처럼 굉장히 의미 있는 판결은 나왔는데 이제는 그 판결에서 나온 배상금을 어떻게 받아낼 수 있는지가 관심인 것 같습니다. 미국 웜비어 부모의 경우에는 미국이 억류하고 있는 북한 선박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을 하고 해외에 있는 북한 자산이나 돈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마침 우리 경우에도 국내 방송사들이 북한 방송을 이용한 이용료를 법원에 공탁해 놓은 것이 있습니다. 이 돈을 가져다 쓸 수 있는 어떤 법적인 수단과 방법이 있는 지 궁금합니다. 다만 한 가지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의 우호적인 관계개선에 치중하다 보니 부정적으로 나온다는 보도를 보았습니다. 어떻습니까.
A. 우선 문재인 정권이 뭐 어떻게 하느냐는 것은 문제는 안 됩니다. 우리가 법률적으로 주장해서 판결을 받았고, 또 그 판결에 의해서 법적인 절차를 밟아서 판결을 집행을 하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재인 정권하고 관련이 없고, 문재인 정권이 그런 법적인 절차에 따라서 집행을 막을 방법도 없는 것입니다. 그것은 문제가 안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판결을 받으면 뭐하냐 그 판결을 가지고 돈을 집행을 해서 받을 수가 있어야지 판결만 받으면 뭐하느냐 하는 말씀을 하시는 분이 있었고, 또 소송을 대리하는 변호사 입장에서도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마침 우리나라에 북한의 재산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지금 말씀하신 그 내용을 조금 자세히 설명한다면, 임종석씨(전 대통령 비서실장)가 이사장으로 있는 사단법인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이라는 단체가 있습니다. 이 단체가 2005년 북한에 저작권 사무국이 있는데 북한 내각에 설치된 기관입니다.
북한에도 저작권이 있습니다. 북한의 저작권법에 보면, 북한의 저작권 사업에 필요한 대리기관을 둘 수 있고 이 경우에 내각의 승인을 받아야 되고, 북한의 저작권자는 그 저작 권리를 다른 나라 법인이나 개인에게 양도하려고 하는 경우에는 이 기관의 승인을 받아야 된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 저작권 사업의 대리 기관으로 저작권 사무국을 둔다라고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한 마디로 이야기 하면 북한의 저작권 사무국은 북한의 정부기관으로서 북한의 저작권자들로부터 저작권 사업에 대한 대리권을 위임받은 법적인 기관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 저작권 사무국이 경제문화협력재단 임종석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경문협하고 2005년에 합의서를 체결했습니다. 저작권 사무국이 경문협에게 북한 저작물을 남한에서 사용하는 그 계약 체결하는 권리, 사용료를 책정하는 권리, 사용료를 징수하는 권리 등을 다 위임한다는 약정서를 맺었습니다.
경문협이 2005년 그 때부터 북한 저작물 중에 주된 것이 북한 조선중앙tv의 방송화면 이런 것입니다. 영상 저작물입이다. 우리가 이번에도 북한에서 당 대회를 할 때 영상을 갖다 쓰지 않습니까. 그 저작권료 합의서를 가지고 방송국에 다니면서 KBS, MBS 종편 등에서 사용료를 징수를 했습니다. 징수를 해서 통일부의 허가 승인을 받아서 중국 북경을 통해서 달러로 바꿔서 북한으로 송금을 계속 했습니다. 2008년 금강산에서 박왕자씨 피살 사건이 나고 대북 송금이 금지되는 바람에 매년 거둔 이 저작권 사용료를 북한에 전달을 못하니까 법원에 공탁을 해 놓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금 매년 대충 한 2억 정도 되는 돈을 징수를 해서 공탁을 해 두고 있는 것입니다. 2020년 정도 우리가 판결을 받았을 때 보면 약 20억 원 정도가 있다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거기에 대해서 자 그러면 이 저작권 사용료가 누구 것이냐, 북한의 저작권 사무국이라는 북한 정부 내각 기관이 당사자가 되고, 우리 쪽의 경문협하고 계약을 체결해서 너에게 위임할 테니 너희가 남한에 북한 저작권 사용을 너희가 계약을 하고 사용료를 징수를 해서 우리한테 줘라고 계약을 했다면 그 받을 당사자는 저작권 사무국이라고 일단 볼 수 있겠죠.
그러면 그 저작권 사무국은 뭐냐, 북한의 정부기관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 보면 문화체육부 산하에 저작권 사무국이 있어 계약을 하면 그 당사자가 우리나라 대한민국이 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본다면 그 채권자는 그 저작권 사용료를 받을 권리자는 북한이다.
그런데 우리가 판결을 어떻게 받았느냐. 북한이 원고들에게 손해배상금을 주라고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러니까 그 저작권 사용료를 북한에 주지 말고 원고들 국군 포로들에게 지급해라라는 추심명령을 법원에 신청을 해서 추심명령이 났습니다. 법원이 그렇게 하라는 추심명령을 해 준 것입니다. 그래서 경문협은 북한에 주지 말고 원고들에게 주라 그렇게 판결을 했고 추심명령을 내렸는데 지금 경문협이 그 추심명령을 거부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렇게 거부를 하면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또 소송을 해야 합니다. 지금 추심금 소송을 하고 이 추심금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입니다.
Q. 지금 말씀하신 것은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과 상당히 상반되어 보입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웜비어 부모가 배상금을 받아내기 위해서 몰수한 선박의 소유권을 주장을 하니까 미국 법원이 거기에 대해서 몰수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것을 처분 해서 배상을 받아낼 수 있도록 진행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미국의 이런 진행을 보면서 참고를 할 내용은 없겠습니까.
A. 미국의 와이즈 어네스트호 몰수 집행은 우리 경우와는 다릅니다. 우리는 이 판결뿐만 아니라 북한을 피고로 해서 어떤 판결을 가지고 외국에 나가서 외국에 있는 북한의 재산을 집행할 수 있을 것인가. 조금 어려워 보입니다.(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호는 처음에 인도네시아 정부가 억류했다). 왜냐하면 북한에 대한 판결이 공시송달에 의한 판결이기 때문에 외국에서 집행 판결을 받아내기가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외국 주권면제법이라는 미국의 국내법이 있어서 그 국내법이 정한 바에 따라서 재판권도 행사하고 집행도 하고 있습니다만 우리는 그런 국내법 특별법이 없기 때문에 미국하고 조금 경우가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안에 있는 재산이 아니면 외국에 나가서 집행하는 것은 이 판결이 공시송달에 의한 판결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있다 생각이 듭니다.
Q. 작년 7월 처음 북한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승소판결이 난 다음에 다른 탈북 국군 분포 분들께서도 추가로 소송을 했다는 얘기를 제가 들었습니다. 그것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하고요. 국군포로 뿐 아니고 분단 이후 북한의 이러저러한 행위로 인해서 피해를 받은 사례가 많은데 최근에는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분들이 북한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낸다는 보도 있었습니다. 이런 게 가능한 건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A. 이 판결 이후에 이제 다른 국군포로 다섯 분이 원고가 돼 가지고 똑같이 북한 김정은을 피고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소송을 담당하는 재판부에서는 이 소장 송달을 지금 벌써 몇 개월이 경과했습니다만 공시송달 처리를 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 변호인들이 소송 대리인들이 공시송달요건이 되니까 북한의 김정은에게 송달을 방법이 없으니까 공시송달 해주세요 하고 신청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시송달 처리를 안 해 주고 있는 상태라 그 소송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그런 상태입니다.
그 다음에 국군포로 분들은 아닌데 제 경우에 6.25 때 전시 납북된 납북자와 그 가족 분들이 북한과 김정은을 상대로 동일한 소송을 지금 하고 있고 제가 소송대리를 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분이 납북자 정인보 선생님의 후손과 동아일보 일장기 말소사건의 기자(이길용 기자) 그 분의 후손이라든지 우리나라 최초의 변호사의 후손 이런 여러분들 북한과 김정은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는데 그것도 재판부는 공시송달 처리를 해 주었습니다.
지금 재판 준비가 다 끝난 상태라서 아마 곧 변론기일이 지정이 되고 재판이 진행될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 외에도 연평도 포격 사건, 천안함 폭침 사건, 개성공단에 있던 우리가 연락사무소 폭파 했지 않습니까. 그런 것에 대해서 우리가 그 불법행위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 소송을 할 수 있고, 또 지금 이 판결이 하나의 선례가 될 수 있지 않습니까. 하면 지급하라는 손해배상 하라는 판결이 나올 수 있다 뭐 이런 상황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다.
Q. 분단 이후 북한의 반인권 행위를 재판을 통해서 배상을 받아 낸다는 것은 지금 저희가 봐 온 것처럼 굉장히 지난한 일인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도 일부 보여줬고 저희 판결도 나왔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고 굉장히 의미가 있는 일인 것 같습니다. 변호사 분들이 많이 계시지만 굉장히 힘든 소송을 구 변호사님께서 맡고 계신데 어떤 심정으로 이런 소송대리를 하고 계신지 그런 심정을 말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A. 이 소송은 무엇보다도 북한, 북한의 수령이라는 사람이 저지른 불법 행위를 그냥 넘기고 세월에 묻혀가게 그렇게 할 수가 없다. 그것을 우리 법정에 세워서 그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이 판결을 통해서 천명하고 밝혀야 된다.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 6.25가 언제입니까. 70년 전인데 그 평생에 걸친 한을 법정을 통해서 밝혀 드리고 국군 포로가 한 8만 명 정도를 북한이 억류하고 안 돌려보내고 북한에는 국군포로 더 이상 없어, 한 8300명 송환 했는데 나머지 없어 이렇게 하면서 70년을 억류하고 탄광에 강제노동 시키고 강제 결혼시키고 신분차별 하고 그 자녀들도 43호 자식이다 이렇게 해서 신분적인 차별을 하며 살아 왔습니다.
우리가 그 분들의 한을 잊어버리고 살아왔죠. 그 분들이 귀환한 분들이 80명인데 연세가 많으니까 다 돌아가시고 지금 열아홉 분이 생존해 계십니다. 그래서 그분들이 잊혀진 존재가 되면 되겠느냐, 그것은 국가로서도 도리가 아니고 인간의 양심으로서도 도리도 아니고 북한의 이 무도한 행위를 천하에 밝혀야 된다라는 그 생각이 우선적인 생각이겠죠. 그런데 그것을 과연 우리 법정에서 법적으로 그게 가능하겠나 의문을 많이 표하고 했는데 제가 나름대로 법리적인 것을 검토를 하고 법적으로 가능하다라는 결론을 내리고 또 그런 이론을 법원에 제시하고 해서 이런 판결이 나오게 된 것입니다. 또 나아가서 집행까지 하자 이렇게 함으로써 북한의 김정은이 무도한 불법행위를 그냥 묻혀 넘어갈 수 없는 것이다라는 것을 분명히 천명하고 그 책임을 공개적으로 묻자라는 그런 생각해서 저를 비롯한 우리 국군포로 변호인단 변호사들이 참 혼신의 노력을 다 했습니다.
이런 판결을 받고 추심금 소송을 진행해서 돈을 받아서 그 국군포로 그 분들에게 현금으로 유리 상자에 넣어서 딱 드릴 생각입니다. 그분들의 평생의 한을 위로해 드리고 아 우리 법정에서 이 무도한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에 대해서 우리가 정의를 실현했다. 정의를 실현했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그날이 오도록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지금까지 하고 있고 앞으로도 할 생각입니다.
이번에 구 변호사님 포함해 탈북 국군포로 소송대리 하신 많은 변호사 분들께서 정말 큰일을 하신 것 같고요. 지금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꼭 좋은 마무리가 돼서 탈북 국군포로 분들의 오랫동안 맺힌 한과 응어리를 조금이라도 푸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동아일보 정리=윤융근 화정평화재단 21세기평화연구소 기획위원
美 선박 몰수와 대조되는 탈북 국군포로 판결 방치
북한 재판관할권 인정 첫 배상 판결
서울중앙지법은 2020년 7월 7일 탈북 국군포로 노모 씨와 한모 씨가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북한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두 사람에게 각각 21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북한에 대한 한국 법원의 재판권을 인정하고 손해배상 명령을 내린 최초의 판결이었다. 국군포로 외에 납북 피해자, 천안함 폭침, 박왕자 씨 피격 사건 등 북한의 불법 행위로 피해를 입은 국민이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잇따를 수 있어 주목을 받았다.
북한내 국군포로 강제노역 시달려
유엔사 자료 등에 따르면 정전협정 후 공산군에 붙잡힌 국군포로 중 8343명만이 인도되고 8만여 명은 북한에 억류됐다. 이들은 대부분 북한에서 수용소를 거쳐 탄광에서 강제노역에 시달렸다. 가장 최근에 파악된 생존자 숫자는 2014년 560여명이다. 1950년 전쟁 발발 당시 20세였다면 90세가 넘어 2021년 현재 생존자는 훨씬 줄어들 것이다.
북한은 국군포로들을 억류한 뒤 ‘내무성 건설대’를 조직해 탄광에서 강제노역을 시켰다. 국군포로로 강제노역 건설대가 조직됐다는 사실은 2000년 7월 탈북한 유영복 씨의 증언과 수기집 ‘운명의 두 날’을 통해 처음 알려졌다. 건설대는 1701¤1709부대로 나뉘어 각기 다른 지역과 탄광에 분산돼 강제노역을 했다. 북한에 억류된 국군포로들은 탄광 노동으로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안전장치도 없이 강제노역에 시달리고 차별 속에 지냈다고 몇 몇 탈북 국군포로의 수기에서 증언했다.
북한에서 미송환 국군포로는 ‘43호’로 불린다. 북한 당국이 ‘내무성 건설대’로 편입된 납북 국군포로에게 1956년 내각 명령 143호로 공민증을 발급한 것이 계기가 됐다. 국군포로 는 당사자 뿐만 아니라 결혼해 자녀를 낳으면 배우자와 자녀도 모두 ‘43호’가 되어 북한 사회에서 유형 무형의 차별과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탈북 국군포로들은 전한다.
2010년 이후 끊긴 국군포로 탈북
납북 국군포로 탈북은 조창호 소위가 1994년 10월 처음 성공한 이후 2010년까지 80명이 넘어왔다. 2011년 이후에는 끊어졌다. 2005년과 2017년에도 탈북 시도가 있었지만 실패했다. 특히 2005년 1월 중국까지 나왔다가 붙잡혀 북송된 한만택 씨(당시 73세)의 경우 가족들이 탈북 한 달여 전 한국 외교부에 도움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보냈으나 외교부 내에서 엉뚱한 부서에 전달돼 탈북 이후 도움을 받지 못한 안타까운 사연이 있었다.
북한은 공식적으로 국군포로의 존재를 부인하고 ‘전쟁 시기 소식을 알 수 없게 된 자’라고만 부르고 있다. 한국 정부는 2000년 첫 남북 정상회담 이후 국군포로를 이산가족의 일부로 분류하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 때는 납북자와 국군포로를 ‘특수 이산가족’으로 분류해 만나도록 했다.
한국 정부는 국군포로가 북한에서 국경을 넘을 때는 직접 개입하지 않지만 북한을 벗어난 뒤에는 ‘재외 국민’ 구조 차원에서 나선다고 한다. 휴전협정상 명백히 ‘국군포로’이고 북한에 생존자가 숱하게 남아 있음이 많은 귀환 포로를 통해 확인됐는데도 보다 적극적인 송환 노력은 하지 않거나 북한 눈치로 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1960년대 초까지 군사정전위 등을 통해 국군포로 송환을 요구했으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북한의 철면피에 막혀 사실상 손을 놨다. 북한에 남아있거나 어렵게 탈북해 남한으로 온 국군포로 숫자는 한 해 한 해 줄어들고 있다.
▷푸에블로호 사건이란
미국의 정보수집함인 푸에블로호가 1968년 1월 23일 북한 원산 인근 해상에서 북한 해군 함정과 항공기에 의해 나포됐다. 이후 11개월 동안 29차례에 걸친 북·미 간 협상 끝에 승무원(사망 1명, 생존 82명)은 송환됐다. 북한은 매년 1월23일 평양의 전승기념관에 전시된 푸에블로호를 ‘미 제국주의에 맞서 싸워 승리한 전리품’으로써 주민들에게 공개선전 해왔다
푸에블로호는 명목상으로는 해양조사선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북한과 소련의 전자정보를 감청 및 수집하고, 청진 원산 등 북한 항구 연안의 북한 해군 활동과 통신 정보를 수집하는 미 해군의 정보수집함이었다.
북한은 1999년부터 평양 대동강에 푸에블로호를 전시하여 주민들을 대상으로 반미 반제국주의 교양을 강화하는데 이용하였다. 2013년부터는 평양 보통강변에 위치한 전승기념관으로 옮겨 전시하고 있다.
▷오토 웜비어 사망 사건과 부모의 배상
웜비어 사건
미국 버지니아주립대 3학년 오토 웜비어는 2016년 1월 5일짜리 신년 북한 관광에 나섰다가 평양 양각도 호텔에서 정치 선전물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됐다. 그해 3월 체제전복 혐의로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미국 정부는 2017년 2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웜비어 석방 협상에 나섰다. 2017년 5월 6자회담 수석대표인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북한 측과 첫 번째 직접 접촉을 했다.
6월 12일 윤 특별대표는 북한을 전격 방문해 웜비어의 석방을 요구했고 13일 송환됐다. 그러나 웜비어는 노동교화 15년형을 선고 받은 직후부터 줄곧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던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송환 당시 웜비어는 혼수 상태였다. 웜비어는 귀국 6일 만인 2017년 6월 19일 사망했다.
배상 판결
미국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은 2018년 12월 24일 웜비어의 유족이 북한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약 5억113만 달러(5천643억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북한의 과거 가혹행위 사례, 가족과 전문가들의 의견, 주치의들의 소견 등을 종합해 볼 때 북한은 웜비어를 인질로 잡고 야만적인 방식으로 고문해 허위 자백을 하게 했으며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판단했다.
미국 법원은 이번 사건이 주권국가를 다른 나라의 법정에 세울 수 없다는 ‘주권 면제’ 원칙의 예외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법원은 “미국인을 상대로 불법 가혹행위를 하는 테러지원국의 경우 외국주권면제법(FSIA)에 따라 미 법정에서 재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상금 회수 노력
웜비어의 부모는 2019년 7월 3일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에 북한 선박 ‘와이즈 어니스트’(Wise Honest)호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이 선박 몰수 소송 청구서를 제출했다.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이 판결한 배상금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
와이즈 어니스트 호는 2018년 3월 북한 석탄을 운반하다 인도네시아 정부에 억류됐다. 미국 검찰은 유엔 안보리 제재 위반과 선박 수리에 미국 달러를 사용했다는 이유를 들어 이 선박을 압류한 뒤 미국령 사모아 파고파고항으로 이동시켰다. 중량 톤수 2만7000t, 용적톤수 1만7061t으로 북한이 보유한 두 번째로 큰 대형 화물선이다. 고철값으로만으로도 미화 300만 달러(약 35억)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10월 21일 뉴욕 남부연방법원은 와이즈 어니스트호를 미 재무부 혹은 피지명인이 법에 따라 처리하도록 판결했다. 이는 북한 자산이 미국 정부에 몰수된 사실상 첫 사례로 기록됐다. 선박이 매각되면 웜비어의 부모와 북한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김동식 목사의 유족들에게 분배될 전망이다. 와이즈 어니스트호는 소유자는 북한의 송이운송회사와 송이무역회사다.
웜비어의 부모는 와이즈 어니스트 외에 북한이 해외에 가지고 있는 자산을 추적하고 있다. 지난해 5월 JP모건체이스에 1757만 달러(약 215억원), 뉴욕멜론에 321만 달러(약 39억원), 웰스파고에 301만 달러(약 37억원)를 찾아내 배상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는 북한이 이들 금융기관에 예치했다가 대북제재법에 따라 동결된 것으로 해당 계좌의 돈을 찾아 확보하는데는 넘어야 할 과제도 없지 않다.
푸에블로호 승조원 등에 대한 손해 배상금이 어떻게 확보될 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웜비어 부모의 배상금 회수는 일부만이 이뤄졌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배상금 확보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국내에서는 북한과 김정은에 대한 첫 배상 판결이 나오고 북한 자산이 한국에 있는데도 탈북 국군포로 손해 배상금을 확보하는 문제는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동아일보
03월 17일 北 ‘떼떼’ 모욕 저의는 南 안보 해체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봄이 왔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기대했던 남북관계는 일장춘몽이 돼 버렸다. 3년 전 꿈꿨던 ‘따뜻한 봄날’ 대신 북쪽에서 불어오는 ‘스산한 살풍’과 말더듬이를 일컫는 ‘떼떼’라는 말만 남았다. 미국 국무·국방 장관의 방한에 앞서 김여정의 담화로 토해낸 김정은의 속내이자 오늘날 남북관계의 현실이다.
담화는 길지만 그 핵심은 분명하다. 북한은 미국의 양보를 기대하지 않겠으며, 한국 정부는 시키는 일이나 하라는 것이다. 대화를 원하면 사실상 무장해제를 하고, 못 하겠다면 남은 임기 동안 무시하고 괴롭히겠다는 것이다. 동맹도 연합훈련도 첨단무기 도입도 포기하라는 안보 해체 요구다. 물론 김여정의 말은 언제든지 그의 오빠가 바꿀 수 있다. 북한을 지배하는 남매가 ‘착한 경찰 나쁜 경찰’ 놀이를 한다 해서 일희일비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이번 담화에 담긴 북한의 속내는 정확히 읽어야 한다.
첫째, 북한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비관적인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북한이 원하는 선(先) 제재 완화와 같은 선물이 없다고 판단, 중국 편에 서는 게 핵 보유에 유리할 것으로 믿는 듯하다. 그렇기에 연초부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친서를 공개하며 친중 행보를 이어가는 것이다. 2018년 북한은 겉으로는 남북관계 개선을 내세웠지만, 실질적으로는 북·중 관계를 회복하며 전략적 입지를 강화했다. 이후 남북관계는 추계지구(追鷄之狗·닭 쫓던 개) 신세가 돼 버렸다. 이 뼈아픈 실수의 의미를 깨달아야 한다.
둘째, 문 정부 남은 임기 동안 한국을 길들이겠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의 태도에 따라 ‘평화와 번영의 새 출발점으로 갈 수 있다’는 말은 거짓이다. 그간 보여준 북한의 모습은 평화적이지 않았고 번영과도 거리가 멀었다. 주제넘은 북한의 태도는 우리 정부 잘못이 크다. 김여정이 언급한 후 이행된 ‘대북전단금지법’ 제정이나 ‘강경화 장관 해임’ 같은 오비이락(烏飛梨落) 행보 때문이다. 북한에 끌려가면 더 무리한 요구가 뒤따름을 깨닫고 당당히 대응해야 한다.
셋째,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야 한다. 김여정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비난하며, 우리 정부가 붉은 선(red line)을 넘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연합 군사훈련은 핑계일 뿐이다. 50명, 100명이 하는 소대급이나 중대급 훈련도 하지 말라는 것은 북핵 위협에 대해 무장을 해제하라는 말이다. 도발의 명분을 쌓기 위한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김여정은 도발 목록도 제시했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의 해체와 9·19 남북 군사분야 합의서 파기를 명시했고, 우리 정부의 고통스러움으로 표현된 대남 군사 도발, 그리고 미국이 잠을 설칠 일거리로 표현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와 같은 전략 도발을 예고했다. 도발로 인해 한국과 미국의 여론이 흔들리는 것은 북한이 원하는 바다. 국제 공조와 여론 결집을 통해 도발을 예방하고 억제함으로써 결코 함부로 설칠 수 없음을 깨닫게 해야 한다.
김여정 담화를 보면 북한이 원하는 것들이 보인다. 그것은 2018년 9월 평양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제공한 화려한 의전의 값비싼 청구서임과 동시에, 그간 북한에 끌려다닌 굴욕적 행보의 결과다. 문 정부, 이제는 남북관계 ‘봄꿈’에서 깨어나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다.
문화일보
03월 19일 北 비핵화 아닌 한반도 비핵화 맞다는 文정부, 큰일 났다
북한 핵무기 위협이 커지면서 북한 비핵화, 한반도 비핵화, 조선반도 비핵화 등의 표현이 어지럽게 사용됐다. 북한 비핵화는 말 그대로 북한 핵무기를 제거하는 것이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CVID)로 정의되다가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로 바뀌기도 했지만, 개념은 마찬가지다.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 핵무기 폐기와 한국에 있을지도 모르는 전술 핵무기 등을 모두 없애자는 것이다. 북한이 사용하는 조선반도 비핵화 의미는 선명하다.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핵우산까지 없애라는 것으로, 미군 철수까지 포괄한다.
18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과 국방장관의 2+2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이에 대한 질문이 나온 것은 문재인 정부의 비핵화 개념이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북한 비핵화”라고 여러 차례 선명하게 밝혔지만, 정의용 외교장관은 “한반도의 비핵화가 더 올바른 표현”이라고 했다. “한국은 이미 핵무기를 포기했고, 북한도 같이 비핵화하자는 뜻”이라고 부연 설명도 했다. 정 장관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북한 비핵화라고 하면 된다. 굳이 한반도 비핵화를 고집하는 것은, 북한을 향해 ‘조선반도 비핵화’ 의미도 있다는 신호를 보내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그렇지 않다면 북한을 상대로 한반도 비핵화는 곧 북핵 폐기라고 공식 선언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이날 블링컨 장관 등을 접견하면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거론한 뒤 “2017년 한반도 상황은 전쟁 먹구름이 가득 덮고 있었다”고 했다. 북한 핵·미사일 도발로 인한 것인데, 북한 책임을 한사코 외면했다. 문 대통령의 비핵화 의미도 연장선에 있을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가 북한 비핵화라는 정 장관 주장의 진의까지 의심케 한다. 정부 일각에선 한반도 비핵화를 조선반도 비핵화와 같은 의미로 사용하려는 조짐도 보인다. 안보가 큰일 났다.
문화일보 사설
03.23 NLL 앞 버젓이 방사포 배치…김정은, 군사합의 무력화
북한이 최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북의 창린도에 240㎜ 개량형 방사포(다연장포)를 새로 배치한 사실이 확인됐다. 방사포를 옮겨온 뒤 지원 시설을 건설하고 있는 동향도 포착됐다. 이곳은 2019년 11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방문해 직접 사격 지시를 내렸던 진지다.
240㎜ 개량형 방사포 창린도 배치 포착
포진지 공사 중, 방사포 영구 주둔 노려
군사적 긴장 줄인다는 군사합의 무력화
22일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한ㆍ미 정보 당국은 북한군이 지난해 연말 창린도에 개량형 240㎜ 방사포를 들여온 것을 발견한 뒤 각종 정보 자산을 동원해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
▲2019년 11월 25일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TV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부전선의 창린도 방어부대를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해안포를 살펴보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쳐]
북한은 창린도에 방사포 영구 배치를 위한 준비도 진행하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방사포를 먼저 배치했고, 최근까지도 진지 보강 공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사포로 쏘는 포탄은 탄두와 로켓 추진체로 구성돼 무게가 400㎏ 수준이다. 방사포에 포탄을 재장전하는 기중기를 놓는 작업으로 추정한다는 게 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방사포 배치는 2018년 9월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군사적 긴장을 낮추기로 한 9·19 군사합의를 사실상 무력화하려는 조치다. 북한이 기존 무기를 빼지 않고 더 치명적인 군사력으로 한국을 위협하려 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진행된 열병식에서 다양한 군 장비를 공개했다. 240㎜ 개량형 방사포를 비롯한 대구경 방사포가 줄지어 행사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사진 뉴스1]
창린도는 황해도 옹진반도 서쪽에 있는 섬이다. 서해 5도 백령도 아래 소청도에서 32㎞, 대연평도에서는 45㎞ 떨어져 있다. 북한군은 6·25전쟁 이후 여기에 해안포를 설치했다. 군 막사가 20개 이상일 정도로 대규모 병력이 주둔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군은 연평도 북쪽의 황해도 개머리 진지 등 북한 해안지역을 항시 감시한다. 북한 포병이 한국 해군과 해병대를 겨냥하고 있어서다.
기존 해안포의 최대 사거리는 20여㎞ 수준이지만 이번에 창린도에 배치한 방사포는 65㎞까지 포탄을 쏠 수 있다. 백령도와 연평도가 포격 범위에 들어올 뿐만 아니라 NLL 주변을 지나는 해군 함정에도 직접적인 위협을 준다.
▲북한이 창린도에 배치한 240㎜ 다연장 방사포.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한 번에 포탄 한 발을 쏘던 해안포와 달리 방사포는 순간적으로 수 십발의 포탄을 쏟아부을 수 있어 더 위협적이다. 게다가 개량형 240㎜ 방사포는 포탄 18발을 한 번에 쏘던 기존 방사포의 성능을 높여 22발을 단번에 발사할 수 있다. 여기에 화학탄도 탑재할 수 있어 더 치명적이다.
북한군은 지금까지 방사포를 주로 육상의 군사분계선(MDL) 이북 지역에 배치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을 직접 위협했다. 이제는 ‘서울 불바다’ 위협이 서해 상 NLL 지역으로 확대됐다.
북한군 방사포는 평소에는 갱도에 숨어있다가 유사시 밖으로 나와 쏜다. 평소 산악 지형 뒤쪽 갱도 진지에 은폐한다. 발사 명령이 떨어지면 ▶갱도 출구 개방 ▶사격 진지로 이동 ▶사격 준비 ▶사격 ▶갱도로 복귀 ▶갱도 출구 폐쇄 등의 순서로 작전을 펼친다.
이처럼 군사적 위협이 늘었지만, 국방부는 지난달 펴낸 『2020 국방백서』에서 “접경지역 지ㆍ해역에서의 우발적 충돌방지 조치 이행 등 전반적으로 9ㆍ19 군사합의를 준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이미 9ㆍ19 군사합의를 위반했다. 김 위원장은 2019년 창린도 방어대를 현장에서 해안포 사격을 직접 지시했다. 이는 명백한 남북한 합의사항 위반이다.
9ㆍ19 군사합의는 NLL과 MDL 일대에서 사격을 금지했다. 국방부는 국방백서’에서“지난해 5월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경계초소(GP) 총격 사건과 2019년 11월 서해 완충 지역인 인근 창린도에서 북한이 해안포를 쏜 것은 군사합의를 위반”이라고 인정했다.
북한은 9ㆍ19 군사합의 직후부터 사실상 이를 무력화했다. 적대행위 중지 합의했음에도 하루 최대 2차례씩 해안포 포문을 개방하고 있다. “해안포와 함포의 포구ㆍ포신 덮개 설치 및 포문 폐쇄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는 합의를 무시한 조치다.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전 당시 북한은 기습적으로 포탄을 퍼부어 해병대 장병 2명이 전사하고 민간인 2명이 사망했다. 앞서 3월에는 북한군 어뢰 공격을 받은 해군 천안함이 침몰해 승조원 46명이 전사했다. NLL 일대에서 북한군 포문 개방이나 군사력 증강이 위협으로 다가오는 배경이다.
김상진·박용한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
03.25 北 미사일 발사 숨기고 변호하고, 北 인권 결의안엔 불참하고
북한이 21일 오전 서해상으로 단거리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24일 일제히 보도했다. 그러자 우리 군은 뒤늦게 “실시간 포착했다”고 했다. 북 미사일 발사를 알고도 숨긴 것이다. 군은 “북 관련 모든 걸 공개하지는 않는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작년 4월 같은 순항미사일 발사는 왜 공개했나. 이제 우리 국민은 북의 중요한 군사 움직임도 미국 언론을 통해 알아야 한다. 한미 당국은 이번 도발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는데, 이 역시 지난 한미 공동성명에서 ‘북한 비핵화'가 빠진 것과 마찬가지로 문재인 정권이 비공개를 요청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 당국은 이 사실을 자국 언론에 흘려 보도하게 했다.
우리 군 관계자는 순항미사일이 도발인지 아닌지 “현재로선 평가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미사일 발사가 도발인지 아닌지 기술적 분석은 중요하지 않다. 지금 한국 정부와 군은 북한 집단의 실체를 애써 외면하고 부인하려고 한다. 초점이 안보에 있지 않고 남북 이벤트에 있다. 그런 이벤트로 선거에서 득을 보려고 한다. 이 정치 행위에 군이 가담하고 있다. 군은 최근 북이 서해 NLL 인근 창린도에 방사포를 배치한 정황도 포착했다. 김정은은 2019년 창린도를 찾아 포 사격을 명령해 남북 군사 합의를 깼다. 창린도 포 배치는 군사 합의 무력화가 분명한데도 국방부는 ‘군사 합의 위반이 아니다’라고 했다. 순항미사일 도발도 ‘유엔 결의 위반은 아니다’라고 했다. 정권의 정치를 돕다가 적을 변호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군만이 아니다. 외교부는 유엔의 북한 인권 결의안 공동 제안에 3년 연속 불참했다. 이는 국제사회를 향한 한국의 중대한 입장 표명이다. 그런데 공동 제안국에서 왜 빠졌는지 국민에게 설명도 하지 않는다. 민주화 운동권이라는 이 정권에 인권은 중요하지 않고 남북 이벤트가 중요하다. 김정은 쇼를 다시 할 수 있으면 북한 주민만이 아니라 우리 국민 인권도 짓밟으려 할 것이다.
이번 유엔 인권 결의안에는 국군 포로 인권 문제가 처음으로 담겼다. 북에 억류된 국군 포로 수만 명은 노예처럼 살다가 지금 이 순간에도 죽어가고 있다. 문 정부는 온갖 ‘남북 쇼’를 하면서도 국군 포로 송환은 요구한 적이 없다. 통일부 장관은 이날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이후 시간이 많이 지나갔으니 민간 대북 지원의 빠른 재개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했다. 우리 국민의 참혹한 피살엔 관심도 없다.
조선일보 사설
03.25 합참 “北, 미상 발사체 발사”... 日 “탄도미사일 가능성”[속보]
북한이 25일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를 발사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일본 해상보안청도 이날 오전 7시 9분쯤 “북한에서 탄도미사일일 가능성이 있는 것이 발사됐다”는 정보를 발표했다고 NHK와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탄도미사일은 유엔 안보리 제재 위반에 해당한다.
조선일보 원선우 기자
03.25 북한 미사일 도발, 외신 보고 알아야 하나
▲북한이 지난 21일 서해 해상으로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한 사실이 미국 언론 보도로 뒤늦게 확인됐다.
북한이 지난 21일 순항미사일 두 발을 발사한 사실이 사흘 만인 어제 미국 언론의 첫 보도로 확인됐다. 발사 시점은 미국 국무·국방 장관이 한국을 다녀가면서 대북 정책 공조 태세를 협의한 직후였다. 지휘소 훈련으로 축소되긴 했지만 한·미 연합 훈련이 막 끝난 뒤이기도 했다. 지난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대남 비방 담화에서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말라"고 위협한 것을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순항미사일 발사에 우리 군 당국 침묵
저강도라고 안이하게 넘길 일 아니다
단거리 순항미사일을 쏜 것은 '저강도' 도발로 수위 조정을 한 결과로 풀이된다.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하지 않는 순항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가 쿼드 정상회의 공동성명 등을 통해 수차례 ‘완전한 북한 비핵화’를 강조하고 있는 것을 묵과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새로운 대북 정책이 완전히 공개되지 않은 시점에 섣불리 고강도 도발로 협상 여지를 좁힐 수 없는 상황에서 고른 선택지란 의미다.
그렇다고 해서 순항미사일 위협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북한은 지난 1월 당대회에서 전술핵 개발 방침을 공언했다. 북한이 당장 쓸 수 있는 가장 실효적이고 현실적인 수단의 하나가 바로 순항미사일이다. 순항미사일에 소형 핵탄두를 장착하면 한국은 고스란히 그 위협에 노출된다. 또 유사시 미군 함대가 한반도 해상에 배치되는 것을 가정한 위협일 수도 있다. 직접 위협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군 당국은 분명한 입장 표명을 하고 넘어가야 함에도 침묵을 지키고 있다. 나아가 북한은 미국의 대북정책 재검토가 끝나고 새로운 정책방향이 공개된 뒤 그 내용에 따라 얼마든지 도발 강도를 높일 수 있다. 저강도라고 안이하게 넘어갈 성질의 것은 결코 아니다.
또 하나 지적할 문제는 국방 당국이 의도적으로 미사일 발사 사실을 쉬쉬하고 있는 동안 우리 국민은 외신을 통해 이를 알게 됐다는 점이다. 이는 2010년께부터 북한의 모든 종류의 도발을 합참이 즉시 발표하는 것으로 확립된 관행과 전례에 어긋난다. 군 당국은 “모든 사실을 발표하는 것은 아니다”며 마치 전략적 판단에 따라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는 식으로 해명하지만, 국민의 눈으로 보기엔 ‘북한 눈치보기’에 다름 아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지난해 4월 14일 북한 순항미사일 발사 당시 군 당국은 즉시 상세한 내용을 언론에 공개했다. 정부와 군이 과도하게 국민의 안보 불안심리를 자극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북한의 군사 동향은 국민의 생명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다. 그런 중대 사안을 우리 정부나 군의 발표가 아니라 외국 언론을 통해 알게 된 국민의 심정이 어떠할지 헤아려 본 적이 있는가. 이번 미사일 발사에서 드러났듯, 숨기려 해도 결국 드러날 사실을 쉬쉬해서 얻는 실익이 과연 무엇인지 정부와 군 당국은 답해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
03.25 유족 가슴에 또 못 박은 정부의 천안함 추모식 축소
"허,참…정치인들 참석을 불허한다고요? 처음 듣는 얘깁니다. 이건 뭐…행사 안 할 수는 없으니까 울며 겨자 먹기로 하는 게 다 보이네요."
23일 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이성우 천안함 유족회장의 목소리는 한숨으로 가득했다. 치미는 분노를 억누르다 삐져나온 포한(抱恨) 그 자체였다.
10년째 정치인들 참석해온 추모식
4·7 재·보선 이유로 정치인 참석 불허
유족에도 안 알려… "이게 나라냐?"
정부는 오는 26일 서해수호의 날 행사와 천안함 폭침 11주기 추모식에 정치인들의 참석을 불허했다. 달랑 5당 대표와 국회 국방·정무 위원장 등 7명만 초청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과 민홍철 국방위원장, 윤관석 정무위원장이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여영국 정의당 대표까지 합하면 범여권이 5명이다. 야당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 2명에 불과하다.
보훈처는 이런 '축소 개최' 방침을 유족들에게 전혀 알려주지 않았다. 이성우 유족회장조차 행사 사흘 전 필자의 전화를 받고 상황을 처음 파악했다. 다만 국회에선 "정부가 천안함 행사를 축소하려 한다"는 소문이 열흘 전부터 돌기 시작했다. 그래서 국민의힘 국방위 간사인 한기호 의원은 황기철 보훈처장에게 전화를 걸어 "적어도 국회 국방위원들은 참석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황 처장은 "알았습니다"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돌연 나흘 전쯤 국장급 실무자가 한 의원에게 연락을 해왔다. "코로나 문제도 있고, 장소가 협소해 참석하실 수 없습니다"고 했다. 국방위원인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황 처장은 야당 의원들도 참석시키려 했는데 돌연 윗집(청와대)에서 오더(불허)를 내리니까 난처해서 부하를 시켜 통보한 듯하다"고 했다.
격분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추궁에 들어가자 군은 지난해 12월 '4·7 재·보궐 선거 관련 정치인 부대 방문 지침'을 마련해 선거 기간에 정치인의 부대 방문을 금지한 결과라고 해명했다. 도대체 서해를 지키다 산화한 영령들을 추모하는 게 선거와 무슨 연관이 있나? 당장 지난해 군부대에 해당하는 해군 2함대 사령부에서 열린 천안함 추모식은 4·15 총선을 20일 앞둔 3월 26일 개최됐다. 그러나 유승민·유의동·안규백 의원 등 정치인들이 아무 제한 없이 참석했다. 또 그전에도 선거를 목전에 두고 천안함 추모식이 열린 적이 많았지만, 정치인 참석이 불허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추모식이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논란이 인 적도 물론 전무했다.
이뿐 아니다. 해군은 유족을 팔아 거짓말을 했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천안함 등 북한 도발 희생자 추모식마다 빠짐없이 참석해온 유승민 전 의원의 전언이다.
"문 대통령 집권 초반 제2연평해전 추모식(매년 6월 29일)에 참석하겠다는 뜻을 해군에 전했는데 그쪽에서 '유족들이 원하지 않는다'고 통보해와 추모식에 불참했다. 얼마 뒤 유족들이 연 바자에 갔다가 고 한상구 중사 부인을 만나 '유족들이 제 참석을 원하지 않으셨다면서요?'라고 물으니 부인은 놀라며 '그런 적 없다'고 하더라. 해군이 내 참석을 막고 행사를 축소하려고 거짓말을 한 거다."
문 대통령은 집권 뒤 서해수호의 날 행사를 두 번 패싱했다. 한번은 베트남 방문, 한번은 대구 방문 때문이었다. 조국을 위해 하나뿐인 목숨을 바친 호국 영령들의 추모식에 불참하다가 지난해 처음 추모식에 참석했다. 총선 20일 전이라 "선거를 의식해 나온 것 아니냐"는 논란을 샀다. 게다가 문 대통령은 추모사에서 '북한'의 '북'자도 꺼내지 않았다. 코로나 방역 잘했다는 자화자찬으로 추모사를 메워 참석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답답한 마음에 유족 윤청자 여사가 문 대통령에게 다가가 절규했다. "사람들이 천안함이 누구 짓인지 모르겠다고 한다. 가슴이 무너진다. 대통령께서 늙은이의 한을 꼭 좀 풀어 달라." 그러자 문 대통령은 작은 목소리로 "북한 소행이란 정부 공식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했다.
천안함 폭침에 대해 문 대통령은 당 대표로 취임한 2015년에 처음 "북한 소행"이라고 발언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 천안함의 '천'자도 꺼내지 않다가 대통령에 취임한 지 3년 만에 공개 석상에서 유족의 추궁을 받은 끝에 "북한 소행"이라고 말한 것이다. 게다가 이 정부는 2018년 평창 올림픽에 북측이 천안함 폭침 주범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보내자 국빈으로 예우하며 면죄부를 줬다.
유승민 전 의원은 군의 이례적인 천안함 추모행사 축소 배경에 대해 "추모식 안 하면 욕먹을 테니 하기는 해야겠는데 북한이 의식되니 최대한 줄여 치르려는 게 본심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 추측이 사실이 아니기만 바랄 뿐이다.
중앙일보 강찬호 논설위원
03월 25일 北 순항·탄도미사일 연쇄 도발…이래도 文정권 굴종하나
북한 김정은 체제는 문재인 정권의 굴종적 행태에도 온갖 모욕과 도발을 계속해왔다. 최근엔 그 수위를 더욱 높여 순항미사일에 이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일각에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육상 발사 실험 가능성도 제기됐다. 순항미사일이든 탄도미사일이든 SLBM이든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다. 특히 SLBM은 한국과 미국·일본 등의 방어 체제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또 다른 ‘게임체인저’라는 점에서 더욱 강력한 대응이 불가피하다.
북한은 지난 21일 서해상으로 순항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25일 오전엔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순항미사일은 유엔 제재 대상은 아니지만 한국 안보에는 더 심각한 위협이다. 사거리 200㎞만 돼도 평양에서 직접 서울 공격이 가능하고, 탐지나 요격도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합동참모본부는 쉬쉬했다가 미국 언론 보도로 알려지자 뒤늦게 공개했다. 군 당국은 25일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도 일본 해상보안청의 공지 및 외신 보도가 나온 뒤에야 발표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즉각 탄도미사일로 확인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고 밝혔는데도 합참은 “미상의 발사체”라고만 했다. 문 정부의 이런 미온적 행태는 결과적으로 김정은의 도발에 면죄부를 주고 부추기는 것과 다름없다.
김여정은 지난 15일 문 대통령을 ‘태생적 바보’ ‘판별 능력마저 상실한 떼떼’라고 모욕하며 “임기 말 고통스럽게 해주겠다”고 했다. 김정은도 지난 1월 한·미 훈련 등을 근본 문제로 규정하며 중단을 요구했다. 이런데도 문 정부는 한·미 2+2 공동성명에서 북한 비핵화와 인권 문제를 뺐고, 유엔 인권이사회의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서도 빠졌다. 문 대통령은 여전히 7월 도쿄하계올림픽이나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 때 김정은이 참석토록 해 정상회담을 갖겠다는 미련을 접지 않고 있는 것 같다.
문 정권은 이제라도 정신 차려야 한다. 미국 백악관 당국자가 23일 “북한과 외교를 촉진하기 위해 한·미 훈련을 취소했던 전임 정부의 노력은 정반대의 효과를 냈다”고 했는데, 정확한 판단이다. 북핵과 도발을 막겠다는 강력한 의지와 압도적 억지력 없이는 김정은의 변화를 이끌 수 없다. 추가 대북 제재 및 응징 방안을 마련하고 실행할 때다.
문화일보 사설
03월 26일 이렇게 때마다 北에 엎드리면 김정은이 만나주고 선거에 이기나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것은 이미 예상된 일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왔으니 더 이상 트럼프 때처럼 북한이 미국을 요리할 수는 없게 됐다. 미국이 정상적 외교 정책으로 돌아오면 북한은 도발로 긴장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 저강도 도발부터 시작해 미국의 반응을 보며 점차 수위를 올려갈 것이다.
이 예상된 도발 시나리오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정부와 군은 할 일은 제대로 해야 한다. 가장 먼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발표해야 한다. 군사 기밀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 정부와 군이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로 유엔 결의를 위반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명백히 해야 한다. 여기가 대책의 출발점이다.
그런데 한국 정부와 군은 ‘탄도미사일'과 ‘유엔 결의 위반'을 밝히지 않고 시간을 끌었다. 몰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알면서 일부러 시간을 끌었다. 북한 김정은에게 ‘우리는 미국 일본과 다르게 북한 편에 있다'는 것을 이런 방식으로 보여주려는 것이다. 북한이 무슨 짓을 해도 감싸고, 하라는 대로 하는 것은 단 한 가지 목표에 맞춰져 있다. 올해 도쿄올림픽이든 내년 초 베이징 동계올림픽이든 두 번의 기회에서 문재인·김정은 혹은 바이든·김정은 회담을 성사시켜 보려는 것이다. 그래서 내년 대선 판을 흔들려는 목적이다.
김정은은 문 대통령에겐 아예 관심이 없지만 바이든과는 만날 생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완전하고도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의 길로 확실히 들어서기 전에는 바이든이 트럼프식 미·북 정상회담에 나설 리 없다. 만에 하나 미측의 양보로 미·북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북이 미국을 겨냥한 ICBM을 포기하는 대신 핵 보유를 사실상 인정받는 길이 열릴 수 있다. 우리에겐 악몽이다.
조선일보 사설
03.26 北미사일을 미사일이라 부르지도 못하는 정부
북한이 연일 미사일을 쏘아 올리고 있다. 미국에서 새 대통령이 취임하면 북한은 긴장을 고조시켜 미국의 반응을 얻어냈다. 이번에도 북한은 대대로 써왔던 낡은 매뉴얼을 꺼내 위기감을 증폭하고 있다. 2년 전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트럼프는 미사일을 ‘자그마한 무기’라고 불렀다. 문재인 정부는 ‘발사체’라고 했다. 트럼프와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협상에 대한 미련 때문에 위기의 본질을 직면하려고 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번에도 정부 반응은 애매하다. 우리 군은 21일 북한이 서해상으로 순항 미사일을 발사한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24일 외신 보도가 나온 후에야 확인했을 뿐이다. 반면 미국은 언론을 통해 우회적으로 공개했다. 바이든 정부 출범 후 북한의 첫 도발을 그냥 덮고 지나갈 수는 없었을 것이다. 25일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하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가 긴급회의를 열고 낸 보도자료에는 ‘탄도미사일’ 대신 ‘단거리 발사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고 한다. 탄도미사일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을 애써 피한 것이다. 탄도미사일이라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한다.
핵실험이든 미사일 발사든 북한의 도발은 협상을 원한다는 일종의 옆구리 찌르기다.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여 원하는 것을 얻어내겠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그렇게 시작된 북한과의 협상 과정은 한국과 미국에서 늘 ‘위기 관리’로 포장됐다. 하지만 협상의 결과였던 합의문은 얼마 지나지 않아 휴지 조각이 됐고, 그러는 사이 미국에선 정권이 바뀌었다. 그러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했다. 착실하게 늘어나는 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 그리고 우리 국민들이 짊어져야 할 안보 위기였다.
최근 잇단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보고 있으면 북한이 늘 해왔던 대로 이전의 핵 협상을 반복하려는 재생 버튼을 누르는 것처럼 보인다. 어차피 북한이 할 줄 아는 것은 그것뿐이다.
바이든의 외교·안보 팀은 지루할 정도로 교과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가치를 추구하고, 쿼드를 만들어 반중 전선의 큰 틀을 구축하고, 동맹 복구를 통한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회복하겠다고 한다. 북한 핵 문제를 잘 풀기 위해선 한미 동맹부터 먼저 다져야 한다고 본다. 트럼프 임기 내내 한국을 짓눌렀던 방위비 분담 협상을 서둘러 해결한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 역시 역대 미국 정부가 그랬듯 북한을 ‘관리’하고 싶어할 것이다. 협상까지는 아니어도 대화 채널은 유지하고 싶을 것이다. 최근 미국이 제3국을 통해 북한에 접촉을 시도했다가 거절당한 사실이 알려졌다. 바이든 정부 역시 북한 문제에선 마음이 급하다는 뜻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미국에 북한은 언젠가는 미국을 치명적인 위험에 빠뜨릴 위협적인 나라이다.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는 바이든 행정부와의 관계를 자신들 페이스대로 끌고 가겠다는 뜻이다. 대북 정책을 검토 중인 바이든 정부가 입장을 채 정리하기도 전에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려는 것이다. 아마도 북한은 바이든 정부가 상대해줄 때까지 이런 식으로 위기를 고조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정부가 여기서 북한에 휘말리면 이제껏 반복했던 북핵 협상의 도돌이표는 또 돌아가게 돼 있다. 워싱턴에는 ‘미국이 거의 30년 동안 북한과 협상을 시도했지만 북한 핵 확산 위협을 막지 못했다’는 후회와 반성의 분위기가 있다. 그래서 바이든 행정부도 북한과의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부담을 느낄 것이다. 그때 북한 미사일을 미사일이라고 부르지도 못해서 위기의 실체조차 국민에게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정부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조선일보 강인선 부국장
03.26 美국방 “성주 사드기지 방치, 동맹으로 용납 못할 일”
오스틴 美국방, 방한때 “동맹으로서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 항의
미국이 지난주 국무·국방장관 방한(訪韓) 때 경북 성주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의 열악한 생활 여건에 대해 우리 정부에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동맹으로서 용납할 수 없는 일(unacceptable)’이라는 취지의 언급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기지 장병들의 안정적 주둔을 위한 공사가 사드 반대 단체의 저지로 수년째 진전을 보지 못하자 미국 측이 동맹에 대한 근본적 의심까지 제기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25일 복수의 외교·국방 소식통에 따르면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지난 17~18일 서욱 국방장관과의 회담 및 외교·국방장관(2+2) 회담에서 “사드 기지를 지금 같은 상태로 계속 방치할 것이냐”고 문제를 제기하며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고 했다. 군사적으로 민감한 사드 성능 개량과 무관하게 장병들의 기초적 생활을 위한 물품 반입과 공사조차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오스틴 장관은 사드 기지 여건 문제를 포함, 경기 포천 로드리게스 사격장, 경북 포항 수성사격장 등에서 훈련이 차질을 빚는 데 대해서도 ‘훈련 여건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로 서 장관에게 얘기했다”고 말했다.
2017년 4월 첫 사드 배치 이후 성주 기지에서 근무하는 한·미 장병 400여 명은 여전히 낡은 옛 골프장 클럽하우스와 컨테이너를 숙소로 사용하고 있다. 시설 개선을 위한 공사 자재·장비 반입이 사드 반대 단체와 일부 주민의 반대 시위로 막혔고 정부가 사실상 이를 방치했기 때문이다. 부식 등 식량 공급이 이뤄지지 않아 전투식량으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국 장병들이 동맹국에서 방어 장비를 운용하면서 제대로 된 주둔 여건을 보장받지 못하고, 한국 정부가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이지 않다는 인상을 주는 데 대해 미군 당국이 불만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장병들의 열악한 생활 여건을 개선하고 지역 주민과 상생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찾고 있다”고 했다.
사드 반대단체가 공사 막아, 장병들 4년째 컨테이너 생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이 지난 17~18일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담에서 “사드 기지의 열악한 생활 여건을 계속 방치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은 한국에 ‘동맹’으로서 책임을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주한미군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사드 장비를 경북 성주에 배치한 것은 2017년 4월이다. 하지만 이후 사드 반대 단체와 일부 주민의 반발로 장병들이 생활해야 할 막사 공사가 4년간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국은 우리 정부가 사드에 민감해하는 중국을 의식해 사실상 이를 방치하고 있다고 의심하는 것이다.
▲지난 1월 경북 성주 사드 기지에 공사 장비·자재를 실은 군 차량들이 들어가고 있다. 이에 반발하는 시민단체와 주민들이 군 차량과 충돌하는 사태 등을 막기 위해 경찰들이 출동, 저지선을 형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군과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성주 기지엔 한·미 장병 400명가량이 주둔하고 있다. 미군은 옛 성주 골프장 클럽하우스에서, 한국군은 컨테이너 박스에서 생활하고 있다. 문제는 건물이 낡은 데다, 전기나 상·하수도 등 생활 기반 시설이 완비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장병들은 지난 겨울에도 온수·난방이 잘 공급되지 않는 상황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 미군 장병들은 클럽하우스 복도나 창고에서 야전 침대를 깔고 자기도 했다.
군 관계자들은 “장병들은 화장실·세면시설 이용이나 쓰레기 배출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특히 기본 생활 시설은 물론, 휴식·오락 시설까지 완비해야 제대로 된 ‘주둔지’라고 여기는 주한 미군들의 불만도 상당한 수준이라고 한다.
한·미 당국은 2017년부터 성주 기지에 공사 장비와 자재 반입을 지속적으로 시도했다. 그러나 주민과 시민 단체 반대에 번번이 가로막혔다. 지난달 25일에도 자재·장비 반입 과정에서 대규모 충돌이 일어났다. 군 관계자는 “천장에서 비가 새거나 곰팡이가 슬면 바로바로 공사를 해야 하는데, 이렇게 반입이 늦어지니 생활 여건 개선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주민과 시민단체들은 최근엔 장병들의 부식 수송 트럭은 허용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2018년엔 진입로 ‘원천 봉쇄’ 시위로 식량 반입이 어려워 장병들이 전투 식량으로 대부분 끼니를 해결하기도 했다. 현재도 사드 기지 진입로는 주민과 시민단체들이 설치한 ‘상황실’에서 실시간 감시 중이다. 이런 탓에 주한미군은 사드 포대 운용을 위한 발전기 연료 등 필수 물자는 헬기로 공중 수송하고 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 1월 문재인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 “장병들의 열악한 생활 여건을 개선하고 지역 주민과 상생할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국방부 관계자는 “물자 반입 등을 강행하면 불미스러운 상황이 일어날 수 있어 조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군 안팎에선 ‘애꿎은 장병들만 고생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드는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부터 논란거리였다. 2017년 5월 문 대통령은 사드 발사대 4기가 비공개로 추가 반입돼 보관 중이라는 사실을 보고받고 “매우 충격적”이라며 철저한 진상 조사를 지시했다. 청와대는 같은 해 6월엔 사드 부지에 대한 ‘철저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겠다고 했다. 이후 국방부는 “환경영향평가가 끝나야 사드를 최종 배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사드 운용 진정성이 있느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환경영향평가 결과는 아직도 나오지 않았다.
정치권에선 ‘문재인 정부가 주민과 시민단체 반발, 환경영향평가 등을 핑계로 사드 기지 개선에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에 미국 MD(미사일방어) 참여, 사드 추가 배치, 한·미·일 군사동맹 미참여 등 ‘3불’을 언급했던 상황의 연장선이라는 것이다.
03.27 선거 앞 돌변 文 천안함 행사, 진정성 손톱만큼이나 있나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26일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은 연예인을 부르고 특수부대 고공 강하, 함정·헬기 사열 이벤트까지 벌였다. 지금까지 천안함 추모 행사를 철저히 무시해오던 정권이 돌변한 이유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서울,부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표를 얻으려는 추모 이벤트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이 행사에 불참하다 작년 총선 직전에 갑자기 참석했었다.
천안함 영령 앞에서 벌어진 탁현민식 쇼를 보면서 문 대통령과 이 정권에 정말 손톱만큼의 진정성이라도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천안함은 북한의 공격으로 침몰당했다. 이 정권 인사들은 지금도 속으로는 이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국방장관은 천안함 폭침을 “불미스러운 충돌, 우발적 사건”이라고 했다. 군인이 이럴 정도다. 문 대통령은 작년 이 행사에서 가해자인 ‘북한'을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최근 북한이 쏜 순항, 탄도미사일에 대해서도 “국민 우려가 크다” “대화 분위기에 어려움을 주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북의 도발을 규탄하지 않은 채 대화 노력만 강조했다. 정부는 지금도 북 미사일이 유엔 결의 위반 인지를 “답변할 수 없다”고 한다. 이런 정권이 벌인 천안함 행사를 누가 진정성이 있다고 하겠나.
여당의 가식적 언행은 혀를 차게 한다. 그동안 천안함 행사에 논평 한번 내지 않더니 이번엔 “불굴의 영웅을 기억한다”고 했다.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는 “천안함 장병의 희생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박 후보는 천안함 폭침 당시 “한미 연합 훈련이나 미 해군의 핵 잠수함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고 음모론을 제기한 사람이다. 그에 대해 한마디 사과 반성 없이 갑자기 장병들을 영웅시한다. 어떻게 진정성을 믿을 수 있나. 유족들은 박 후보에 대해 “반성부터 하라”고 울분을 터뜨렸다. 박 후보는 이에 대답해야 한다.
이 정부는 그동안 일관되게 북한의 도발을 변호하고 북핵 미사일을 막는 사드 체계의 정상 운용을 방해해왔다.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최근 방한 때 “사드 기지를 지금처럼 방치할 것이냐”고 강하게 항의했다고 한다. 사드 기지에선 시위대의 저지로 4년째 주둔지 공사도 못 하고 한미 장병들이 컨테이너 등에서 온수·난방도 없이 생활하고 있다. 정부는 환경영향평가를 핑계로 대더니 이를 계속 미루면서 시위대의 불법도 방치하고 있다. 중국에 보여주려는 고의적인 행동이다. 오죽하면 오스틴 장관이 “동맹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했겠는가. 북핵 미사일 방어 수단을 방해하면서 북한에 희생된 천안함 영령들 앞에서 하는 행사는 뭔가.
천안함을 공격한 북한의 김여정이 “대북 전단 막는 법이라도 만들라”고 하자 곧바로 만들었다. 김여정이 한미 훈련을 문제 삼으니 문 대통령은 훈련을 ‘컴퓨터 게임’으로 만들고 그마저 “북과 협의할 수 있다”고 했다. 국방·통일·외교 장관은 북한의 비판 한마디에 줄줄이 교체됐다. 천안함 폭침 주범 중 한 명인 김영철에겐 국빈급 예우를 했다. 고위 탈북자들은 정부의 푸대접에 직장도 없이 생계 걱정을 하는 처지다. 북한 고위 인사들에게 탈북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런 정권이 선거가 다가오자 갑자기 안보 이벤트를 벌이고 여당은 추모 말잔치를 한다. 표 얻으려고 마음에도 없는 쇼를 한다는 걸 모를 국민은 없다.
조선일보 사설
03.29 6·25 참전 美신부의 70주기
미국 캔자스주에서는 요즘 70년 전 숨진 천주교 사제에 관한 뉴스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캔자스 출신으로 6·25 전쟁에 미 군종 신부로 참전했다 중공군에 끌려가 35세로 숨진 에밀 카폰 신부다. 이달 초 미확인 실종 군인 유해들 사이에서 DNA감식을 통해 그의 시신이 확인됐다는 미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 발표 뒤 카폰 신부의 시성(諡聖)이 가시화됐다는 전망과 기대가 잇따른다. 지역 일간지 ‘위치토 이글’은 “유해 수습으로 카폰 신부가 성인의 반열에 오를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캔자스주 위치토 천주교 교구 소식지도 최신호에서 “장래에 시성 절차에 들어갈 것을 고대한다”는 주교 발언을 전했다
▲6·25 전장에 군종신부로 파견된 카폰 신부가 군용 차량을 제단 삼아 야외에서 병사들을 위한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미 육군 홈페이지
카폰 신부에 대한 관심은 미 전역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캔자스 지역구 로저 마셜 연방 상원의원이 발의한 추모 결의안은 지난 16일 상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재조명되는 신부의 삶은 어땠을까. 스물네 살이던 1940년 신부로 서품된 그는 6·25가 터지고 채 한 달이 되지 않은 1950년 7월 16일 한국 땅을 밟았다. 인천 상륙 작전 성공으로 평양을 탈환한 뒤 북진하는 유엔군과 함께하며 부상자를 구하고 전사자를 위한 임종 기도를 했으며, 다친 적군까지 돌봤다.
천▲주교 사제이자 육군 대위였던 카폰 신부의 생전 모습. /미 육군 홈페이지
그해 11월 쏟아지는 중공군 공세에 퇴각 명령이 떨어졌지만, 낙오 병사들을 돌보기 위해 지시를 거부하고 전선에 남았다가 중공군 포로로 끌려갔다. 열악한 환경으로 사망자가 쏟아져나오는 수용소에서 미군들을 돌보던 카폰 신부는 중공군이 강제로 사상 교육을 하려 들 때면 점잖고도 단호하게 “당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중공군의 눈엣가시로 구타와 학대에 시달리던 신부는 1951년 봄 수용소에서 생애 마지막 부활절 미사를 집전한 뒤 5월 23일 숨을 거뒀다. 이 같은 구체적 행적은 그와 함께 수용소 생활을 했던 미군들의 증언을 통해 전해졌다.
▲2013년 카폰 신부에게 추서된 명예 훈장 /미 전쟁포로 실종자확인국 홈페이지
2013년 대통령이 군인에게 주는 최고 등급의 ‘명예 훈장’을 뒤늦게 받은 데 그치지 않고, 카폰 신부를 천주교 성인으로 추대하려는 운동은 탄력을 받고 있다. 1993년 교황청이 ‘하느님의 종’으로 선포한 그는 이제 시성을 위한 다음 단계인 기적 심사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참군인이자 박애를 실천한 종교인이었던 그의 유해 확인으로 삶이 재조명되는 지금이 기적의 순간일지 모른다.
카폰 신부의 삶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의 삶의 궤적을 들여다보면, 오랜 우방과 적군을 식별할 수 있으며, 왜 분단이 고착화됐고 그 원인은 어디에 있는지 헤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카폰 신부의 생애 마지막 부활절과 선종 70주기가 코앞이다. 한·미 동맹 간 신뢰 구축에 관한 제언이 쏟아지는 요즘, 우리 보훈 당국과 종교계가 합심해 국경을 초월한 추모에 동참하면 어떨까. 무엇보다도 카폰 신부의 삶은 아픈 우리 현대사의 일부이기도 하니 말이다.
조선일보 정지섭 기자
03월 29일 文 4년 ‘안보 직무유기’ 매국 수준이다
이미숙 논설위원
앵커리지 대립은 신냉전 상징
美中관계 톈안먼 사태 후 최악
쿼드+나토 vs 中·러·北 대립각
김정은 환상에 길 잃은 文정부
경제·기술 동맹에서 배제 우려
안보와 국익 해치는 결과 자초
미·중 앵커리지 담판 후 신냉전 기류가 더 뚜렷해졌다. 중국은 북한·러시아와 결속하고, 미국은 쿼드(Quad)를 통해 일본·호주·인도와 공조 전선을 짠 데 이어 나토와 연대를 다지고 있다. 2020년 미국 대선에 앞서 중국과 투자협정을 맺으며 중국 쪽으로 기울던 유럽연합(EU)은 신장(新疆)위구르 인권 탄압사태를 계기로 대중 제재를 본격화하며 미국 쪽으로 선회 중이다.
세계정세는 미국 주도의 자유 진영 대 중국 주도의 권위주의 진영 대결로 가는데 문재인 정부는 세상 변화에 눈감은 채 대북 짝사랑에 빠져 있다. 조 바이든 시대 한·미 관계의 좌표와도 같은 외교·국방 2+2 회담 공동성명에 북한의 핵 폐기 및 인권 문제가 적시되지 않은 것은 어떤 경우에도 북한이 싫어할 일은 하지 않겠다는 문 대통령의 외골수 신념 때문인 듯하다. 최근 미 전문가들 사이에선 미·중 관계가 톈안먼(天安門) 사태 직후 수준으로 악화되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길을 잃고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2대 국가안보보좌관인 허버트 맥매스터의 저서 ‘직무유기(Dereliction of Duty, 1997)’는 정치인들이 어떻게 국가 정책을 망쳤는지를 분석한 책으로 널리 읽힌다. 그는 미국의 베트남전 패인을 다룬 이 책에서 “대통령은 베트남전쟁의 실상을 의회와 국민에게 숨겼고, 군은 백악관 구미에 맞는 보고로 일관해 패할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베트남전 패배는 린든 존슨 대통령과 그 참모들의 직무유기에 따른 인재라는 게 그의 결론이다. 맥매스터는 최근 미 상원 청문회에서 대북 정책 실패 원인을 2가지로 분석했다. 첫째, 햇볕정책이 북한을 개방으로 이끌 것이라는 가정, 둘째, 북한 체제는 붕괴할 수밖에 없다는 가정이 오류라는 것이다. 한·미 민주당 정권이 잘못된 가정에 입각한 정책으로 북핵 위기를 키운 만큼, 바이든 행정부는 실패한 정책을 반복하지 말고 강력한 제재로 북핵을 해결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맥매스터 분석대로 1994년 제네바 핵 합의 이후 한·미는 북핵 폐기에 실패했다. 북한이 파키스탄을 통해 고농축우라늄(HEU) 제조 시설을 도입했을 때 빌 클린턴 행정부와 김영삼 정부는 제네바 합의 성과가 퇴색될 것을 우려해 공론화하지 않았다. 2002년 제임스 켈리 방북 때 이것이 폭로되자 김대중 정부 인사들은 남북관계 진전을 막기 위한 음모라며 반발했다. 한·미 양국은 북핵 폐기를 다짐하면서도 실제로는 현상 유지에 급급했고 그 결과 북한은 핵을 갖게 됐다. 집권 4년 된 문 정부는 여전히 북핵에 눈감은 채 ‘김정은 쇼’만 벌이려 한다. 존슨의 베트남전 직무유기가 미국에 회복불능의 상처를 남겼듯, 이런 북핵 직무유기는 한국 안보에 치명적 위협이 되고 있다.
현 국면은 미·중 충돌 속 포스트 코로나 국제 질서가 형성되는 시기다. 바이든 대통령의 자유주의 세계 질서 구상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의 미래가 바뀔 수 있다. 미국은 쿼드를 중심으로 민주주의국 연대를 강화하고 희토류·5세대(G)·반도체 등 첨단 테크놀로지 협력을 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쿼드 정상회의 공동성명엔 완전한 북한 비핵화도 명시됐다. 2019년 기준 쿼드 4개국 국내총생산(GDP)은 30조 달러가 넘어 중국 GDP의 2배다. GDP 1조6400억 달러인 우리나라가 14조3400억 달러의 공룡 중국에 홀로 맞서기는 어렵지만 쿼드 일원이 되면 달라진다. 더구나 바이든 대통령은 자유 진영의 글로벌 공급망까지 별도로 추진 중이다. 한국경제의 미래동력인 5G·반도체·전기차 배터리를 위해서라도 쿼드 참여는 필수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2+2 회담에서 이 문제가 거론되지 않았다고 했는데 북·중 감싸기에 급급해 국익조차 망각한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방한 때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쿼드가 열린 구조라고 분명히 얘기했다. 한국 참여 시 쿼드가 5자 협의체 퀸타 등으로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문 정부가 한사코 쿼드 반대 입장을 보이는 것은 중국 눈 밖에 나지 않겠다는 신호다. 북핵 때문에 안보가 무너지고 반(反)쿼드로 미래 경제성장 동력을 잃어도 임기 내 김정은 쇼와 시진핑(習近平) 중국주석 방한만 이뤄진다면 좋다는 건가? 그것은 국가 안보와 경제를 팽개치는 매국적(賣國的) 직무유기다.
문화일보
03.30 북한 비핵화 포기…악몽이 시작된다
북핵을 머리에 이고 사는 굴종의 세월은 영원히 계속될 것인가. 다음 달 미국에선 겨레의 운명을 가를 중대한 보고서가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전략이 담긴 '북한 정책 리뷰'가 그것이다. 범정부 차원의 검토 끝에 원칙이 결정되면 미 행정부 전체가 이 방향으로 일사불란하게 달려간다. 미국이 이번 주 한·미·일 외교안보실장 회의 명분으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부른 것도 한국 측 의견을 듣기 위해서다.
미, 대북 기조 담은 '정책 리뷰' 내
압박 대신 '단계적 접근' 채택될 듯
독자적 핵무장 포함, 자위책 찾아야
리뷰의 핵심은 단기간 내 완전한 핵 폐기를 노리는 트럼프식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 정책을 이어가느냐, 아니면 제재 완화로 핵 동결 또는 부분적 핵 폐기나마 이루려는 '단계적 접근(Phased Approach)' 방식으로 돌 거냐다.
현재 워싱턴 분위기는 단계적 접근 쪽이다. 주요 싱크탱크에서는 단계적 접근으로 가야 한다는 글이 쏟아진다. 실제로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쏜 지난 25일 '포린 어페어스'에는 '지금은 북한과 현실적인 협상이 필요한 시점'이란 제목의 글이 실렸다. "이제 비핵화는 불가능해졌으니 핵 위협 축소로 돌라"는 게 핵심 내용이었다.
'최대 압박 2.0'이 안 통할 걸로 보는 이유는 셋이다. 첫째, 아무리 조여도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없다는 거다. 혹독한 시련 끝에 핵을 마련한 북한이다. 웬만한 제재로는 끄떡도 안 할 게 뻔하다. 둘째, 압박 정책이 작동하려면 대부분의 필수 물자를 대온 중국이 협조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악화한 미·중 관계로 중국이 힘을 보탤 가능성은 작다. 끝으로, 어떻게든 남북 교류의 물꼬를 터보려는 문재인 정부의 존재 역시 압박 정책을 어렵게 한다.
결국 핵 동결 및 상징적 수준의 핵 폐기와 제재 완화를 맞바꾸면서 대화를 이어가는 단계적 접근법이 대북정책 기조로 채택될 공산이 크다. 이럴 경우 가장 큰 문제는 '완전한 북한 비핵화'가 물거품이 된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과 일본의 여론이 가만있지 않을 거라는 게 미국의 고민이다. 당장 "독자 핵무장으로 가자"는 목소리가 터져나올 게 뻔하다. 이 때문에 "미국은 단계적 접근을 천명하면서도 '장기적으로 완전한 북한 비핵화를 추구한다'는 단서를 붙일 공산이 크다"는 게 로버트 아인혼 전 미 국무부 특별보좌관의 진단이다.
경제학자들 사이엔 우스개 같은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경제 예측을 할 때 구체적 시기를 못 박지 말라"는 거다. 언제인지 확실히 밝히지 않은 채 "장기적으로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고 하면 하나 마나 한 얘기이면서도 틀릴 리 없는 진단이 된다. 이렇듯 "장기적으로 북한 비핵화를 이루겠다"는 건 사실상 포기한다는 말과 다름없다.
미국 입장에선 단계적 접근법이 현실적 방안일 수 있다. 문제는 한국이다. 이대로면 핵보유국 북한의 정상국가화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 1980년대 말 동유럽 공산권의 몰락을 지켜본 미국은 중국 역시 시장경제를 도입하면 중산층이 생겨나 결국은 민주화될 것으로 믿었다. 햇볕정책 역시 같은 맥락이었다. 하지만 보라. 지금의 중국이 어떤지. 북한도 중국의 길을 걷는다면 앞으로 더욱 강력한 김정은 독재 치하의 핵보유국으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
나라의 안보는 강철 같은 국방력, 아니면 동맹의 힘을 토대로 지키는 게 원칙이다. 지금은 한·미 동맹을 기초로 한 '핵 확장 억제'가 최선의 방어책으로 돼 있다. 하지만 매년 열기로 했던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조차 3년 넘게 감감무소식인 터라 여기에만 목을 맬 수도 없다. 그러니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처럼 핵무기 운용을 한·미가 함께 하는 '아시아판 핵 계획 그룹(ANPG)'을 만들든, 전술핵무기를 한반도 인근에 배치하든 보다 강력한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도 안 된다면 독자적 핵무장을 포함, 북핵 위협에서 우리 자신을 지켜낼 최후의 보루를 찾아야 한다.
중앙일보 남정호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03.31 한주호를 기억하라
폭침당해 두 동강 난 천안함 같은 대한민국… 파면 팔수록 아수라장
책임지고 구하겠다는 솔선수범, 살신성인의 ’한주호 리더십' 나와야
정진홍 컬처엔지니어
▲2010년 4월 3일 오후 국립 대전현충원 장군 3묘역에서 열린 고 한주호 준위 안장식에서 아들 상기씨가 헌화하고 있다.
# 11년 전 한 사나이가 우리 곁을 떠났다. 그의 이름은 한.주.호. 당시 특수전여단(UDT/SEAL) 소속의 대한민국 해군 준위였다. 북한 어뢰에 폭침당한 천안함에 갇힌 아들 같은 수병들을 구하겠다고 53세의 나이도 아랑곳 않고 얼음장 같은 서해에 몸을 던져 구출 작전을 펴던 그였지만 끝내 순국(殉國)하고 말았다. 마침 어제가 그의 11주기였다. 하지만 서울, 부산 등 재·보선 선거판에 묻혀서인지 아니면 이미 10년도 지난 일이니 잊혀도 그만이라는 얄팍한 세상인심 때문인지 그에 관한 변변한 추모 기사 한 줄 나지 않았다. 그래서 이 지면을 통해서나마 되새겨보고 우리가 나아갈 바에 대한 지침으로 삼고자 한다.
# 2010년 3월 26일 오후 9시 22분경 백령도 근해에서 천안함이 북한 잠수함에서 발사한 어뢰를 맞고 폭침됐다. 순식간에 두 동강 난 천안함에는 함장을 포함해 모두 104명의 승조원이 타고 있었다. 피격 직후 배 안에서 긴급 점호를 했을 때 점호 숫자는 58번에서 그쳤다. 나머지 승조원 46명은 피격당해 두 동강 나 버린 배의 함미 부분에 갇힌 채 차디찬 서해 바다의 어두운 해저로 곤두박질하듯 가라앉고 있었다.
# “내가 가야 안 되겠나.” 이 한마디와 함께 한주호 준위는 천안함에 갇힌 수병들을 구출하는 잠수조 차출에 자원했다. 주변에서 만류하자 “나이, 계급, 직책 따지면 군 생활 못 했다. 전우를 찾으러 가야 한다”고 했다. 해군에 입대해 35년을 근속한 후 퇴역을 1년 6개월 남짓 남겨놓은 시점이었다. 그는 아들뻘 되는 구조대원들과 함께 진짜 자식 같은 전우들을 구조하러 진해에서 백령도 해역으로 급히 날아갔다.
/일러스트=박상훈
# 1975년 2월 수도공고 기계과를 졸업한 18세의 한주호는 진해 해군훈련소에 하사관 후보생으로 입소했다.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5남매 가운데 둘째였던 그는 남겨진 가족들이 걱정돼 라면 한 그릇에 100원 하던 당시 교육생 월급인 1500원을 안 쓰고 모아서 집으로 부쳤다. 심지어 금요일 저녁에 외박이라도 허용되면 군용열차에 몸을 싣고 서울 집에 올라가 ‘콩나물 배달’이라도 하며 가계를 돕다가 귀대하곤 했다. 그해 11월 교육을 마치고 해군하사관이 된 한주호는 이듬해 5월 UDT(수중파괴대)에 자원한다. 그리고 10년 만인 86년 UDT 교관이 돼 19년 6개월 동안 “지옥에서 살아오라”고 외치며 수많은 대원을 길러냈다. 그런 한주호 준위는 2009년 쉰두 살에 아프리카 소말리아 해역에 파병된 청해부대 1진에 자원했다. 물론 그는 당시 청해부대 내 최고령자였지만 해적 공격 시 솔선해서 그가 직접 제작한 선박 침투용 사다리를 타고 해적선에 올라 모두 7차례에 걸쳐 해적들을 소탕하고 퇴치했다.
# 2010년 3월 28일. 살아있는 UDT의 전설이었던 53세의 한주호 준위는 북한 어뢰에 폭침당한 천안함의 아들 같은 승조원들을 구출하려 차디찬 바다에 몸을 던졌다. 그날 오후 6시경 헬기로 백령도 인근 해상 현장에 도착한 그는 곧장 바다로 뛰어들어 2회 잠수 끝에 가라앉은 천안함에 부표를 다는 데 성공했다. 다음 날도 2회에 걸쳐 잠수했다. 하루 잠수했으면 다음 날 하루를 쉬어야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리고 셋째 날인 30일 오후 2시 40분. 한 준위는 “오늘 완전히 다 마치겠다. 함수 객실을 전부 탐색하고 나오겠다. 국민과 실종 장병 가족들 모두가 애태우고 있으니 내가 책임지고 해내겠다”는 각오를 남긴 채 다시 바다에 뛰어들었다. 연 사흘에 걸쳐 다섯 번째 목숨을 건 잠수였다. 하지만 그것이 마지막이 되고 말았다. 한주호 준위는 당시 김형진·김정호 상사와 함께 3인 1조로 잠수했다. 칠흑같이 어두운 바닷속은 얼음장 그 자체였다. 물이 너무 차서 손마디가 시리다 못해 손이 굳고 호흡이 가빠왔다. 한 준위는 두 김 상사에게 엄지손가락을 위로 치켜든 채 “상승하라”는 신호를 보낸 후 자신만 거기 남았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 한 준위는 이날 오후 3시 30분께 의식 불명 상태로 인근에 있던 미군 함정으로 이송돼 ‘감압 챔버’에서 심폐소생술을 받았지만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지옥에서 살아오라!”고 포효하던 UDT의 전설이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난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저 순직(殉職)한 것이 아니라 우왕좌왕하고 갈팡질팡하며 나라 전체가 혼돈 속에 휘청거릴 때 자기 한 몸을 던져 대한민국이 왜, 어떤 이유로 존재하는지를 온 세상에 외치듯 순국(殉國)한 것이다.
# 하지만 아직도 우리는 이 나라 대통령의 입을 통해서 천안함이 북한 어뢰에 폭침당했다는 말 한마디를 듣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런 대통령을 향해 북한은 김여정 부부장의 입을 통해 ‘미국산 앵무새’라는 비아냥을 그치질 않는다. 심지어 당시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폭침당한 것이 아니라 미군 잠수함과 충돌해 침몰했다고 떠들던 이가 지금 여당의 서울시장 후보라는 사실 앞에 망연자실하지 않을 수 없다.
# 누군가를 기억하고 추념한다는 것은 단지 잊지 않으려는 몸부림만이 아니다. 그것은 다시 제대로 살아내자는 각오가 아니면 안 된다. 고 한주호 준위의 생전 사진을 보노라니 그의 사나이다운 담백한 눈빛, 그의 굳게 다문 입술에서 전율하듯 포효하는 “지옥에서 살아오라!”는 목소리가 다시 들리는 것만 같다. 하지만 그것은 UDT 대원과 천안함 수병들에게만 하는 얘기가 결코 아니다. 코로나와 그보다 더한 실정(失政)으로 하루하루 지옥 같은 삶을 살아내야 하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를 향한 그의 외침이다. 파면 팔수록 아수라장인 이 나라에 그래도 한 가닥 남은 리더십에 대한 기대가 있다면 그것은 의당 고 한주호 준위가 보였던 솔선수범, 살신성인의 자세 아니겠는가!‘
조선일보
03.31 북한 비핵화 판세 읽기
2017년 말에 필자는 북한 비핵화가 1~2년 내 시작될 가능성을 30%로 보았다. 무엇보다 중국이 대북제재를 엄격히 집행하고 있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제재하라며 중국을 거세게 압박했고 중국도 미·중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 이에 응했다. 당시 북·중 관계도 최악이었다. 김정은 집권 이후 2017년까지 북·중 정상회담은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친중파로 알려진 장성택을 처형했을 뿐 아니라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으로 한반도를 위험하게 만드는 그를 시진핑 국가주석이 좋아할 리 만무했다. 이런 이유로 2017년 하반기엔 ‘북한에 못 하나 들어가지 못하도록 중국이 막고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2018년부터 하락한 비핵화 확률
코로나 사태로 2020년엔 급상승
한국 정부는 북·중 움직이려 말고
미국과 대북 접근법 구체화 해야
그러나 2018년 하반기, 비핵화의 조기 개시 가능성이 10% 밑으로 떨어졌다. 두 가지 실책이 결정적인 이유였다. 먼저 한국 정부의 문제였다. 2017년 말의 강도 높은 제재를 1년 이상 지속해야 비핵화 문을 열 수 있었지만 문재인 정부는 조급했다. 2018년 초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겠다며 김정은을 협상 테이블에 너무 빨리 불러냈다. 더욱이 지정학적 파급효과를 고려하지 못한 채 판문점 회담을 엄청난 국내외 이벤트로 만들어 버렸다. 북한이 한국을 넘어 미국과 가까워질 것을 두려워한 중국은 기민하게 움직였다. 판문점 회담 전후로 북·중 정상회담이 열렸고 시진핑은 김정은에게 제재 완화와 경제 지원이라는 큰 선물을 안겼다. 대차대조표상 중국이 부채에서 자산으로 바뀌자 북한은 협상에 한결 여유가 생겼다. 이것이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근본 원인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생각 없이 행동했다. 그는 미·중 관계가 악화하면 북한 비핵화는 더욱 어려워진다는 외교 현실을 무시했다. 비핵화는 문도 열지 못했는데 단지 북한 도발이 멈추었다는 이유로 바로 전선을 중국으로 옮겼다. 미국이 경제적 압박을 강화하고 기술전쟁까지 벌이려 하자 중국은 북한 카드로 응수했다. 미국이 수백 번 넘게 중국의 UN 제재 위반 행위를 지적했지만 중국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북한 비핵화가 미·중 갈등의 부분집합이 된 것이다. 필자가 중국의 저명 학자들에게 질문한 결과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미·중 관계가 개선되지 않는 한 중국은 대북제재에 적극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한결같이 답했다.
그러나 2020년, 반전이 일어났다. 코로나 사태로 비핵화 가능성이 다시 30%를 넘어섰다. 방역을 위해 북한이 스스로 무역을 봉쇄하면서 원래 의도했던 제재 효과를 훨씬 뛰어넘는 충격을 경제에 미쳤다. 미국이 새로운 계산법을 들고 와야 한다며 호기를 부리던 김정은은 크게 낙심해 한동안 자취를 감추었고 위중설, 사망설까지 나돌았다. 지도자가 자신감을 잃은 데다 경제위기로 주민 불만이 비등해지자 김여정이 나서 여론의 화살을 남한에 돌렸다. 그 정점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였다. 코로나가 몰고 온 충격이 그만큼 컸다는 방증이다.
심리적 안정을 다소 회복한 듯 김정은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열 정비에 들어갔다. 특히 올해 1월에 열린 8차 당 대회에서 그는 자력으로 경제난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대내외에 보이려 했다. 또 미국의 적대 정책 철회 없인 북미 관계가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 천명함으로써 북한의 협상력이 우위인 양 과시하려 했다. 그러나 이런 허세는 통하지 않는다. 필자는 스탈린식 자력갱생을 ‘미션 임파서블’,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는 ‘돼지에게 나는 법을 가르치는 격’이라 비유했다. 당 대회와 그 뒤의 많은 회의는 김정은이 직접 나서 다잡아야 할 만큼 북한 내부 균열이 심각함을 암시한다. 오히려 사상 투쟁과 반(反)부패 드라이브를 통해 경제위기가 정치위기로 번지지 못하게 막으려는 그의 절박함만 돋보였다.
코로나 사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지난주 북한은 1년 만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접근법도 조만간 공개된다. 앞으로 북·미가 밀고 당기는 가운데 미사일, 도발, 제재와 압박, 갈등과 충돌이라는 단어가 훨씬 자주 등장할 것이다. 그리고 향후 수년 내에 비핵화가 성공할지 아니면 북한이 실질적 핵보유국이 될지 판가름 날 것이다. 혹은 독재자의 무지와 오만이 큰 위기를 불러오던 역사의 패턴이 북한에 반복될 수도 있다.
한국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접근법을 구체화한 비핵화 로드맵을 미국과 함께 만드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의 전개와 북한 내부의 변화까지 고려하여 제재와 관여의 순차를 만들고, 비핵화 단계에 맞춘 정교한 방안과 세밀한 목록을 준비해야 한다. 반면 중국과 북한을 직접 움직이려는 시도는 부작용만 초래한다. 미·중 관계에 따라 결정되는 중국의 대북 정책을 한국이 바꾸기는 역부족이다. 김정은의 행동도 북한 내부와 미국을 겨냥할 뿐 한국의 태도와는 무관하다. 오히려 문재인 정부가 북·중을 의식할수록 바이든 정부의 신뢰를 잃게 되고 비핵화도 멀어진다. 지금 1년을 놓치면 한반도의 100년이 어두워질 수 있다.
중앙일보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03월 31일 홍길동軍으론 北 못 막는다
정충신 정치부 선임기자
대한민국 1·2위 도시 여당 시장들이 성추행을 저지르고 자살·사퇴해 치르는 보궐선거는 동서고금 유례를 찾기 힘들다. 공직윤리 타락 끝판왕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사태 수습에 국가 역량을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희대의 성추행 선거’로 국력을 허비해야 하는 초현실적 블랙코미디가 국민 가슴을 찢어놓고 있다. 성범죄 근절·성평등을 공약으로 내건 정당에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등 광역자치단체장 3명이 재임 중 성범죄를 저질러 ‘성추행 DNA’까지 거론되는 실정이다. 문재인 정부 인사들은 왜 청와대만 들어가면 ‘내로남불·위선의 끝판왕’ 비난을 듣게 되는지 정치학계의 연구 대상이다. 권위주의 보수정권 소속 정치인의 성추행은 ‘성(性)추행’이고, 자칭 진보정권 정치인의 성추행은 ‘성(聖)추행’으로 간주되는 기상천외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성추행 정권’은 급기야 살인적 압제를 피해 자유를 찾아 월남한 탈북자들의 인권까지 무시하고 있다. 2019년 11월 귀순 의사를 밝힌 탈북 선원 2명을 흉악범이란 이유로 북송했다. 지난달 23일 육군 22사단 경계망을 뚫고 귀순한 북한 남성은 군 초소에 들어가 귀순하면 다시 북한으로 돌려보내질 것으로 생각해 민가로 가려고 했다고 한다. 인권변호사 출신 대통령이 통치하는 나라가 인권후진국이란 불명예를 안게 됐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문 정부의 반인권 정책이 도마에 올랐다. 미 국무부 ‘2020 국가별 인권보고서’는 대북전단금지법이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며,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 성추행 사례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패 혐의, 윤미향 민주당 의원 횡령 배임 혐의를 한국의 반인권 사례로 지적했다.
문 정부의 성추행·반인권 정책은 내부를 부패하게 만든다. 안보 최후 보루인 국군을 홍길동군(軍)으로 만들면서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한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에도 합동참모본부는 ‘미상(未詳) 발사체’란 흘러간 리코더를 또다시 틀어대고 있다. 한·미·일의 대북 감시장비로 탄도미사일 발사 장면을 실시간 지켜봤음에도 합참은 ‘미상 발사체’라며 북한이 유엔의 제재를 모면하도록 돕기 위해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인 것이다. 김정은은 올 초 전술핵 무기 개발을 완료해 신종 유도무기에 탑재하겠다고 공표했다. 신종 유도무기와 결합된 전술핵은 한국과 일본을 직접 겨냥한다. 그런데도 이 정부는 김정은의 선의에 의존하는 ‘평화구상’ 망상에 사로잡혀 ‘북한 주적(主敵)’ 개념을 없애고 국군의 대적관(對敵觀)을 망가뜨린 것도 모자라 미사일을 미사일이라 못 부를 정도로 망가졌다. 청와대와 북한 눈치 보기에 급급한 홍길동군으로 전락한 국군이 전술핵 신종 유도무기로 업그레이드한 북한의 도발을 막아내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김여정이 30일 담화에서 문 대통령을 ‘미국산 앵무새’라 비난한 것은 문 정권에 대한 기대를 접고 북·중·러 동맹으로 회귀했다는 선언이다. 문 정권이 더 이상 ‘평화프로세스’란 시대착오적 북한 짝사랑에 집착하다간 미증유의 안보 대위기에 직면할 것이다. 홍길동군을 주적 개념을 지닌 정상적 군대로 복귀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