凍土의 消息 2024-3/
10-02 수해복구 명목으로 ‘간식비’까지 뜯어가는 北정권
해외파견근로자 월급 강제 공제
김정은, 수해에 7차례 공개활동
정부 “민심악화 방증… 예의주시”
북한 정권이 수해 피해 지원 명목으로 해외 파견 근로자의 간식비·용돈까지 공제해 간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정부는 수해로 인한 민심 이반이 심상치 않은 것으로 보고 예의주시 중이다.
2일 대북소식통은 문화일보에 “북한 정권이 중국에 파견된 북한 근로자의 월급에서 100~150위안의 홍수 피해 지원금을 강제로 공제했다”며 “중국 관리자가 사비를 털어 이들의 부족한 식비를 충당해줬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근로자들 사이에서 ‘북한 정권이 간식비, 용돈까지 뜯어간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고 덧붙였다.
우리 정부는 수해로 인한 북한 주민들의 민심 이반이 심상치 않은 것으로 보고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한 사안(수해)을 가지고 보름에 걸쳐 7차례 공개 활동을 하고 관련 동향이 노동신문에 집중 보도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그만큼 민심이 악화하고 주민 불만이 고조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7월 28일과 29~30일, 8월 8~9일, 9월 29일 등 총 네 차례 피해 현장을 찾았다.
중국 소식통은 “중국 접경의 지방정부는 신의주와 의주 지역의 재산상 수해 피해 규모가 2010년 수해 당시 피해 규모의 약 1.5배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그만큼 이번 수해가 역대 최대 규모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2020년 10월호 ‘KDI 북한경제리뷰’에 따르면 북한에서 2010년 7월 1만7000명, 8월 3만8735명의 홍수 피해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당시 정부는 북한에 634만 달러(약 72억 원)의 수해지원금을 전달했다.
한편, 북한은 오는 7일 최고인민회의를 앞두고 남북 단절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통일부는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통일다리 옆 철로 교각 외 상단부가 철거된 사실을 식별했다. 또 경의선 도로 북측 구간에 지뢰를 매설한 뒤 흙으로 덮은 사실과 동해선에서 도로 지뢰매설, 철도 철거 작업이 진행 중인 사실을 식별했다. 북한은 9개월 만에 열리는 최고인민회의에서 김 위원장의 ‘적대적 2국가론’을 뒷받침하는 개헌 작업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권승현 기자 ktop@munhwa.com
10-07 북한 ‘적대적 두 국가’ 개헌 착수… 최선희 위상 오를듯

최고인민회의서 ‘통일’ 등 삭제
최, 정치국 위원으로 승격 전망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을 뒷받침할 헌법 개정과 맞물려 최선희(60·사진) 외무상의 위상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때 통일전선부에 밀렸던 북한 외무성이 북·러 협력 강화,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국제관계 개선을 추진하면서 그 역할이 커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최 외무상이 조선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위원으로 승격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최 외무상은 북한 정치 서열 15위 반열에 들어서게 된다.
북한은 7일 최고인민회의를 열고 헌법에서 ‘통일’ 삭제, 영토 조항 신설을 골자로 하는 개헌 작업에 나선다. 북한 헌법에서 ‘(김일성과 김정일은) 온 민족의 단합된 힘으로 조국통일위업을 성취하기 위한 길을 열어 놓았다’고 명시한 서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의 원칙에서 조국통일을 실현하기 위해 투쟁한다’는 내용의 제9조 등이 개정 대상이다.
북한이 남측과 협상하는 통전부를 폐지하고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 관계 개선에 나서면서 외무성의 역할은 한층 강화되는 모양새다. 황일도 국립외교원 국제안보통일연구부 부교수는 “북한 정책 단위 가운데 ‘적대적 두 국가론’을 통해 가장 큰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곳은 외무성”이라고 설명했다.
외무성 수장인 최 외무상의 위상 변화도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최 외무상이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위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선노동당 정치국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비롯한 상무위원 5명과 위원 10명으로 구성된다. 최 외무상은 15명의 후보위원 중 하나였다.
최 외무상은 북한 내 대표적 ‘미국통’이다. 최 외무상은 김일성 책임 서기를 지낸 최영림 전 내각 총리의 수양딸이다. 2018년 싱가포르 제1차 미·북 정상회담과 이듬해 하노이 제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
권승현 기자 ktop@munhwa.com
10.09 [속보] 北 "9일부터 南연결 도로·철길 단절…요새화 공사 진행"
북한 "대한민국은 제1의 적대국·불변의 주적"

▲합동참모본부는 다수병력을 투입해 경계력 보강 일환 불모지 조성, 지뢰매설, 전술도로 보강, 대전차 방벽으로 보이는 구조물 설치 등 다양한 형태의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사진은 북한군이 방벽을 세우는 모습. /합동참모본부
북한은 9일 남측과 연결된 도로·철길을 끊고 국경 요새화 작업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날 관영매체를 통해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인 대한민국과 접한 남쪽국경을 영구적으로 차단·봉쇄하는것은 전쟁억제와 공화국의 안전수호를 위한 자위적 조치”라며 “대한민국과 연결된 도로와 철길을 완전히 끊어버리고 견고한 방어축성물들로 요새화하는 공사가 진행되게 된다”고 밝혔다. 북한은 “‘남쪽국경’ 요새화공사와 관련하여 우리 군대는 오해와 우발적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의도로부터 9일 오전 9시 45분 미군 측에 전화통지문을 발송했다”고 했다.
북한은 그러면서 “미국의 핵전략자산들이 때없이 출몰하고 ‘정권종말’을 떠드는 호전광들의 악청이 일상으로 되여버린 현실은 결코 스쳐지날수 없는 사태의 심각성을 실증해주고 있다”며 “일촉즉발의 전쟁위기가 날로 고조되고 있는 엄중한 사태에 대처하여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우리 공화국의 주권행사령역과 대한민국 령토를 철저히 분리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군사적조치를 취한다는 것을 공포한다”고 했다. 지난 국군의날 행사와 미국의 전략 폭격기 B-1B 전개 등을 빌미로 삼은 것이다.
김정은은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며 남북 단절 조치를 예고해왔다. 김정은은 올 1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공화국 민족역사에서 ‘통일’ ‘화해’ ‘동족’이라는 개념 자체를 완전히 제거해 버려야 한다”며 “접경지역의 모든 북남 연계 조건들을 철저히 분리시키기 위한 단계별 조치들을 엄격히 실시해야 한다”고 했다. 북한이 군사분계선 철책에 더해 장벽까지 건설하기 시작한 것은 이런 ‘반통일’ 지침을 선언적 의미를 넘어 물리적으로 공식화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독일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지 35년 만에 남북을 가르는 248㎞ 군사분계선이 요새화될 경우 중·러와 미국의 대립에서 싹튼 ‘신냉전’의 도래를 상징하는 ‘제2의 베를린 장벽’이 될 전망이다.
10.09 北, 유엔사에 "남북 연결 도로·철길 완전단절 공사" 통보
합참 "김정은 정권의 궁여지책, 더 혹독한 고립 초래할 것"
북한이 9일 유엔군사령부에 전화통지문을 보내 남북 육로 완전 단절을 위한 공사를 진행하겠다고 통보했다. 북측은 “공사에는 다수의 우리 측 인원과 중장비들이 투입될 것이며 폭파 작업도 예정돼 있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경기 파주에 있는 오두산 전망대에서는 북측에서 발생한 폭발음이 들렸다.

▲지난 6월18일 북한군 수십명이 비무장지대 북측 지역에 투입돼 작업에 나서고 있는 모습. /합동참모본부
군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유엔사-북한군 통신선’을 통해 보낸 통지문에서 “9일부터 남쪽 국경선 일대에 우리 측 지역에서 대한민국과 연결됐던 동·서부의 도로와 철길을 완전히 끊어버리기 위한 공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북한이 말한 ‘폭파 작업’에는 이날 주장한 ‘요새화’를 위한 공사도 포함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북한군 총참모부는 보도문을 통해 “예민한 남쪽 국경 일대에서 진행되는 요새화 공사와 관련해 우리 군대는 오해와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의도로부터 9일 9시 45분 미군 측에 전화통지문을 발송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은 6·25 정전 관리 임무를 맡고 있는 주한미군 사령관이 겸임하는 유엔군사령부에 관련 입장을 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사는 북한이 보낸 전화통지문을 받았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북한이 발표한 도로·철도 완전 단절 및 요새화 공사와 관련해 “새로운 동항이 식별된 것은 없다”고 했다. 이미 중장비를 동원해 지뢰매설을 하고 있었고, 폭음도 종종 들려왔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해당 지역에서 폭발음은 과거에도 종종 들렸기 때문에 이날 북한이 발표한 차단 및 요새화 작업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것은 아닐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기존 지뢰매설 작업 등으로 인한 폭음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북한은 지난 4월부터 지뢰매설 및 방벽 건설 등 DMZ 내에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방부는 전날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DMZ 일대 지뢰 매설과 방벽 설치 등을 지속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합참은 이날 북한군 총참모부 보도문에 대해 “이미 비무장지대에서 정전체제 무력화를 획책해 온 북한의 이번 차단 및 봉쇄 운운은, 실패한 김정은 정권의 불안감에서 비롯된 궁여지책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더욱 혹독한 고립을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군은 일방적 현상변경을 기도하는 북한의 어떠한 행동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 양지호 기자
10-10 北 “대남 영구 단절 요새화”… 긴장 고조 노린 도발 대비해야
▲9일 오후, 경기 파주시 오두산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도 개풍군 지역에서 폭발이 발생하며 짙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이후 수십 분이 지나자 북한 군인들이 해안가에서 무언가 작업을 하는 모습이 관측되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북한이 어제 ‘남쪽 국경의 영구적 차단·봉쇄’를 선언하며 남측과 연결되는 도로와 철도를 완전히 끊어버리고 견고한 방어축성물로 요새화하는 공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우리 공화국의 주권행사 영역과 대한민국 영토를 철저히 분리하기 위한 실질적인 군사적 조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해와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해 미군 측에 통지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휴전선 북측 지역에서 별다른 공사 동향은 포착되지 않았다.
북한군의 국경 차단 선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적대적 두 국가’ 선언에 따른 남북 간 단절 조치를 물리적으로 가시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은 이미 올해 초부터 경의선·동해선 도로에 지뢰를 매설하고 철로를 철거하는가 하면 비무장지대(DMZ)에 대전차 장애물로 추정되는 방벽을 설치해 왔다.
북한은 ‘두 국가로의 철저한 분리’를 내세우지만, 거기엔 일부 석연찮은 신호도 섞여 있다. 이번에 남측에 대해선 ‘대한민국 영토’라면서도 자기네에 대해선 ‘우리 공화국의 주권행사 영역’이라고 불러 아직 영토 개념이 정리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북한은 7∼8일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헌법 일부를 개정했다고 발표했지만, 당초 예고한 통일 개념 삭제나 영토 조항 신설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급격한 노선 전환이 순조롭지 않다는 징후일 수 있다.
김정은도 요즘 교묘한 이중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김정은은 7일 한 연설에서 대남 핵무기 사용을 위협하면서도 “우리는 솔직히 대한민국을 공격할 의사가 전혀 없다” “이전 시기의 남녘해방, 무력통일이란 말에 지금은 관심이 없다”고 했다. 그것이 억제력을 자신하며 짐짓 여유를 부리는 핵보유국 행세인지, 아니면 한미 핵억제력 강화에 대한 경계심의 발로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북한은 앞으로 요새화 공사를 확대하거나 해당 지역에 군부대를 주둔시키는 등 더욱 공세적인 작전으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크다. 북한군은 이번 조치의 책임을 남측에 돌리며 오판에 의한 우발적 충돌 방지를 내세워 미군 측에 통보하는 형식도 취했다. 향후 휴전선 일대의 긴장 유발, 나아가 우발 충돌을 가장한 도발의 책임도 남측에 전가하려는 속셈이다. 우리 군의 빈틈없는 대비 태세와 냉철한 위기관리 능력을 시험하고 있다.
동아일보 사설
10-11 ‘훌쩍 자란’ 김주애, 당 창건일 연회에 등장… 그 옆엔 최선희

▲김정은(앞줄 왼쪽 세 번째)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노동당 창건 79주년 기념 연회에 참석해 손을 흔들고 있다. 왼쪽부터 최선희 북한 외무상, 김 위원장의 딸 김주애, 김 위원장, 노광철 국방상. 김 위원장 뒤편에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 모습도 보인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주석단에 노광철 신임 국방상
中 인사 빠진 채 러 대사 배치
북한이 1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노동당 창건 79주년을 기념하는 경축공연과 연회에 딸 김주애와 최선희 외무상, 노광철 신임 국방상 등을 주석단에 배치한 사진을 11일 공개했다. 연회 주석단에 중국 인사는 빠진 채 알렉산드라 마체고라 주북러시아대사 자리를 최 외무상 옆자리에 배치, 최 외무상의 높아진 위상과 북·러 간 친밀감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에서 김 위원장은 딸 주애를 주석단 바로 옆자리에 앉혔다. 주애는 지난 8월 5일을 마지막으로 북한 매체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두 달여 만에 당 중요 행사에 다시 등장한 것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수해로 인한 민심 악화를 의식해 주애 등장 사진이 줄어든 것 같다”며 “주애가 부쩍 커서 등장한 것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최 외무상이 당 창건 경축행사·연회에서 김 위원장 옆자리에 자리 잡은 것도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최 외무상은 최근 북·러 관계가 심화하면서 그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센터장은 주북중국대사가 불참한 대신 마체고라 러시아대사와 최 외무상, 노 국방상을 주석단에 등장시킨 것은 북·러 군사관계 강화의 상징적 장면이라고 해석했다. 마체고라 대사는 김 위원장의 ‘개인초청손님’으로 참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정 센터장은 “러시아와 일반 외교 관계는 최 외무상, 군사협력 관계는 노 국방상이 맡게 될 것”이라며 “당 창건 행사에서 신임 국방상을 러시아 대사 등에게 소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 국방상은 김 위원장이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지금의 국방상인 인민무력부장에 기용돼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서’에 서명했던 인물이다. 2019년 2월 베트남에서 열린 2차 미북 정상회담에 동행할 정도로 신임이 두터웠으나 그해 12월 물러난 뒤 지난 8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재기용됐다.
문화일보 정충신 선임기자, 권승현 기자
10-11 목욕탕 집단 난교 파장…“음란행위 근절” 비상 걸린 북한

▲평양 제1목욕탕 내부. 사진은 해당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없음. 조선중앙통신홈페이지
북한의 고급중학교(한국 고등학교에 해당) 학생들이 목욕탕에서 집단 성관계를 하며 마약까지 흡입한 것으로 전해져 큰 논란이 된 가운데 당국이 미용실, 목욕탕 등과 같은 편의봉사시설에서 발생하는 음란 행위 근절에 나섰다.
10일 데일리NK는 함경북도 소식통을 인용, "내각 인민봉사총국이 지난달 10일 전국 편의봉사망에 미안(피부미용)과 미용실, 안마, 목욕탕 등 편의봉사시설에서의 문란 현상을 없애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지시문에는 ‘사회질서 문란 행위를 근절하라는 지시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이러한 일들이 발각될 경우 6개월의 노동단련형에 처해지거나 사안이 엄중할 시 농촌으로 추방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지시는 국영 편의봉사시설뿐만 아니라 기업소, 단체 또는 개인이 운영하는 시설에도 내려졌다고 한다.
최근 북한에서는 세금 징수를 목적으로 주민들의 개인 사업을 허가해주는 사례가 늘고 있다.
북한 주민들 또한 시설과 서비스의 질 등을 이유로 국영 편의봉사시설보다 개인이 운영하는 시설을 더 선호하는데, 그 안에서 문란한 행위들도 다수 이뤄지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돈 있는 사람들이 목욕탕에 가면 안마까지 받는 게 관례고, 안마를 하며 매춘 행위까지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도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개인들은 불법인 줄 알면서도 돈 벌겠다고 이런 행위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가가 아무리 경고해도 편의봉사시설에서 이뤄지는 음란 행위를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또 단속에 걸린다고 해도 뇌물로 법적 처벌을 모면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행위는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6월 데일리NK에 따르면 함흥시의 한 고급중학교 남학생 3명과 여학생 3명이 함께 목욕탕에 들어가 성관계를 가진 사건이 발생했다.
북한에서 목욕탕은 원래 남녀 혼용이 아님에도, 학생들은 목욕탕 책임자에게 정식 이용 가격 외에 70달러(한화 약 9만 6000원)를 더 주고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2시간 동안 목욕탕 전체를 빌려 쓴 것으로 알려졌다.
목욕탕 이용 가격은 1인당 북한 돈 15000원으로, 이를 달러로 환산하면 1.2달러다. 따라서 학생들이 지불한 70달러는 거의 60명의 손님을 받은 것과 마찬가지다.
이에 최근 적어진 손님으로 수입이 줄었던 목욕탕 책임자는 학생들의 제안에 솔깃해 옳지 못한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2시간 동안 목욕탕을 내줬다고 한다.
학생들은 2시간 동안 목욕탕을 통째로 쓰며 집단 성관계와 마약을 흡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조용히 넘어갈 뻔한 해당 사건은 학생들 중 1명이 자랑 삼아 이 일을 다른 친구에게 이야기 하면서 소문으로 퍼졌고, 한 주민이 함흥시 안전부에 신고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문화일보 박준우 기자
10.11 체제 이완 징후 있으나 김정은의 통제권 아직은 견고
북한 ‘급변사태’ 가능성 있나
최근 북한 체제가 심각하게 흔들릴 수 있다는 북한 붕괴론이 다시 돌고 있다. 급변사태로 불리는 북한의 급격한 변화의 의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체제가 무너지거나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 자체가 없어지는 상황 등 크게 두 형태다. 전자는 김씨 일가가 지속해온 백두혈통의 통치가 끝나고 새로운 지도자 혹은 정치체제가 등장하는 경우이다. 후자는 공산주의를 표방하는 북한 체제가 자유민주주의로 전환하는 것이고, 이럴 경우 남북의 통일 가능성도 커진다.
북한 체제 이완 징후 넷
북한의 급변사태는 1994년 7월 8일 김일성 주석의 사망 직후 처음으로 제기됐다. 북한 체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김일성이 사망했으니 체제 붕괴로 이어질 것이란 내용이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김일성 사망 이후 3일, 3개월, 3년 등 구체적인 붕괴 시점까지 거론했다. 북한의 대내외 상황 변화에 따라 네 차례 북한의 붕괴론은 반복됐지만, 북한은 김정일에 이어 김정은까지 3대가 세습하는 동안 건재했다.
남쪽 문화 유입, 엘리트 이탈 증가
‘두 국가’ 선언으로 지도이념 혼란
사경제 확산으로 국가 통제 균열
감시망 철저 가동, 주민 불만 눌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7일 창립 60주년을 맞은 김정은국방종합대학을 방문해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학교는 김정은 위원장의 이름을 딴 첫 학교다. 연합뉴스
그럼에도 최근 북한 급변사태 가능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배경은 여럿이다. 우선, 북한 내부의 심각한 사상이완 현상 징후다. 북한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2020년 12월), 청년교양보장법(2021년 9월), 평양문화어보호법(2023년 1월) 등 한국의 문화나 언어를 경계하는 법을 제정했다. 이는 역으로 북한 내부에 한국 문화가 심각하게 전파되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남편을 ‘오빠’라고 부르면 처벌한다는 조항, 한국 드라마를 보면 최소 5년에서 15년 노동교화형에 처한다는 내용이 이를 보여준다. 나아가 관련 법 제정은 김정은의 지시가 과연 일반 주민들에게 제대로 먹히고 있는지 의문을 낳는다. 북한은 자신들을 법치국가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일반적인 국가들이 헌법을 최상위법으로 여기는 것과 달리 북한은 헌법 위에 노동당 규약이, 그리고 그 위에 수령의 교시가 자리한다. 김정은의 말 한마디가 법보다 훨씬 강제성이 크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법을 제정해 북한 주민들의 통제에 나선 것은 수령의 지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임을 인정한 것이다.
둘째 북한 엘리트층의 이탈이 증가한 것도 체제 이완의 증거라 하겠다. 지난 8월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국가정보원이 단독 보호 대상으로 분류한 북한 엘리트층 탈북민 숫자가 김정일 시기인 1997년부터 2011년 12월까지 54명이었지만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이후 지금까지 134명으로 크게 늘었다. 전체 탈북자 가운데 엘리트층이 차지하는 비율도 김정일 시대 때 0.23%에서 김정은 시대에는 1.22%로 5.3배로 늘어났다. 2020년 코로나19로 북한이 국경을 걸어 잠그면서 그 이전부터 해외에서 오래 생활하던 외교관 등이 탈북하는 경우가 늘어났고, 이런 엘리트층의 이탈은 북한 체제에 심각한 도전이 될 수 있다. 이들이 탈북한 배경이야 다양하겠지만 바깥세상에서 북한을 들여다보니 북한의 주장과 달리 정권이나 체제의 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대대적으로 선전해온 평등사회라는 주장과 달리 핵심-동요-적대계층으로 나뉜 카스트 제도였다는 사실에 대한 뒤늦은 깨달음일 수도 있다.
2개 국가론이 가져오는 내부 혼란

▲북한이 남한과 연결된 도로와 철길을 완전히 단절하고 방어 축성물(구조물)을 요새화하는 공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지난 9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을 찾은 외국인 관람객이 북한도발실을 관람하고 있다. 뉴스1
셋째, 북한의 지도 체제 이념의 혼란도 한몫하고 있다. 특히 지난 연말 김정은이 공포한 ‘민족통일 포기 선언’은 주민들에게 가치관의 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건국 후 김일성이 직접 국가의 2대 역사적 사명으로 ‘사회주의 건설’과 ‘조국 통일’을 내세웠다. 북한은 6·25 전쟁의 명분 역시 국토완정론에 근거한 통일 수단에서 찾고 있다. 나아가 1972년 남북한의 최초의 합의인 7·4 남북 공동성명이나 2000년 6·15 남북 공동선언에서 언급된 ‘우리민족끼리’ 등 통일 담론은 김일성-김정일로 이어지며 북한 정권이 내세웠던 지상 최대의 ‘과업’이었다.
그런데 이런 핵심 담론을 김정은이 이를 대체할 비전을 제시하지 않은 채 지워버리라고 하니, ‘유훈 통치’에 익숙한 북한 주민들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북한이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최고인민회의 14기 11차 회의(정기국회 격)를 열고 헌법을 수정했지만, 김정은이 지시한 영토조항이나 통일 관련 언급을 수정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북한이 수정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김정은이 지난 1월 헌법 수정 지시에도 불구하고 아직 어떻게 할지 결론을 내리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만약 후자라면 정권 차원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할 정도로 혼란을 겪고 있는데 주민들은 오죽하겠냐는 가정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장마당으로 대변되는 사(私)경제의 확산이다. 지난 2월 통일부는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보고서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보고서』를 발간했다. 이에 따르면 김정은 체제(2016∼2020년 기준)에서 국영 경제(23.5%)보다 사경제 종사자(37%)의 비율이, 공식소득(23.8%)보다는 사경제 활동을 통한 비공식 소득(69.4%)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경제와 비공식 소득의 비중이 지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라는 사실도 담고 있다. 인간이 물질 조건에 따라 움직인다는 마르크스의 주장과 달리 북한은 주체사상에서 인간이 의식 변화를 통해 물질적 이해를 넘어설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사경제의 확산은 북한 주민들이 물질에 더 민감해지고 정신의 중요성을 강조한 주체사상과 괴리를 낳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동시에 사경제 확산을 통한 시장화는 개인주의 성향을 강화해 북한 정권이 추구하는 국가통제에 한계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김정은 시기에 유독 확산하고 있는 이상의 네 가지 체제 이완 현상은 분명 북한 정권에는 도전 요인이다. 그러나 최근 나타나고 있는 일련의 변화가 실제 김정은 체제의 몰락이나 국가가 소멸하는 붕괴로 이어질지에 대해선 매우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김정은 정권이 아직은 이런 변화를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의 장치를 가동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북한 체제의 붕괴는 크게 세 가지 경우의 수를 고려해 볼 수 있다. 옛 소련처럼 소위 ‘위로부터의 혁명’이라 할 수 있는 지도부의 결심, 또는 1825년 12월에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농노제의 폐지와 입헌 정치의 실현을 요구하며 러시아의 청년 장교들이 무장봉기한 ‘옆으로부터의 혁명’, 마지막으로 북한 주민들이 대대적으로 봉기해 정권을 전복시키는 ‘아래로부터의 혁명’이다. 현재로선 김 위원장 등 북한 지도부가 체제 전환을 결심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북한의 정권에 절대 충성하며 권력과 물질적 혜택을 누리는 핵심계층은 어쩌면 북한 지도부와 운명공동체적 성격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 추론이다. 또 북한의 촘촘한 감시망 때문에 ‘옆으로부터의 혁명’이나 주민들의 봉기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 북한 정권은 주민들이 어떤 형태로든 사소한 반감만 가져도 가차 없는 심각한 처벌을 내린다. 최근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동원된 노동자가 늦게 일어났다는 이유만으로 현장에서 사라졌다는 탈북자의 증언은 북한 체제의 살벌함을 보여준다. 극단적 위험을 감수하고 체제에 반기를 들더라도 대규모 주민의 참여로 이어질 수 없도록 주민들의 소통을 막는 이중·삼중의 감시망을 가동 중이다.
그렇다고 김정은 체제가 영원히 지속할 것이라며 손을 놓고 있는 것도 문제다. 김정은 정권은 주민들의 사경제 확산을 통한 개인주의화, 특히 장마당 세대의 외부 사조에 대한 관심과 국가에 대한 충성도 저하 현상을 극도로 경계할 것이다. 내부 자원의 고갈과 이념의 혼란에 따른 주민들의 일탈과 체제를 유지하려는 정권 차원의 통제 강화는 숨바꼭질처럼 반복할 수밖에 없다. 당장 주민의식의 변화가 봉기로 연결되지 않더라도 일탈과 통제의 반복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불만의 표출도 불붙을지 모를 일이다. 이전과 달리 ‘손전화’로 불리는 휴대전화의 확산은 북한 주민들 사이에 은밀한 소통과 불만의 확산 수단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북한은 핵을 만능의 보검이라며 한국과 미국을 적으로 상정하고 주민들의 결속을 도모하고 있다. 하지만 외부의 세계에 머물던 엘리트층이 느꼈던 ‘현실’이 북한 주민들에게 알려지고, 진정한 인민 생활 향상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가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김정은 체제의 미래를 담보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것이 역사의 경험이자 김정은이 스위스에서 유학하며 느낀 ‘현실’일 것이다. 북한 체제의 붕괴론 또는 내구성 등 근시안적이고 편향적인 진단과 대비가 아닌 장기적인 시각에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

중앙일보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
10-14 北 “온 나라가 보복 열기”… 연일 對南 적개심 띄우기
무인기 전단 살포에 내부 결속
경의선 등 폭파준비 정황 포착
북한이 14일 무인기 평양 침투 주장과 관련해 “온 나라가 보복 열기로 끓고 있다”며 대남 적개심을 부추기고 내부 결속에 나섰다. 전방 포병부대에 완전 사격 준비를 전날 지시한 북한이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 폭파를 준비하는 정황도 이날 우리 군 감시장비에 포착됐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조선 인민이 격노하였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불이 펄펄 이는 눈빛들, 너무나 억이 막히고 치가 떨려 사람들은 두 주먹을 부르쥐고 이를 악물었다”며 북한이 주장한 무인기 전단 살포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을 상세히 전했다. 신문은 수해복구 현장에서도 “한국 괴뢰들에 대한 끓어오르는 적개심을 억제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전날 담화에서 무인기 침투에 대해 “무모한 도전 객기”라고 비판하면서 남측에 재발방지를 요구한 바 있다.
북한이 지난 9일 밝힌 비무장지대(DMZ) 요새화를 본격화하는 움직임도 이날 포착됐다. 군 소식통은 “북한군이 경의선·동해선 일대에서 남북 연결도로 폭파를 위한 것으로 추정되는 활동을 전개 중”이라고 밝혔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군의 실제 도발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 만반의 준비 태세를 갖추는 한편, 한·미 연합군 대비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합참과 지상군작전사령부도 최근 긴급지휘관회의 등을 통해 대북 정찰활동 강화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이날 “북한이 국면 전환을 위해 우주 발사체를 발사한다든가, 또 경의선·동해선 등에서의 보여주기식 폭파, 또 작은 도발, 이런 것들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군은 이에 대비하고 있다”며 “북한이 도발하면 우리는 자위권 차원에서 강력히 응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화일보 권승현 기자, 정충신 선임기자
10-14 49년만에 국제대회 유치한 북한… 그 배경은?
2028년 탁구 亞선수권 개최
“북한 내부사정 괜찮아진 듯”
북한이 49년 만에 탁구대회를 유치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4일 대한탁구협회에 따르면 북한은 12일(한국시간)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열린 아시아탁구연합(ATTU) 총회에서 2026년 아시아주니어선수권대회와 2028년 아시아선수권대회를 유치했다. 북한은 평양에서 이들 대회를 연다는 계획이다.
북한이 평양에서 탁구 종목의 국제대회를 개최하는 것은 49년 만이다. 북한은 1976년 평양에서 아시아선수권대회를 열었고 3년 뒤 세계선수권대회까지 개최했다.
북한은 최근 여러 종목에서 국제대회 개최를 추진했으나 경제, 안보 등의 이유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19세 이하(U-19) 챔피언십 예선 유치를 신청했다가 실패했고 2017 세계 주니어 유도선수권대회는 핵실험 탓에 개최지가 교체됐다.
북한에서 탁구는 축구와 함께 인기 종목으로 알려졌다. 2024 파리올림픽에서 리정식-김금영 조가 혼합복식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는 등 국제무대에서 여전한 경쟁력을 자랑했다. 탁구계 관계자는 “(유치 배경엔) 여러 분위기를 볼 때 북한의 내부 사정이 괜찮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오해원 기자 ohwwho@munhwa.com
10.14 北, 경의·동해선 도로 폭파 준비...軍 "오늘도 가능"
남북 육로의 완전 단절과 요새화를 선언한 북한이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 폭파를 준비하는 정황이 우리 군에 의해 포착됐다. 우리 군은 “오늘도 폭파가 가능하다”고 했다. 북한이 평양 상공 무인기 침투 및 전단 살포 사건을 빌미로 전방 포병부대에 완전사격 준비태세를 지시했고, 우리 군은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대비태세를 강화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북한의 긴장감 조성 행위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24년 5월 북한군이 동해선 철도 레일·침목을 제거하고 있는 모습. /합동참모본부
군 소식통은 14일 “북한군은 총참모부 담화 발표 이후 경의선 및 동해선 일대에서 남북 연결도로 폭파를 위한 것으로 추정되는 활동을 전개 중”이라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우리 군은 북한군의 이러한 활동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우리 장병과 국민의 안전보호조치를 강구하는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측은 경의선·동해선 연결도로 폭파와 함께 본격적인 요새화 공사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북한군 총참모부는 지난 9일 보도문을 통해 “9일부터 대한민국과 연결된 우리측 지역의 도로와 철길을 완전히 끊어버리고 견고한 방어축성물들로 요새화하는 공사를 진행되게 된다”고 발표했다. 북한은 같은 날 유엔사-북한군 통신선을 통해 보낸 통지문에서 “우리 측은 10월 9일부터 남쪽 국경선 일대에 우리 측 지역에서 대한민국과 연결됐던 동·서부의 도로와 철길을 완전히 끊어버리기 위한 공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사에는 다수의 우리 측 인원과 중장비들이 투입될 것이며 폭파 작업도 예정돼 있다”며 “귀측은 필요한 대책을 책임적으로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4일 우리 군이 포착한 북한의 폭파 준비 활동은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를 완전히 끊고 요새화 공사를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은 작년 말부터 남북 육로 단절을 위해 도로 주변 지뢰 매설 및 가로등 제거와 철로 제거 및 인접 부속 건물 철거 등을 진행해왔다.
북한은 작년 말부터 남북 연결 철도·도로를 물리적으로 단절하는 조처를 하고 있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은 작년 11월 경의선 도로 인근에 나뭇잎 지뢰를 살포했고, 같은 해 12월 동해선에 지뢰를 매설했으며, 올해 3월 동해선 도로 펜스를 철거했고, 4월엔 경의선 도로 가로등을 철거했다. 5월에는 동해선 철도 레일 및 침목을 제거했고, 6월에 동해선 도로 가로등을 철거했으며, 7월엔 경의선 철도 레일 및 침목을 제거했고, 8월엔 경의선 열차 보관소를 해체했다.
김명수 합참의장은 지난 10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합동참모본부 국정감사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북한 남북 육로 차단 작업 관련 사진을 공개하면서 “경의선과 동해선은 8월에 차단됐다”며 “이런 움직임은 사전에 감시되고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조선일보 양지호 기자
10.15 남북단절 완결판… 北, 우리 돈 1800억 들어간 육로 끊어
경의선·동해선 폭파 작업 착수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구간에서 열차가 시험 운행된 2007년 5월 17일 남측의 경의선 연결 열차가 남측 최북단 역인 도라산역 부근 통문을 지나 개성으로 향하고 있다. 왼쪽에 보이는 경비초소는 남측 초소다. /사진공동취재단
14일 북한의 폭파 동향이 감지된 경의선·동해선 도로는 남북 간 육로로 연결된 통로다. 서울~신의주를 잇는 경의선은 개성공단을, 동해 해안을 따라 이어져 있는 동해선은 금강산을 경유한다. 남북 교류 협력의 상징물을 파괴해 ‘남북 단절’ ‘적대적 두 국가 관계’ 메시지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은 이전에도 남북관계 경색 때마다 금강산 관광 시설, 개성공단 내 남북연락사무소 등 상징적인 시설을 폭파·철거해왔다. 모두 막대한 우리 국민의 세금이 투입된 시설들이다.
▲그래픽=김현국
◇남북 육로 단절 조치 잇따라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연말부터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이후 단계적으로 남북 간 육로를 단절하는 조치를 연달아 취했다. 지난해 11월 경의선 도로 주변 지뢰 매설을 시작으로 12월 동해선 지뢰 매설, 올해 3월 동해선 도로 펜스 철거, 4월 경의선 도로 가로등 철거 등을 순차적으로 진행했다. 이후 지난 8월엔 경의선 열차 보관소를 해체했다. 북한이 경의선·동해선 도로를 폭파하면 남북 간 육로로 연결된 통로는 화살머리 고지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만 남게 된다.
경의선·동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은 남북 화해 협력의 상징 사업으로 간주돼왔다. 2000년 첫 남북 정상회담 이후 열린 장관급 회담에서 남북 양측은 경의선·동해선 도로 및 철도 연결에 합의했고, 2002년 9월 착공식을 동시에 진행했다. 당시 북한은 개성역에서, 남한은 강원도 고성군 통일전망대 전방에서 착공식을 각각 진행했다. 북한은 이 장면을 조선중앙TV를 통해 방영하면서 “한시바삐 끊어진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고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민족의 번영을 이룩하자”라고 했었다.
착공식 이후 경의선 철도는 2003년 말 완공돼 2007년 문산~개성 구간에서 화물열차가 주중 1회 운행하기도 했다. 동해선 철도는 2005년 고성 제진~금강산역 구간이 연결됐으나 강릉~제진 구간은 미연결 상태로 남아 있다. 경의선 운행과 동해선 추가 건설은 이명박 정부 당시 북측의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 사건으로 정지됐다. 남북은 이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018년 정상회담에서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에 합의한 뒤 그해 12월 개성 판문역에서 착공식을 진행했다. 하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따른 대북 제재 강화와 북·미 간 핵협상이 ‘하노이 노딜’로 귀결되면서 실제 운행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2001년부터 2008년까지 경의선과 동해선 북측 구간 철도와 도로, 관련 시설 건설에 필요한 자재, 장비 등 우리 정부가 지원한 현물 차관은 1억3290만달러(약 1800억원)에 달한다. 이자와 지연 배상금까지 더하면 금액은 훨씬 커진다. 정부 관계자는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사업은 우리 정부의 차관으로 이뤄졌기에 북한에 상환 의무가 있다”고 했다.
◇연락사무소 폭파로 447억원 손해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도발에 따라 우리 측이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선언하자 북한은 우리 측 자산에 대한 전면 동결을 선언했다. 이후 2020년 6월 탈북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이유로 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일방적으로 폭파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2018년 남북 정상 간 ‘4·27 판문점 선언’에 따라 같은 해 9월 14일 개성공단에 우리 세금으로 설치된 것이다. 정부는 북한의 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북한에 약 447억원 규모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한 상태다. 연락사무소 청사 건물에 약 102억5000만원, 인접한 종합지원센터 건물에 약 344억5000만원의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다. 개성공단 내 다른 시설들도 지속적으로 철거하는 동향이 확인되고 있다.
북한은 2019년 2월 북·미 ‘하노이 노딜’ 이후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을 싹 들어내도록 하라”는 김정은 지시에 따라 금강산 관광 지역 내 우리 측 자산도 무단으로 철거했다. 올해 4월 건축과 장비 구입에 정부 예산 총 22억원이 투입된 소방서 시설이 철거됐고 이산가족 면회소만 남아 있는 상태다.
앞서 2022년에는 국내 전문 리조트호텔 아난티의 골프 리조트 시설이 철거된 정황도 위성사진에 포착됐었다. 아난티는 2004년 12월 금강산 관광지구 고성봉에 북한이 현대아산에 임대한 대지 168만5000㎡(51만 평)를 50년간 재임차해 18홀 규모의 골프 코스와 리조트 건물 등을 조성했다. 2004년 12월에 착공해 2008년 5월에 개장했으나 북한의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으로 관광이 중단된 이후 운영되지 않았다.
조선일보 김민서 기자
10-15 [속보]北,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 폭파…합참 “경계태세 강화”

▲2024년 5월 동해선 철도 레일·침목 제거 모습. 합동참모본부 제공
북한이 15일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를 폭파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합참은 이날 국방부 출입기자단에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북한은 오늘 정오쯤 경의선 및 동해선 남북 연결도로 군사분계선(MDL) 이북 일부 구간을 폭파했다”며 “우리 군은 감시 및 경계태세 강화 중”이라고 전했다.
북한이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를 폭파한 것은 남북 사이 육로를 완전히 끊고 요새화 공사를 하려는 의도란 해석이 나온다.
우리 군은 북한이 남북 육로 완전 단절을 선언한 이후 북한군의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 폭파 준비 정황을 감시해왔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전날(14일) 정례브리핑에서 “도로에 가림막을 설치해 놓고 그 뒤에서 도로를 폭파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하는 것이 식별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북한군 총참모부는 지난 9일 보도문을 통해 “9일부터 대한민국과 연결된 우리측 지역의 도로와 철길을 완전히 끊어버리고 견고한 방어축성물들로 요새화하는 공사를 진행되게 된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미군 측에 전화통지문을 발송했다고 덧붙였다.

▲남북 경의선-동해선 도로 연결 사업. 연합뉴스·연합뉴스TV 제공
북한은 같은 날 유엔사-북한군 통신선을 통해 보낸 통지문에서 “우리 측은 10월 9일부터 남쪽 국경선 일대에 우리 측 지역에서 대한민국과 연결됐던 동·서부의 도로와 철길을 완전히 끊어버리기 위한 공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사에는 다수의 우리 측 인원과 중장비들이 투입될 것이며 폭파 작업도 예정돼 있다”며 “귀측은 필요한 대책을 책임적으로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은 지난해 말부터 남북 육로 단절을 위해 도로 주변 지뢰 매설과 가로등 제거, 철로 제거, 인접 부속 건물 철거 등을 진행해왔다. 남북 연결 육로에는 철도 및 도로인 동해선과 경의선, 화살머리고지 및 공동경비구역(JSA) 통로 등이 있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11월 경의선 도로 인근에 나뭇잎 지뢰를 살포했고, 같은 해 12월 동해선에 지뢰를 매설했다. 올해 3월에는 동해선 도로 펜스를 철거했고, 4월엔 경의선 도로 가로등을 철거했다.
지난 5월에는 동해선 철도 레일 및 침목을 제거했고, 6월에 동해선 도로 가로등을 철거했다. 이후 7월에는 경의선 철도 레일 및 침목을 제거했고, 8월엔 경의선 열차 보관소를 해체했다.
문화일보 김유진 기자
10.15 전투기·폭격기도 구별 못한다… 北, 무인기 출현에 예민한 이유
레이더·지대공미사일 40년 구식
평양의 촘촘한 대공포 화망도
장거리·고고도 타격에 무기력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2일 "가장 적대적이며 악의적인 불량배 국가인 대한민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의 수도 평양시에 무인기를 침투시키는 엄중한 정치군사적도발행위를 감행했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 뉴스1
북한이 평양 상공에 무인기가 침투했다면서 연일 긴장 고조에 나서고 있는 이유는 ‘취약한 방공망’이라는 김정은 체제의 걱정거리가 그대로 노출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군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측 방공망은 레이더와 지대공미사일 등 도입이 40년 이상 지나 노후됐고 이후 특별한 개선 작업이 없었다. 평양은 전 세계 최고 밀집도의 촘촘한 대공포 화망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 한미연합 공중 전력이 전개될 경우 사실상 대응이 어려운 상태라는 것이다.
방공 체계는 ‘눈’인 레이더와 때리는 ‘손’인 미사일·대공포로 구성된다. 북한은 구소련제 레이더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2017년 미국 전략폭격기 B-1B를 포함한 편대군이 동해 공해상으로 풍계리 핵실험장 130㎞ 부근에 접근했을 때 B-1B가 편대에 포함돼 있었는지 사후 언론 보도를 통해서야 알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레이더로는 전투기와 전략폭격기를 구별하는 것이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비(非)스텔스 기종도 제대로 식별하지 못하는 초보적 수준이란 의미다. 2013년 미국 스텔스 전략폭격기 B-2가 오산 기지 상공에 전개됐을 당시에는 김정은이 언론 보도를 통해 이를 전해듣고 대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레이더 통제 체계도 구식이라고 한다. 군 소식통은 “다수의 레이더에서 수신한 자료를 실시간으로 처리해 항공기를 자동으로 식별·추적·요격 관제하는 ‘중앙 방공 통제 체계’를 갖춘 우리와 달리 북한은 여전히 구식으로 전역에 퍼져 있는 지상 레이더가 각기 탐지·보고하는 체계”라고 했다. 이 소식통은 “북한 에너지 상황상 레이더를 평시에 모두 가동하지도 않고 센서도 노후돼 이번처럼 소형 무인기가 침투할 경우 탐지 능력은 더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수백대 규모의 소련제 지대공미사일 무기 체계와 1만4000여 문 수준의 대공포·고사기관총 등 단거리 대공 방어 무기를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SA 계열 소련제 지대공미사일은 도입한 지 40여 년이 넘어 주요 장비 노후화가 심각하고 유엔 대북 제재 등으로 유지·보수 작업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유도 기능이 없는 대공포 등은 장거리·고고도에서 타격할 경우 사실상 무력하다. 북한은 자체 지대공미사일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레이더 센서 등 기술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조선일보 양지호 기자
10-15 무인기에 평양 발칵… 김정은, ‘NSC’ 첫 소집

▲軍 수뇌부 총출동 김정은(뒷줄 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14일 국방 및 안전 분야에 관한 협의회를 소집해 무인기의 평양 침투 사건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조춘룡(뒷줄 오른쪽)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 리영길(뒷줄 오른쪽 두 번째) 인민군 총참모장, 리창호(뒷줄 왼쪽) 정찰총국장 등이 참석해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 北, 국방안전협의회 개최 공개
金 “강경한 정치군사 입장 표명”
리영길 총참모장 등 수뇌부 참석
러 “南의 드론 침입은 주권 침해”
이르면 오늘 경의선 폭파 가능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4일 북한판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인 국방 및 안전 분야에 관한 협의회를 처음 소집해 평양 상공 무인기 침투 사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북한이 한국 무인기의 평양 침투를 주장한 지 사흘 만에 김 위원장이 처음으로 관련 회의를 소집한 것으로, 남측을 향한 “강경한 정치·군사적”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김 위원장은 직접 주재한 협의회에서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의 강경한 정치·군사적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총참모부가 진행한 사업과 주요 연합부대의 동원준비 상태를 보고받은 뒤 “당면한 군사활동 방향”을 제시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리창호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정찰총국장이 평양 무인기 침투 사건에 대해 종합 분석 보고를, 리영길 총참모장은 대응군사 행동계획을 보고했다. 통신은 “김정은 동지께서 보고에 대한 평가와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협의회를 통해 결론에 도달한 만큼 북한이 조만간 추가 군사 도발에 나설 공산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정부 당국은 김 위원장이 기존의 군사 분야 공식 협의기구인 ‘당 중앙 군사위원회’ 대신 10명 안팎의 핵심 간부들로만 구성된 새로운 협의회를 소집한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향후 군사 및 안전대책 수립을 위한 일종의 북한식 NSC 회의”라며 “군사적 긴장 및 안보 경각심을 고조시키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우리 군은 북한이 이날 중 경의선과 동해선 일대의 남북 연결도로를 폭파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대비태세에 나섰다.
한편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무인기 사태와 관련해 “북한 주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이자 독립 국가의 합법적인 국가·정치 체계를 파괴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화일보 권승현 기자, 정충신 선임기자
10.16 盧 방북때 걸었던 '남북협력 상징' 도로… TNT로 날렸다
결국 끊어진 남북 연결 도로

▲2007년 북한 땅 밟는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 - 2007년 10월 2일 노무현(왼쪽) 당시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가 도보로 경의선 남북 연결도로 위의 군사분계선(노란색 실선)을 넘고 있는 모습. /청와대 사진기자단
15일 오전 11시 59분과 약 2분 뒤인 오후 12시 1분 경의·동해선 남북 연결도로 북측 인접 지역에서 “쿵” 하는 폭발음이 들렸다. ‘안녕히 가십시오. 여기서부터는 개성시입니다’라고 적힌 파란색 도로 표지판 뒤편으로 흙먼지 등 파편이 수십m 높이로 솟구쳤다. 북한이 지난 9일 ‘육로 단절 및 요새화’를 공언한 지 엿새 만에 남북 교류 협력의 상징이었던 경의·동해선 도로를 물리적으로 파괴한 것이다. 경의선·동해선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제외하면 남북이 차량으로 교류할 수 있는 단 둘뿐인 통로다. 북측 구간 건설을 위해 2001년부터 2008년까지 우리 정부가 약 1800억원을 차관 형태로 제공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를 군사분계선 북쪽 10m 지점부터 각각 70m·40m 폭파했다. 북한은 폭 20m 아스팔트 도로 곳곳에 삽과 곡괭이로 구덩이 수십 개를 파고 구덩이마다 수십㎏의 TNT 폭약을 넣어 이날 일제히 폭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t의 TNT 폭약을 사용한 것이다. 폭파 지점 주변으로는 약 6m 높이 가림막을 세웠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군 수십 명은 폭파 지점에서 약 100m 떨어진 지점에서 폭파 장면을 촬영했다고 한다.

▲그래픽=김현국
합참 관계자는 “북한이 단절 및 요새화를 선언한 9일부터 두 도로에 각각 100여 명의 인원을 투입해 폭파 준비에 나선 정황이 우리 군 감시 장비에 포착됐다”며 “우리는 전동 드릴로 아스팔트에 구멍을 뚫었을 텐데 북측은 삽과 곡괭이를 이용해 구멍을 만들고 폭약을 넣고 흙으로 복토하는 장면을 감시했다”고 했다. 군은 북측이 폭파 이후 굴착기와 덤프 트럭을 동원해 잔해를 치우는 장면도 식별했다.
우리 군은 이날 북한의 남북 연결도로 폭파에 대해 “보여주기식 쇼”라고 평가했다. 군 관계자는 “지뢰 등으로 도로의 폐쇄는 이미 됐던 것이고 이번에 도로 자체를 날려버린 것”이라며 “북한이 지속해온 남북 단절 조치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고, 극적인 드라마 같은 효과를 노렸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북한이 이를 통해 대내 결속을 강화하고 남측과는 더 이상 대화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는 평가다.
이날 북한이 발파한 경의선 지점은 2007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방북하면서 차에서 내려 도보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 땅을 밟았던 곳이다. 군 관계자는 “도로 폭파를 통해 이러한 남북 교류 단절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남북이 ‘두 국가’로 제각기 살아가자고 선언한 뒤 단절 조치를 계속해왔다. 올 초부터 경의선·동해선 도로 인근에서 지뢰 매설, 침목·레일 및 가로등 철거, 열차 보관소 해체 등의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포착됐다. 이 과정에서 수차례 군사분계선 남측으로 일부 북한 병력이 넘어와 우리 측은 대응 사격에 나서기도 했다.
군은 북한이 폭파한 경의선·동해선 도로 지점에 콘크리트 방벽을 만들며 ‘요새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북한은 현재 248㎞ 군사분계선을 따라 10군데에서 대전차 방벽을 만드는 등 ‘장벽화’ 작업을 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주장한 문구를 볼 때 남북 단절 조치의 공고화를 위해 아마도 폭파 지점에 바로 남북 차단을 나타내는 콘크리트 방벽을 세우지 않을까 추정한다”고 말했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은 콘크리트를 활용해 견고한 시설을 만드는 것을 ‘요새화’라고 표현한다”며 “GP처럼 향후 장비·무기가 반입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북한은 이번 폭파에 대해 지난 9일 유엔사에 통보했다.
이날 북한의 폭파 작업으로 인한 우리 군의 인명 및 재산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은 “북한군 이동 등 특이 동향은 현재까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날 북한이 폭파에 나서면서 민간인의 민통선 이북 출입이 통제돼 농사일이 중단됐다. 북방 어장 조업도 중단됐다. 접경지대에 있는 경기 파주 도라산 전망대와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 등도 운영이 중단됐다.
☞경의선·동해선
경의선은 한반도 서쪽인 서울과 파주를 거쳐 북한의 개성·평양·신의주로 이어지는 구간의 철도·도로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한국 기업 관계자들과 물자가 북한을 오가던 유일한 통로이기도 하다. 동해선은 강원도 양양에서 금강산을 경유해 원산까지 이어진다. 금강산 관광 및 이산가족 상봉 등을 위한 경로로 활용됐다.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는 남북 교류 협력 상징으로 우리 정부가 북한에 1억3290만달러 차관을 제공해 건설됐다.
조선일보 양지호 기자
10.16 [단독] 北, 올해만 DMZ 장애물 건설에 720억 투입
국방부 "장벽 쌓기 완료하려면
20년간 1조9000억 필요할 듯"

▲북한이 15일 동해선과 경의선의 남북 연결도로를 폭파했다. 사진은 이날 합참이 공개한 남북 연결도로 폭파 모습./합동참모본부
북한은 경의선·동해선 도로를 폭파한 장소에 대전차 방벽 등 ‘장벽화’ 작업을 할 것으로 우리 군은 판단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은 올해에만 720억원의 공사비를 투입할 것이고, 향후 군사분계선 전체 장벽화 작업을 위해서는 최대 1조9000억원이 들 것이라는 국방부 분석이 나왔다.
1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국방부는 북한이 올 한 해 군사분계선 인근 토목공사 및 콘크리트 방호벽·철책 설치 등 공사비용으로 570억원, 공사 인건비로 150억원을 쓸 것으로 추산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248㎞에 달하는 군사분계선을 따라 비무장지대 전 지역에 방벽·철책 복합 장애물 구축에 나설 경우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향후 20년 동안 공사 비용 약 1조9000억원이 필요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 운영 중단 - 강원 고성군 통일전망대 출입문에 15일 운영 중단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북한은 이날 경의·동해선 남북 연결 도로를 폭파했는데, 군은 북한이 폭파 조짐을 보이자 그에 앞서 민통선 일대 농업·어로·관광 활동 중단을 요청했다. /연합뉴스
북한은 지난해 연말 김정은의 ‘적대적 두 국가 관계’ 발언 이후 군사분계선 북측 비무장지대(DMZ) 일대에 콘크리트 방벽·철책 설치, 지뢰 매설 작업 등을 이어가고 있다. 김명수 합참의장은 지난 10일 합참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DMZ 10곳에서 대전차 방벽 작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긴 방벽은 수백m 길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장벽’ 설치 작업은 외부 유입 차단 및 내부 인원의 유출·탈출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군은 보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DMZ 장애물 건설과 대남 쓰레기 풍선 도발이 기존 탄도미사일 도발에 비하면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은 지난 5월부터 최근까지 쓰레기 풍선을 28차례에 걸쳐 6300개가량 살포했다. 합참은 풍선 제작비를 개당 10만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총 6억3000만원가량을 투입했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비용과 비교하면 매우 적은 액수다. 미국 RAND 연구소에 따르면 북한 탄도미사일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이 1발당 250억~375억원,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급은 1발당 38억~63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군 관계자는 “북한은 2023년 한 해 동안 탄도미사일 발사에 약 3000억원에서 4640억원 정도를 쓴 것으로 나오는데 이와 비교하면 방벽 작업과 오물 풍선 살포는 북 입장에서 가성비가 좋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양지호 기자
10.16 영변, 풍계리, 연락사무소, 남북 육로...北 고비때마다 '폭파쇼'
북한은 경의·동해선 폭파 이전에도 미·북 관계와 남북 관계 상황에 따라 보여주기식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충격요법’으로 상징적 시설물을 폭파해 왔다.

▲합참이 15일 공개한 북한의 동해선과 경의선 남북 연결도로 폭파 모습. 우리 군은 이날 북한의 도발적 행위에 대응 차원에서 군사분계선(MDL) 이남 지역에 대응사격을 실시했다. /뉴스1
대표적인 사례는 2020년 6월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다. 북한 김여정은 2020년 6월 국내 일부 탈북민 단체의 전단 살포를 문제 삼으면서 “확실하게 남조선과 결별할 때다. 멀지 않아 북남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후 며칠 후 실제로 폭파를 진행했다. 2018년 4·27 판문점 선언에 따라 그해 9월 설립된 지상 4층 지하 1층 규모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3~4초 만에 시커먼 연기와 함께 잿더미로 내려앉았다. 몇 시간 뒤 북한은 조선중앙TV를 통해 폭파 장면을 주민들에게 공개했다. 건물 바로 옆 15층 규모의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건물 일부가 함께 파괴될 정도로 폭발력이 컸다.

▲2020년 6월 북한 조선중앙TV가 내보낸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장면. /뉴시스
2018년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한 달 전인 5월에는 ‘신뢰 조치’의 일환이라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하기도 했다. 당시 북한은 한국, 미국, 중국 등 5국 언론인을 현장에 초청했는데, 북측은 500m 거리에서 폭파를 지켜보는 것만 허용하고 폭파 이후 갱도 내부 접근은 차단했다. IAEA(국제원자력기구)와 한미 정보 당국은 북한이 폭파했다는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를 2022년 복구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때 이후 현재까지 문제의 3번 갱도는 북한의 7차 핵실험 유력 후보지로 꼽힌다.

▲2018년 5월 북한이 한국과 일본, 미국, 영국, 중국 등 5개국 언론인을 초청한 뒤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하는 장면. /뉴스1
북한의 ‘폭파 쇼’ 원조는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북한은 2008년 6월 ‘핵시설 불능화’를 한다며 영변 5㎿ 원자로의 냉각탑을 폭파했다. 당시 국무부 한국과장이었던 성 김 전 주한 미국 대사가 현장에서 참관했고 CNN 등 미국 방송사는 냉각탑 폭파 장면을 중계했다.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은 같은 해 10월 북한 요구대로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했으나, 북한은 5년 뒤인 2013년 우라늄 농축 공장을 비롯한 영변의 모든 핵 시설과 5㎿ 흑연감속로(원자로)를 재정비, 재가동하는 조치를 취한다고 발표했다.

▲2008년 북한의 영변 핵 냉각탑 폭파 장면. /조선일보 DB
폭파는 아니지만 북한은 금강산 관광 지역 내 남측 시설을 무단으로 철거하기도 했다. 2019년 미·북 ‘하노이 노딜’ 이후 김정은이 “보기만 해도 기분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을 싹 들어내라”고 지시하자, 북한은 금강산의 해금강 호텔과 소방서 시설, 골프장 등을 철거했다.
조선일보 김민서 기자
10-16 김정은, 김일성·김정일의 남북협력 파괴… ‘유훈통치’ 버렸다

▲북한 청년들 “군입대 하겠다” 탄원 북한 전역에서 지난 14~15일 이틀간 140만여 명에 달하는 청년들이 인민군 입대와 복대를 탄원했으며, 그 수가 매일 증가하고 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6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 ‘러시아 뒷배’로 도발 폭주
금강산 관광시설 철거하고
남북사무소·경의선은 폭파
선대 남북교류 업적 폐기
중국 대신 러시아를 동아줄로 잡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일성·김정일이 수십 년간 쌓아올린 남북 협력 결과물을 연달아 폭파하며 선대의 통일 유훈을 사실상 폐기하고 나섰다. 유훈 통치로 세습을 정당화해 온 북한 정치에선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다음 달 미국 대선을 앞두고 ‘판돈’을 키우는 동시에 수해와 잇단 실정에 따른 민심 이반을 막아보려는 계산이 깔렸다. 북한의 든든한 ‘뒷배’가 돼주고 있는 러시아도 김 위원장의 도박에 군불을 넣고 있다.
16일 통일부 등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난 이후 남북 협력 시설을 순차적으로 폐기하고 있다. 금강산 관광시설(철거),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폭파), 경의선·동해선(폭파)이 각각 시차를 두고 폭파됐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은 남북 관계를 개선해도 경제적으로 얻을 이익이 없다고 판단해 ‘적대적 두 국가론’을 선언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과 별개의 국가로 미국과 대화하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을 내렸고, 미국의 리더십 교체에 앞서 직접 ‘판돈’ 키우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대내 결속을 도모하기 위한 용도로도 적대적 두 국가론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북한은 장마당 세대(1980~1990년대 태어난 젊은 세대)가 등장하면서 체제 안정성을 위협받고 있다. 김 위원장이 외부 정보를 차단하기 위해 반동사상문화배격법, 평양문화어보호법, 청년교양보장법 등 이른바 ‘3대 악법’을 시행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김 위원장은 내부 결속을 위해 적대적 두 국가론과 함께 피포위 의식(적에게 포위된 상황에서 느끼는 위기의식)을 강조하고 있다. ‘남한의 무인기가 평양 상공을 침투했다’고 밝힌 지난 11일 이후 주민들의 대남 적개심을 고취하는 데 온 힘을 쏟은 게 대표적이다.
지난 6월 러시아와 맺은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은 김 위원장에겐 새로운 동아줄이 됐다. 이 조약은 “무력 공격을 받아 전쟁하는 경우 다른 국가는 모든 수단을 통해 군사 지원을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러시아는 ‘평양 무인기 침투 사태’에 대해서도 지난 14일(현지시간) “서울의 이러한 행동은 북한 주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이자 독립 국가의 합법적인 국가·정치 체계를 파괴하고 자주적으로 발전할 권리를 박탈하기 위한 내정간섭”이라고 노골적으로 북한 편을 들었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추가 군사 도발을 위한 여러 선택지를 놓고 시기를 조율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군사분계선(MDL),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의 국지 도발과 지금까지 27차례 보내온 쓰레기 풍선을 무기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비례성 원칙에 따라 서울에 무인기를 보내 갚아줄 가능성도 있다. 7차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은 선택지에 올려놓되, 국제정치적 역학관계를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권승현 기자 ktop@munhwa.com
10-16 北 4년 만에 또 ‘폭파 쇼’… 대남 적대감 고취, 대미 관심 끌기用
북한이 어제 낮 경의선과 동해선 남북 연결도로를 폭파했다. 북한이 도로를 폭파한 지점은 군사분계선(MDL)에서 북쪽으로 불과 수십 m 떨어진 곳으로 폭파 잔해물이 남측 지역에 떨어질 정도였다. 이에 우리 군은 MDL 남쪽으로 경고성 대응 사격을 했다고 합참은 밝혔다. 북한은 전날부터 도로에 가림막을 설치해 놓고 그 뒤에서 폭파 준비 작업을 벌여 왔다.
북한의 경의선·동해선 도로 폭파는 2020년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4년 만에 벌인 또 하나의 ‘폭파 쇼’로 기록될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적대적 두 국가’ 선언 이래 북한은 남북 연결도로 지역에 지뢰를 매설하는가 하면 비무장지대(DMZ)에 대전차 방벽을 설치하는 등 대남 단절 조치를 벌여 왔다. 이번에 그런 의지를 더욱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남북 교류·협력의 상징이던 두 도로를 폭파하는 장면까지 연출한 것이다.
북한은 특히 주민들의 대남 적대감 고취를 위해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상태에서 이번 이벤트를 벌였다. 엿새 전 도로 폭파를 예고했던 북한군은 그 이틀 뒤 난데없이 한국 무인기의 평양 침투를 주장하며 ‘끔찍한 참변’을 위협했다. 이어 총참모부는 최전선 8개 포병여단에 ‘완전 사격 준비 태세’를 내렸고, 급기야 김정은까지 나서 강경 대응을 주도했다.
한편으로 북한은 대선을 20일 앞둔 미국의 관심을 끌려는 의도도 숨기지 않고 있다. 김여정 부부장 담화를 통해 무인기 사건에 ‘미국 책임론’을 들먹이는가 하면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준비하는 동향을 노출하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는 무인기 사건에 대한 북한 주장에 일방적으로 동조하는 논평을 내며 뒷배를 자임하고 나섰다. 그간 한미 정보 당국이 경계해온 북-러 합작 ‘10월의 깜짝 도발’ 가능성을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남북 간 초긴장 상태에서 우리 군은 단호하고 결연한 즉응 태세와 함께 비례 원칙에 따른 균형 잡힌 대응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무엇보다 대남 무력시위와 더 큰 도발 협박으로 남북 간 충돌을 유발하려는 모험주의 노림수에 말려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 ‘즉강끝(즉시 강력히 끝까지)’ 응징 의지 못지않게 무력 충돌로의 비화를 막는 위기관리가 중요한 시점이다.
동아일보 사설
10.16 경의·동해선 도로까지 폭파한 북한, 어디까지 가려 하나

▲북한이 15일 동해선과 경의선의 남북 연결도로를 폭파했다. 우리 군은 북한의 도발적 행위에 대응 차원에서 군사분계선(MDL) 이남 지역에 대응사격을 실시했다. [사진=합동참모본부, 뉴스1]
‘2국가론’ 따라 2003년의 남북 연결도로 일부 파괴
철저한 도발 대비와 신중한 메시지 관리 병행해야
북한이 어제 남북을 잇는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의 일부 구간을 폭파했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은 어제 낮 12시쯤 경기도 파주와 강원도 제진 인근의 휴전선 북쪽에서 각각 폭약을 동원해 남북 연결도로 폭파에 나섰다. 우리 측에 피해는 없었지만 군이 대응 사격을 실시하며 남북 군사적 충돌 분위기까지 조성됐다.
건설 비용 1억3290만 달러(약 1811억원)를 전부 남측이 부담해 2003년 완공된 이 도로는 한때 개성공단과 금강산 육로 관광 활성화에 기여하며 남북관계의 옥동자로 여겨졌었다. 그러나 북한이 어제 이 도로를 폭파함에 따라 옥동자는 사생아가 될 위기에 처했다. 김일성·김정일이 70년 넘게 “통일은 애국, 분단은 매국”이라며 내세웠던 ‘통일과업’을 북한 스스로가 부정하는 상황을 낳고 있다.
북한의 도로 폭파는 이미 예상됐고, 우리 군도 북한군의 움직임을 사전에 파악하며 대비하고 있었다고 한다. 북한은 지난해 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2국가론’ 제시 이후 휴전선 일대에 지뢰를 매설하고 방벽을 쌓아 왔다. 지난 9일엔 북한군 총참모부가 휴전선 일대를 요새화하고 남북의 영토를 철저히 분리시키기 위한 군사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주장도 했다. 북한이 이 시점에 이 같은 ‘상징적 행동’에 나선 건 두 가지 측면으로 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의 2국가론 이행이라는 측면과 함께 자신들이 극도로 경계하는 미군의 전략폭격기를 동원한 한·미 연합훈련이나 ‘정권 종말’과 같은 한국 정부 고위 당국자들의 언급에 대한 맞대응 메시지일 수 있다. 북한은 대북 전단 살포를 이유로 2019년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전력도 있다. 그러나 자신들의 불만을 극단적으로 표출하는 이런 방식으로 얻을 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북한은 명심해야 한다.
문제는 북한이 보여주기식 퍼포먼스에만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11일 북한은 외무성의 중대 성명에서 한국군이 평양 상공에 무인기를 보내 전단을 살포했다고 주장한 뒤 김여정 부부장이 나흘 연속 담화를 발표하며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 위원장은 그제 우리의 NSC(국가안전보장회의) 격인 국방 및 안보 분야 협의회를 열어 강경한 정치·군사적 행동을 주문했다. 북한이 일단 말로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천안함 폭침 사건이나 연평도 포격전을 감행했던 전력을 잊어선 안 된다. 북한의 군사적 행동에 철저히 대응하되 차분하고 신중한 메시지 관리로 상황 악화를 막아가야 한다. 기상천외한 북한의 성동격서식 도발에도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 동시에 오늘 한·미·일 차관회의 참석차 서울을 찾는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과 동맹의 결속을 다지고, 최근 북한의 동향을 긴급 의제 삼아 억제 및 대비 방안을 공조해 주길 기대한다.
중앙일보 사설
10.18 김정은, 서울 지도 펼쳐놓고 "한국은 적국, 거침없이 물리력 사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7일 인민군 제2군단 지휘부를 방문했다. 김정은이 서울 등 남한의 여러 지역이 포함된 것으로 추정되는 대형 지도를 펼쳐놓고 참모들과 논의하고 있다.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국을 적국이라 규정하며 “한국이 주권을 침해하면 물리력을 조건에 구애됨 없이, 거침없이 사용하겠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 등 남한의 여러 지역이 포함된 것으로 추정되는 대형 지도를 펼쳐놓고 참모들과 논의하고 있는 모습도 공개됐다.
18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지난 17일 인민군 제2군단 지휘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틀 전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 육로 폭파가 “단순한 물리적 폐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은 남북 육로를 완전히 차단한 이유에 대해 “세기를 이어 끈질기게 이어져 온 서울과의 악연을 잘라버리고 부질없는 동족 의식과 통일이라는 비현실적인 인식을 깨끗이 털어버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철저한 적국인 한국으로부터 우리의 주권이 침해당할 때 물리력이 더 이상의 조건 여하에 구애됨이 없이, 거침없이 사용될 수 있음을 알리는 마지막 선고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7일 인민군 제2군단 지휘부를 방문했다. /뉴스1
김정은은 “우리가 이미 천명한 대로 만일이라는 전제조건하에서 우리의 공격력이 사용된다면 그것은 동족이 아닌 적국을 향한 합법적인 보복 행동이 된다”며 “적을 다스릴 수 있고 억제할 수 있는 강력한 힘으로 고수하는 평화만이 믿을 수 있고 안전하고 공고한 평화”라고 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이날 지휘소에서 군단장으로부터 적의 동향을 보고받고, 전투 대기 태세로 전환한 관할 여단 준비상태를 점검한 뒤 군사행동 계획을 담은 중요문건을 검토했다고 전했다.
앞서 인민군 총참모부는 한국 무인기가 평양 상공에 침투했다고 주장하며 지난 13일 국경선 인근 포병연합부대와 중요화력임무가 부과된 부대들에 완전사격 준비태세를 지시한 바 있다.
특히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 속에서 김정은은 작전지휘실로 추정되는 곳을 찾아 대형 지도를 책상 위에 펼쳐놓고 무언가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 지도에는 ‘서울시’ 등의 글씨가 쓰여 있는 걸로 포착됐는데, 이로 미뤄봤을 때 지도엔 2군단의 서울 점령 작전 등이 명기된 것으로 추정된다.
김정은 뒤에 있는 대형 TV 화면에도 한반도 지도가 띄워져 있었는데, 비무장지대(DMZ)와 비슷한 위치에 파란색으로 굵게 선을 그어놓은 게 눈에 띈다.
김정은의 이날 방문에는 박정천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노광철 국방상 등이 동행했고, 리영길 인민군 총참모장과 대연합부대장 등 부대지휘관들이 영접했다.
보도에서 직접 언급되진 않았지만 연일 거친 대남 비난 담화를 발표하고 있는 김정은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도 회의장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모습이 사진에 포착됐다.
10-21 러 파병 北 폭풍군단 정체는…靑 습격 124군 모체 10개 여단 ‘최정예 특수부대’

▲북한이 건군절(인민군 창건일) 75주년인 지난 2023년 2월2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폭풍군단으로 불리는 11군단 특수작전부대 등이 동원된 가운데 열병식을 개최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캡처/연합뉴스
김정은 파병 앞서 9월 11일, 10월 2일 폭풍부대 추정 특수부대 두 차례 시찰
폭풍군단, 경보병여단(번개) 항공육전단(우뢰) 저격여단(벼락)등 10개 여단 4만∼8만명
청와대 습격 124군이 모체, 평남 덕천군 특수 8군단 이어 2017년 ‘특수작전군’ 제5군 독립
북 특수부대 20여만명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특수부대"…이 중 약 14만명은 경보병부대
북한이 러시아를 돕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 중인 부대는 특수작전부대인 11군단 중 일부다. 우리 군의 특수전사령부(특전사)와 성격이 유사한 부대로 규모는 우리보다 더 큰 것으로 알려진 ‘폭풍군단’으로 불리는 최정예 부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11일과 이달 2일 파병에 앞서 폭풍부대로 추정되는 특수부대를 두 차례 시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풍군단 예하에는 경보병여단(번개)과 항공육전단(우뢰), 저격여단(벼락) 등 10개 여단이 있고 규모는 4만~8만명으로 추정된다. 11군단은 예하 10개 여단(경보병여단 4, 저격여단 3, 항공육전여단 3)으로 편성돼 있다.이번에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하기로 한 병력은 이 중 4개 여단 1만2000명으로, 전체 폭풍군단의 15~30% 규모다. 최정예 병력 상당수가 북한을 떠나 우크라이나 전선으로 가게 된 것이다. 북한은 과거 베트남이나 중동에 전투기 조종사나 군사고문단을 파견한 적이 있지만, 이번과 같은 대규모 지상군 파병은 처음이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지시에 의해 전시에 대비한 특수전(게릴라전)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 특수전 부대를 통합해 ‘특수작전군’을 창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부대는 전시에 육상, 해상, 공중으로 우리 후방에 침투해 이른바 제2전선을 형성하며 후방을 교란하는 작전을 수행하는 부대이다. 군 관계자는 "그동안 북한은 주로 공병 활동 등 러시아에 대한 후방 지원 활동을 하거나 무기만 지원해 왔다"며 "폭풍군단 파병은 러·북이 연합군을 형성해 전쟁에 나선다는 뜻"이라고 했다.
평안남도 덕천시에 주둔한 것으로 알려진 폭풍군단은 특수 8군단이 모체다. 특수 8군단은 1968년 1·21 청와대 습격 사건을 일으킨 124부대를 중심으로 1969년 1월 창설됐다. 1983년 7월경 경보교도지도국으로 개칭됐다가 1991년 제11군단(일명 폭풍군단)으로 확대 재편됐고 2017년 특수작전군으로 통합됐다. 특수작전군 사령관은 2020년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때 식별된 김영복 상장(전 11군단장)이었다. 특수작전군의 주력은 북한군 11군단(조선인민군 제630연합부대)으로 추정된다. 11군단은 1999년 김정일 지시로 ‘폭풍군단’으로 명명된 바 있다.
이 중 경보병여단은 육상을 통한 후방침투와 교란작전을 수행하는데 ‘번개여단’으로도 불린다. 또 핵심시설 파괴, 요인암살 등을 수행하는 저격여단은 ‘벼락여단’으로, 항공기로 침투해 작전을 수행하는 항공육전여단은 ‘우뢰여단’으로 불린다. 이외 전방군단의 경보병 사·여단과 저격여단 및 정찰대대, 전방사단의 경보병연대, 항공 및 반항공군사령부 저격여단, 해군사령부 저격여단, 특수작전대대 등 북한군의 특수전 전체 병력은 20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의 외교안보 매체인 내셔널인터레스트가 2017년 11월 북한군 특수부대를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특수부대"라고 평가한 가운데 북한군 특수부대 20만명을 두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2018년 1월 국방부가 공개한 ‘국방백서 2018’은 북한군 특수부대가 20여만 명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최근 요인 암살작전을 전담하는 특수작전대대를 창설했고, 특수전 부대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특수작전군’을 별도의 군종으로 분류하는 등 특수전 작전능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고 기록했다.
월터 샤프 전 한ㆍ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2011년 2월 8일 당시 국회 국방위 소속 의원들과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북한군의 특수부대 전력은 20만 명에 달하며, 이 중 6만 명은 ‘지정된 임무’ 즉 천안함 폭침 같은 고도의 특수작전을 수행하는 최정예 특수부대"라고 말했다. 나머지 14만명은 경보병 부대로 분류된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위원은 "북한은 경보병부대를 늘리면서 특수부대의 규모를 현저하게 키워나갔다"고 설명했다. 전략적 타격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해군에 2개의 해상저격여단을, 공군에 2개의 공군저격여단을 창설했다. 그리고 2000년대 중반에는 3개의 전연군단에 경보병사단 7개를 창설하고 기존의 경보병대대는 증편을 통해 11개의 경보병연대로 덩치를 키웠다. 새로 창설된 경보병부대의 실체를 보면 과연 현대적 기준의 특수부대인지 여부는 논란이 있다. 우선 증·창설에 필요한 병력은 제2제대 사단병력이나 외화벌이부대 또는 기타 유휴병력을 활용했다. 또한 부대운용은 산악지역전투, 야간전, 기습매복 등에 중점을 두고 있으나, 별다른 장비지원은 없다. 개인무장이 전부다 보니 부대운용에 비용도 얼마 안 든다. 한마디로 경제난·식량난으로 정규군조차 유지하기 힘들다 보니, 훨씬 유지하기 쉬운 경보병부대를 늘렸던 것이다.
하지만 북한 특수부대는 애초에 후방침투를 위해 조직됐던 부대는 역시 엘리트라고 부를 수 있다. 폭풍군단 11군단이 대표적이며, 정찰총국 소속의 정찰대대, 그리고 작전국 소속의 특수작전대대 등은 진짜 특수부대로 분류된다. 특히 정찰대대와 특수작전대대는 우리의 최강 특수부대들에 비해도 기량만큼은 손색없다는 평가다. 후방침투에 특화돼 있는 11군단은 우리로 치면 특전사에 해당된다.

▲2017년 4월 15일 김일성 생일 105주년 열병식에서 첫선을 보인 특수작전군. 방탄헬멧에 무릎보호대, 야시경마운트 등 신형 장비를 들고 나왔다. 노동신문 캡처/연합뉴스
특수작전군 사령관은 2020년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때 식별된 김영복 상장(전 11군단장)이었다. 김영복 11군단장은 인민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으로 승진돼 올해 3월6일 김정은 위원장의 서부지구중요작전훈련기지 방문 때 최측근처럼 대화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김영복은 지난 2017년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 105주년 기념 열병식을 계기로 존재가 확인된 특수작전군 사령관을 맡았던 인물이다. 북한군이 특수부대를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확인된 것은 모두 이때가 처음이었다. 김영복은 지난 2022년 4월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기념 열병식을 비롯해 지난해 2월 조선인민군 창건일(건군절)과 7월 전승절(6·25전쟁 정전협정 체결일) 열병식에서도 특수작전군 종대를 김영복이 이끌지 않아서 해임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올해 3월 건재가 확인됐다.
2020 국방백서에 의하면, 이들 부대는 전시 땅굴을 이용하거나 잠수함, 공기부양정, AN-2기, 헬기 등 다양한 침투수단으로 전·후방지역에 침투하여 주요 부대·시설 타격, 요인 암살, 후방 교란 등 배합작전을 수행하고, 공중 및 해상·지상 침투 훈련과 아군 전략시설 모형을 구축하여 평소 타격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무장장비를 현대화하는 등 지속적으로 전력을 보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김정은의 군권 장악에서 주목되는 장면은 북한군의 재배치와 엘리트군 구축"이라고 밝혔다. 2012년 4월 15일 개최된 김일성 생일 10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김정은이 직접 ‘조선인민군 전략로케트군’(현 전략군)을 언급하며 등장시켰다. 기존의 군종(軍種)인 육군, 해군, 공군 외에 제4군인 전략로케트군을 창설한 것이다. 또 2012년 5월에는 공군을 ‘항공 및 반항공군’으로 개칭했다. 2017년 4월 15일 김일성 생일 10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는 ‘특수작전군’이라는 새로운 군종(軍種)도 등장시켰다"며 "북한군의 4대 군종인 육군, 해군, 항공 및 반항공군(공군), 전략군에 추가로 제5군인 특수작전군을 창설하게 된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김정은은 집권 이후 재래식 북한군을 가지고는 세계 최강 미군과의 연합부대인 한·미연합사에 대항할 수 없으며 궁극적으로 적화통일을 실현하기 어렵다는 점에 주목했다"며 "따라서 비대칭 전력인 핵과 첨단 탄도미사일 개발 및 특수전 병력 양성에 주력하는 방향으로 북한 군종을 다변화하고 특수전력을 강화하는 데 박차를 가했다"고 분석했다. 유 원장은 "이의 결실이 바로 서방식 표현으로 ‘엘리트 정예군’이라 할 수 있는 전략군과 특수작전군의 창설"이라며 "북한은 128만명의 정규군 유지에 따른 막대한 군사비를 절감해 첨단 정예과학군인 전략군과 신속 게릴라 기동군인 특수전략군의 운용으로 전시 작전 역량을 다양화하고 집중화하는 반면, 평시에도 한국과 주변 국가를 군사적으로 압박하고 위협할 수 있는 강력한 군사적 수단을 보유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군 파병부대 선발대 격인 북한군 1500명은 러시아 해군의 도움으로 이동했다. 이들은 블라디보스토크와 우수리스크, 하바롭스크, 블라고베셴스크에 분산돼 러시아 군부대에 주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적응 훈련을 마치는 대로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은 "조만간 2차 수송 작전도 진행될 예정"이라고 했다. 북한군은 러시아 극동 지역에서 시베리아 횡단 철도를 이용해 우크라이나 전선이 있는 서부 지역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일보 정충신
10.21 韓 거주 미국인 납치계획도 짰다…러 파병 '北폭풍군단' 정체

▲2017년 5월 1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대규모 열병식에 등장한 북한 특수작전군. 노동신문= 뉴스1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한 이른바 '폭풍군단(11군단)'의 구체적인 역할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해당 부대는 과거 북한이 공개한 전쟁 시나리오에도 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나리오상 전쟁 초기 후방에 침투해 한국에 체류 중인 미국인을 대거 인질로 잡는 주력이었다.
북한 대외 선전용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2013년 3월 22일 '3일 전쟁' 시나리오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북한군은 1일 차에 남측을 향해 '불마당질'이라고 명명된 일제사격을 감행하면서 경보병부대(가벼운 무장으로 넓은 지역을 정찰·수색하는 특수전 부대)를 투입해 한국군 후방의 주요 군사시설과 산업인프라를 타격한다. 이에 더해 11군단을 투입해 서울과 주요 도시에 체류 중인 미국인 15만 명을 인질로 붙잡는 게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문제의 폭풍 군단은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인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당시와 같이 적 후방에 빠르게 침투해 몸값 높은 인질을 최대한 확보해 향후 교섭에서 사용할 수 있는 레버리지를 확보하는 역할을 맡은 셈이다.
인질을 '한국 체류 미국인'으로 특정한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통계청의 '국제인구이동통계'에 따르면 2013년 한국에 3개월 이상 체류한 미국인은 약 2만 8000여명이었는데, 15만명을 잡겠다는 터무니 없는 계획을 세운 셈이다.

▲조선중앙TV가 2016년 12월 11일에 공개한 북한군 제525군부대(총참모부 작전국) 직속 특수작전대대의 청와대 타격 훈련모습. 당시 영상에는 특작부대원이 패러글라이딩으로 침투하는 모습이 담겼다.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전장에서 이런 특수작전 부대의 역할에 주목한 북한은 김정은 시대 들어 '특수작전군'을 별도의 군종으로 분류해 위상을 강화하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국방백서(2022년)는 북한 특작 부대와 관련해 11군단과 특수작전 대대, 전방군단의 경보병 사·여단 및 저격여단, 해군과 공군 소속 저격여단, 전방사단의 경보병연대 등 각군 및 제대별로 다양하게 편성되어 있고, 병력은 20만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들은 전시 땅굴을 이용하거나 잠수함, 공기부양정, 고속상륙정, AN-2기, 헬기 등 다양한 침투수단을 이용해 전·후방지역에 침투하고, 주요 부대·시설 타격, 요인 암살, 후방 교란 등 배합 작전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공중 및 해상·지상 침투훈련과 한국의 주요 전략시설 모형을 구축해 타격훈련을 하는 한편 무장 장비를 현대화하는 등 지속해서 전력을 보강하고 있다는 게 국방백서의 설명이다.
배합전은 북한군 특작부대의 운용개념 중 하나다. 주력이 한국을 공격하고 특작부대가 후방을 교란함으로써 한국군 전선의 안팎에서 동시에 전쟁을 치르는 전술이다. 대표적인 부대로는 2016년 12월 북한 관영 매체를 통해 청와대 본관 모형을 타격하는 모습을 공개한 제525군부대 직속 특수작전대대가 꼽힌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11일 북한 특수작전부대 훈련기지를 현지 시찰하면서 전투원들의 훈련실태를 점검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다만 이들 특작 부대의 실제 전력을 가늠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건강하고 사상적으로 철저히 무장된 정예 요원을 선발해 운용한다 해도 전투력은 평시 꾸준한 훈련과 체력관리를 통해 유지되기 때문이다. "만성적인 경제난으로 인해 특작 부대에 대한 보급조차 원활하지 않다"는 탈북자들의 증언이 잇달아 나오는 점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북한군이 러시아군과 연합훈련을 진행한 경험이 거의 전무하다는 점도 전투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다. 가뜩이나 익숙하지 않은 지형·기후 조건에서 언어나 통신 문제로 소통까지 어려움이 발생할 경우 지휘통제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는 군 안팎에서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별다른 역할을 못 한 채 총알받이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이번 파병이 북한군의 능력 배양에 긍정적 기회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군은 한국전쟁 이후 파병 경험이 없는 데다 사용 장비와 처우의 문제로 실전력이 많이 떨어져 있을 것"이라며 "이번 파병 특수전 부대 실전 능력을 높이는 기회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영교·이유정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10.22 총알받이 북 군인들, 그 목숨 값은 김정은 주머니로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7일 조선인민군 제2군단 지휘부를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 일부 구간을 폭파한 사실을 언급하고 "우리 군대는 대한민국이 타국이며 명백한 적국이라는 엄연한 사실을 다시 한번 똑바로 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중앙TV 뉴시스
통일부 차관이 인터뷰에서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격전지인 쿠르스크 지역에 투입될 수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8월 러시아 영토인 쿠르스크를 기습해 일부를 장악했는데 러시아군은 이 지역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차관은 “(북한) 특수부대원들은 공격에 특화됐기 때문에 후방보다는 당연히 격전지에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군 관계자는 ‘북한군이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 투입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어느 지역이든 러시아군 전사자가 매일 쏟아지는 곳이다.
영국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달 러시아군 사상자는 하루 평균 1271명으로 개전 이후 최대 피해를 입었다. 빼앗긴 러시아 영토인 쿠르스크 지역과 우세를 점한 동부 전선에서 동시에 공세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장 대부분은 숨을 곳이 부족한 개활지다. 탱크 등 기갑 전력은 드론의 먹잇감이 되기 일쑤다. 그래서 지금 러시아군의 주 전술은 2차 대전식 인간 돌격전이다. 인명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북한군도 같은 처지에 놓일 것이다.
가을 우기가 끝난 우크라이나 평원은 ‘라스푸티차’로 불리는 거대한 진흙 밭으로 변한다. 바퀴가 달린 군 장비는 움직일 수가 없다. 방어에는 유리하지만 공격에는 불리하다. 나폴레옹과 히틀러도 여기에 빠져 막대한 병력 손실을 입었다. 북한군이 최전선에 배치된다면 한반도와 전혀 다른 환경에서 떼죽음을 당할 수도 있다.
러시아는 참전자에게 월 2000달러 안팎을 지급한다고 한다. 북한군 1만여 명이면 김정은은 연간 수억 달러를 벌게 된다. 사망자가 나오면 별도 수당도 있을 것이다. 그동안 김정은은 중국·러시아·중동 등에 수만 명의 노동력을 보내 현금을 챙겨왔다. 이들은 여권을 뺏긴 채 하루 15~18시간의 노예 노동을 하고 있다. 성적으로 학대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500달러 안팎인 월급은 80% 이상 김정은 정권이 떼간다. 그런데 북·중 관계 악화와 대북 제재 등으로 김정은의 해외 노동 수입이 줄고 있다. 그 모자라는 부분을 북 군인들이 총알받이를 해서 채워야 하게 됐다. 그 돈은 김씨 왕조 특권층의 호화 사치에 쓰인다. 북 군인들의 인신 공양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 사설
10-23 김정은, ICBM 지하 격납고 첫 공개

▲화성 18형 앞에서 보고 받는 金 북한이 23일 전략 미사일 기지의 지하 격납고를 처음 공개한 가운데, 김정은(오른쪽) 국무위원장이 전략 미사일 기지 내 화성 18형으로 추정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앞에서 북한군 인사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金 “전쟁 억제 중추 이루는 핵심”
‘러 파병’ 공백속 대응태세 강화
北병력 우크라전 개입 임박한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운용하는 전략 미사일 기지를 공개 시찰했다.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 운용 기지를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3일 김 위원장이 전략 미사일 기지를 시찰하면서 “전쟁 억제력의 중추를 이루는 핵심 역량”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의 전략적 핵 수단들이 우리의 안전 환경에 주는 위협은 날로 가중되고 있다”면서 “이는 전쟁 억제력을 보다 확실히 제고하고 핵 무력의 철저한 대응태세를 엄격히 갖출 것을 절박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미사일 기지 지하 격납고(사일로)를 시찰하는 사진도 공개했다. 사진에는 김 위원장이 고체연료 ICBM 화성 18형과 불규칙한 비행궤적으로 요격이 어려운 중장거리 극초음속 미사일을 둘러보는 모습도 포함돼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대외에 사일로 미사일 기지를 공개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은 “러시아 파병 관련 국제사회에서 비난 여론이 커지자 북한이 핵무기 과시를 위해 사진을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며 “외부 압력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한편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 국장은 이날 “우리는 오늘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에서 첫 번째 북한 부대를 기다릴 것”이라며 “정확한 병력과 무기 수준을 알 수 없지만 며칠 후에는 파악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6000명씩, 2개 여단의 북한군이 훈련 중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했다.
문화일보 김규태·이현욱 기자
11.01 인두겁을 쓴 짐승 김정은
인류 역사는 전쟁의 역사다. 인류가 태동한 이래 크고 작은 싸움이 끊이지 않았다.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손자(孫子)의 말처럼,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많은 이가 전쟁 여부를 결정하기에 앞서 신중 또 신중을 기했다.
그런데 반대로 앞뒤 재지 않고 오로지 치자(治者) 한 사람의 욕망만을 위해 장병들을 승산 없는 싸움터로 몰아넣은 사례도 적지 않다. 대표적 사건이 1896년의‘38분 전쟁’이다.
1896년 8월, 잔지바르의 술탄 하마드 빈 수와이니가 사망한 후 조카 칼리드 빈 바르가시가 새 술탄이 되었다. 바르가시는 노예무역을 찬성하며 영국에 적대적이었고, 영국은 하무드 빈 무함마드를 지지했다. 바르가시는 영국과의 전쟁을 선언했으나, 잔지바르는 면적이 2462㎢에 불과하고 인구도 200만 명이 채 되지 않았다. 반면 19세기 말 영국은 대영제국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다. 바르가시는 오로지 자신의 욕망을 위해 병사들을 사지로 몰아넣은 셈이다.
영국은 바르가시의 선전포고에 즉각 반응하여 함대를 동원했다. 당시 잔지바르의 해군력은 영국의 HMS 글래스고라는 구형 함정이 전부였다. 바르가시는 이 함정을 ‘무적함대’로 착각했지만, 영국의 해군은 이미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1896년 8월27일 오전 9시2분, 전투가 시작되었다. 결과는 예견된대로였다. 글래스고는 개전 2분 만에 격침되었고, 잔지바르 측 사상자는 500명에 달했지만 영국 측 피해는 없었다. 전투는 오전 9시2분부터 9시40분까지 진행되어 38분 만에 종료되었다. 바르가시는 패배 후 다르에스살람으로 도망쳤고, 1927년에 자연사할 때까지 호의호식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 중인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파병이 국제사회에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한국·미국 정부 대표와 러시아·북한 정부 대표는 이 문제를 두고 거센 공방을 벌였다.
황준국 유엔 주재 대사는 “북한군은 정당한 군사 목표물이 돼 총알받이 신세가 될 우려가 있다. (북한군) 병사들이 러시아로부터 받아야 할 돈은 김정은의 주머니에 들어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같은 한민족으로서 이들(북한 파병 장병들)에게 개인적으로 연민을 느낀다. 이들이 휴전선 이남에서 태어났다면 훨씬 더 좋은 삶을 누릴 수 있었을 것”이라며 “자국민을 소모품으로 사용하는 북한 정권은 결코 용서받아선 안 된다”고 성토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러시아에 파병하는 대가로 북한은 천문학적 소득을 올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회 정보위원회 여야 간사인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과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국가정보원은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군 월급이 1명당 2000달러(약 280만 원) 수준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러시아 파견 북한 근로자 월급(800달러·약 110만 원)의 2.5배 수준이다.
그러나 월급의 대부분은 김정은에게 상납될 것이라는 게 국제사회의 중론이다. 실제로 러시아 파견 북한 벌목공 등은 수입의 거의 전부를 김정은에게 빼앗겨 각종 부업에 나서고 있다. 일부는 그 부업으로도 살기 힘들어 탈북에 나서고 있다. 탈북인인 이민복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대북풍선단장은 “착취당하는 해외 파견 근로자들처럼 (수입의) 95%는 김정은의 호주머니로 들어가고 병사들한테는 (남는 돈이) 소액일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파병 북한군은 2년 이상의 전쟁으로 단련된 우크라이나군의 상대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리투아니아 비정부기구(NGO)인 ‘블루-옐로’의 요나스 오만 대표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LRT에 “우리가 지원하는 우크라이나군 부대와 북한군의 첫 육안 접촉은 10월25일 쿠르스크에서 이뤄졌다”며 “내가 알기로 북한군은 1명 빼고 전부 사망했다”고 말했다.
‘블루-옐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김정은은 제 부귀영화와 독재 권력을 위해 북한군 장병들을 사지로 몰아넣고 있는 셈이다. 황 대사의 말처럼 북한군 장병들 또한 같은 한민족이며 이들을 소모품으로 사용하는 김정은은 결코 용서받아선 안 된다.
11-07 “여자가 날뛰는 것 꼴 보기 싫어” 말했다가 일가족 행방불명된 北 주민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조선중앙TV 캡처 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을 비난한 북한 주민 2명이 체포되고 그들의 가족들도 행방불명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데일리NK는 지난 4일 “김 부부장을 비난한 황해남도 해주시 주민 2명이 보위부에 체포되고 그 가족들은 갑자기 행방불명되는 사건이 최근 발생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해주시에 사는 2명의 주민이 지난달 중순 김 부부장의 평양 무인기 사건 관련 담화문을 보고 비판적인 발언을 했다가 보위부에 체포됐다”며 “이후 그 가족들의 생사도 알 수 없게 되자 주민들이 불안해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최근 김여정과 북한 당국을 몰래 비난하고 있었다. 이때 이들의 대화를 엿들은 다른 한 주민이 보위부에 신고하면서 붙잡힌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이들은 김 부부장에 대해 “치마 두른 여자가 저렇게 날뛰는 것이 꼴 보기 싫다”, “여자가 뭘 안다고 나서서 야단하나”, “인민들이 얼마나 살기 힘든데 나라의 경제적인 상황이나 잘 보고 뒤에서 보살펴야 하는 것 아니냐”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최근 남북 간 긴장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하면서 “이 나라가 빨리 망하자면 전쟁이 일어나야 한다. 전쟁이 일어나면 사람들이 모두 한국이나 중국으로 달아날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북한 당국이 ‘통일’ 개념을 삭제한 데 대해선 “우리의 희망도 사라졌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이런 발언들이 보위부 보고서에 낱낱이 기록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인접해 있는 해주시는 예전부터 주민들의 의식이 많이 깨어 있는 곳으로 여겨지고 있어서 종종 이런 사건들이 발생한다”고 부연했다.
문화일보 박세영 기자
11.07 북녘 주민이 평양 백화점에서 물건을 산다고?
10월30일 평양에서는 제15차 평양제1백화점 상품 전시회가 열렸다. 평양제1백화점 준공식 당시 김정은은 “태양절을 앞두고 수도의 거리에 또 하나의 멋들어진 종합 봉사 기지, 인민들의 물질 문화 생활을 질적으로 높이는 데 실질적으로 이바지하게 될 백화점”이라고 했다.
북한 당국은 “날로 높아 가는 우리 인민들의 지향과 요구를 원만히 충족시킬 수 있게 질 좋은 생활필수품들과 대중 소비품들을 충분히 마련하여 놓고 팔아 주어 인민들의 생활상 편의를 보장하여야 한다”고 말한다.
북한 당국의 선전처럼 북한 주민들은 과연 질 좋은 생활필수품과 대중 소비품을 충분히 구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북한·중국 국경에서 바라본 북녘 주민의 삶을 보면 나온다. 그 삶의 모습들을 보면 북한 당국의 말이 여지없이 거짓임을 알 수 있다.
길 위에 지나는 사람들의 행색은 남루하며 표정은 더없이 무겁기만 하다. 화장기 전혀 없는 여성의 얼굴은 뷰티 관련 제품이 차고 넘쳐 나는 우리네 삶과 비교하면 미안한 마음까지 든다. 몇 시간을 걸어야 겨우 닿을 수 있는 장마당까지 한 묶음의 배추를 짊어지고 팔러 가는 여인네의 등허리는 굽었다. 삶의 무게에 짓눌린 한 여인의 모습을 본다.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가 명품백을 들고 호화스러운 사치를 누리는 동안 북·중 국경에서 마주한 저들의 손에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생존의 가방이 들려 있었다. 상점이라고 쓴 조그만 건물에선 과연 어떤 인민 소비품이 그들의 필요를 채워 줄 수 있을까.
시골 마을에 있는 상점이라서 그렇다 한다 하더라도 사실 북·중 국경에서 그나마 그만한 상점도 찾기가 어려울 만큼 흔하지 않다. 평양제1백화점에 상품이 넘쳐난다고 북한 당국은 자랑하지만 정작 북한 주민 대다수는 백화점이라는 단어조차 알지 못한다.
대형 쇼핑몰·유통센터·물류센터·창고형할인매장 등의 단어가 그들에겐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북한에서 일명 밀차라 불리는 손수레는 개인이 겨우 만들어 물건을 옮기는 수단이 된다. 물건을 운송할 수단도, 사고팔 여력도 없으면서 인민 소비품 향상이라는 선전 구호는 오늘도 평양 한복판에 내걸렸으리라. 지금 우리만 누리는 이 풍요로움이 그저 미안할 뿐이다.






스카이데일리 강동완 동아대 하나센터장·강동완TV 운영자
11-11 북한,국제무대서 ‘공개처형’ 인정…“피해자 가족 원할 경우”

▲유엔 제네바사무소 프레스 룸에 새겨진 유엔 로고. EPA 연합뉴스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인권침해 행위로 지목된 공개처형 관행을 인정했다.
1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최근 유엔 제네바사무소에서 열린 북한에 대한 유엔의 ‘보편적 인권 정례검토’(UPR) 절차에서 북한 대표단 일원으로 나온 박광호 중앙재판소 국장이 "예외적으로 공개처형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국장은 "원칙적으로 사형은 정해진 장소에서 비공개로 진행된다"고 밝혔지만, 예외적으로 공개처형이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누범자 중에서도 타인에게 심각한 위해를 가했거나, 살인을 저지르고도 잘못을 뉘우치지 않거나, 피해자 가족이 강력하게 공개처형을 원할 경우에는 예외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국장은 북한 정부가 부인해온 정치범 수용소의 존재에 대해서도 간접적으로 시인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간첩이나 테러리스트 등 반(反)국가 범죄자와 사회주의에 대한 불만으로 체제전복적인 범죄를 저지른 자들의 수는 많지 않다"면서도 "이런 범죄자들은 교화시설에 수용되고, 다른 범죄자들과는 분리된다"고 말했다.
문화일보 이현욱 기자
11-11 북한군 러시아 파병과 위화도 회군
■기고 -최노석/한국언론문화포럼 회장

▲최노석 한국언론문화포럼 회장
1388년에 일어난 ‘위화도 회군’. 무모한 요동 정벌을 명령받고 출정한 이성계와 고려군은 말머리를 돌려 고려를 무너뜨리고 새 나라 조선을 건국한다. 개경에서 압록강 하류인 위화도 진군에 19일, 그러나 회군에는 단 9일. 두 배 이상 빠른 속도로 달려온 이성계 군대는 그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새 나라를 세운다. 명분 없이 사지(死地)로 몰린 군인들의 분노는 결국 역사를 바꾼 위대한 힘이 된다.
그로부터 636년이 흐른 2024년 10월, 북한 김정은은 13,000명에 달하는 북한 정예군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총알받이로 그때처럼 사지로 내몰고 있다. 통치 자금이 고갈 난 그가 지금은 웃을지 모르지만, 역사는 반드시 ‘악수(惡手)’가 되어 되돌아올 것을 말해준다. 김정은에게는 참으로 가혹한 일이겠지만, 80년 분단의 고통을 안고 사는 우리에게는 분단을 극복할 게임체인저가 될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한 손으로 역사를 짚고, 반대편 손을 들면 그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에 새 역사가 가고자 하는 길이 보인다. 바로 통일이다.
북한 내부 소식에 정통한 사람들은, 병사들이 단 한 푼의 급여도 자신의 손으로 만져보지 못한다고 한다. 주러시아 북한대사관에서 모두 현금으로 쓸어 담아 김정은 통치 자금으로 바로 평양행. 그러다가 파병 병사들이 시신이 되어 집으로 돌아오면, 남한군과 싸우다 수령을 위해 장렬하게 순국한 ‘영웅’이란 이름 하나로 주검을 무마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엄청난 착각이다. 러시아로 간 군인 대부분은 장마당 세대이다. 김정은이 먹여 살려준 적도 없이 자기 손으로 농사지어 장에 나가 팔아 생계를 이어온 청년들이다. 더구나 그들은 이미 한류에 열광한 세대이기도 하다. 어떤 북한 전문가는 파병된 군의 소대장은 물론 중대장까지도 그런 세대라고 한다. 그들이 과연 귀 막고 눈 감은 채 김정은을 위한 총알받이가 될까? 또 북에 남은 군인 가족들은 손뼉 치며 수령 만세를 외칠까?
그런 일을 감안하면, 지금 북한의 예상되는 급변 사태에 대한 우리의 대응 태도가 너무나 안일함에 놀랄 수밖에 없다. 어디를 둘러봐도 통일을 준비하는 모습을 만날 수가 없다. 심지어 ‘통일 독트린’을 선언한 윤석열 정권조차 선언 후 정쟁에만 몰두해 선언한 것조차 잊어버린 듯하다. 그런데 지난달 28일, 북한 땅이 내려다보이는 임진각에서 3만 명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통일대행진을 벌였다. 필자도 그날 열린 코리안드림 통일실천대행진에 참여했다. 통일의 열망이 북녘땅에 울려 퍼질 것을 꿈꾸며 외치는 함성에 동참했다. 역사는 반복된다. 그리고 그 역사 위에 올라 타고 기회를 잡는 자가 승리하는 법이다. 명분 없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사태를 보면서, 그 옛날의 ‘위화도 회군’을 떠올리는 사람이 나 혼자뿐이 아니기를 바란다.
문화일보 김충남 기자
11-25 “북한군 500명, 우크라 ‘스톰섀도’ 미사일에 사망”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 보도…'
CNN “북한군, 우크라 영토 마리우폴-하르키우에도 배치”

▲우크라이나 유력 언론인 안드리 차플리엔코(56)는 5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에 “쿠르스크 지역 북한군 모습을 담은 최초의 동영상”이라는 글과 함께 3건의 시각자료를 공유했다. 사진은 모여 있는 북한군 뒷모습. 2024.11.5 텔레그램
국가정보원이 24일 러시아 본토 남서부의 격전지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군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구체적인 첩보가 있어 면밀히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쿠르스크 지역에 북한군이 투입돼 일부가 전투를 치르고 있다고 밝힌 국정원이 북한군 사상자 발생 가능성을 처음 확인한 것이다. 국정원은 20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북한군이 최전선 전투에 참여하기 시작한 만큼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사실 관계가 상충하는 정보가 많아 정확한 내용을 파악 중”이라고 보고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도 최근 500명의 북한군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여러 경로를 통해 북한군이 러시아에 파병된 지 한 달여 만에 북한군 사상자 발생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과 공조한 러시아’와 ‘서방의 지원이 강화된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이 더욱 격화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또 미국 CNN은 북한군이 쿠르스크 지역에 이어 우크라이나 영토 내 러시아군 점령지인 동부 마리우폴과 하르키우에도 배치됐다고 22일(현지 시간) 전했다.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북한군은 크림반도 등으로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내부의 전략적 요충지까지 침투하며 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 우크라 매체 “북한군 500명 사망”
우크라이나 매체인 RBC우크라이나는 20일 우크라이나가 영국에서 지원받은 ‘스톰섀도’ 순항미사일로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을 공격해 북한군 500명이 숨지고 남성 장교 2명과 통역으로 추정되는 여성 1명 등 북한군 3명이 다쳤다고 현지 군사전문 매체 ‘글로벌 디펜스 코퍼레이션’을 인용해 23일 보도했다. 보도처럼 대규모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최종 확인되면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북한군 투입 범위는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CNN은 이날 우크라이나 안보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 북한군 ‘기술 자문들’이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또 CNN은 북동부의 주요 전선 중 한 곳인 하르키우에서도 북한군이 목격됐다고 전했다. 예브헨 로마노프 하르키우 군부대 연합 대변인은 CNN에 “무선 감청한 결과 북한군 부대가 하르키우 지역에서 발견됐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우크라 153기계화여단의 나자리이 키스하크 통합 사령관도 우크라이나 언론에 “북한군은 부대를 나누고 전투부대를 강화해 소수 병력을 전선에 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보도에 우크라이나 매체 ‘리가네트’는 “하르키우주에 북한군이 있다는 보도는 거짓”이라고 전했다.
● 北 파병 추정지, 푸틴의 ‘자존심’ 크림반도 길목
CNN 보도대로 북한군이 마리우폴과 하르키우에까지 배치됐다면 러시아의 핵심 작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 영토 남동부의 마리우폴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4년 무력 충돌 없이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와 석탄 및 철강을 생산하는 동부 산업 중심지 돈바스를 잇는 길목에 있다. 또 크림반도 병합은 푸틴 대통령의 핵심 ‘안보 성과’, ‘자존심’으로 여겨져 왔다. 하르키우도 동~서, 북~남으로 이어지는 두 개의 전략적 고속도로가 교차하는 곳으로, 수·화력, 원자력과 항공기 부품 산업단지가 자리 잡고 있다.
북한군의 투입 강도가 높아지고 범위까지 확대되며 러시아의 탈환 영토가 늘어날지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우크라이나가 올 8월 기습 공격으로 장악한 러시아 접경지 쿠르스크 영토의 약 40%를 러시아에 다시 내줬다고 로이터 통신이 우크라이나군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23일 보도했다.
북-러 공조와 관련해 백악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미라 랩후퍼 아시아대양주 담당 선임보좌관은 22일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대담에서 “러시아는 북한을 국제기구에서 옹호하고 북한의 핵무기 역량을 정당화하려고 할 뿐만 아니라 고급 기술을 북한에 지원하고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교차관은 24일 러 관영 타스통신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급은 러시아-한국간 관계를 완전히 파괴할 것”이라며 “우린 필요한 모든 방법으로 대응할 것. 한국은 무모한 조치를 삼가야한다”고 주장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11.28 고달픈 21세기 북녘 주민의 일상
압록강에서 제방 공사를 하는 사람들이 카메라 앵글에 담겼다. 사실 말이 제방 공사지 중장비 하나 없이 맨손으로 돌을 쌓아 올리는 단순 작업이다. 무엇을 그리도 가리고 막아야 하는지 둑을 쌓는 것도 모자라 철조망을 이중삼중으로 채우며 세상과 단절한다.
아침부터 시작된 작업은 하루 종일이 지나도록 끝날지 몰랐다. 한편에 가지런히 세워 놓은 자전거는 주인을 기다리지만 하염없이 빈 시간만 흐를 뿐이다. 제방 옆으로 수레를 끌고 가는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은 또 어떠한가. 분명 바퀴가 있는 수레인데 타이어가 아니라 쇠를 둥글게 만든 바퀴가 달려 있었다.
수레 뒤에서 힘겹게 밀어 주는 아들의 가쁜 숨소리가 압록강 건너까지 들려오는 듯했다. 아버지의 주름진 얼굴은 더욱 일그러졌고, 무엇을 그리도 무겁게 싣고 가는지 궁금했다. 이 모든 것이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일들이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또 다른 이의 표정에선 고단한 삶의 무게가 오롯이 전해진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눈으로 저곳을 바라보면 그저 한숨이 앞선다. 혹자는 경제적으로 잘사는 게 꼭 행복한 일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렇게 말하는 이들에게 실제 북한에서 생활하라고 하면 과연 기꺼이 가겠다고 할지 궁금해진다.
물론 물질문명이 꼭 절대적인 선은 아니다. 북녘 사람들이 가난하고, 우리가 경제적으로 부유하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니다. 사람이라면 사람답게 살 수 있어야 한다는 그 단순한 진리를 말하는 것이다. 수레에 가득 실은 것이 제발 저 가족이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식량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지금의 북한을 그대로 말해 준다.
의식주조차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서 지상낙원이라 선전하는 그곳이 결코 정상일 수는 없는 것이다. 사진 앵글에 담겨온 그들의 고달픈 일상이 마음을 아리게 한다.







스카이데일리 강동완 동아대 하나센터장·강동완TV 운영자
12-03 전거리교화소의 ‘불망산’

▲전거리교화소 위성사진과 위치. 함경북도 청진시와 회령시 중간에 위치한 전거리교화소는 북송된 탈북민이 많이 수용돼 있어 비교적 외부에 많이 알려졌지만, 다른 10여 곳의 교화소 실태는 거의 드러나지 않고 있다. 구글어스 캡처
지금까지 수많은 탈북민을 만났지만 경기 광주에서 캠핑카 제작업을 하고 있는 권효진 씨(63)의 증언은 충격적이었다. 그는 함경북도 전거리교화소에서 2001년부터 2007년까지 6년간 수감 생활을 했다. 정확하게는 견뎌냈다. 교화소에서 6년을 버텨 살아남을 확률은 극히 희박하다. 그가 석방될 때 안전원(경찰)들조차 그를 영웅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가 살 수 있었던 비결은 가족들의 뇌물이었다. 이를 통해 교화소 내 죄수들 중 넘버2의 위치인 ‘총지령공’ 자리를 따낸 것. 일종의 ‘죄수 간부’로서 “생산 지령과 결과를 관장하고 입소와 퇴소, 병보석, 사망자 등을 종합해 교화국에 보고하는” 업무를 맡는다.
그래서 교화소 실태를 누구보다 잘 알 수 있고, 그만큼 그의 증언은 특별하다. 전거리교화소에서 죽으면 ‘불망산’에 간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탈북민 가운데 불망산을 실제 가본 사람은 권 씨가 거의 유일하다.
그는 교화소 수감자의 생활을 노예의 삶이라고 했다. “제가 총지령공으로 있을 당시 전거리교화소는 수용 능력이 800명이었지만 보통 1100명이 수감돼 있었고, 이를 관리하는 보안원과 경비병이 240명이었습니다. 당시 33개 교화반이 있는데 동 정광을 채취하고, 임업과 감자 농사 등을 했습니다. 이렇게 전국 교화소에서 죄수들이 생산한 것으로 사회안전성이 먹고삽니다. 즉, 죄인은 안전성의 노예들인 셈입니다.”
교화소에서는 죽음이 다반사였다. “전거리엔 매일 10여 명이 새로 입소하는데, 사람이 죽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제일 적게 죽는 날이 2명이었고, 평균 5∼7명씩 죽었습니다. 추운 겨울엔 10명 이상씩 죽습니다.”
그의 증언에서도 가장 끔찍한 부분은 시신 처리 과정이다. “죄수가 죽으면 ‘사체보관실’에 쌓아두었다가 저녁에 불망산으로 부르는 외딴 화장터에서 태웁니다. 시체를 처리할 때는 총지령공과 수레꾼 4명 등 모두 8명이 갑니다. 화장터엔 굵은 철근으로 만든 직사각형의 틀이 있는데, 아래에 나무를 쌓고 시체를 올려놓습니다. 죄수들이 삐쩍 말라 시신은 통나무 두께도 안 됩니다. 한 구는 머리를 오른쪽에, 다음은 머리를 왼쪽에 놓는 식으로 차곡차곡 놓으면 틀에 모두 12구의 시신이 올라갑니다. 저녁에 불을 지피고 내려갔다가 아침에 올라가면 재들이 선반 아래에 수북이 떨어져 있습니다. 그걸 삽으로 퍼서 화장터 주변에 막 뿌리고, 빗자루로 씁니다. 무덤 같은 것은 없습니다. 저녁에 또 반복됩니다. 화장에 쓰는 통나무는 죄수들이 산에서 끌고 내려온 것입니다.”
총지령공 기간에 전 씨가 처리한 시신만 수천 구였다. 이런 지경이니 교화소에서 3년을 버티면 영웅이라 불리는 것이다.
전거리교화소는 북한에서 규모가 작은 축에 속한다. 그가 있을 당시 북한에는 교화소가 모두 12곳이 있었다. 제1호 교화소인 평양 화천교화소는 신분이 드러나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주로 수감돼 있어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강동에 2교화소, 사리원에 3교화소, 개천에 4교화소 등 전국 각지에 교화소는 분산돼 있다. 가장 규모가 큰 함흥교화소엔 무려 1만 명이 수감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모든 교화소에서 전거리에서 벌어지는 것과 같은 끔찍한 일들이 매일매일 일어나고 있다.
교화소엔 단련형과 교화형을 받은 사람들이 간다. 북한 형법상 형벌에는 노동단련대(1∼6개월), 노동단련형(1∼3년), 노동교화형(1∼15년 및 무기), 사형 등이 있다. 단련형은 공민권이 유지되지만 교화형은 공민권이 박탈돼 큰 차이가 있다.
북한엔 교화소만 있는 게 아니다. 교화소 수감자들이 안전성에 소속된 노예들이라면, 정치범수용소의 정치범은 보위부의 노예들이다. 그 외에도 군인을 수감하는 군 교도소, 보위원만 따로 수감하는 보위부 대열, 깊은 산골에 격리되는 추방기지 등도 존재한다.
권 씨의 증언은 담담했다. 그러나 그의 증언엔 북한 체제가 유지될 수 있는 ‘거대한 비밀’이 담겨 있었다.
체제를 지키는 사냥개인 보위부와 안전성에 충분한 물자를 제공할 수 없는 독재자들은 대신 노예들을 하사했다. 노예는 죽어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새로운 노예는 얼마든지 충원된다. 노예들이 생산하는 식량과 땔감 등으로 사냥개들과 이들의 주인인 평양의 지배계층이 먹고산다. 이게 ‘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표방하는 노예 국가 북한의 실상이다.

주성하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zsh75@donga.com
12-03 정부, 개성공단 송전탑 붕괴 영상 공개…북한군 추락장면 담겨

▲북한이 우리 측이 개성공단에 전력공급을 위해 세운 송전탑에 대한 철거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기수 합동참모본부 공보부실장은 3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을 통해 “지난달 30일 경의선 군사분계선(MDL) 이북에 있는 송전탑 수 개가 전도됐다”고 밝혔다. 북한군은 지난달 24일부터 경의선 주변 송전탑에 연결된 송전선을 자르는 작업을 시작했다. 사진은 북한 관계자가 송전탑 철거하는 모습(빨간원). 국방부 영상 캡쳐
정부가 북한 개성공단에 건설한 송전탑들이 붕괴되는 영상을 3일 공개했다. 지난달 말 북한군이 송전선 제거 작업에 나선 이후 지지 기반이 약한 일부 송전탑들이 도미노처럼 쓰러진 것이다. 정부는 북한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지구 내 우리 재산권 침해 행위를 지속하는 만큼 관련 대응 조치를 검토 중이다.
통일부가 이날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북측 지역에 건설된 한국전력공사(한전) 소유 송전탑 15개 중 4개가 연쇄적으로 붕괴됐다. 정부 관계자는 “송전탑 전도는 추가적인 단선 조치에 따른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앞서 지난달 24일 북한군이 송전탑에 올라 송전선을 자르는 장면 등이 우리 감시자산에 포착된 바 있다.

특히 통일부는 이날 송전탑에 올라 작업하던 북한군이 추락하는 영상도 공개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최소한의 안전조치도 없이 무리하게 작업을 하는 북한 노동자의 열악한 인권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전은 2006년 4월부터 2007년 10월까지 41억9000만 원을 투입해 송전탑을 건설했다. 이 송전탑을 통한 전력 공급은 남북관계에 따라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다가 2020년 6월 북한이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뒤 최종 중단됐다.
현재 북한은 개성공단에서 우리 기업 소유 공장 40여 개를 무단가동하고 있고, 금강산 관광지구 내 우리 기업 시설인 골프장 클럽하우스와 온천빌리지 등에 대한 철거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정부는 북한이 최근 폭파한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 및 철로에 대한 차관 상환 관련 법적 검토를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의선과 동해선 철로·육로 연결 사업에 정부의 현물 차관 1억3290만 달러가 투입됐다. 정부는 북한의 경의선, 동해선 폭파 행위가 차관을 갚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만큼 상환을 촉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12-05 ‘尹퇴진 주장’ 매일 전하더니 계엄사태에 조용해진 北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북한에서 아직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지난해 4월 29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입장을 발표할 당시의 보도화면. 조선중앙통신 뉴시스
북한이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아직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5일 오전 9시까지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 등 북한 주민들이 보는 관영 매체와 대외 매체인 조선중앙통신 등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그 파장에 관한 소식이나 반응이 실리지 않았다.
이날자 노동신문에는 비상계엄이 언급되지 않은 것은 물론, 남쪽 시민사회의 ‘윤석열 퇴진’ 집회·성명·선언도 전혀 다뤄지지 않았다.
노동신문은 주 1회 정도 6면을 할애해 윤석열 퇴진 집회 등 반(反)윤 단체 동향을 대남 적개심 고취 차원에서 전해왔는데, 최근에는 거의 매일 실릴 정도로 빈도가 높아졌다.
이달 들어서는 ‘괴뢰한국 단체들 윤석열 퇴진과 파쇼 악법 폐지를 요구’(4일), ‘괴뢰한국 종교인들 윤석열 괴뢰 퇴진을 위한 시국선언운동에 합세’(3일), ‘괴뢰한국에서 윤석열괴뢰퇴진을 요구하는 범국민항의행동 전개’(2일), ‘괴뢰한국의 서울대학교 교수들 윤석열 괴뢰 퇴진을 요구’(1일) 등 하루도 빠짐없이 관련 기사가 실렸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를 고려해 북한이 3일 밤늦게 터진 비상계엄 사태를 5일자 지면에는 전하며 윤석열 정권을 비난하는 소재로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았지만, 아직은 잠잠한 것이다.
동일한 사안은 아니지만 지난 2017년 3월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 당시 북한은 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TV 등을 통해 2시간 20분만에 신속하게 사실을 보도했다.
2004년 5월 14일 노무현 대통령 탄핵 기각 결정 때는 이틀 후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의 보도문이 조선중앙방송을 통해 나왔다.
문화일보 박준우 기자
12.18 우크라 특수부대 "드론으로 북한군 100명 제거"… 동영상 공개

▲눈밭의 북한군 추정 병사들을 공격하는 우크라이나 드론 영상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 제공
우크라이나 국방부 소속 특수 부대인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SSO)이 17일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북한군 약 100명을 제거했다며 관련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 부대는 이날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우리 부대 소속 제8연대 병사들이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군을 상대로 ‘환영 행사’를 열었다”며 “3일 간에 걸쳐 50명을 폭살하고, 47명에게 부상을 입혔다”고 주장했다. 또 이 과정에서 북한군이 사용하는 장갑차 2대와 군용 차량 2대, ATV(험지주행차량) 1대도 파괴했다고 밝혔다.
함께 올려진 1분 7초 분량의 동영상에는 우크라이나 드론이 북한군 추정 병사들을 대상으로 20여 건의 폭탄 공격을 가하는 모습이 나왔다. 눈덮힌 들판을 지나다 드론의 습격을 받는 병사들, 여러 명이 황급히 드론 공격을 피해 달아나는 장면, 나무 뒤에 숨었지만 끝까지 뒤쫓아 온 드론에 당하는 모습, 사망자의 시신을 옮기는 장면 등이 담겼다.
앞서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HUR) 국장 키릴로 부다노프는 16일 미국 군사매체 워존에 “북한군이 지난주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대규모 공격 작전을 시작했다”며 “이 전투에서 200명 이상의 북한군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 키이우포스트는 이와 관련 “HUR 보고서에 따르면 14일과 15일 쿠르스크 지역의 플레호보, 보로즈바, 마르티노브카 마을 인근에서 북한군 부대가 최소 30명 이상의 사상자를 내는 상당한 손실을 입었다”며 “이로 인해 북한군 제94독립여단에서 병력을 보충받아야 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15일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듯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시신들이 줄지어 놓여 있는 것을 촬영한 드론 영상을 텔레그램과 우크라이나 매체를 통해 공개하기도 했다.
조선일보 파리=정철환 특파원
12.19 [속보] 국정원 "우크라 파병 북한군, 최소 100명 사망, 1000명 가까이 부상"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의 모습이라며 공개한 영상. /텔레그램
국가정보원이 19일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선에 배치된 북한군 중 지금까지 최소 100명이 사망했고 부상자가 1000명 가까이 달한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를 상대로 연 비공개 간담회에서 이런 내용을 소개했다고 정보위 여당 간사인 이성권 의원이 전했다. 국정원은 북한군 1만1000여명이 전선에 배치됐고 이중 일부가 12월부터 전투에 투입된 후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김형원 기자
12-24 북한군이 떼죽음으로 남긴 교훈

▲북한군 특수작전무력 훈련기지에서 군인들이 9월 11일 김정은이 지켜보는 가운데 기와와 벽돌을 주먹으로 격파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러시아로 파병돼 전투에 투입된 부대원들로 추정된다. 노동신문 뉴스1
북한군 최정예 ‘폭풍군단’ 병사들이 우크라이나에서 속절없이 죽고 있다.
12월 치러진 전투에서 북한군 사상자는 1100여 명이라고 국가정보원이 19일 밝혔다. ‘고기 분쇄기’로 불리는 우크라이나 최전선에서 열흘 남짓 기간에 1만1000명으로 추산되는 파병 병력의 10분의 1이 갈려 나간 것이다.
실전 속 북한군은 전혀 최정예가 아닌, 가장 한심한 전투원들이었다. 북한군과 교전했던 우크라이나 드론 부대 지휘관은 워싱턴포스트(WP)에 “놀라운 일이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40∼50명이 한꺼번에 들판을 달린다. 포격과 드론의 최상의 표적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군은 드론을 피해 도망칠 줄 알며 숨어서 드론에 총을 쏘지만 북한군은 선 채로 마구잡이로 쏴댔다. 이들을 죽이는 것은 낮은 레벨의 컴퓨터 게임을 하는 느낌이었다”고 증언했다.
북한군이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를 드론과 평야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일부만 맞다.
진짜 이유는 이들이 현대전과는 전혀 상관없는 ‘고려 무사’로 키워졌기 때문이다. 특수부대에 입대해 10년 동안 가장 많이 하는 훈련은 맨손으로 벽돌을 격파하거나 뒷발차기로 기와를 박살 내는 따위들이다. 열병식에 나가 발을 배꼽까지 올리며 씩씩하게 행진하는 것도 중요하다.
김정은이 특수부대를 현지 시찰할 때마다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장면이 바로 격술이다. 군인들은 배에 화강석을 올려놓고 망치로 부수고 깨진 유리 위를 맨발로 걸어간다. 이런 것을 볼 때마다 김정은은 활짝 웃으며 너무 좋아한다. 그의 머릿속 특수부대는 우수한 격술가나 차력쇼 전문가들인 것 같다.
특수부대원들이 정작 공격 훈련을 하는 모습을 보면 실소가 나온다. 우크라이나에서처럼 무리를 지어 돌격하거나 갖은 현란한 몸짓으로 이리저리 땅에 뒹굴며 총을 쏜다. 총알을 피한다는 몸짓인 것 같은데, 정작 방탄복을 입고 군장을 착용하면 그걸 할 수 없다는 것을 모르는 듯하다. 지금까지 북한 매체를 통해 본 특수부대 훈련 사진이나 영상에서 현대전의 전투 대형을 본 적이 없다.
한때 우리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던 폭풍군단의 실체가 우크라이나전을 통해 낱낱이 까발려지면서 다행이라는 반응도 있다. 북한군 최정예 병력의 실전 능력이 그 정도면 늘 농사와 건설에 끌려다니는 일반 병사들의 수준은 안 봐도 뻔하다.
이런 상황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도 크다. 한국도 팔굽혀펴기나 윗몸일으키기, 달리기 등의 높은 체력 기준을 통과하고, 사격을 잘해야만 특급전사로 인정해 준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에서 펼쳐지는 전쟁을 통해 뛰기도 힘들어하는 병사도 1인칭 시점(FPV) 드론만 잘 조종하면 특급전사 10명 정도를 손쉽게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소개된 29세 우크라이나 드론 조종사 올렉산드로 다흐노도 학창 시절 공부는 하지 않고 비디오 게임만 했지만 참전 후 1년 반 동안 300여 명의 러시아군을 죽였다. 이는 미군 역사상 최고의 저격수인 네이비실 소속 크리스 카일이 이라크전에서 사살한 적(공식 160명, 비공식 225명)보다 훨씬 많은 숫자다.
WSJ는 “영화에서 엘리트 군인을 묘사할 땐 강인해 보이는 마초적 이미지를 사용하지만, 오늘날 실제로 전장에서 성과를 내는 건 전투에서 도저히 살아남지 못할 것 같은 ‘스크린 중독’의 연약한 젊은이들”이라며 “드론 조종에 필요한 것은 우락부락한 근육이 아닌 빠른 사고력과 예리한 눈, 민첩한 엄지손가락”이라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리에게 병사의 능력뿐만 아니라 육해공 장비의 보유 효율이나 운용 전략에 대해 반드시 통렬한 재점검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강력하게 경고한다. 물론 우리 군이 이미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 믿고 싶다.
총 한번 쏘지 못하고 죽는 북한 군인들을 보며 군 개혁만 떠올리면 일부만 보는 것이다. 그들이 죽음으로 세상에 던지는 가장 큰 메시지는 “변화하지 못하면 죽는다”는 것이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여전히 반세기 이전에 만들어진 엘리트 충원 시스템 속에서 살고 있다. 20대 전후 찍기를 잘하는 능력만 갖췄던 사람들에게 수십 년 뒤 국가 운영까지 맡기고 있다. 하지만 눈물 젖은 빵을 먹어 보고, 살기 위해 바닥을 기어본 사람들이 국민에겐 더 나은 정치인일지도 모른다. 파괴적인 전쟁을 보며 우리의 고정관념도 파괴할 필요가 있다.
주성하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zsh75@donga.com
12.28 美 "항복 대신 자살 택하는 북한군, 지난주 1000여명 사상"
존 커비 보좌관 "北, 의미 없는 인해전술 공격"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 /AP 연합뉴스
미국 백악관은 러시아 쿠르스크에서 지난주 북한군 1000여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들은 수세에 몰려 생포되기 직전에 이르러서는 항복하기보다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고도 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온라인 브리핑에서 “우리는 북한군이 쿠르스크에 있는 우크라이나군을 향해 대규모 돌진 공격(mass dismounted assaults)을 감행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면서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은 이 같은 인해전술(human wave tactics)로 우리는 지난주 북한군 1000명 이상이 죽거나 다친 것으로 추정한다”고 했다.
커비 보좌관은 이어 “러시아와 북한군 지도자들이 이 병력을 소모품으로 취급하고 우크라이나를 향해 희망 없는 공격을 명령하고 있다”면서 “북한 군인들이 우크라이나군에 항복하는 대신 자살한다는 보고를 받고 있으며 이는 포로로 잡힐 경우 북한에 있는 가족에 대한 보복이 두려워서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날 커비 보좌관이 밝힌 수치는 최근 일주일 정도의 것이어서 전체 북한군 사상자 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23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에서 북한군 사상자가 이미 3000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커비 보좌관은 “북한군은 위험을 각오했을 것이고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러시아군이 북한군에 탄약이든, 포탄이든, 배낭이든 무엇을 주었든 간에 그들은 시체 가방(body bag)이 반드시 필요해질 것이고 그것을 많이 갖고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조선일보 뉴욕=윤주헌 특파원
凍土의 消息 2024-3/